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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한낮의 청춘들 〈한낮의 피크닉〉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7. 22.




한낮의 청춘들  〈한낮의 피크닉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7월 5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감독|배우 곽민규, 김욱, 이우정, 공민정

진행 이동진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주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한낮의 피크닉은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 임오정 감독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여행을 매개로 하여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잠시 쉬어가도 좋아라는 제목으로 작년 서울독립영화제를 빛냈던 작품이 한낮의 피크닉으로 제목을 바꾸어 개봉하게 되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한 개봉기념 인디토크 기록을 소개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이동진): 안녕하세요, 영화평론가 이동진입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감독(이하 강동완): 첫 번째 영화 돌아오는 길엔을 연출한 강동완입니다.

 

곽민규 배우(이하 곽민규): 돌아오는 길엔에서 아들 역을 맡은 곽민규입니다.

 

김한라 감독(이하 김한라): 두 번째 이야기 대풍감을 연출한 김한라입니다.

 

김욱 배우(이하 김욱): 대풍감에서 찬희 역을 맡은 김욱입니다.

 

임오정 감독(이하 임오정): 마지막 영화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를 연출한 임오정입니다.

 

이우정: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우희 역을 맡은 이우정입니다.

 

공민정: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영신 역을 맡은 공민정입니다.

 






이동진: 영화가 계절에 잘 맞아서 관객 분들이 즐겁게 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이번 프로젝트 얘기를 듣고 감독님들의 생산성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 7월 처음 기획이 됐고 시나리오와 대본을 2주 안에 완성해 9월에 바로 촬영을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강동완: 영화 찍는 돈을 지원해준다고 하셔서 기뻤습니다. 바로 수락했죠.

 

김한라사실 저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다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독립영화제가 저에게 각별한 영화제여서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독립영화에서 잘 보지 못한 그림을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한정된 예산과 시간 때문에 많은 것들을 풍족하게 담아내진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동진: 이우정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이 영화의 역할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어떠셨나요?

 

이우정: 사실 감독님과 동네 친한 친구 같은 사이예요. 감독님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저한테 우희 역은 너야.”라고 터프하게 제안을 하셨어요. 누가 갑자기 박력있게 말하면 저는 거부할 수가 없어요.(웃음) 당시에 저는 별로 자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믿고 가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임오정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저는 영화의 주제가 여행인 줄 알았는데, 사실 독립, ‘인디펜던트(independent)’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표제를 처음 받았을 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나요?

 

임오정제가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한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이 이야기를 쓸 때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일도 그렇고, 저희 고양이가 아프기도 했고. 여러 상황 때문에 몇 달간 집안에서 칩거하듯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답답하고 이 프로젝트 제안도 부담스러웠지만, 동시에 무척 외롭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쳤던 것 같아요.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용기를 얻어 밖으로 나가고 더 솔직해지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강동완 감독님과 김한라 감독님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김한라 감독님의 경우 울릉도라는 장소를 먼저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울릉도를 고르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저는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실제로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가서 다큐멘터리를 찍었어요. 그때 어머니와 둘이서 캠핑도 했는데 둘이 사이가 별로 안 좋았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싶어서 찍게 되었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저를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걸 극영화로 담고 싶어서 가족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한라: 저는 사실 다른 시나리오를 썼었는데, 청춘영화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되었어요. 사실 청춘영화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청춘의 속성과 한 공간을 밀접하게 연결되게끔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2014년도에 처음 울릉도에 가보았어요. 그때 저도 영화를 포기할까 싶은 순간이었는데, 거기서 한번 다시 시작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울릉도를 선택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지역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예요.

 




이동진: 저는 울릉도를 못 가봐서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대풍감이라는 공간이 너무 잘 맞더라고요. 모든 게 집약되어 있는 공간이었어요. 울릉도를 먼저 생각하시고 대풍감을 떠올리신 건가요?

 

김한라: 그 반대예요. 대풍감에 가려면 울릉도로 가야 하기 때문에,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걱정했던 것 같아요.

 

이동진: 김욱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동질감이 강한 세 남자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는데, 영화를 찍을 때 어떠셨나요?

 

김욱: 찬희는 제일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이 친구의 뒷배경도 있었어요. 그런 배경들을 제가 납득하고 이해하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배우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캐릭터였습니다.

