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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필름시대사랑> : 필름은 사라졌어도, 필름만의 감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by indiespace_은 2015. 10. 28.




<필름시대사랑>줄 관람평

차아름 | 영화의 요소들을 분리시키지만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

김수빈 | 필름에 담긴 사랑과 사람, 이들을 향한 애틋한 헌사

심지원 | 모든 것이 분해되어도, 사랑에 대한 믿음만은 붙잡아 두어요.

추병진 | '사라져가는 필름, 잊혀가는 공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김가영 | 필름은 사라졌어도, 필름만의 감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필름시대사랑>리뷰

<필름시대사랑> : 필름은 사라졌어도, 필름만의 감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가을이다. 배우 박해일이 ‘사랑을 믿으세요?’ 라는 글귀 아래에 필름통 하나를 손에 쥐고 낙엽이 떨어진 거리 위에 서 있는 포스터만 보아도 그렇다. 장률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필름시대사랑>은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단편으로 기획된 작품 <동행>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사랑’, ‘필름’, ‘그들’, ‘또 사랑’이라는 4장의 구성으로 짜인 이 영화는 언뜻 난해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띠지만, 각 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긴밀히 연결되어있으며 영화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필름시대사랑의 각 장은 우리에게 어떠한 형태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필름시대사랑>의 1장 ‘사랑’은 단편 <동행>이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할아버지(안성기 분)와 손녀(한예리 분), 그리고 청소부(문소리 분)가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를 찍는 모습이 나오고, 이 영화 속 ‘사랑’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조명부 퍼스트(박해일 분)는 감독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영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냐며 따끔하게 말을 내뱉고는 촬영된 필름 하나를 훔쳐 밖으로 나간다. 사랑이 무엇인지, 영화가 무엇인지 사실 그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2장 ‘필름’에서는 1장에서 나온 배우들이 없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도 없이 그저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정신병원이라는 ‘공간’만을 훑는다. 필름의 질감을 살려 영화의 공간성을 극대화 시키고 있으며 이 영화의 가장 실험적인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률 감독은 이 장에 대해 “감정을 쏟아내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철수한 뒤의 빈 공간에 어떤 정서가 남아있는지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 공간”이라고 말한다.



3장 ‘그들’에서는 소리도 없고, 공간도 없이 1장을 이루던 필름 시대의 ‘배우’만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이들(안성기, 문소리, 박해일, 한예리 배우)이 출연했던 옛 필름 시대의 작품들과 자막을 편집하여 새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이들은 모두 필름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각기 다른 영화에 출연했지만 마치 한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4장 ‘또 사랑’에서는 2장에서와 같이 배우가 없다. 대신 그들을 품고 있던 공간과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로 1장을 반복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간보다 소리에 집중한 부분이다. 또한 이는 1장과의 완벽한 반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1장에서 조금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 조명부 퍼스트는 감독에게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사랑에 대한 윤동주의 시 ‘사랑의 전당’을 읊는다, 그리고 그가 방황하던 강가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사랑을 믿느냐고 물어보지만, 그는 대답을 얻지 못한 채 다시 자리를 뜬다.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시대는 갔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편리한 디지털 카메라 대신 번거롭더라도 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필름카메라로 우리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과 같이 장률 감독은 필름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는 필름 시대를 거쳐온 배우들이 그와 함께한다. 이외수 작가의 『아불류 시불류』 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옷걸이에 축 늘어진 채 걸려 있는 옷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디로 갔지’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장률 감독의 이번 영화 ‘필름시대사랑’은 이 글귀에 딱 어울리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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