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들 놀아, 벌벌 떨지 말고! 언제나 유쾌한
[필름 투게더] 광화문 시네마 <1999, 면회> <족구왕>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11월 15일(일) 오후 2시
참석: <족구왕> 우문기 감독 | 배우 안재홍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유난히도 뒤숭숭했던 토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광화문 시네마’의 대표 영화 <1999, 면회>와 <족구왕> 상영이 있었다. <족구왕> 상영 이후에 이어진 인디토크에는 안재홍 배우가 깜짝 방문을 하여 관객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진행 하에 우문기 감독과 안재홍 배우가 참석한 유쾌한 그 현장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족구왕> 이후로 어떻게들 지내셨나요?
우문기 감독(이하 우): 저는 <족구왕> 이후에 다음 영화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요트왕’이나 ‘배드민턴왕’ 같은 것도 쓰고 있고, 여러 가지를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 잘되는 것 보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안재홍 배우(이하 안): <족구왕> 이후에 오디션을 보러 가면 <족구왕>으로 큰 관심을 가져 주셔서 많은 영화들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들은 아직 개봉을 안 했고요, 지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방영 중에 있습니다.
진: 12월 개봉예정인 영화 <도리화가>말고 또 어떤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나요?
안: 우선 심은경씨가 주연을 맡은 <널 기다리며>라는 스릴러영화에서 제가 막내 형사 역으로 나오고요, 또 <마지막 잎섹>이라는 재미있는 영화도 찍었어요. 그리고 <웰컴 투 동막골>(2005)을 만드신 박광현 감독님의 <조작된 도시>라는 액션영화 촬영 중에 있습니다.
진: 블루칩과도 같은 안재홍 배우가 우리한테는 ‘만섭이’였는데, 브라운관에서는 ‘정봉이’로 나오고 있죠.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더 많은 분들이 알아보시지 않을까 싶네요. <족구왕>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우: ‘안나’ 역을 맡았던 황승언 배우는 이후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SNL 코리아>나 뷰티 관련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엄청 바쁘세요. 황미영 배우는 드라마랑 연극 계속하고 계시고요, 최근에 <가족계획>이라는 영화에 김혜수씨 매니저 역할로 출연한다고 들었어요. 그 전에 <스물>(2014)에도 잠깐 나왔고, 앞으로도 더 바빠질 거 같아요. 복학생 선배로 나오신 박호산 배우는 여전히 연극, 뮤지컬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고 <도리화가>에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민’ 역으로 나온 정우식 배우도 사극 드라마에서 무사 역할로 나온다고 들었고요, 강봉성 배우는 지금 상영 중인 <들꽃>이라는 영화에 참여했고, 다음 영화도 계속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 <족구왕>에 출연한 배우들을 브라운관이나 다른 영화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네요. 광화문 시네마가 이렇듯 관계들을 유지하고 있으니 ‘사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들 어떻게 소속되어 있는 건가요?
우: 저희는 서로 계약해서 소속되어있는 사이라기 보다, 같이 월세를 내는 동반자 같은 느낌입니다. 광화문 시네마 안에 5명의 감독이 있는데 벌써 5편의 영화가 나왔어요. <1999, 면회>랑 <족구왕> 그리고 현재 <범죄의 여왕>은 편집 후반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 사무실이 창덕궁 옆에 있는데요,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상주하지 않게 됐어요. 가끔 가보면 아직 <족구왕> 촬영 때의 흔적들이 남아있어요.
진: 재홍 배우님에게 ‘광화문 시네마’는 어떤 곳인가요?
안: 늘 반갑고,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웃음)
진: <족구왕> 수익이 얼마나 됐나요?
우: 저희가 총 자본금을 보증금 천 만원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2천만원 정도 월세로 냈는데요. <1999, 면회>의 수입은 0원이고, <족구왕>의 수입은 n분의 1로 다 나눠줬어요. 결국은 적자가 2천만원 정도 난 건데 그래도 덕분에 다음 영화 <범죄의 여왕>은 큰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이 영화들 덕분에 감독이나 배우들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족구를 하면서 안재홍 배우님은 건강에 문제가 없으셨는지 궁금하고, 연기하실 때 되게 자연스럽고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것 같아요. 연기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 일단 족구 같은 경우는 제가 운동을 잘 안 하는 편이라 영화를 위해서 많이 연습했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은 보통 족구를 많이 하고, 영화 제목도 <족구왕>인데 제가 어설퍼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연습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근데 무엇보다 우문기 감독님이 카메라로 잘 잡아주셔서 잘 하는 것처럼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힘을 빼고 연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저도 나름 힘을 많이 주고 연기한 거였어요.(웃음)
우: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데, 안재홍 배우는 되게 계산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긴장도 많이 하고요. 편하게 보이는 연기를 계산적으로 하는 친구 입니다.
