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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잊혀져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이야기 <나쁜 나라>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2. 8.

잊혀져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이야기  <나쁜 나라>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2월 3일(목) 오후 7시 30분

참석: 김진열 감독, 정일건 감독, 호성 어머니

진행: 안보영 시네마달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12월 3일, <나쁜 나라>의 개봉을 맞아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나쁜 나라>의 첫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였다. 개봉 첫날 <나쁜 나라>의 마지막 회차 상영이 끝난 뒤 이번 영화의 책임연출을 맡은 김진열 감독과 공동연출 정일건 감독,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호성 어머니께서 자리해주셨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참여로 더욱 의미가 깊었던 그 현장을 그대로 담아보았다.



안보영 시네마달 PD(이하 진행): 호선 어머니도 영화 같이 보셨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호성 어머니: 저는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가 자식을 잃고 이렇게 돌아다녔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 4월 16일 이후 세상은 아무일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슬퍼요. 국민들과 유가족만 소리를 지르고, 국가는 아무일 없듯이 그냥 살라고 하는데, 저는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우리 부모들의 겉모습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것은 그냥 소리치는 것이 아니에요. 내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수학여행 잘 갔다 오라고 뽀뽀하고 그 인사를 끝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지 그것을 알려달라고 해도 그 이유를 묻지 말라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안개 낀 그 바다를 왜 그 배만 떠났나. 저도 직접 가봤습니다.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 섬마을이 너무나도 많았어요. 해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어야 했는지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저것은 울부짖음이자 피눈물입니다. 그냥 있는 화면 그대로 보지 마세요. ‘왜 저 사람들이 저러고 돌아다니지? 보상은 돈만 받으면 되지.’ 아니에요. 부모들의 마음과 구조가 달라져버렸어요.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 전반의 사고를 바꿔놓은 거에요. 진실을 밝혀줘야 부모들은 회복이 돼요.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진행: 말이 1년 8개월의 시간이지, 그간의 아픔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감독님 두 분께 어떻게 이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정일건 감독: 저 같은 경우 안산에 이사를 해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월호 사고가 났고, 김진열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어요. 이 사건을 기록하자, 가족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을 하자고해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가족 분들 만나기가 두려웠어요. 너무 큰 고통에 직면해 계시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저 또한 버틸 수 있을까 많이 걱정을 했었죠. 근데 막상 6월달쯤 촬영하러 가니까 다들 그냥 같은 동네 아저씨아줌마들이셨어요. 또 가족 분들께서 서로 위로해주는 수다를 하시는데, 영화에도 잠깐 나오는 성복이 아버지께서 성복이 동생이 단원고를 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우셨던 적이 있어요. 근데 그때 옆에 영석이 아버지께서 자신은 학교에 보낼 애가 없다고 하시면서 웃으니까 성복이 아버지도 울다가 웃으시더라고요. 전 되게 감동받았어요. 이렇게 서로 많이 의지하고 계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잘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김진열 감독: 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안산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기표현을 하도록 하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왔다갔다하던 곳이었어요. 어쩌면 오가면서 그 아이들을 마주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기록을 하는 데에 있어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식들을 먼저 보낸 큰 슬픔에 빠지신 분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그렇지만 기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어 결국은 카메라를 들게 되었어요. 유가족 분들을 분향소에 가서 뵙고 나니까 다들 너무나 평범한 분들이었습니다. 또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워낙 잘 챙겨주셨어요. 그런 모습들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유가족 분들하고 친밀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한동안 가족 분들 앞에서 카메라를 드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가족 분들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잘 참여해주셨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사고 이후에 SNS를 통해서 분노를 많이 표출했습니다. 일년 반 동안 유가족 분들께서 힘겹게 싸우신 것을 지켜봤는데, 가장 걱정스러운 게 졸업한 3학년 친구들과 이제는 2,3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행보가 굉장히 염려스럽더라고요. 남은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그것을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호성 어머니: 어른들이 아이들의 상처를 감추려고만 하니까 잘 지내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희생자 가족들끼리도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는 잊혀지게 하기 위해 감추려고만 하지, 그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그랬죠. 대학특례입학이니, 군대 특혜니, 모든 걸 그런 식으로 무마시켜서 해결하려고 했어요. 지금 그 아이들도 상처를 받을 만큼 받은 아이들이에요. 그 고통 속에서 살아나온 아픔이 있죠. 또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돈과 좋은 대학이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해요. 그 애들은 단원고를 나온 자체가 싫다고 해요.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무슨 문제만 생기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아이들’, 그런 수식어가 붙어나옵니다. 호성이 형은 세월호로 주목 받는 게 싫대요. 내 동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갔는데 위로는 커녕 말이 너무 많다고요. 희생자들의 목숨은 물론이고 희생자의 가족, 생존자들까지 국가는 하나도 책임져주지를 않아요.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가해자가 된 것 같아요. 국가는 돈 주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요. 지금 그렇게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데,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고 희생자 부모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밖을 나가면 뭐든지 부모보고 앞장서래요. 내새끼 먼저 보낸 것도 억울한데. 무엇부터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아파죽겠는데,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만을 알고 싶은 건데,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두 손 놓고 방관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일건 감독: 어머니 얘기대로 배보상이나 특례 같은 것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 거잖아요. 근데 그것만 가지고 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너무 화가 나요. 저는 세월호가 사고 외에도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짚어주는 것 같거든요. 


