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1800

[인디즈 Review] 〈수유천〉: 극의 시작은 당신으로부터 〈수유천〉리뷰: 극의 시작은 당신으로부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가을 어느 지점에 있는 한 여대의 풍경. 함께 촌극을 올리기로 한 7명의 여대생 중 3명은 연출과 스캔들에 휘말리고 남은 이들은 무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지도하던 강사 전임(김민희)는 10여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을 끊었던 과거 유명했던 연출가 겸 배우였던 외삼촌(권해효)에게 촌극의 연출을 부탁한다. 강릉에서 책방을 운영하던 남자는 오랜만에 조카를 마주하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세월의 무색함을 논한다. 돌아온 시언의 소식에 전임의 친한 교수 은열(조윤희)은 그와 만남을 요구하고, 자신의 재력을 애교 있게 뽐내며 점차 가까워진다. 무대를 올리기까지 10일, 시언은 준비한 시나리오를 여대생들에게 나눠주.. 2024. 11. 1.
[인디즈 Review] 〈빚가리〉: 영화로 그리워하기 〈빚가리〉리뷰: 영화로 그리워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나무를 깎아 화살 만드는 법을 배우며 자연 속에서의 생존에 대해 고민하는 아들 홍민(문용일)과 그런 아들이 못 미더운 제일슈퍼의 사장, 아버지 대복(고성완). 이 부자의 갈등만큼 영화 〈빚가리〉는 격하게 싸우며 또, 격하게 화해하는 이야기이다. 그 화해의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영화가 꾀하는 갈등의 순간들은 때로는 수다스럽고 때로는 욕이 난무하고, 때로는 인물을 대신해 답답하다. 그럼에도 그 화해의 순간을 만나고 나면 〈빚가리〉가 달려온 갈등의 재현이 언제였나 싶게 영화가 건네는 따스한 눈빛까지 전해 받는다.   ‘빚가리’, 빚을 갚는 일을 뜻하는 충청도 방언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충실하게 빚을 갚는 일들을 보여준다. 그 .. 2024. 10. 30.
[인디즈 Review] 〈잠자리 구하기〉: 사라지는 과거란 없다 〈잠자리 구하기〉리뷰: 사라지는 과거란 없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텅 빈 상영관, 한 가운데 앉아서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울었고 고인 물방울을 따라 장면은 볼록하게 흘러갔다. 한 인터뷰에서 홍다예 감독은 ‘이걸 안 찍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어쩌면 〈잠자리 구하기〉는 두 개의 렌즈로 찍은 영화인지도 몰랐다. 첫째는 당연히 카메라라는 렌즈, 둘째는 눈물이라는 렌즈. 사정없이 흔들리는 핸디캠에 개인적인 볼록렌즈까지 덧대니, 장면은 더 이상 선명하기 어려웠다. 그건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감각도 대사도 어렴풋하지만 영화가 수놓은 풍경으로 감정만은 선명했다. 감정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잠자리 구하기〉는 한국의 입시에 관한.. 2024. 10. 30.
[인디즈 단평] 〈공작새〉: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서기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서기〈공작새〉와 〈굿〉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당신’의 마음은 너무도 모호해 잡히지 않고 ‘나’의 말은 ‘당신’에게 닿지 못한 채 공중에 떠도는 것 같다. 너무도 먼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때로는 춤을 통해, 때로는 록밴드를 통해 경계를 흩트려 아득히 먼 존재에게 다가가는 두 편의 영화, 〈공작새〉와 〈굿〉(2022)을 소개한다. 〈공작새〉는 아들 ‘신명’과 아버지 ‘덕길’의 이야기이다. 왁킹 댄서인 트랜스젠더 ‘신명’과 호창농악 전수자인 ‘덕길’.. 2024. 10. 28.
[인디즈 단평] 〈잠자리 구하기〉: 자격 없이도 자애(自愛)를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격 없이도 자애(自愛)를 〈잠자리 구하기〉와 〈성적표의 김민영〉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입시는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과정이지만 누구에게도 가뿐한 일은 아니다. 그때까지 이어져 온 고민, 노력, 취향을 꼭꼭 눌러 담아 가슴에 품은 채 우리는 납작해져야 한다. 성적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분류되고 그동안 다채롭게 살아 있던 정체성이 천천히 짓눌려 죽어간다. 〈잠자리 구하기〉와 〈성적표의 김민영〉은 죽어간 자신에 대해 함구하지 않으려는 시도이며 나아가 서로가 펴질 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선언이다.   〈잠자리 구하기〉는 정석적인 다.. 2024. 10. 28.
