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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내가 만드는 영화제! - 영화프로그래머와 영화제

by 도란도란도란 2014. 10. 13.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영화프로그래머, 영화제를 좋아하고 꿈꾸는 이들에게는 가슴이 설레는 단어다. 그만큼 멋지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기도 하다. 대체 영화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 고민이 깊어가던 즈음, 인천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 주안」에서 ‘인천 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영화프로그래머란 무엇인지,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필자가 참석해 얻은 정보를 여러분과 나눌까 한다.




▲ 「영화공간 주안」에서 개최한 ‘인천 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포스터와 일정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지 않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프로그래머라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프로그래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 영화를 선별하는 것은 영화제 성격을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그래머 [programmer] (영화사전, 2004.9.30, propaganda)


프로그래머와 자주 연관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영화제이다. 우리나라의 굵직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검색하면 프로그래머라는 말이 많이 눈에 띈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영화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뚜렷한 색깔’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멀리 영화제에 찾아간다. 영화제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는 사람,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는 사람.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래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실제로 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을 수료하고 나면 「영화공간 주안」의 객원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영화제를 기획하기 위한 지식들도 배웠다. 영화프로그래머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다. 영화제를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프로그래머가 갖추고 있어야 할 능력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영화를 몇 가지 골라 상영하는 것이 영화제라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가까운 지인끼리 모여서 하는 파티에 가깝다. 실제 영화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화제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이제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영화관(영사 시설)


- 영화관 확보하기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할 부분이다. 영화관을 대여할 수도 있고, 학교 등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할 수도 있다. 또, 야외에서 상영할 수도 있다. 만약 영화관을 대여하기로 했다고 하자. 영화관마다 가격 책정 방식은 다 다르지만, 일부 사례를 들면, 한 편의 영화를 틀 때 “1인당 티켓값 × 좌석 수”  정도의 대여료를 지불한다. 그러니까 200석 정도의 영화관을 빌려 1편의 영화를 튼다면, 당신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대략 200만원이다.(주말 기준, 1인당 10,000원의 표 값으로 계산했을 때) 보통 영화를 1편만 틀지는 않으니, 영화제는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작은 영화제를 기획한다면 방법은 있다. 시나 영상위원회 등에서 하는 작은 영화제 지원사업을 알아보는 것이다. 시청 등 관련기관들의 지원사업을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원사업은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학교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학교 내부에는 프로젝터와 스피커 등이 갖춰져 있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곳들이 있고 학생이라면 대부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요즘은 대학교 축제에서 작은 영화제를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 소방법 체크하기


영화관을 빌렸다면 이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이미 법을 지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야외 상영을 기획하고 있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야외 상영시 소방서 및 경찰서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곤란해지지 않을 수 있다. 깜깜한 밤에 누가 올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야외 상영의 경우, 이런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어떤 행사를 몇 시에 진행할 것인지 관련기관에 고지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 리허설


‘정동진 독립영화제’처럼 낭만적인 야외 상영을 기획할 수도 있다. 야외 상영을 하려면 영사 시설이 필요하다. 요즘은 프로젝터의 성능이 워낙 좋아서 엄청난 규모의 상영이 아니라면, 화질에 대한 부분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운드’이다. 최소한 앞에 2개, 뒤에 2개의 스피커를 설치해야 영화를 볼 정도가 된다. 스피커들을 조절할 오디오 믹서기도 필요하다. 프로젝터를 대여했다면, 픽셀이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실전처럼 틀어봐야 한다. 중간 중간만 틀어보거나, 완벽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야외 상영뿐 아니라 실내 상영시에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에 프로젝터를 연결해 상영하는 경우,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MAC이 가장 좋긴 하지만 다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파일들을 지우고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는 화질이 매우 높고 파일의 크기도 크기 때문에 컴퓨터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다른 영사 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다.)