 

이동진: 세 배우 분이 원래 친한 사이는 아니었죠?

 

김욱이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이동진: 그래도 또래끼리 여행이기도 하고 촬영이기도 하니 많이 친해졌겠어요.

 

김욱사실 촬영 기간 내내 기후조건이 많이 안 좋았어요. 울릉도에서 이틀 정도 찍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동진: 곽민규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영화에서 뮤지션으로 등장을 하는데, 연주하는 모습이 나오진 않지만 이런 역을 맡게 되면 연주 같은 것을 직접 준비하기도 하나요? 아니면 배역에 대해 상상만 하시나요?

 

곽민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가족영화로 받아들였고, 역할은 아티스트지만 연주하는 장면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저 자신과 연결을 시켰던 것 같아요.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감독님과 전작도 함께 했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감독님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평소에 많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전작 다큐멘터리도 보고 감독님의 어머니, 아버지도 뵈었기 때문에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동진: 감독님의 페르소나네요.(웃음) 공민정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신 모습을 보면서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영신 역은 정도 많고 살짝 얄미운 캐릭터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하셨나요?

 

공민정: 사실 제가 이동진 평론가님 팬이어서 아까부터 침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제가 답변을 잘 못해도 이해해주시기 바랄게요. 영신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는, 시나리오가 워낙 잘 써져 있고 리듬이 굉장히 빨랐어요.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싶어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기조 중 하나인데, 저는 대사와 행동 지문이 잘 써져 있으면 거기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연기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그렇게 충실하게 하자, 갖고 있던 것을 잘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동진: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를 보면서 저런 관계가 진짜 있구나 싶었어요. 친구 두 사람이 있을 때 내뿜는 사람이 있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잘 안 맞으면 사이가 깨지지 않습니까?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상처가 내재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간관계를 잘 설명한 것 같아요. 감독님은 영신에 이입하시나요, 우희에 이입하시나요?

 

임오정: 사실 저는 이 두 명 다 저에게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압도적으로 우희의 모습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처음에 영신을 미워하면서 쓰는 것 같았고, 영신에게 미안해서 나중에는 영신이를 어떻게 하면 더 사랑받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런데 이조차 우희의 시선인 것 같아요. 우선 둘 다 각자의 삶 속에서 헤매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런 두 명이 오랜만에 만나서 하이파이브를 한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이동진: 영화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초반에 심리상담가와의 상담 장면이 나오다가 이야기가 끊어지고 영화 본편이 시작됩니다. ‘헤매는 것들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우희의 말 뒤에 영신이 찾아오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헤매는 것은 영신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헤매는 것이 사실 우희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플롯이 뒤집어지면서 오는 굉장한 감동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묘한 심리를 많이 다루는데, 특히 내가 내 가족을 욕하면 상관없는데 남이 욕하면 화나는 감정 같은 것들도 잘 묘사하신 것 같아요. 그런 장면들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습니까?

 

임오정: 수많은 연애상담과 부부생활 상담을 통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우희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고, 그러다가도 엄청 서운해질 때가 있었어요. 우희가 이해해주지 않아서 영신이 서운해하는 것처럼. 사실 우희의 일상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거든요. 그런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사실 중간에 우희가 영신을 너무 잘 받아주니까 어느 순간 폭발하면 그 뒤에 어떻게 될까 상상하면서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폭발 후에 오히려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전달하는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난 연기를 어떻게 고민해서 하셨나요?

 

