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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그립습니다,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 3주기 추모 상영회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9. 9.


그립습니다,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 3주기 추모 상영회 인디토크

영화: <어머니>_감독 태준식

일시: 2014년 9월 3일

참석: 태준식 감독, 한석호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전태일 재단 기획실장, 윤수영 열혈관객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신효진 님의 글입니다 :D






우리는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형제에요.” - 막심 고리끼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는 옛날에 읽었던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분이었다. “내가 정말 노동자의 어머니인데 뭐..” 라며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그 무거워 보이는 수식어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시며 이야기하시던 어머니.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여전히 광화문 광장이 북적이는 가운데 이소선 어머님이 더욱더 그립다.

그리운 어머니를 영화를 통해서나마 다시 뵙기 위해 인디스페이스에서 <어머니> 3주기 추모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인디토크에는 한석호 민주노총 사무부총장님, 태준식 감독님, 그리고 영화 <어머니>를 극장에서 7번이나 봤다는 열혈 관객 윤수영씨가 참석했다. 생전의 이소선 어머님의 모습과 영화 속 모습, 영화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모든 모습까지 인디토크를 통해서 이소선 어머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진행: 감독님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신 느낌이 어떠세요?

 

태준식 감독 (이하 태): 개봉을 하고 나서는 제대로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2년이 지나고 나서야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네요.(웃음) 어머니는 이제 하늘에서 전태일 열사와 잘 지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지금 남아서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추모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품을 보게 되면 조급증이 생겨요. ‘왜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 작품은 어머니의 그 크고 넒은 마음, 그리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진행: 제목이 어머니잖아요. 영화를 보면 항상 밥을 챙기시고 살갑게 주변사람들을 챙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좋은 느낌이 들었는데요.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의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셨는지 궁금해요.

 

윤수영 씨 (이하 윤): 어머니께서는 본인 스스로 삶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보여주신 것 같아요. 하시는 말씀 중에나, 어린 아이에게나 어른들에게 똑같이 대하는 모습.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그런 예의 있잖아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잊고 사는 것들을 채워주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진행: 왜 어머니를 그 시기에 영화에 담게 되셨나요?

 

: 노동 운동하면 보통 일반 시민들은 비호감이고, 길 막히게 하고, 빨갛고, 너무나도 이기적인 이미지를 많이 생각해요. 저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과 굉장한 진정성을 가지고 좋은 세상,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이소선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진행: 어머니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 어머니가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웃음) 왜 자꾸 오느냐고. 그래도 자주 가서 들이대니까 어머니도 어쩌실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자기를 찍어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나하는 측은지심이 드셨는지 잘 대해주셨어요. 초반에는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너무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진행: 부총장님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한석호: 저는 주로 어머니가 계셨던 길거리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어떻게 평하지는 못하겠고요. ‘태 감독이 어머니의 삶에 대해 큰 기록을 남겼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태일 30주기를 보내면서 그런 고민이 있었거든요. 전태일 열사라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데요. 어머니가 생전에 태일이를 열사라고 하지 말아라. 태일이도 인간이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었어요. 저희가 전태일 다리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전태일을 단지 열사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가깝게 느끼도록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전태일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고, 태일이 오빠, 태일이 형이라고 부르자고 하기도 했었죠. 이 영화도 그것과 같은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는 가장 낮은 곳에 계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태일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일반인들이 보기에 뭔가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느껴지는데요. 태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전태일의 어머니라고 하는, 길거리에서 평생 싸워온 사람이 아니라 옆집 할머니 같은 어머니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이소선 어머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감독님이 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는 어머니의 죽음까지 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셨을 텐데요.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시면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 주인공이 자신이 나온 작품을 보지 못 한다는건 참 마음이 아프죠. 그래서 제겐 아직도 마음의 빚이 있어요. 이때만 되면 어머니가 꼭 떠오르고요. 매 기일 날에는 어머니가 내려오셔서 영화를 보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꼭 상영하고 싶어요. 특히 요새 어머니가 계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노동 운동의 상징인 어머니의 부재로써 생기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께서 살아 계셔서 지금 함께 하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그건 욕심이겠죠.

 

진행: 영화 속에 나온 연극이 한 맥락을 차지하는데요. 영화를 기획하면서 연극을 고려해고 담으신 건지, 우연히 담게 되신 건지 궁금했어요.

