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인 신체와 주체적인 삶에 대하여  〈아워 바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0월 1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한가람 감독|배우 최희서, 안지혜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선선한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시월의 첫째 날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아워 바디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아워 바디의 자영은 달리기를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변화하는 자신의 몸을 오롯이 느끼고 탐구한다. 어떠한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주저 없이 결단을 내리는 여성 캐릭터를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방향과는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영화를 관람한 뒤에 주체성을 회복한 자영의 선택과 결정들에 대해서 감독과 배우, 관객들의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안지혜가 참석하였고 이화정 기자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이화정 기자(이하 이화정):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이화정입니다. 지금 밖에 비가 와요. 영화 분위기와 오늘의 날씨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년째 하고 있는데 실천으로 옮겨지지가 않아요.(웃음아워 바디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영화들이 성장 영화라는 이름을 달거나, 사건을 통해 변하는 인물을 보여주는데요. 이렇게 욕망의 지점을 하나하나, 몸의 어딘가를 누르는 듯이 짚어주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새로움을 만들어 가신 세 분께서 이 자리에 오셨어요. 영화 연출하신 한가람 감독님과 배우 최희서님, 안지혜님 모시고 토크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오시면 큰 박수 부탁드려요.

 

한가람 감독(이하 한가람): 안녕하세요, 저는 아워 바디를 연출한 한가람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아워 바디를 보시고 머릿속이 복잡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같이 풀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최희서(이하 최희서): 주중 저녁에 저희 영화를 보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영화는 GV를 통해 이야기해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웃음) 영화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안고 나가실 수 있도록 열심히 GV에 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안지혜(이하 안지혜): 안녕하세요아워 바디에서 현주 역할을 맡은 안지혜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정: 제가 먼저 질문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일단 이런 영화들을 만들 때는 보통 감독이 그 소재에 굉장히 친밀하거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 제일 먼저 감독님이 달리기를 잘 하시거나 달리기를 통해 몸이 변화한 경험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본격적인 달리기 액션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감독님을 처음 만나서 달리기를 하시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달리기를 잘 안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왜 달리기 영화를 만드신 건가요?

 

한가람지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실 저는 목격자였던 것 같아요운동을 하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목격자, 그러니까 화영의 입장 정도에서 그들을 따라서 뛰어봤어요. 그들이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관찰을 열심히 했어요. 저도 조금 달려보긴 했지만 촬영 때는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항상 모니터 앞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를 제외한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이 살이 쭉쭉 빠졌는데 저만 살이 불어나있더라고요.(웃음)

 

최희서: 조감독님이 살이 진짜 많이 빠졌어요.(웃음)

 




이화정: 제가 아워 바디 촬영할 즈음에 최희서 배우님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물론 이차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일단은 몸을 만들지 않고서, 연마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연기잖아요?

 

최희서: , 실제로 저희 영화에 클로즈업이 많고 자영이의 몸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니까 피할 수 있는 구멍이 없는 거죠.(웃음) 그런데 좋았어요. 일 분 뛰고 일 분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삼십 분 내리 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겪고 촬영을 시작하니 좋았고요. 그 외에는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영화에서 달리는 장면이 잠수교 장면 빼고는 다 밤이거든요. 밤에 사람이 있으면 촬영하기 어려우니까 밤 11시부터 해 뜨기 전까지 찍었어요. 밤샘 촬영도 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저는 달리지 않지만 주변에 러닝 동호회 분이 있어요. 그분들께 최희서 배우는 얼마나 잘 달리는 건지 물어봤는데, 정말 수준급이라고 하시면서 몇 개월 동안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놀라시더라고요. 그 전에는 안 달리신 거죠?

 

최희서: 저는 오래 달리기를 별로 안 좋아했고요. 100m 달리기를 선호해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요.(웃음) 제가 고등학교 때 육상부였는데 100미터를 뛰었고, 가장 길게 달린 게 200m였거든요. 이건 성질이 너무나 다른 달리기다 보니까 아예 초보자로 시작했어요.

 

이화정 반면에 현주라는 역할은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프로페셔널이어야 했잖아요? 그래서 캐스팅을 운명적으로 굉장히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기계체조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운동으로 단련된 몸인 거죠?