임오정: 연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촬영을 할 때 어느 순간 알았어요. 저는 늘 영신 뒤에 서 있고 먼저 말하지 않고 리액션만 하고 있으니, ‘, 내가 저 옥상 위의 개구나.’라는 어느 순간 알았습니다. 그렇게 리액션만 하다가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씬을 찍는데 너무 어렵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마음 아픈데 영신은 여태까지 매몰차게 계속 했었구나,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동진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야, 힘내.”라는 대사였어요. 말하기 어려운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정말 할 것 같은 모습으로 연기해내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민정: 그것도 대본에는 없었고 그때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영신에게 잠깐 빙의가 됐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사실 동물을 진짜 좋아하세요. 그 마음도 제가 아니까 개를 동물보다는 친구처럼 대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개야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동진: 강동완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에서 매우 한국적인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평상시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꼭 가족끼리 뭘 잘해보자고 잔치나 소풍을 가면 싸움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돌아오는 길엔이에요. 영화 속에서는 돌아오는 길에 모두 시선을 피하고 창밖을 보며 끝나거든요. 이렇게 여행 중에서도 가족 여행을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강동완: 그 돌아올 때의 침묵이 최소한의 혹은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뭔가 이벤트를 벌이려고 하면 그렇더라고요. 어딘가를 함께 갈 때 잘해보려고 떠나지만 가족이라는 프레임 안에만 갇히고 사실상 섞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제가 여행을 다녀보고 느꼈던 건 연인이든 친구든 갈 때의 설렘은 굉장히 짧고, 여행의 중간 보다는 집으로 돌아갈 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여행에서 뭔가를 얻게 되는 순간은 집에 가서 짐을 풀 때였습니다. 저 가족들도 집으로 가서 짐을 풀 때는 왁자지껄할 때보다는 더 조용히, 안전하게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동진: 영화 세 편이 모두 청춘의 고민을 담고 있는데, 특히 가족 사이에서 전방위적인 갈등이 나타납니다. 부부, 아들, 딸과의 관계 등. 하지만 남매간에는 갈등이 없고 윗세대가 아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갈등이 많아요. 지금 젊은 세대의 문제가 이전 세대의 책임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가요?

 

강동완: 아까 처음에 이야기했던 어머니와의 여행 다큐멘터리가 기반이 되었는데, 사실 다큐멘터리는 어머니를 고발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어머니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걸 영상으로 남겨 놓으려고요. 그런데 막상 편집을 하다 보니 제가 어머니한테 버릇없게 말하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저를 보게 된 경험이었죠. 이 영화의 남매 사이에 갈등이 별로 없는 건 싸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동생이 오빠한테 그냥 입을 다물라고 하니까 입을 다물게 되는 거죠. 언쟁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파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다른 가족관계에는 여러가지가 얽힌다고 생각했어요. 윗세대의 무지뿐 아니라 아래 세대의 무지 역시 기저에 깔렸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인물이 여러 명 나오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런 모습을 전부 담기에는 과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제가 더 관찰해보고 싶은 건 부모님 세대였고, 윗세대와 아래 세대의 인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그리게 된 것이죠.

 

이동진: 곽민규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극중에서 맡은 아들 캐릭터는 굉장히 쿨한 성격으로 보여요. 부부관계가 원래 안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이혼 얘기가 나오면 엄마는 엄마 인생을 살라고 한다든지. 아버지 역의 권해효 씨와 나란히 서서 이야기할 때 어떤 느낌으로 연기했습니까? 개인적으로 권해효 씨는 겁 많은 남자 역할을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호흡을 맞출 때 어땠나요?

 

곽민규: 저는 촬영현장에서 엄청 긴장을 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냥 부모 세대를 얕게 판단했고요. ‘비겁하다. 이혼해라.’ 이런 대사들은 자기가 듣고 본 그대로 일차원적으로 판단하고 내지른 말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실은 뒤에 이혼해.’라는 대사는 엄마한테 마음이 많이 가다보니까 첫 테이크 때는 되게 감정적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권해효 선배님이 의견도 내주셔서 지금처럼 하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김욱 배우님께 질문 드릴게요. 극중 찬희 역을 맡으셨는데, 태양은 없다의 도철을 모사하는 연기가 있었어요. 정우성 씨의 대사로 굉장히 유명하죠. 연도를 찾아보니 정확히 20년 전 영화인데, 그 영화와 이 영화의 주제가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청춘이 굉장히 갑갑한 상태라는 것이 잘 묘사되어 있더라고요. 그 연기를 흉내낼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나요?

 

김욱: 오디션 보는 느낌으로 했어요. 사실 제가 먼저 그 대사를 해보면 어떨지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이 영화 이전에 어떤 청춘영화가 있었는지 찾아보다가, 이 대사가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오디션을 본다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이동진김한라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대풍감이 현 젊은 세대를 가장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이고, 한국 사회의 중요한 논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2~30대 청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인물들이 스스로 자기 입으로 표현하더라고요. 죽겠다 게임이라든지, 엎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울게 되는 장면이라든지. 스스로를 향한 자기 연민이 잘 표현된 장면들인 것 같아요. 세 사람 모두 자기 나름대로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상태가 너무 답답해서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감정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가 뭔가요?

