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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망대> : 시간을 담은 골목길을 걸을 때

by indiespace_은 2015. 3. 18.

<망대>


 SYNOPSIS 

 

2030당신이 지키고 싶은 현재는 어디입니까?

춘천 망대를 지키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30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잃어버린 추억이나 사랑을 찾아 과거로 여행을 떠나가기 시작했다정부는 과거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쫓기 위해 시간 감시자들을 과거로 보내게 된다그리고 시간 감시자들은 2013년 춘천에 존재했던 망대라는 건물이 불법 체류자들의 은신처라는 첩보를 접한다.

 

춘천 약사동 언덕 위일제 시대 때 화재 및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망대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옛 건축물 중 하나이다.망대는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 살아 남았다마치 등대처럼 폐허 속에서 길을 잃은 피난민들에게 나침반이 되어 주었고 하나 둘 망대로 모여들어 마을을 형성하였다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좁고 지저분한 아리랑 골목길을 갖게 된다망대 마을은 더 이상 쓸모 없는 망대처럼 소외된 주변부였다덕분에 망대와 주민들은 서로에 대한 추억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하지만 2013,변화의 물결은 망대도 피할 수 없었고 곧 아리랑 골목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것미래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은 망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시간의 위력 앞에 하나 둘 좌절하고 절망한다.

 

2030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지만 늘 우리를 지켜보았던 망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망대>한 줄 관람평

양지모 | 공간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

이교빈 | 아름다움을 보는 다른 시선들

김민범 | 망대로 기억하는 작은 이야기들

이도경 | 공간을 시간의 축으로 보면 어떨까

전지애 | 어린 시절 내가 걷던 골목길은 어떻게 지낼까



<망대>리뷰

<망대> : 시간을 담은 골목길을 걸을 때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지애 님의 글입니다.


망대는 춘천 약사동 골목 위에 있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옛 건축물 중 하나이다. 등대처럼 우뚝 선 망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아리랑 골목이 생겼다. 약사동 주민들은 스스로를 망대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매일 망대를 보며 골목을 걸었다. 그렇게 매일이 쌓여 수십 년이 되었고 망대 사람들에게 망대와 골목은 삶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013, 춘천에도 재개발의 열풍이 불면서 망대와 아리랑 골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망대>타임머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앞으로 사라질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명한 질문이 있다.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이지? 흔한 질문인 만큼 흔한 답변이 따라온다. 사랑, 가족, 우정…. 나는 <망대>를 보고 하나의 대답을 더 보태고 싶어졌다. 공간.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단순히 물질적인 장소를 의미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친구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오르던 골목 계단,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구워먹던 마당, 아이스크림을 먹던 동네 슈퍼 평상. 공간은 필연적으로 추억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훗날 그 공간과 조우하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 웃음이 난다. 공간은 파괴되면 복구할 수 없고, 다시 돈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재개발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오래된 것에 부정적인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낙후된, 미관을 해치는, 불편한, 비효율적인과 같은 수식어들을 말이다.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웃음이 나는, 친숙한, 정든과 같은 긍정적인 수식어들은 모두 무시하며 건물을 부순다. 꼭 재개발을 해야만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래된 건축물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과 골목길을 걸을 때의 설렘이 인간에게 불필요한 요소인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정답은 손쉽게 나왔다. 최근 몇 년간 골목길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북촌한옥마을과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은 손에 꼽히는 관광명소이다. 궁궐이 아닌 장소에서 전통가옥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종로구 가회동, 재동, 삼청동 일대에 걸쳐 마을이 구성되어있다. 북촌한옥마을은 북촌 8경을 토대로 한 다양한 여행 코스를 갖고 있다. 특이한 점은 코스를 이루는 대부분의 길이 골목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거닐며 사진기의 셔터를 누른다. 골목이 갖고 있는 포근함을 담는 것이다.

 


서울에 북촌한옥마을이 있다면 부산에는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연간 30여명이 방문하는 지역의 명소로 지역 예술인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진행한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6·25 피난민의 집단 거주지로 형성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골목길의 경관이 매력으로 꼽힌다. 북촌한옥마을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골목을 걷고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즐거워한다.

 

골목길은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않음에도 많은 이들이 골목길을 찾고 있고 그리워하고 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골목길을 파괴하는 것을 발전된 미래라고 규정할 수 없다. 또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만이 아니다. 사소한 아름다움이나 소소한 추억은 삶을 한결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는 북촌한옥마을과 감천문화마을을 통해 세월을 흡수한 모든 것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북촌한옥마을과 감천문화마을이 재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그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면 그 공간에서 그만큼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옛 것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아파트가 일렬로 늘어선 직선도로를 달리는 삶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고 내 시간이 한편에 쌓일 수 있는 골목길을 걷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망대>를 통해 내가 살아야 하고 지켜야 할 공간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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