[인디즈 단평]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세상이 달라졌던, 처음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달라졌던, 처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은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변화와 약간의 설렘, 그리고 두려움과 함께 찾아온다. 특히나 그게 첫사랑이라면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세상이 불쑥 찾아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갑자기 세상은 이전보다 다정하고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곳이 된다. 누군가를 알기 전과 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된다.  2000년대를 코앞에 둔 1999년, 고등학교 태권도부원 주영을 둘러싼 세상은 폭력적이다. 주영은 태권도 대회를 앞두고 증량을 위해 폭식을 하.. 2024. 10. 25.
[인디즈 Review]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소녀는 따로 자란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리뷰: 소녀는 따로 자란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한들 님의 글입니다. 친구 하기란 서로를 어지럽히기이다. 상대는 다른 층위의 세계에 사는 애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모, 다른 밑천, 다른 성정, 다른 기쁨과 슬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자라왔다는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할 내 세계의 일을 운운하며 간섭하는 상대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날들이 있다. 그런데 어느 결정적인 날엔 그것이 절실해진다, 문을 막고 선 나를 밀치고라도 이 세계로 뛰쳐 들어와 줄 내 친구가. 여기에 서로를 끝내주게 어지럽히고 간섭해낸 세 소녀가 있다. 주영과 예지와 성희는, 따로 자라는 소녀들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는지, 제 세계를 서로에게는 비밀로 한다. 주영은 ‘내가 하는 일.. 2024. 10. 25.
[인디즈] 인디스페이스 극장기록집 인디즈 15호 PDF 인디스페이스에서 발행하는 극장기록집 인디즈는 인디스페이스를 비롯여러 독립예술영화관 및 카페, 서점 등 약 30여곳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만약 가까운 배포처가 없다면 인디즈 15호를 온라인으로 다운받아 PDF 파일로 읽어보세요 :)글 하단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는 말"소란한 뜨거움으로"지난여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장마와 더위가 반복되던 날들에 얼마나 지치던지요. 햇볕은 뜨겁고 땀은 속절없이 흘러서, 양산과 손수건 없이는 외출하기 힘든 날들이었어요. 뉴스에서는 맹렬한 더위 얘기가 계속 나왔고 가을이 오긴 오는 건가, 싶었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이었지만, 견디고 참다 보니 가을이 어느새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약.. 2024. 10. 8.
[인디즈 단평] 〈해야 할 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외면하지 않음으로써〈해야 할 일〉과 〈유통기한〉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어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내 앞에 바로 닥쳐올 수 있는 이야기들.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크고 작은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노동자이기에, 〈해야 할 일〉과 〈유통기한〉, 두 영화 속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의 담당자가 된 인사팀 준희(장성범)가 처음 맞닥뜨린 정리해고의 과정을 따라간다. 기준을 무시한 채 입맛대로 해고 대상자를 추.. 2024. 10. 8.
[인디즈 Review] 〈해야 할 일〉: '오늘' 해야 할 일 〈해야 할 일〉리뷰: ‘오늘’ 해야 할 일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문제는 그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였기 때문에 일어난다. 한양중공업의 입사 4년 차 대리 강준희는 구조조정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준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업무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면 야근도 마다하지 않으며 주말이라도 회사로 향한다. 준희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해고 대상자 파일을 정리한다. 요구에 맞춰 척척 수정안을 내놓는 준희를 보며, 차장은 감탄한다. “일 정말 잘하네?” 칭찬을 받는 준희의 표정은 어딘가 어색하다. 마치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사람 같다. 준희는 자신의 성실함이 동료 직원을 베는 날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가 성실히 작성한 문서에 따라 해고 절차는 착착 진행될 터였다.. 2024. 10. 8.
[인디즈] 인디돌잔치 〈절해고도〉 인디토크 기록: 멀리서 바라보면 멀리서 바라보면 인디돌잔치〈절해고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9월 24일(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김미영 감독, 박종환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과거의 일을 바라볼 때 마땅히 가져야 하는 태도와 시선은 무엇일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는 듯 시점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절해고도〉의 시공간적 감각을 따라 일년 전과 오늘의 지금을 바라본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명현): 9월의 인디돌잔치는 작년 23년 9월에 개봉했던 〈절해고도〉로 선정됐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시작 전에 감독님과 배우분 각자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미영 감독(이하 김미영): 〈절해고도〉가 인디돌잔치를 통해 1주년 생일.. 2024. 10. 8.
[인디즈 단평] 〈마녀들의 카니발〉: 점들이 연결되면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점들이 연결되면〈마녀들의 카니발〉과 〈우리는 매일매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삶의 어떤 문제들이 우리를 가파른 절벽으로 내몰 때, 추락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온전한 자리를 찾을 때까지 앞을 둘러싼 문제들을 돌파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마녀들의 카니발〉은 여성이 더 이상 가부장적 제도로부터 내몰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서 있을 자리는 내가 정한다”고 외치며 안전지대를 향해 행진하는 부산 중심의 지역 여성운동을 다룬다. 페미니즘이 직면하는 문제는 격리와 계보의 영역에서 잘 .. 202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