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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괴인〉: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by indiespace_가람 2023. 11. 21.

 

〈괴인〉 리뷰: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영화 〈괴인〉 스틸컷

 

 

어린 시절 소소한 강박이 있었다. 펜촉은 항상 필통 위 쪽을 향하게 두고, 보도블럭을 내가 정해둔 순서대로 밟아야 하고, 횡단보도에서 반은 왼발 먼저, 나머지 반은 오른발을 먼저 뻗어야 했다. 이제는 필통도 보도블럭도 되는대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가끔 그런 걸 보고 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 균형과 규칙 속에서 아름답게 잘리는 케이크 같은 것들. 한 번의 칼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지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서스펜스는 온다.

 

영화 〈괴인〉은 아슬아슬하다. 미묘하게 어긋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자유곡선을 그리며 진행한다. 거슬리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고, 수상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모두가 어긋난 채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제자리인지도 알 수 없어진다. 흔한 감각으로는 불안감이 쌓이다 이쯤에서 터져야 할 것 같은데, 영화는 쉬이 무너뜨리지도 해결하지도 않는다.

 

 

영화 〈괴인〉 스틸컷

 

 

이상異常. 당신의 생각과 다르면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누군가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것을 목격했을 때, 내가 바라보는 단면으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또다른 이상理想에 얇은 금이 간다. 영화는 항상 그래왔던, 그래왔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나아가며 균열을 일으킨다. 차 지붕을 망가뜨린 범인을 잡아도 화내지 않고, 다른 남성과 밤을 지새고 온 아내를 곧바로 추궁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인생이 그렇듯이, 영화 또한 보이는 것 외에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는 것은 곧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일단은 그런 채로 둔다. 영화가 만든 아주 작은 균열은 어떤 것을 붕괴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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