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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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동안 독립영화를 만들어 온 해강은 아홉 편의 단편영화를 끝내고, 첫 번째 장편영화를 준비한다. 늘 버팀목이 되어준 여자친구와 오래 함께 해온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해강은 힘들게 영화 작업을 이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해강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그는 야심에 비해 아직 현장을 통솔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그가 스태프들과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나누려 하지 않을수록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다. 사고로 촬영이 중단되고 새 제작자가 나서면서 겨우 촬영이 재개되지만 이번에는 제작자의 상업적 요구로 인해 곤란해진다. 감독으로서의 해강의 갈등은 더욱 깊어가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예술적 판단에 대한 자의식은 더욱 강해진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된 해강은 자신이 꼭 지키고 싶었던 ‘한 컷’을 위해 행동에 나선다.
<디렉터스 컷>한줄 관람평
양지모 | 영화에 대한 감독의 선택 혹은 선언
김민범 | 감독의 영화적 야심이 무너지는 장면들
이도경 | "완성하는 게 자존심 지키는 거야"
전지애 | 이상과 현실 사이의 창작
<디렉터스 컷>리뷰
<디렉터스 컷> : 메타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관객기자단 [인디즈] 양지모 님의 글입니다.
영화가 영화에 대한 자기 반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예는 적지 않다. 장 뤽 고다르의 <사랑과 경멸>(1963)과 프랑수아 트뤼포의 <사랑의 묵시록>(1973)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지만, 두 영화 모두 영화에 대한 메타 이미지를 촬영 현장의 묘사를 통해 직접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여기에는 시선에 대한 개입 혹은 요구가 있다. 영화는 카메라로 찍는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영화’라는 대상은 촬영 현장의 삐걱거림과 어긋남 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박준범 감독은 이 범주에 자신의 영화 한 편을 더 추가시켰다.
<디렉터스 컷>은 아홉 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독립영화 감독 ‘해강’(박정표 분)이 첫 번째 장편영화를 찍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무더운 여름, 프로듀서 ‘주한’(김하영 분)이 장소 헌팅에 실패하는 오프닝은 이들이 앞으로 겪을 고난을 암시한다. 자본의 제약은 여러모로 해강의 발목을 잡고,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스태프들은 지쳐간다. 그 가운데에도 타협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구상대로 영화를 찍으려는 해강의 모습은 흡사 <사랑의 묵시록>의 ‘페랑’을 연상하게 한다. 다만 그는 통솔력이 부족한데, 친구인 촬영감독 ‘수인’(장기훈 분)과의 갈등이 이를 드러낸다. 결국 제작비는 바닥나고 영화는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극도의 고립 상태에 빠진 해강이 고독감을 느끼면서도 영화를 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메타 영화가 갖는 내러티브의 목적, ‘어떤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디렉터스 컷>이 공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외부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수상을 한 해강이 괴로워하다가 끝내 선택하는 것은 타협의 (절충적인) 포기이다. 그는 창작자로써의 욕망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것은 해강의 선택일 뿐이다. 엔딩에서 박준범 감독은 해강의 모습을 최대한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그와 공간적인 거리감을 분명히 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창조 과정에 대한 고뇌는 창작자의 몫이고, 이 영화에서 그 몫은 박준범 감독에게 있다. 감독은 <디렉터스 컷> 곳곳에 내러티브의 고민을 가볍게 하지 않기 위한 장치들을 해 놓았다. 해강이 찍는 영화는 박준범 감독의 전작과 동일한 제목의 <도다리>이고, 영화의 배경은 감독이 살았던 부산이다. 이건 일종의 선택이다. 고다르가 <사랑과 경멸>을 통해 영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트뤼포가 <사랑의 묵시록>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다면, 박준범 감독은 <디렉터스 컷>으로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을 한 셈이다. 선언에 대한 반응은 관객의 몫이다. 당신은 이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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