 

: 영화를 찍다가 우연치 않게 연극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전태일 열사 추모 40주기에 여러 행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준비하고 있는 연극인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촬영을 하던 중간에 결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을 하면서도 넣을까말까 고민을 하면서 촬영을 했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때가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 이 영화는 어머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투쟁적인 모습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한 편 정도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 사실 영화를 상영하면서 그런 지적은 많이 받았어요. 지금 저 역시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정말 한 분의 일생 자체에 집중하여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요. 길거리에서 운동하다 감옥에도 갔다 오고 하신 어머니가 노동운동에서 이뤄내신 업적들을 잘 정리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다른 방향으로 어머니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기획했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죠. 또 작업을 하라고 하면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웃음)

 

한석호: 제가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전태일 생각을 할 때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죽은 것을 많이 생각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는 기껏해야 26개월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참 꿈도 많았고 나름대로 소설도 쓰고 싶어 하고 현재로 보면 사회적 기업도 만들고 싶어 했던 22살짜리 청년이, 당시 사진을 보면 참 멋있기도 하고, 마음에 품은 여성도 있던 평범했던 그 청년이, 어느 순간 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 했을 때 실제 내면은 어땠을까? 그 날 그 집회가 막히고 혼자 평화시장 어디선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면서 그 마음은 어땠을까? 불을 붙이고 뛰어나오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잘못된 세상에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또 한편에서는 다른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까? 살고 싶지 않았을까? 몸에 휘발유를 뿌리면서도 누가 옆에서 말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불을 붙이고 뛰어나오면서 빨리 친구들이 그 불을 꺼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는 22살 청년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전태일 책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이소선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극의 펭귄들이 한겨울 영하 60도의 시속 160km의 눈보라를 견디기 위해 허들링이라는 행동을 합니다. 서로 둥글게 원을 만들어 안에 있는 펭귄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에 있는 펭귄이 밖으로 나와 다른 펭귄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행동이지요. 어머니는 그런 펭귄들 중 가운데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바깥을 고집하면서 사신 분입니다. 길거리에서 운동을 하시는 모습을 찍어놓은 영상은 많아요. 그런데 태 감독님은 그런 모습의 이면에 있는 인간 이소선의 모습을 잘 담아내신 것 같습니다. 아들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아들과 오손도손 살았을 어머니의 내면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투사로서의 이소선 모습은 이미 존재하는 기록들만 모아놓아도 많아요. 오히려 저는 태 감독님의 영화가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 모습들을 담아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살아왔던 길이 특별한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평범한 나도 옆에서 힘들고 눈물 흘리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행: 만약에 수영씨가 어머니를 직접 만나 뵐 수 있었다면 어머니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듣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저는 아무 말 없이 가서 안아달라고 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이런 거 저런 거 묻지 않고 저의 힘든 마음을 다 받아주실 것만 같거든요. 저는 처음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담았는데 왜 영화의 제목은 단순히 어머니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정말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시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반했던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영화의 배경음악 선정이유가 궁금하고, 연극을 보면 대만 연출가가 연극을 연출하던데요. 왜 대만 사람이 연출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 배경음악은 일단 팬심이 강했습니다. 이아립씨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으로요.(웃음) 전략적으로 어머니의 괄괄한 목소리를 중화시켜줄 수 있는 목소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연출가와 두 연극배우가 만나게 된 이야기는 많이 깁니다. 왕모림 선생님(대만 연출가)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신데요. 두 분이 서로 마음이 맞아 만나서 계속 기도를 하셨대요. 그러다 왕모림 선생님이 전태일 열사가 죽으러 가던 날 그 때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연극을 연출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진행: 아마도 이소선이라는 분은 세 분 모두에게 너무나도 큰 의미인 것 같아요. 한 분에게는 항상 위로가 되시는 분이고, 한 분에게는 의지가 되는 분이시고요. 이렇게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계신 분이신데요. 지금은 안계시지만, 어머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혹은 관객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어머니, 천국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관객 분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내년에 또 봬요.(웃음) 이소선 어머니는 용기가 많으신 분이셨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민이 많으신 분이셨어요. 이 영화를 보시고 1년 동안 여러분들이 그런 이소선 어머니의 모습을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1년 후 뜨거운 더위가 사그라들 때 다시 한 번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하죠, 이소선 어머니처럼 되려고 노력하면 좋은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을까요? 그런 말씀도 남기고 싶네요.

 

한석호: 40주기 행사 마치고 어머니께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어머니가 고생했다고 모두에게 밥을 사셨는데요. 그때 모였던 사람들이 45주기 때 전태일 기념관을 만들테니 그때까지 꼭 살아 계셔달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었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태일 기념관을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노동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싸우면서 못 이룬 꿈이 그것이고요. 45주기가 내년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전태일 기념관을 만들기 위한 범국민 운동을 만들어갈테니 그때 꼭 여기 계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길거리에서도, 삶 속에서도 사랑을 실천하셨던 어머니는 여전히 모두의 마음속에 큰 별이 되어 남아계신다. ‘연민을 용기로 실천하셨던 분이라는 태준식 감독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그녀의 연민을 본받아 우리도 용기 있게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어머니>를 통해 그리운 어머니를 다시 만난 관객들에게 막심 고리끼의 한 구절을 당부하고 싶다.

한 사람의 열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 막심 고리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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