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시시하지 않은 우리연애 인디돌잔치 <서울연애>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10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참석: <영시> 최시형 감독
진행: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에 시린 옆구리를 달래줄 로맨스 영화가 더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얼마 전 진행된 ‘인디돌잔치’ 투표에서도 <서울연애>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10월 27일 저녁, <서울연애>의 첫 번째 에피소드 <영시>를 연출한 최시형 감독과 함께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인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개봉한지 1년된 독립영화들 중 한 편을 관객 분들 투표로 선정해서 상영하고 인디토크를 마련해서 함께 1년을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거의 7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서울연애>가 선정되었습니다. 일단 감독님 인사를 듣겠습니다.
최시형 감독(이하 최): <서울연애>에서 <영시>를 연출한 최시형입니다. 제가 제일 한가한 가봐요.(웃음) 반갑습니다.
진행: 최시형 감독님의 얼굴이 익숙한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예전부터 독립영화 배우로 활동하셨고 지금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서울연애>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에요.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오늘영화>(2014)라는 영화도 같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떠오르는 감독님들을 모셔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 오래 전 일이네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어요. 적은 제작비가 있었고, 영화제 측에서 ‘시간되냐?’ 하셔서 ‘시간된다.’ 했죠.(웃음)
진행: 그때도 시간이 되셨고 오늘도 시간이 되셨네요.(웃음)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었나요?
최: 서울, 연애, 영화까지 세 키워드로 작품을 요청하셨는데, 영화는 너무 거창해서 빼고 서울하고 연애로 만들었습니다.
진행: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었어요. <영시>에 서울과 연애가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를요.
최: 서울은 <서울연애> 멤버 중에 제가 제일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요. 연애에 더 신경을 썼고요. 사실 연애로 생각을 하면 밑도 끝도 없잖아요. 책 수백 권도 나올 수 있는 이야긴데. 연애에서 설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았고, 두 인물의 멜랑꼴리한 시작을 찍고 싶었습니다.
진행: 이 영화가 개봉한 지 1년이 지났는데 감독님은 1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최: 1년 동안 되게 많은 일을 했어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틀 텐데, <연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풀이하면 그리움이 춤을 춘다는 영화고 4~50분되는 중편영화에요. 또 임상수 감독님의 4개국 프로젝트가 있는데 거기에서 기획, 조연출이었습니다. 박소담 배우 애인 역으로 잠깐 출연도 하고요.
진행: 굉장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시네요. 서울독립영화제는 저희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개최합니다. 여기서 감독님의 새 영화를 볼 수도 있겠네요.
최: 쑥스러워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까 살짝 말씀하셨지만, 제가 오랫동안 배우를 안 했거든요. 근데 우연한 기회로 최근에 여러 가지 작품에 많이 출연하고 있어요.
진행: 출연작 중에 말씀해주실 수 있는 게 있나요?
최: 감독들이 말하지 말라고 해서.(웃음) 대체로 내년에 나오는데요, 단편도 있고 장편도 있고 뮤직비디오도 있어요. 상대 여배우들이 다 유명해요.(웃음)
진행: 여배우 이름도 말씀해주실 수 없는 거죠?(웃음)
최: …네.(웃음)
진행: 배우, 감독 최시형의 활약을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어떻게 ‘서울연애’가 됐는지, 그리고 여섯 작품의 순서 배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최: 사실 영화도 그렇고 취향이란 게, 두 세 명만 모아놓고 얘기를 해도 엄청 싸우잖아요. 다 자기 말이 맞는 거고. 그래서 답이 안 나와서 제일 간단하게 정했어요.
진행: 키워드 두 개를 갖다 붙인 거군요.
최: 네. 그게 아니면 너무 많아서요. 그리고 순서배열은 제비 뽑기, 추첨 이런 게 있었어요. 제가 좀 손해를 봤죠. 첫 번째라 늦게 오신 분들이 앞 부분을 못 보더라고요. 제 영화가 제일 나은데.(웃음) 그게 안타까웠어요. 맨 마지막 <뎀프시롤: 참회록>은 아마 제일 길어서 끝에 있는 거 같아요.
진행: 만약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어디에 넣고 싶으세요?
