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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급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 <망대> 인디토크(GV)

by indiespace_은 2015. 3. 20.


급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 <망대>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3월 17일(화) 오후 8시

참석: 문승욱 감독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지애 님의 글입니다.


'타임머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한 다큐멘터리 <망대>의 인디토크가 지난 17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 점차 파괴되어가는 옛 건물들이 많아지는 현재, 문승욱 감독은 <망대>를 통해 세월을 담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디토크를 통해 <망대>를 기획하게 된 계기, 시간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현희 프로그래머 (이하 이): <망대> 잘 봤습니다. SF 다큐멘터리라고 하는데 저는 굉장히 감성적인 다큐멘터리로 느꼈어요. 이렇게 흥미로운 작품을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문승욱 감독 (이하 문): 망대가 춘천 약사동이라는 마을에 있는 건데요, 그 마을이 곧 철거될 예정이었어요. 그 마을주민들과 같이 활동하던 시민단체가 있었고, 시청의 도움을 받아서 그 마을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처음에 저는 그 단체한테 의뢰를 받아서 <망대>를 기획했고요. 의뢰 때문에 춘천에 갔다가 조금씩 더 찍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한 시간짜리가 나온 것 같아요.

 

이: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시간이라는 간극, 그리고 불법체류자, 시간감시자 같은 요소들을 사용한 거에요. 이런 것들을 차용했기 때문에 영화의 느낌이 더욱 특별해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요소를 사용하게 된 건가요?

 

문: 평론가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요, 그 부분을. (웃음) 그 마을이 철거되고 거기에 들어서는 게 큰 아파트 단지입니다. 약사동은 춘천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이고요. 춘천에 지금 아파트 붐이 있어요. 서울의 위성도시처럼. 그 곳도 피해갈 수 없었죠. 돈이 있는 마을 주민들은 기대를 하더라고요. 그 분들하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분당의 아파트 단지처럼 되는 것이었어요. 제가 분당에서 왔거든요.

 

이: 꿈의 동네에서 오셨네요.

 

문: 그러다 보니까 제가 미래에서 왔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생각났어요. 거기서부터 얘기가 시작됐죠. 그런데 이게 시간과 관련이 있잖아요. 사라지는 시간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형국이니까. 그래서 타임머신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마을에 마지막 남아있는 노인 분들을 관찰하다 보니까 불법체류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죠.

 

이: 망대라는 공간을 처음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드셨어요?

 

문: 맨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볼품이 없었어요. 마을도 좀 지저분했고. 그게 첫인상이었는데 서너 시간 동안 돌아다녀보니까 묘한 매력이 있는 마을이 되어버렸어요. 마을의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망대가 보이더라고요. 헬리캠을 띄워 공중에서 보니까 등대 같다는 들면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등대,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등대 같은 느낌이에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이 전쟁 직후에 타향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그 분들이 말하기를 폐허 속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탑을 보고 모여들었대요. 그래서 ‘이 탑이 참 각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이 탑이, 이 망대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봤죠. 제가 망대에 관해 혼자서 생각했던 것을 비슷하게 말씀하셨던 분이 있었어요. 바로 망대 앞에 사는 젊은 분인데 그 분의 인터뷰가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나는 그를, 망대를 바라본 적이 없지만 망대는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그러다 보니 망대가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되었고 건물이 주인공인 기이한 다큐멘터리가 나왔죠.


 

관객: 첫 번째로 제작 기간이 궁금합니다. 기간을 정해놓고 찍으셨는지, 아니면 찍으면서 기간을 늘렸는지 궁금하고, 두 번째로는 감독님께서 다큐멘터리를 찍으실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찍는지에 대해 듣고 싶어요.

 

문: <망대>는 2013년도 여름에 1차로 찍었고 편집을 하다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펀딩을 더 하고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차에 걸쳐서 촬영을 했죠. 그렇게 해서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여름과 겨울이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을 찍었고요. 그리고 드라마가 있느냐 없느냐가 다큐멘터리의 소재를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가장 자유로운 장르 중에 하나에요. 다큐멘터리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느끼거든요. 일단 돈에서부터 좀 더 자유롭고요. 제가 배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우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극영화를 할 때 배우들이 캐릭터에 가장 근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들을 쓰는데,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그런 장치나 연출이 필요 없잖아요.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장르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고, 찍을 거예요. 기회가 되면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싶습니다.

 

이: <망대>의 경우, 시민단체에서 의뢰를 한 영화잖아요. 단체에서 무언가 요청했던 점이 있었나요?

 

문: 전혀 없었고 기록만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약간 놀러 가듯이 갔죠. 그렇게 갔다가 그 마을이 좋아져서 조금씩 커진 거죠.

 

이: <망대>가 개발에 관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죠. 기존의 것들이 없어지고 거기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잖아요. 재개발의 과정 속에서 주민 분들의 소박한 욕망이나 바람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근데 감독님은 그 과정들을 굉장히 무심하게 보는 것 같아요.

 

문: 대부분 개발에 관련된 영화를 만들 때는 그 공간이 철거되지 않고 잘 남았으면 하는 것이 공통된 바람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였고 여행자의 시선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철거를 원하는 주민이건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이건 저는 그분들을 윤리적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았어요. 철거를 원하시는 분들도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오래된 마을을 지켜야 된다는 것이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생활적으로 대단히 훈련되어있어야 가능한 거거든요. 불편함을 참고 시간의 귀중함을 알아야 되니까요. 마을 주민들에게 왜 그거를 모르냐고 편을 갈라서 싸울 수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시선이 중심이 되었고요. 제 바람이 있다면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고여 있는 시간은 되게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라고 느꼈으면 하는 것이죠.

 

이: 지금 작업 중인 작품을 조금 소개해줄 수 있나요?

 

문: 지금 만드는 다큐멘터리 역시 건축에 관련된 거예요. 공장 건축에 관련된 겁니다. 역시 좀 실험적인 작품이고요. 극영화는 특별한 아파트에 관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요.

 

이: 관객 분들에게 인사말씀 부탁 드려요.

 

문: 다양한 영화들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면 한국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토대가 잘 만들어져야 거기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는 것이고 또 거기서 문화가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를 보지 않았지만, 그는 항상 우리를 보고 있었다.'  <망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문장을 쓰고 싶다. 70년 동안 마을의 등대로 살아온 망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모든 것은 변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쌓이고 추억이 생기기 버겁다. 이제는 망대가 우리를 지켜본 것처럼 우리도 망대를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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