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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까치발〉: 까치발로 닿고 싶은 세상

by indiespace_한솔 2021. 6. 15.

 

 

 〈까치발〉  리뷰: 까치발로 닿고 싶은 세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은다강 님의 글입니다. 

 

 

 

 

딸로 사는 일이 녹록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종종 엄마만의 대나무 숲이 되고, 때로는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의 기를 살려주는 다정한 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게 기대하는 어떤 역할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가족을 마주하고 싶은 내 마음이 엄마의 기대를 자꾸만 벗어난다. 집을 나와 산 지 5, 엄마는 여전히 나를 품 안의 자식처럼 생각하고, 엄마 눈에 나는 올챙이 시절을 잊은 개구리라 우리는 아직도 혈기왕성하게 다툰다. 이번에도 어버이날을 앞두고 엄마와 냉전을 치렀다. 까치발을 보며 나는 딸의 억울함만을 생각하다가 문득 엄마가 처음 엄마가 된 순간을 상상하게 됐다.

 

 

까치발은 권우정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로 딸 지후가 함께 출연한다. 지후는 종종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걷는다. “지후야, 까치발 하지 말랬지.” 카메라는 ‘까치발’ 하지 말라는 우정의 목소리와 함께 지후의 발을 좇는다. 이 말이 유독 크게 들렸던 건 나도 엄마에게 걸음걸이를 지적받으며 컸기 때문이다. 내 팔자걸음이 엄마 눈에 거슬리는 이유는 아빠의 걸음걸이와 닮아서인데, 끊임없는 엄마의 지적으로 나는 한쪽은 일자, 한쪽은 팔자로 걷는 모, 부 반반의 걸음걸이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까치발에 있어서만큼은 지후의 편이 되었다. 까치발이 뇌성마비의 징후’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후는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미숙아. 시경(詩經)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다고 하지만, 출생은 온전히 어머니의 몫이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죄책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지인들이 하나 둘, 엄마가 되며 알게 됐다. 그들은 태아에게 혹여나 해가 될까봐 달고 살던 커피를 멀리하는 건 물론, 선크림 대신 모자를 썼다. 항생제 한 알이면 해결될 알레르기에도 약을 쓰지 못해 진물이 가득한 팔, 다리를 울면서 긁었다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바르고 먹는 것 하나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는 게 두렵다고 했다. 지후의 까치발뇌성마비와 연결될 때, 그리고 다시 뇌성마비미숙아가 이어질 때 엄마 우정의 두려움에는 죄책감이 드리워지고 그것은 더 이상 우정의 개인적 경험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임신 초에 감기약을 먹었다. 오한이 들어 약을 먹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애가 들어섰다고 해서 행여나 내가 잘못될까 걱정이 컸다고 했다. 그 걱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조금만 날이 추워져도 몸살을 앓는 나를 보며, 엄마는 임신 중에 감기약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지나가는 투로, 그러나 퍽 조심스럽게 꺼냈다. 너무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워서 남몰래 물려줄 자산이 빌딩 몇 채는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는 9개월은 결코 짧지 않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씹으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100일인데, 그 세 배에 달하는 임신 기간을 이 잡듯 뒤져보면 죄책감을 유발하는 행동이 하나 둘 쯤은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30년이 훌쩍 지나도록 그때 먹은 감기약이 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 우정과 함께 팟캐스트를 만드는 이들은, 그리고 까치발을 걷는 자녀를 둔 엄마들은 임신 기간뿐만 아니라 확인할 길이 없는 전생의 업보까지 원망하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그 무거운 마음은 눅눅한 슬픔보다는 촘촘하고 뾰족한 바늘판 같아서 누구도 피해 가기 어려운 공포로 다가왔다.

 

 

우정의 죄책감은 결국 지후를 다그쳤다. 아이의 남다른 행동을 고칠 수 있어야 엄마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엄마는 그렇게 아이를 나무라고 또 나무란다. 아이는 어느 순간 엄마에게서 멀어진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지후의 말은 한 번쯤 내가 엄마에게 하고 싶던 말이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후의 까치발은 여전하다. 종종거리는 뒷모습이 병아리 같다가도 의사의 말이 떠오르면 아찔하다. 우정은 죄책감에서 해방되었는지, 지후의 까치발이 뇌성마비와 연관이 있는지 영화는 다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영화 밖에서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다만 우정과 지후가 천국과 지옥이 번갈아 찾아오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엄마와 자식이 살아가는 풍경이 비슷할 거란 것만이 위안으로 남았다. 까치발이 엄마 개인의 죄책감보다 아이 개인의 특별함으로 남을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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