▲ 야외 상영 영화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제16회 정동진 독립영화제’ 포스터 

(출처 - ‘정동진 독립영화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iff.indie)




2. 영화(저작권) - 배급사에 연락하기


상영할 수 있는 곳을 확보했다면, 이제 영화를 준비할 차례다. 그냥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파일을 상영한다면 불법이다. 저작권법에 맞게 영화를 확보해야 한다. 영화를 틀기 위해서는 배급사에 회당 상영료를 지불해야 한다. 영화마다 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오래된 영화나 희귀한 영화, 가치가 높은 영화의 경우 몇백만 원까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배급사에 연락해 가격을 지불하고 상영본을 받으면 된다. 이때 상영본에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적어도 영화제 2일 전에는 확인을 해야 다시 받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3. 홍보(타겟 설정)


앞의 두 가지가 형식적인 부분에 관한 것이라면, 홍보는 영화제의 색깔과 관한 것이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즉 영화제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영화프로그래머가 하는 일 중에 가장 멋진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프로그래머를 ‘영화제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타겟을 설정할 것인지, 그들에게 어떤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영화제를 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가장 간단한 기획의 경우, 특정 감독의 영화를 묶어 감독전을 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목적에 맞게 묶어야 프로그램이 되고 영화제가 된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몇 개 고르는 것은 영화제가 되지 못한다. 

영화제의 목적과 타겟이 분명하게 정해졌다면, 이제 목적에 맞는 관객과의 대화 등 간담회나 토론회를 기획한다.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고 끝나는 영화제는 허무하다.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제를 하고 난 후에는 결과물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두는 것이 좋다. 결과물을 배포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일적 네트워크로 연결되기도 한다.



▲ 타겟이 분명한 영화제들. 왼쪽부터 ‘서울노인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출처 - 각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http://sisff.seoulnoin.or.kr/, http://www.hrffseoul.org/, http://www.wffis.or.kr/)







이 부분은 영화제의 성격, 방향성과 관련된 부분이라 무척 중요하다. 성공적인 영화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화제의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은 타겟이 누구인가, 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전 프로그래머 손희정 박사의 특강 내용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전 프로그래머였던 손희정(중앙대 영화학 박사)의 특강



영화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기획한 영화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담론을 형성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화제는 공론장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 등 많은 관객수를 확보하고 있는 영화제들은 그 목적이 분명하다. 이렇듯 스크린을 통해 담론화된 영화제의 메시지들은 사회에 인식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고민의 결과로 관객과의 대화 등 많은 부대행사들이 기획된다. 좋은 영화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많은 영화제에 참여하고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 프로그램 기획하기


특정 기준으로 영화를 묶을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감독으로 묶을 수도 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시아영화의 창’처럼 지역으로 묶을 수도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처럼 주제로 묶을 수도 있다. 어떤 기획을 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화제의 분명한 목적과 타겟이다. 더불어 영화에 대한 넓은 식견과 다양한 시각을 갖추고 있으면 좋다.


- 그 특별전은 왜 취소되었을까


얼마 전 있었던 제 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2014.08.25 ~ 2014.08.31)에서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영화인들이 EIDF를 보이콧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는 EIDF의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후원을 받아 기획된 이스라엘 특별전과 관련 포럼이었다. 7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전세계적인 비난이 거세지던 때였다. 한 달여 만에 사망자가 1900명을 넘어섰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테러리스트를 낳지 못하게 팔레스타인 엄마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말을 이스라엘 국회의원이 했고, 그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것은 무차별한 학살이었다. 결국 EIDF는 관련 프로그램들을 모두 취소했다. 개막 한 달 전의 일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제와 사회적 맥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는 사회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가치중립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일은 그 영화제가 개최되는 시간과 공간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문화적인 맥락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요구되는 무척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바로 그런 맥락들을 이해하려는 태도이며, 그런 맥락들을 읽어내는 눈이다. 






현재 한국에는 90여 개의 영화제가 있다. 그 영화제의 중심에는 프로그래머가 있다. 막연하게만 알던 그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엄청난 영화제가 아니어도 차근차근 작은 영화제들을 기획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재미있고 행복하다면, 영화제의 크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시민 프로그래머가 기획하는 영화제도 있다. 「영화의문」(http://www.cinedq.com/), 「늘씨네」(https://www.facebook.com/neulcine)에서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영화제를 한다. 그들은 직접 시민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고 있고, 그들이 영화제를 기획한다. 영화제는 영화를 함께 보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인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영화제들을 기대해본다. 



▲ 「영화공간 주안」의 ‘인천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현장 사진



※ ‘인천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관련 사진은 「영화공간 주안」에서 제공받아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영화공간 주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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