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한줄 관람평
이수연 | 깊은 호흡으로 담아낸 최대의 예의, 추도의 예술
박마리솔 | 이보다 더 세월호를 제대로 다룬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임종우 | 우리가 떠나 보낸 슬픔이 모이는 곳
윤영지 | 이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
최대한 | 텍스트 이해와 메타포의 과부하 중간 지점에서
<눈꺼풀> 리뷰 : 바다, 우리가 떠나보낸 슬픔이 모이는 곳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수많은 바다의 영화가 영화관을 두드리고 있다. <눈꺼풀>을 보고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하나는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2015)이고 다른 하나는 김임만 감독의 <용왕궁의 기억>(2016)이다. <눈꺼풀>을 말하기 위해 이 두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불온한 당신>에는 비약하는 지점이 있다.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자이자 성 소수자인 논과 텐은 바닷가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폐허가 된 풍경을 바라본다. 그러다 영화는 풍경 이미지 위로, 갑작스레 세월호 사건을 텍스트로 언급한다. 이 어설픈 ‘넘어감’에 감독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세월호 사건은 모두 2010년대 동아시아의 국가 재난으로 분류되지만 그 원인, 해결 과정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국가는 다르다. 하지만 영화는 바다의 이미지를 매개로 개별 사건 간의 차이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애도와 연대를 시도한다.
한편 <용왕궁의 기억>은 청각의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재일조선인 2세 김임만은 고백한다. 어린 시절 굿판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자기 집에서 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고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용왕궁은 재일조선인 1세 여성이 가족의 안녕을 위해 굿판을 벌였던 장소로, 지리적으로 일본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한반도와 이어져 있다. 김임만은 자기 어머니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에게 굿판 소리는 수치스러운 소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통해 용왕궁이야말로 자신과 어머니를 이어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영화 후반부에서 비로소 그는 여전히 번역할 수 없는 심방의 주문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렇게 그는 주술의 영화를 마무리한다. <용왕궁의 기억>은 재일조선인 2세가 1세에게 보내는 사과와 화해의 노래다.
또 다른 바다의 영화인 오멸 감독의 <눈꺼풀>은 어떠한가. <눈꺼풀>이 앞서 소개한 두 영화와 다른 점은 <눈꺼풀>의 배경인 미륵도가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미륵도는 죽은 자들이 먼 길을 떠나기 전 방문하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노인은 그들에게 손수 만든 떡을 건네며 위로하는 사람이다. 미륵도는 기이한 공간이다. 계단과 같은 요소는 현대적인 반면 미륵도는 원시적인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노인이 재현되는 방식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미륵도와 노인이 드러내는 뒤틀린 시간성은 결과적으로 불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미륵도가 망가지고 절구가 깨져도 노인의 수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모두 이 노인의 마음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눈꺼풀>은 촉각의 영화다. 분노한 노인은 깨진 절구를 우물에 집어 던진다. 한편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미지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영화는 깊은 바닷속을 하염없이 헤맨다. 물살에 휘둘리다가도 홀연히 바닥에 가라앉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체 주변에 부유하듯 머물기도 한다. 이미지의 시점 또한 불분명하다. 다시 말해 다양한 시선이 뒤섞여 있다. 관객은 애도의 도구인 절구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죽은 자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바다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눈꺼풀>은 관객에게 죽음의 냉기를 전하며 어떤 힘에도 무너지지 않을 기억의 공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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