최: 순서보다도 이 영화가 김태용 감독님의 <춘곤증>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거든요. 그걸 좀 바꿔야 되고.(웃음) 엔딩을 맡은 <뎀프시롤: 참회록> 러닝타임이 거의 30분인데 그것도 15분으로 줄여야 돼요. 약속에 어긋난 행위였거든요.
진행: 그럼 원래 작품 길이가 15분으로 약속된 건가요?
최: 네, 약속 저만 지켰어요.(웃음)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진행: 이거 기록으로 다 남는데.(웃음) 아무튼 그래서 어디에 넣고 싶으세요?
최: 사실 너무 심플하게 찍어서. 제 영화가 첫 번째인 지금 이대로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진행: 작은 규모로 찍은 영화로 알고 있는데, 제작비가 어느 정도였나요?
최: 장비 지원해주고 현금 300만원이었어요. 그 정도면 편 당 600만원 정도지 않을까요? 다들 빚 많이 졌죠.(웃음)
진행: <영시>는 연애의 시작 분위기에요. 저도 보면서 약간 설레는 느낌이었거든요. 남자 주인공이 고현 배우, 여자 주인공은 박주희 배우님이시고 두 분 다 여러 작품에서 보았기 때문에 낯이 익어요. 그 두 분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또 영화 찍으면서 어떻게 연기 디렉션을 하셨는지도요.
최: 제가 군대를 늦게 갔는데, 군대에 있을 때 윤성호 감독님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나왔어요. 거기서 박주희 배우가 ‘희 엔터’ 소속 연기자로 오디션 보는 역할로 나왔는데 그때부터 그분을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진행: <영시>와는 되게 다른 캐릭터였는데요.
최: 저는 제가 캐스팅하는 배우들의 영화를 잘 안 봐요. 제 눈으로 직접 보지, 어디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신경 안 써요. 고현 배우 같은 경우는 저랑 애착이 있는 사이죠. 요즘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영시> 캐스팅은 페이스북으로 했어요.(웃음) 페이스북을 보다가 우연하게 본 이미지가 신선해서 쪽지로 ‘하실래요?’ 했더니 배우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캐스팅을 했고 그 이후로 잘돼서 기분이 좋아요.
연기 디렉션에 대해 말씀 드리면, 저는 실제 배우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자연스럽게’라는 말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배우들 관찰을 많이 하죠. 진하게 관찰을 합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바꾸는 편이에요. 정말 많이 바꿔서 스태프들이 항상 뭐라고 하죠. 디렉션은 다른 게 없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요, 얘기는 현장보다 프리프로덕션 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가 안 예쁘게 나오면 그 장면은 무조건 안 써요.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하되 예쁘거나 잘생겨 보이거나 귀여워 보이는 걸 담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진행: 배우의 성격이 담긴 영화를 만들려면 촬영 전에 배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최: 제가 꾸리는 느슨한 팀이 있는데 그 팀이 잘 안 바뀌어요. 음악감독도 계속 같이 하는 친구고 촬영도 그렇고 나머지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에요. 매번 영화를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져야 되고. 그 (어색한) 시간을 별로 안 좋아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하고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모임들이 있죠. 축구팀 모임도 있고. 제가 총무고요.(웃음) 영화계 사람들이 많아요. 연출, 배우, 모델도 있고.
진행: <서울연애> 여섯 작품 중 감독님의 작품 빼고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어떤 건가요? 또 배우에 대해 애착이 굉장히 많으신 거 같은데, 이 영화 안에서 눈 여겨 본 배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 시나리오로 보면 김태용 감독 작품 <춘곤증>이 제일 좋고요, 영화 전체로 보면 이정홍 감독의 <군인과 표범>이요. 이정홍 감독이 진지하죠. 임지연 배우는 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조현철 감독과는 친해요. 축구팀이죠.(웃음) 같이 작업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어긋날 때가 많았어요.
진행: 또 <서울연애>에 대해 덧붙일 말씀은 없으신가요?