관객: 특별히 ‘족구’를 주제로 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 영화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족구를 좋아해서도, 잘해서도 아니고 그냥 웃길 것 같아서예요. 애당초 족구보다는 복학생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내용이었고, 외로운 복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어요. 그게 ‘당구’일 수도 있고 ‘스타크래프트’일 수도 있는데 족구가 어감도 재미있고, 또 다른 것보다 공감대를 가장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관객: 체중조절을 캐릭터에 따라 일부터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안: 주로 감독님들이 저한테 살을 찌우길 원하셔서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웃음) 사실은 <족구왕>을 찍기 전에도 우문기 감독님한테 살을 좀 빼볼까 물어봤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그럴 거면 너를 캐스팅하지 않았을 거라고…(웃음) 되게 운동 못할 것 같은 애가 의외로 잘한다, 라는 느낌을 원하셨거든요.
우: 저는 쿵푸팬더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진: 감독님은 ‘만섭’ 캐릭터를 만들 때 <1999, 면회>에 나왔던 안재홍 배우를 이미 생각해두셨던 건가요?
우: 아니요, 그때는 <족구왕> 시나리오도 제대로 없었고, 굳이 앞 작품에 나온 배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1999, 면회> 끝부분에 나오는 <족구왕> 예고편을 찍을 때 급한 상황이라서 배우 분들에게 연락을 돌렸는데 재홍이만 시간이 돼서 같이 예고편을 찍게 됐어요. 근데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게다가 재홍이가 틈만 나면 자기가 공 차는 사진 찍어서 보내는 이런 로비들을 많이 해서 주인공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만섭 역은 재홍이를 생각하며 쓴 게 아니고 해병대 주장으로 나왔던 진태철 배우의 무한 긍정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썼던 거였어요. 말투나 삶, 대사들이 똑같거든요.
관객: 저는 <족구왕>을 여러 번 봤어요. 대학 총장이 쏘아붙이는 장면이나 고깃집 사장님이 하는 대사들을 보면 감독님이 혹시 청년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게 아닌가 궁금합니다.
우: 사실 <족구왕>을 처음 기획할 때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웃기고 박진감 넘치는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였는데,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그런 질문을 광화문 시네마 사람들끼리 하게 됐어요. 너 다시 태어나도 다시 영화 할거냐. 하루하루가 불투명한 직업이니까요. 그러면서 이 시나리오에 미래로부터 온 설정이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은연중에 네가 다시 태어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라는 메시지가 많이 들어간 것 같고요. 저는 오히려 반대로 이 영화를 보고 이런 메시지가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이 영화를 통해서 각각 받는 메시지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혹시 족구 연습할 때 커피우유를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는지, 그리고 가장 애착이 가거나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우: 커피우유를 쓴 이유는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고요,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서 나온 거에요.우유곽을 차는 게 서울대학교에서부터 나왔다는 정설이 있어요. 실제 서울대 나오신 분들도 커피우유곽으로만 했다고 하시는데 본인들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제 생각엔 아마 그게 점심 먹고 나서 수업듣기 전에 디저트로 흰 우유보다는 커피우유를 마셔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처음 친구들이 만나서 언덕길을 올라가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을 촬영초반에 찍었는데 많이 계산을 해서 찍은 장면이에요. 왠지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제일 어려웠던 장면은 만섭이가 안나랑 걸어가면서 찍은 롱테이크 장면이 있는데 그때 승언씨랑 의견충돌이 많았어요. 서로 생각했던 게 달라서 두 세시간정도 얘기했던 거 같아요. 결국은 잘 해결됐고, 그 장면 이후로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게 되었던 거 같아요.
안: 저는 오프닝 장면이 참 좋아요. 공이 운석처럼 땅에 박힐 때 나오는 글씨체랑 음악이요.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주어서 저는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족구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침에 레드불 마시면서 공차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 어떤 대사를 가장 좋아하시는 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안: 저는 고깃집 사장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실컷들 놀아. 벌벌 떨지 말고!” 가장 와 닿았습니다.
관객: 안재홍 배우는 개인적인 시간에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 저는 집에서 텔레비전 보는 거 좋아하고요, 얼마 전에 유기묘를 분양 받아서 키우고 있는데, 이름이 ‘레이첼’ 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로 할까 하다가, 레이첼 맥아담스로…(웃음)
진: 감독님은 어떠세요?
우: 저도 집 밖에 나가는 거 안 좋아해서 주로 집에서 요리하고 웹 서핑도 합니다.
진: 감독님 최근에 라디오에서 코너를 하나 맡으셨다고 하던데요?
우: 저번 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SBS 라디오 씨네타운에 고정게스트로 나와서 B급 영화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아는형이 좋아하는 영화’ 라는 코너입니다. 많은 청취 부탁 드립니다.
영화 <족구왕>은 언제 보아도 유쾌하다. 굵고 간결한 느낌의 포스터처럼, 깔끔한 재미를 선사하는 <족구왕>을 보면서 일상의 무료함을 덜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속에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지금 여러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각자의 작품활동으로 바쁜 광화문 시네마 식구들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될 그들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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