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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그들이 죽었다> : 찬란한 순간이라서 청춘이 아니야

by indiespace_은 2016. 3. 29.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그들이 죽었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PAH3KR




<그들이 죽었다> : 찬란한 순간이라서 청춘이 아니야



*관객기자단 [인디즈] 채소라 님의 글입니다.


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나이에 익숙해지는 계절인 봄이 되니 ‘청춘’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청춘(靑春). 만물의 푸른 봄철이라는 뜻이다. 추위에 얼어있던 땅이 녹고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는 에너지를 품는 계절. 사람의 인생에서 20대를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청춘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20대들은 에너지 넘치는 봄을 닮았을까? 아니 닮아야만 할까? 닮지 않았으면 청춘이라 할 수 없는 걸까? <그들이 죽었다>에서 그 물음에 두루뭉술한 대답을 들어볼 수 있다. 사실 <그들이 죽었다>라는 영화 자체가 청춘들이 몸부림 친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 주인공인 ‘상석’, ‘재호’, ‘태희’는 무명 배우다. ‘주연배우’라는 단골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주연배우가 되지 못한 처지를 한탄한다. 상석은 돈 벌이를 위해 후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지내고 태희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줄줄이 떨어진다. 재호는 배우로서 선택 받는 삶을 잠시 접어두고 직접 카메라를 들겠다고 나선다. 비록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카메라지만. 



셋 중 상석은 재호와 의기투합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애쓴다. 스태프들도 열심히 구슬려보고 재호도 위로해 가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던 상석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운다. 상석의 울음은 영화 내내 상석이 구토를 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속에선 뭔지 모를 에너지가 들끓는데 세상에 그걸 펼칠만한 기회가 도통 오질 않는다. 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건 헛구역질과 우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죽었다>에서 무언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부분은 없다. 어딘가 뭉뚱그려진 결말이 다가올 때 조금 당황스럽다. 영화의 흐름도 큰 갈등이나 위기 없이 작은 몸부림들의 연속이다. 영화의 흐름도, 결말도 영화적으로는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영화의 매무새가 꼭 무언가 이루지 못해 불안하고 지난한 청춘의 삶과 닮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있다.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다. 영화는 이렇게 몸부림을 쳐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듯 경제-정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흘려 보낸다. 누군가는 세상 탓만 하는 무기력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 탓을 할 만한 세상이다. 그 세상 위에서 봄을 보내야 하는 청춘들은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가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사실 무언가 해보려고 주인공 상석처럼 이리 저리 애써보다가, 이대로 괜찮냐는 물음에 머뭇거리게 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참 장하다. 청춘은 봄처럼 따스하고 밝은 나날을 보내기 때문에 봄과 닮은 것이 아니라 봉오리를 툭 터뜨릴 에너지를 내뿜고 있기에 봄과 닮았다. 사실은 <그들이 죽었다>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은 가장 사실적인 청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빛나는 나날을 보내지 못한다고 좌절할 것 없다. 대신 무언가를 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지를 되뇌어보자. 그럴 여유조차 없다면 딱 102분만 시간을 내어 <그들이 죽었다>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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