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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보희와 녹양〉: 누구의 아들도 아닌, 보희

by indiespace_한솔 2019. 6. 10.




 


 〈보희와 녹양  한줄 관람평


이성빈 | 누구의 아들도 아닌, 보희

최승현 | 뛰어난 균형감각과 새로운 감수성을 지닌 성장영화

김정은 | 없이 나를 마주하고 찾아가는 모험과도 같은 인생에서 유달리 청량했던 순간들

김윤정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성장영화







 〈보희와 녹양  리뷰: 누구의 아들도 아닌, 보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빈 님의 글입니다. 




 

여름의 싱그러움이 잘 어울리는 영화가 찾아왔다〈보희와 녹양〉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두 명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담은 이야기이다. ‘보희녹양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닌 아이들이자 우리의 사춘기 시절과 똑같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보통의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아이들을 특별하고도 보통의 아이들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마주하기로 정하고 카메라로 아이들을 담는다. 녹양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보희의 아버지 찾기 여행을 카메라로 담는다. 누군가 영상을 찍어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녹양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꼭 뭘 해야 해요?”

 




우리사회는 규정하고 구속하기에 바빠 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곤 한다. 흔히 말하는 대로 구분하자면 보희는 여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이며 녹양이는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로 나온다. 그러나 도대체 여성적, 남성적이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는 젠더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보희와 녹양〉은 시종일관 젠더 개념의 고착성을 탈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는 성 고정관념을 지적하면서도 단순히 사회적인 성별의 특성을 바꾸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보희는 섬세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만,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용감한 행동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녹양이는 털털하고 행동파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는 가만히 위로를 받는 아이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은 성별 이분법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체성을 쌓아가는 기로에 선 인물들이다〈보희와 녹양〉은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아이답게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덕분에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희와 녹양〉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보희의 아버지 찾기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은 '보희와 아버지'가 아닌 '보희와 녹양'이다. 보희에게 녹양이는 하나의 또 다른 자아이다. 보희 인생의 소울메이트이자 자신이 되고 싶은 강한 인물에 대한 이상향이다. 영화의 제목이 〈보희와 녹양〉인 이유에 대해서 감독은 보희와 녹양이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 보희를 이끌어주는 것은 녹양이다. 보희가 주저할 때마다 앞으로 나가고 해결책을 주는 것 또한 녹양이다. 마치 자동차의 바퀴 역할을 녹양이 해주는 것이다. 둘의 삶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가끔 하나의 존재가 지금의 를 만들었다고 오해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틀렸다. 우리는 영화 속 보희처럼 엄마와 성욱 같은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보희와 녹양〉에는 몇 가지 중요한 상징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처음으로 말할 것은 한강이라는 공간이다. 한강은 보희에게 어머니와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 있는 공간이다. 보희는 수영을 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보희는 옷으로 표현되는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여지는 모습에 대한 것들을 내려놓고 한강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한다. 보희는 엄마와의 추억 속을 마음껏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희가 수영을 꽤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다. 보희는 처음부터 수영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저 본인이 수영을 못한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수영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보희는 스크린 안에서 마음껏 수영한다. 우리는 액자 속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놓치며 살았나.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진 것은 여름이다. 두 아이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나는 초록색 새싹처럼 아이들은 뜨거운 청소년기를 보낸다. 감독은 계절을 가져와 성장기를 이야기한다. 가장 푸른 계절이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다〈보희와 녹양〉 유기농 그 자체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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