최: 요즘 딴 걸 되게 많이 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제 영화를) 튼다니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중고등학교를 이 근처에서 다녀서 서울극장에 대한 추억이 많아요. 그때 서울극장은 어마어마했거든요. 평일 저녁이어도 바깥 인도까지 줄이 있고, 암표상도 있었고, 주말에 <타이타닉> 같은 작품을 상영하면 지하철 역까지 줄이 있고 그랬어요. 근데 오늘 와보니 사람이 없더라고요. <안녕, 용문객잔>(2003)같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 (관객 분들)보니까 너무 반가운 거에요.(웃음) 그때도 영화 보러 온 거고 지금도 영화로 온 거잖아요. 영화가 누구한테는 어렵고, 누구한테는 쉬운 매체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참 좋은 것 같아요. 덜 쓸쓸하네요.(웃음) 사실 옴니버스 영화 중에서 기대 이상이었던 작품이 잘 없거든요. 아마 보셨던 영화들 생각해보면 그러실 거에요. 모인 감독들의 명성에 비해 약간 약한 경우들이 많은데, 직접 작업을 해보며 확실히 많이 배운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를 할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조율할 때.
진행: 혹시 이번에 개봉한 <오늘영화>도 보셨나요? 인디토크할 때 윤성호 감독님이 <서울연애>가 너무 부러워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최: 립서비스?(웃음) 윤성호 감독님은 요즘 영화 외에 다른 콘텐츠를 많이 하시잖아요.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관객: <서울연애> 안에서 왜 그런 스토리를 전개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하고, <영시>에서 여주인공이 겉으로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 저는 공간에 대한 감흥이 없으면 못 찍어요. 어떤 공간에 남녀 친구 둘이 살다가 떠나면 그립지 않을까. 음, 좀 더 진실되게 말하겠습니다.(웃음) 사실 원래 찍으려던 영화가 저게 아니었어요. 근데 그때 저와 늘 작업하는 촬영감독이 다른 스케줄과 겹쳐서 선택을 해야 됐어요. 원래 촬영이 7회차였는데 그걸 3회차로 바꿔야 했어요. 원래 시나리오를 없애고 새로운 걸 일주일 만에 썼어요. 연출하다 보면 의미부여도 많이 하고 폼도 잡으려고 하는데, 저 당시에는 정말 연애만 생각한 것 같아요. 처음 말씀 드렸다시피 둘이 있다가 없으면 쓸쓸하지 않을까, 그럼 쓸쓸한 걸 찍어보자. 그리고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다 설레 보인다, 그래서 쓸쓸함과 설렘, 그 두 개를 찍었습니다. 여주인공이 티를 잘 안내는 건, (관객 분이) 제 영화를 좀 보신 것 같은데, 제 영화의 모든 인물이 티를 잘 안내요. 고백해도 남자에게 차일 것 같아서 티를 안내는 걸로 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해야 잘 되니깐. 저는 서로 좋아하는 게 되게 기적적인 거라 생각해요. 좋아하고 싶어서 노력도 하고 그런데 실제 서로 좋아하는 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그런 척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연애’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해서. 뭐 ‘만난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어로 직역하려고 해도 잘 없잖아요. 사실 연애도 결혼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연애를 잘 못해요.(웃음)
진행: 현재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관객 분들께 말씀해주세요.
최: 최근에 우연히 출연을 많이 했고요. (진행: 그럼 혹시 앞으로 연기도 계속 같이 하실 건가요?) 요즘 그런 걸 신경 안 써요. 하게 되면 하는 거고. 사실 다음달에도 대부분의 스케줄이 출연이거든요. 어릴 때는 배우냐, 연출이냐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연출을 하다 보면 외로운 부분이 있는데 누가 절 찾아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음 영화 연출은 오랫동안 준비한 게 있는데 그걸 찍으려면 멀리 오랫동안 떠나야 돼서. 언젠가는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진행: 그럼 일단 출연하신 작품들을 보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연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최시형 감독의 유쾌한 답변으로 1년 만에 다시 꺼내 보는 <서울연애>가 더 각별해진 시간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서울, 화려할 것 없는 로맨스. 이런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서울연애>는 시작의 설렘과 만남, 다툼과 이별을 통해 느끼는 진솔한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때때로 연애는 가벼운 이야기로 치부되지만 서로 좋아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결코 시시하지만은 않은 것이 또 연애일 것이다. 올 가을에는 모두 그런 연애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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