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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똘> : 자파리처럼 영화 찍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제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공항에서부터 야자수가 반기고, 기후도 퍽 다른 기분이 든다. 본격적으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혹 해외에 나온 건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제주는 해외에 가듯 보통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특별한 여행이 된다. 쪽빛 바다, 시원스런 풍광, 아름다운 해변이 일반적으로 제주에서 기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여행자들의 시선이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또 다르다. <뽕똘>에서 보이는 제주는 환상 속에 존재하던 곳과 달라 보인다. 제주 토박이의 눈으로 본 제주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뽕똘>을 추천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뽕똘’(이경준 분)은 변변한 시나리오도, 캐릭터도 없으면서 영화를 찍고자 한다. 재충전을 위해서 서울에서 온 ‘성필’(김민혁 분)을 캐스팅해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이들이 찍는 영화는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잡는 낚시 이야기이다. 뽕똘은 서울에서 와서 ‘언어가 안 된다’며 성필을 구박하고, 극중 상황에 맞추기 위해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힌다. 여기에 무조건 기다리라는 디렉팅으로 성필을 힘들게 한다. 성필은 급기야 눈물을 흘린다. 제작비는 부족하고, 스태프들도 하나 둘 사라지는 최악의 조건이다. 정말 이들이 찍는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을지 보는 내내 궁금해진다.
<뽕똘>에서 나오는 제주는 꿈과 환상의 섬이 아니다. 오멸 감독은 관객이 제주에서 기대하는 풍경들을 예쁘게 보여줄 마음이 없다. 감독의 제주는 관광객에게 소비되는 여행지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일상의 공간이다. 지금까지 외부인의 시선으로 봤던 제주와는 다른 제주가 보인다. 현무암은 항상 거기 있던 돌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산방산, 용머리 해안, 마라도 역시 관광지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종종 가던 곳일 뿐이다. 또한 뽕똘은 영화에서 여러 번 성필에게 언어가 안 된다는 타박을 한다. 서울에서 와 제주 사투리를 쓸 줄 모른다는 이야기다. 영화 <뽕똘>은 분명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자막을 택하고 있다. 성필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제주 사투리로 연기 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다 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더욱 제주의 일상성을 부각하고 있다.
뽕똘은 제대로 된 시나리오도 없이 ‘전설의 물고기’라는 제목만 가지고 촬영을 시작한다. 주변에서 어떤 의견을 이야기해도 바로 수긍하고 영화에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태도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감독인 뽕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남들이 쉬고 있을 때도 카메라 위치를 구상하고, 배우가 이해를 못 할 때면 직접 연기를 선보인다. 제작비가 없어서 영화 제작이 중단되면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다. 연기자 성필이 전 재산을 투자해서 영화를 계속 찍어나가지만,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영화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진지한 뽕똘과 영화에 의문을 표하며 걱정하는 연기자와 스태프들 사이의 긴장감에서 웃음이 생겨난다. 극의 후반, 성필이 뽕똘에게 영화는 무엇이냐고 묻자 뽕똘은 ‘자파리’라고 대답한다. 자파리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어지르며 심하게 노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그의 대답처럼 영화 <뽕똘>은 자파리같다. 주변을 어지르고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일어나는 제주 기행기 <뽕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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