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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홈런보다 더 멋진 그들 <그라운드의 이방인> 인디토크(GV)

by indiespace_은지 2015. 3. 24.

홈런보다 더 멋진 그들 <그라운드의 이방인>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3월 21일(토) 오후 2

참석: 김명준 감독, 서효인 시인

진행: 곽명동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교빈 님의 글입니다.


3 21일 토요일,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그라운드의 이방인> 인디토크를 가졌다. 김명준 감독은 200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의 차기 작품으로 재일동포 야구단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가지고 왔다. 이번 인디토크에는 영화뿐 아니라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김명준 감독, 곽명동 기자 그리고 서효인 시인과 영화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곽명동 기자 (이하 곽): 영화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82년도 재일동포 야구단의 멤버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는지 궁금해요.

 

김명준 감독 (이하 김): 그 시작은 2009년이에요. 조은성 프로듀서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보고 재일동포 야구단을 알게 됐고 그 역사와 관련된 일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던 , 2010년에 어느 술자리에서 저에게 재일동포 야구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그에 관한 조언을 해달라고 했어요. 세 번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를 연출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 82년도 멤버였나요?

 

:한국 야구사라는 두꺼운 책에 제1회부터 97회까지 명단이 다 있었어요. 하지만 그 명단 속 멤버들은 한국이름으로 적혀있었죠. 일본에서 일본이름을 쓰는 재일동포들을 한국이름만 가지고 찾기란 힘든 일이었죠. 그러던 중 다행히도 재일대한야구협회에서 명단을 하나 보여줬고 일본이름으로 된 명단이었어요. 75년부터 적혀있더군요. 기왕이면 결승에 진출했던 멤버를 찾아보니 74년과 82년도 멤버가 적당했죠. 74년도는 그 명단에 없어서 82년도 멤버들을 찾게 된 거에요. 또 그 해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한 해이기도 하고 프로야구도 처음 생겼던 해여서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 감독님은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야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영화 형식이 야구처럼 진행이 되는데, 이런 요소들은 어디서 착안하신 건가요?

 

: 야구영화를 찍으려면 야구에 대해서 스스로가 잘 알고,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부터 시작해 야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럴수록 야구는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구나라고 느꼈어요. 덕분에 영화 속에 야구의 구조를 넣을 수 있던 것 같아요.

 

: 이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 시인님의 마음을 울리는 대목이 있었나요?

 

서효인 시인 (이하 서): 영화 속 재일동포 선수들이 어느 술집에 모여 농담하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마치 저와 친구들이 예전 야구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야구라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추억을 공유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죠.

 

: 다큐멘터리는 다른 의미로는 신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뚝딱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닌 오랜 과정이 필요한 작품인데, 그런 제작과정에서의 출연자들과 신뢰를 쌓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가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다들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단 키가 작고, 드러나지 않는 외모와 편하게 대하는 태도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나 어른들 모두 저를 어려워하지 않더라고요


 

: 서효인 시인님에게 물을게요. 2011년에 내신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책의 한 구절에 ‘야구는 최악의 결과를 선정해두고 그것을 피하는 과정이다’와 같은 좋은 말들이 많이 있는데, 야구가 시나 글을 쓸 때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 야구는 시나 글을 쓸 때 많은 방해를 하죠.(웃음) 시간을 많이 뺏기도 하고요. 그 책에 ‘기다림의 근사함’이라는 말을 챕터명으로 썼는데, 야구는 다른 운동과 다르게 보통 공이 선수들의 손 안에 있고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짧은 편이잖아요. 보통은 투수가 잡고 있고, 공을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그 공이 손에서 벗어나는 짧은 찰나에 야구는 우리에게 대단한 근사함을 선사해주죠. 글을 쓰는 것은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기다리는 것 또한 실책을 하지 않기 위해 수비연습을 하는 것이잖아요. 야구와 글을 쓰는 일은 그런 점에서 맥이 통한다고 생각해요.

 

: 감독님의 전작 <우리학교>에서 재일동포들의 삶을 촬영했을 때와 지금은 그 상황이 많이 다를 텐데, 어떤가요?

 

: <우리학교>를 위해 2002년에 재일동포를 처음 만났었죠. 그 전에 대학을 다닐 때, 제 후배 한 명이 형은 인생에 비전이 없어?’ 라는 말을 했었어요. ‘나는 나 나름대로 비전이 있는데 왜 그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인생에 있어서 정확한 비전이 있는 것 같아요. ‘죽기 전에 뭔가를 꼭 하고 싶다라는 것이 지금은 생겼어요. 재일동포들을 만나고 나서 그런 비전이 생긴 것 같아요. <우리학교>를 제작하며 그 분들과의 네트워크가 생겨서 제 인생의 반 이상이 그들이 됐죠. 내가 한국사회와 그 분들의 관계 사이에 해야 할 것들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요.

 

: 이 영화는 현재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재일동포 야구단 82년 멤버들에게 추억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재일동포의 신분으로서 느끼는 아픈 감정을 일깨워주는 영화기도 해요. 감독님은 영화를 제작하며 어떤 메시지를 꼭 담아내고 싶었나요?

 

: 영화자체가 언어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그 자체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어요. 재일동포 야구단 620명 안에는 유명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꼭 유명한 분들만 우리나라의 야구발전에 기여를 한 것은 아니잖아요? 620명의 명예를 우리라도 인정해드려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관객: 생각보다 제작기간이 길어서 놀랐어요. 82년도 재일동포 야구단 멤버를 찾는 것을 제외하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돈인 것 같아요. 환율이 그 시절엔 1600원도 했었어요. 물가가 비쌌고, 특히 밥값과 교통비가 비싸서 힘들었어요. 돈 때문에 아쉽고 힘들었어요.

 

관객: 개인적으로 일본유학을 다녀왔고 재일교포 친구가 있어서 관심이 많았어요. 재일교포라는 테마를 가지고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 제가 촬영감독을 하던 시절에 극영화로 재일동포에 관련된 영화를 제작하려 했던 감독님이 한 분 있었어요. 그 극영화 이전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먼저 제작하려 했고, 제가 그 영화의 촬영감독을 하게 됐어요. 결국 그 감독님과 연애를 하게 됐고 6개월만에 결혼을 했어요. 하지만 그 영화를 연출하기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됐어요영화를 위해 재일동포 분들과 맺어왔던 관계와 그 시간이 아까워서 제가 찍어보자고 마음먹게 됐고 시작하게 됐어요.

 

관객: 재일동포 야구단이 항상 후원을 받거나 경비를 지원받았지만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순 없어서 부모님들이 돈을 모으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분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 재일동포 야구단 감독이 돈이 없어서 같은 재일동포라는 이유 하나로 야쿠자에게까지 찾아갔다고 해요. 그래도 그 야쿠자들이 야구를 좋아해 몇 년 동안 지원해줬다는 에피소드도 있고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재일동포를 우리의 역사에 들이지 않는 여러 사례가 있어 안타까워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그 시절의 야구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상처를 받았던 재일동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가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시선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는 서효인 시인의 말처럼 영화로 하여금 의미 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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