 

김한라: 요즘 청년들은 자를 붙여서 자신을 표현해요. 자기 비하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어버린 거죠. 내가 진지하다면 진지충’,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과거 청춘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없어요. 아예 잘 될 거라는 식의 희망적인 이야기거나 혹은 아예 불행한 이야기밖에 없죠. 지금은 상대에 미루어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는 게 청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제 남동생이 공대생인데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내가 더 불행해.”라는 이야기를 서로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면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동진: 불행 배틀 같은 거죠. 대풍감이라는 아이디어가 영화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어요. 해안전력에서 배를 끌고 있다가 바람이 가장 많이 불 때 줄을 끊으면 배가 한 번에 나가는 것이잖아요. 지금의 청춘이 그렇게 어딘가에 매달린 채로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뒤에서 붙잡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사실상 이전 세대가 지금의 청춘을 뒤에서 붙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대풍감에 영화의 모든 것이 그 상징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김한라언젠가는 난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불안감으로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데, 거기서 뭔가 하나가 딱 끊어지면 좋은데 그게 너무 힘든 거죠. 돈이든 가족이든 꿈이든, 알 수 없는 가느다란 실을 붙들고 이것만 탁 끊어지면 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거잖아요. 연을 끊기 힘든 아버지, 이룰 수 없는데 희망만 붙들고 있는 꿈, 내가 잘못한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회 등.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지난 서울독립영화제 때 봤었는데 그때와 제목이 바뀌어서 같은 영화인지 모르고 다시 봤어요. 다시 보니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감독님께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희 캐릭터 같은 경우 친구에게는 장단을 맞춰주는 편이고, 업무상 작가와 통화할 때도 속으로 삭이면서 잘 맞춰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집 보러 다닐 때 부동산에 가서도 맞춰주는 부분을 보고 의아했어요. 누가 봐도 안 좋은 방이고 수상쩍은 북경 지도도 붙어있는데, 공인중개사한테까지 맞춰줄 이유는 없잖아요. 우희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그런 건지 궁금했습니다.

 

임오정: 일단 북경 지도를 봐주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n차 관람이 좋네요.(웃음) 우희는 그때 아주 신나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가 자신의 집 근처에 방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들떠 있었고, 워낙 집에서 작업하고 외부생활을 안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하이톤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관객: 대풍감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세 청춘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어요. 어색하면서도 진심인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그리고 연우가 가장 겉도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한라: 이상하게 친구들이 둘씩 있으면 안 그런데 셋이 있으면 꼭 한 명이 겉돌아요. 그리고 셋이서는 항상 이야기가 잘 안 통하죠. 그런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한 명은 가족관계로 힘들어하는 청춘, 한 명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맞는 건지 모르는 청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런 고민이 없어요. 여자친구랑 헤어진 게 가장 큰 고민인데, 다른 친구들과는 갭이 커서 고민으로도 취급받지 못하는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저도 대풍감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에 한 명이 넘어져서 울고 있는데 친구 두 명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지 못해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때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을 생각하신 건가요?

 

김한라: 친구가 울고 있으면 위로하기도 애매하지 않나요. 가장 좋은 건 모른 척하는 거죠. 그 친구가 우는 걸 보면서 사실 자기도 울고 싶은데, 누가 울면 자기는 못 우는 미묘한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모른 척을 해주면서 때 되면 일어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장면에서 나머지 두 친구들의 얼굴은 어둠에 묻혀서 잘 안 나와요. 그들을 숨기면서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동진: 저는 강동완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에서 화재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코믹한 톤이고 느리게 묘사를 했는데, 마지막에 CCTV 화면으로 캠핑장 씬을 마무리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장르적으로 코믹하게 보여주는데 갑자기 차갑게 CCTV로 보여주니까 재밌더라고요. 왜 그런 연출적 선택을 하셨나요?

