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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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 어른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설레지만 언제나 낯선 그 이름, 첫 경험.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첫 경험을 한다. 대표적으로는 뭐가 있을까. 바로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가는 그것, 그렇다. 첫사랑이다. 그대들의 첫사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마냥 아름답고 달달하게만 남아있진 않을 것이다. 처음이기에 낯설고 서툴렀고, 그랬기에 아직도 가끔 가슴 한구석이 찌릿할 수 있다. 상실의 고통은 그러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여기,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 ‘첫사랑’을 색다른 화법으로 접근한 영화 <셔틀콕>이 있다. 개봉 당시 독특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무박 3일 로드무비 <셔틀콕>. 그들을 따라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고등학생 민재(이주승 분)에게는 의붓남매 은주(공예지 분)와 은호(김태용 분)가 있다. 세 남매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으로 함께 지내왔다. 그러다 돌연 은주는 1억원 가량의 전 재산을 들고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은주누나를 찾기 위한 민재와 은호의 여정이 시작된다. 여행은 내내 삐거덕거리던 ‘똥차’처럼 순탄치만은 않다. 예정에 없던 은호의 동행에, 두 형제는 사사건건 시비가 붙고 여행길은 점차 위태롭게 흘러간다. 낯선 공간들을 지나칠 때마다 민재의 혼란스런 어떤 기억이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모호했던 감정은 점점 또렷하게 실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민재의 불가항력적인, 은주를 향한 짝사랑이었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찾은 은주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몸이었고, 민재를 차갑게 밀어낸다. 돈과 사랑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한 민재는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되는 모진 말을 내뱉으며 떠난다.
민재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곧 ‘적’이다. 여행 도중, 애꿎은 사람에게 욕설을 하거나 마을 벽에 낙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민재를 괴롭히는 이 불안감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은주와의 엇나간 사랑, 은호를 짊어지는 부담감, 한숨만 나오는 생활비. 이 모든 것들이 서서히 민재의 목을 조여 왔을 것이다. 아직 어린 민재가 혼자 감당하기에 현실의 모습은 너무도 잔인했다. 깊은 상처로 똘똘 뭉친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재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싸워도, 민재는 끝까지 은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두 형제는 서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앞으로 민재가 이 거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특별한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비가 내린 뒤에 땅은 굳는 법. 한바탕의 여행이 끝난 후엔, 은호를 포용하고 한층 단단한 민재가 되어 살아가리라 믿는다.
셔틀콕은 참 불편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가고, 줍느라 허리도 아프고, 혼자서는 연습조차 할 수 없다. 때로는 이까짓 공, 그냥 포기해 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들 마음속엔 각자의 꿈이 있다. 그렇기에, 셔틀콕이 힘껏 날아오르는 그 달콤한 순간을 위해 우리는 수백 번 수천 번 등을 굽힌다. 조금씩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며 익숙해질 때까지 말이다. 민재 역시 비록 지금은 상처가 욱신거려도 언젠간 딛고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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