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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동물, 원〉: 멀리서, 그러나 가까이에서

by indiespace_한솔 2019. 9. 20.





 〈동물, 원  한줄 관람평


임종우 | 앞으로 계속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그리다

김윤정 울타리 뒤편, 동물들의 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송유진 | 멀리서, 그러나 가까이에서

김현준 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 사람들

송은지 지구 위의 모두와 함께 얼마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는 장소로서의 동물원이 되기 위해

오윤주 |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고 오락거리로 소비할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물, 원  리뷰: 멀리서, 그러나 가까이에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유진 님의 글입니다. 




왜 '동물'과 '원' 사이에 쉼표가 붙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멋대로 원(遠)의 의미일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감독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긴 했지만, 기실 나는 동물원을 멀리서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철창 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 안고 뭉뚱그려 생각하지는 않았나. 


동물, 원의 의미는 영제 'Garden, Zoological'에서 알 수 있듯 '동물학의 정원', 혹은 '동물들의 정원' 쯤 되겠다. 영화에는 동물을 위한 이상적인 공간으로서의 동물원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바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왕민철 감독은 '사실 동물원이 없는 게 제일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정호 수의사가 이야기한 노아의 방주처럼 동물원은 야생의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생명체들을 보존하는 공간이다. 그 전까지 우리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그러나 가장 가까이에서 동물과 살아가야 한다. 





한국에서 우후죽순 동물원이 생기던 1990년대 말, 청주동물원도 문을 열었다. 유행따라 지어진 탓에 환경은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새 생명을 낳고 치료를 받기도 한다. 영화는 동물들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겨우 생명을 부지한 유황앵무와 사육사의 도움없이는 뭍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물범은 동물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부여하는 동물원의 역할을 보여준다. 그러나 삵의 정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장면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과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표범은 정형 행동을 한다. 호랑이 박람이가 죽은 이유는 좁은 우리 생활로 생긴 욕창 때문이었다. 


동물원의 사람들은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한다. '모르겠어요. 동물이 그냥 좋아요.' 라는 사육사의 고백과 '동물들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수의사는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감성적이거나 이성적인 시선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영화는 미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는 듯, 생각의 균형을 유지한다.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파악이 우선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주 섣부르다.





2017년, 청주동물원 사육사와 수의사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표범 방사장이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위해 존재할 수 밖에 동물원처럼, 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까지 그들은 동물들의 곁에 있어야 한다. 삶은 때때로 양가적이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건조함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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