 

강동완: 촬영감독이 멀리서 보는 게 더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CCTV 장면의 모티브는, 예전에 제가 실제로 붙은 불을 끄려고 옷을 벗어서 파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제 친구들이 그 모습을 찍었어요. 저는 그때 정말 다급했는데, 액정 속의 영상을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뭔가를 통해서 보게 되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어머니가 자식들을 보는 시선, 자식이 부모 세대를 보는 시선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동진 평론가 님이 불 앞에서 가족이 하나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불을 부정적인 의미로 봤거든요. 처음에 아버지가 불을 못 피워서 야유를 하고, 나중에 그 불로 인해 아들이 열심히 친 텐트가 불타 버리잖아요. 어떤 의미로 화재 장면을 넣으신 건가요?

 

강동완: 가족 중 한 사람으로 인한 화재일 수도 있고, 딱히 누군가 잘못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화재 원인은 굳이 보여드리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가족 외부에서 발생한 큰 문제였어요. 그런 문제가 있으면 서로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불을 끄기 위해 하나의 목적성을 갖게 되잖아요. 텐트 역시 왠지 불편해서 앉아있다가도 나오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불이 나서 텐트가 타버린 게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는 가족끼리 생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가족을 한 프레임 안에 다 모아놓고 싶었고, 그날 밤은 다들 잠을 잘 잤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죠.

 

 

관객: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제목이 궁금해졌어요. 처음에는 영신이 두 사람 간 연락이 끊긴 이유를 우희에게서 찾길래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가니 영신에게도 우희 사진을 찍어놓는 다정한 면이 있더라고요. 막상 우희가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제목이 우희의 입장인지, 영신의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임오정: 필요하다는 말의 느낌 때문에 영신이 우희를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립다', '보고싶다' 보다 필요하다는 말은 남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인 것 같거든요. 자기의 힘든 상황들 때문에 과거의 따뜻했던 우희에게 기대고 싶어 다시 찾아온 것 같아요. 항상 그 전까지는 우희가 영신에게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말을 했을 것 같고, 마지막에는 영신도 우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고 너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건네는 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객: 공민정 배우님께 질문할게요. 제 친한 친구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속 우희와 영신의 모습이 저와 친구와도 비슷해서 저는 영화를 통해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님도 연기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치유 받는 기분이 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민정: 사실 저는 우희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영신 같은 면도 있기에 그런 모습을 더 끌어내려고 했어요. 저는 평소에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하는 편이고, 들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하고 신경도 안 쓰는 영신을 연기하면서 평소에 못했던 것들을 하니까 후련한 느낌은 있었어요. 새벽에 대사를 막 지르는데 진짜 후련하더라고요.

 

 

관객: 돌아가는 길엔〉을 보면 캠핑장 수돗가에서 엄마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가 젊은 엄마랑 이야기한 후에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듬는데 그건 어떤 감정인가요?

 

강동완: 아마도 본인이 지나왔던 과거를 보게 되지 않았을까요. 옆집 젊은 엄마를 보며 막 결혼했던, 이미 지나온 옛날을 떠올렸을텐데, 너무 의외의 대답을 듣고 다른 삶을 보게 된 거죠.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지나온 과거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하던 찰나에 차 유리 너머로 자기 모습을 보게 되는 어머니의 짠한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동진: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 왔네요. 각자 끝인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개봉이라는 걸 해보네요. 저희 영화가 개봉을 했고요, 주변에 많이 이야기해주시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탭들이 지금 자리에 있는데 인사를 못 시켜드려서 죄송하네요. 땡볕 아래서 고생하며 찍은 영화여서 관객 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곽민규: 제가 인디토크 하면서 인디스페이스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찬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공민정 배우님이 저번에 그런 말씀하셨는데, 와주신 한 분마다 5명한테 추천하면 한국 독립영화가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김한라: 저도 왠지 다단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웃음) 기분좋은 휴가를 떠났다는 기분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욱: 극중 찬희는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꿈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힘든 시간을 짊어지고 간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화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오정: 영화를 개봉한 것 자체가 감회가 새로워요. 관객 분들이 남겨주신 소감을 보며 제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 좋아서, 리뷰도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우정: 오늘 많이 떨렸는데, 저희 영화가 조금의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이동진 평론가님께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와주신 관객분들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공민정: 와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저희를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독립영화를 사랑해주신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아까 이야기 나온 ‘5명의 실천은 제가 방금 만든 건데요, 저희 다 단톡방이 있잖아요. 거기에 한낮의 피크닉 보러 갈래?” 라고 한마디만 해주시면 많이 보실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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