호성 어머니: 저는 그냥 평범한 엄마였어요. 다 구조해줄 줄 알았어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데, 이렇게 울고불고 애원하고 싸우면 다 될 줄 알았어요. 많은 국민들이 4월 16일에 목격한 사실이고, 그날 TV를 통해서 아이들이 산채로 수장 당하는 것을 전세계가 봤는데. 그래서 우리가 잘못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책임이 있다,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게, 난 이럴 줄 알았어요. 나라가 앞장서서 나서줄 줄 알았어요. 그래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하루 이틀, 일년 지나고 나니까 이게 내가 원하던 세상이 아닌 거에요. 저는 제 가족, 내 새끼만 반듯하면 대한민국이 다 잘 돌아갈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제가 이런 자리에 나오고 하는 이유는 힘들게 간 자식들 좋은 길로 인도 해 줄까봐, 그리고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까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산채로 매장이 되었는데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썩은 나라인 거죠. 이 희생된 아이들로 인해서 이 국가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죄를 조금 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숨쉬기 위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 왜 이렇게 무기력에 빠졌을까 싶어요. 다들 ‘대한민국에서는 안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나 봐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곳인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방관하고 살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저렇게 무기력에 빠져 살 수 있을까. 너무 답답해요. 이건 국민이 바뀌어야 해요. 대통령이 바뀌겠습니까? 정말 국민들이 소리쳐야 합니다. 우리 세월호 부모들을 밟고 일어나세요. 우리는 자식들이 다 가버려서 누구를 의지하고 살 수가 없는데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월호를 밟고 일어나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다 뒤집어야 해요. 내 새끼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올바른 말을 해야 해요. 미루지 말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진짜 앞장서야 해요. 우리 엄마아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관객: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어요. 저도 안산에 살고 있는데 세월호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에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제주에 갔다 왔었고, 저도 그 전년도에 세월호를 탔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단원고에 친구도 많이 있고, 배 안에 있던 후배들도 많이 알았기 때문에 영화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어쩌면 정부의 압력이 없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런 면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열 감독: 지금 <나쁜 나라>는 현재 독립영화관에서만 상영을 하고 있어요. 멀티플렉스 같은 경우는 대관을 하려 해도 쉽지가 않아요. 근데 이런 게 국가에서 압력을 행사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세월호와 관련되어있으면 좀 피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내재적인 생각이 암묵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영화작업에서도 그런 게 있었어요. 세월호 관련된 작업에 참여를 하면 다음작업을 할 때 정부지원, 제작지원 신청할 때 리스크가 올라간다 하는,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죠. 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하는 것들이 이제 공공연히 서로 이야기가 돌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영화를 찍는 도중에 다른 기관에서 압박이 오거나 한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원래 독립다큐멘터리 작업하는 사람들이 그런 거에 크게 힘들어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아니라서 그런 면에 있어서는 크게 지장 받지 않았습니다. 배급사 측에서는 저번에 말씀하는걸 들어보니까 <나쁜 나라> 개봉관 수가 배급했던 영화들 중에 가장 적은 규모라고 하더라고요. 극장들이 문을 잘 안 열어주고 있어서요. 극장이나 외부적인 면에서는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세월호 사건에 대해 관심 갖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구나 하는 힘은 받았어요. 그 힘은 가족 분들에게도 큰 힘이 된 것 같고요. 저는 이 영화가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있어서 다시 시민들을 만나고 거기에서 힘을 얻어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행: 저희 시네마달 배급사가 <다이빙벨> 개봉을 했고 1년 반 만에 <나쁜 나라> 배급을 하고 있어요. 예전 박정희 시대처럼 억압적이지는 않지만, 직접적인 압력이라기 보다는 아까 말씀하셨던 제작지원이라는 문제, 그리고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시에서 감사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는 거죠. 문화예술 전반적으로 세월호에 관련된 혹은 정부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불리해지는 거에요. 그래서 세월호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저는 세월호 싸움은 망각에 저항하는 싸움, 즉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덮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나 활동이 있을 수도 있겠고 기억의 매개가 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 교실이라는 공간이 지금까지는 유지하는 형태로 두었는데 이제는 새로 들어온 학생들도 있고 해서 다 정리하고자 한다는 얘기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가족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보시고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호성 어머니: 아직 선생님 두 분과 학생 네 명이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저는 그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유가족들과 함께 상의 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유가족들에게 그곳은 너무나도 아픈 곳이에요. 저희는 그 아픈 마음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당연히 교육청과 단원고에서 나중에 미수습자가 다 올라왔을 때 교실 얘기를 꺼낼 줄 알았어요. 엉뚱한 말들은 많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신경 쓰지 않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 배려쯤은 해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요. 총 10반이 있는데 8개 반의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교실에서 공부가 될까요? 저는 누구를 위해서 그 교실을 채워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교육자라는 분들이 무엇을 위해서 그리 빨리 서두르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빨리 잊혀지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아이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다른 학년 아이들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빨리 서두를 장소가 아니라는 거에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서두르는 거죠? 내 자식들이 가버렸는데, 왜 교실까지 부모들이 보호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부모들의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꾼다고 생각하면 존재해도 되지 않을까요? 



관객: 감독님들께서는 두렵기도 했지만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어떠한 감정과 마음으로 제작하시게 된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진열 감독: 선뜻한 것은 아니었어요. 기획하고 있던 작업이 있기도 했고, 세월호 참사라는 게 워낙 큰 사건이라서 독립다큐멘터리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작업하기가 어려운 작품이기도 했어요. 상황들이 정리된 후에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참사가 벌어진 직후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 당시 가족 분들을 비추는 카메라들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안산시에서도 말이 나왔던 것이지만 10년, 20년 뒤에도 시민들이 원하면 볼 수 있는 자료로서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라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런 측면에서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카메라를 들고 안산으로 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정일건 감독: 저도 비슷해요. 처음 제안을 받고 물론 고민을 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기사들이 보도되는 것들이 가족들에게는 마치 세상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가족들 입장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성 어머니: 당시에 저희 부모들이 의심병이 걸렸었어요. 그래서 감독님들께서 저희가 활동하는 것들을 촬영 하시는 데 어려움이 많으셨을 거에요. 일단은 부모들과 먼저 친해져야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감독님들께서 감독님인지 봉사단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얘기 들어주시고 정말 노력 많이 하셨어요. 그런 분이셨는데, 조금 아쉬운 게 우리 부모들에게 실례가 될까봐 섬세한 것까지는 못 찍으셨던 것 같아요.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관객: 현재 가족 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영화를 보고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성 어머니: 일단은 교실문제에요. 결국은 또 유가족들과 재학생가족의 싸움이 될 것 같아요. 이미 언론에서 그런 말들이 나옵니다. 이상하게 말려들고 있는데요, 저는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이게 희생자 가족과 재학생 가족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우리 불쌍한 아이들 다 흩어져있는데, 한곳으로 모아놔야죠. 그런데 언론은 부모들이 욕심을 낸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 서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그 교실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서명운동에 참여 해주세요. 우리 부모들은 힘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인 금요일 6시~8시 사이에 부모님들이 금요일마다 피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제 바람이 있다면, 대한민국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피케팅이 진행되어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교육청에서 교실 지키기 피케팅을 하고 있어요. 


김진열 감독: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온라인 서명 해주시고, 시간되시는 분들은 수원 교육청에서 함께 피케팅 해주시면 좋겠어요. SNS 활용해서 <나쁜 나라> 많이 홍보해주세요. 극장이 없는 지역에서는 공동체 상영이라고 해서 소규모로 모여 상영이 가능해요. 영화보고 싶다고 연락 주시면 저희가 함께 달려가니까 좀 더 가깝게 가족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영화도 볼 수 있어요.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일건 감독: 현재 인양하는 과정들을 가족 분들이 직접 보고 감시하고 있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사실 그것도 참 가슴 아픈 일인 것 같아요. 왜 그런 일까지 직접 하셔야 하는지. 추운 날씨에 정말 고생하시는데도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인양하는 작업들까지 관심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진행: 가족 분들께서 관객 분들 만나면 그런 얘기를 꼭 하셔요. 길을 지나가다가 노란 리본을 보게 되면 그게 그렇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노란 리본 꼭 달아주세요.


호성 어머니: 일단 아이들 보러 많이 와주세요, 분향소가 너무 썰렁해요. 엄마들이 어느 분들이 올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교실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왜 여기가 남아있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분향소에서는 호선이 엄마가 노란 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 중 객석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와 탄식하는 소리는 우리 모두가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우리에게 조금씩 희미해졌을 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각성하게 하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인디토크가 끝난 뒤 호성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들 역시 우리의 부모님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소시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렇게 용기 내주어 감사하다며 포옹을 나눌 때에는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잊혀져서는 안되며, 잊을 수도 없는 그날의 기억을 위한 기록인 <나쁜 나라>가 더 많은 이들에게 각성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그렇게라도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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