 

안지혜그렇죠. 어렸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기계체조를 했고요. 그 이후에도 몸이 굳지 않게 만들려고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요. 그리고 마라톤도 기회가 되면 참가해보고 싶어서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는데요. 감독님께서 그때 찍힌 사진을 보시고 캐스팅을 하셨어요.

 

최희서: 하프 마라톤이라고 하면 21km예요. 21km를 지혜가 뛰었다는 이야기죠.


이화정: 차로 달려도 엄청난 거리네요.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하실 때 두 가지 조건의 배우를 만나야 하는 거였잖아요? 자영은 못 달리다가 달리는 사람, 그리고 현주는 굉장히 잘 달리는 사람. 캐스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이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감독님이 최희서 배우가 〈박열(2017)에서 어마어마한 연기를 한 배우였다는 걸 아예 모르셨다면서요.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요.(웃음)

 

한가람몰랐어요. 자영이는 달리기를 잘 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일상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희서 배우님 프로필이 저희 학교에 있었는데 한 사진 속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자영이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님께서 출연하신 작품을 전혀 못 봤는데 연기를 잘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화정: 제가 알기로는 보통은 감독이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제안할 때 최대한 조사를 많이 해서 애정을 드러내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군요. 달리기도 안 하고 작품도 보지 않으셨지만 최고의 캐스팅과 엄청난 작품을 만드신 감독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웃음)

 

한가람: 나중에 작품을 봤어요.(웃음) 안지혜 배우님은 말씀하신 것처럼 하프 마라톤에 참가한 사진을 보고 연락을 드렸고요. 사진 한 장 밖에 단서가 없어서 조금 힘들었어요. 연출부에서 조사를 해서 이 분이 배우라는 걸 알아냈고, 소속사 정보를 알아내서 어렵게 프로필을 받았는데요. 프로필 맨 앞에 체대를 졸업했다고 써있는 거예요. 이 작품에 정말 적절한 분이실 것 같아서 만나 뵙게 되었죠.

 




이화정: 자영이 만약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면 그 이후에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고 있겠죠. 달리기를 평생 안 했을 것 같은 자영이라는 캐릭터를 들여다보고 그 여자를 방 안에서 끄집어내서 달리게 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한가람: 우선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제가 관찰자 같이 바라봤던 운동중독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럼 그 사람이 몇 살이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지를 고민했는데요. 그냥 제 또래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백수일 때 달리기를 조금 해봤는데 그 때의 경험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달리기라는 운동이 좋았던 이유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또 혼자 조용히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할 수 있고요. 혼자 무엇인가를 해냈던 그 시간이 저에겐 기억에 깊이 남아있어요. 백수였던 시절에 이상한 사람처럼 동네를 많이 뛰어다녔거든요. 그러면 저처럼 백수 같아 보이는 사람들 몇 명이 같이 뛰어다니고 있더라고요.(웃음) 그 때의 경험에서 자영이가 출발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저는 안 달려봤다고 했는데, 좀 망설여지는 것이 다들 운동복을 잘 갖춰 입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약간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는데요. 자영이 용기를 가지고 뛰쳐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친구한테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까지 듣고 난 뒤 사회적으로 쌓은 게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 달리기를 만난 거잖아요? 그래서 자영이라는 캐릭터의 절박함을 보며 최희서 씨라는 비슷한 동년배의 여성이 느끼는 지점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희서: 남자친구가 자영에게 사람답게 살아야 되지 않겠냐라고 했던 것이 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자영이 훅 들어온 순간은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였어요. 엄마가 자영이 먹던 밥공기를 싱크대에 집어넣을 때 고시를 패스하지 못하면 딸로서 취급을 못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보다 연기를 했을 때 마음이 더 아팠어요. 남자친구, 엄마, 그리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한참 어린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자영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 같아요. 다들 처음에는 응원을 하다가 나중에는 궁금해하며 지켜봤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영이 어느 순간부터는 절박함도 느끼기 힘든 무감각한 상태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자영이가 뛰게 된 건 굉장히 본능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현주라는 사람이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나갔을 때 아주 오랜만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을 거고요. 그 본능으로 인해서 헌 운동화를 꺼내서 나갔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그런 자영의 복잡한 캐릭터 설정이 있었어요.

 

이화정: 어떤 대상에 매혹이 되는 순간이잖아요? 제가 영화를 여러 차례 보면서 신기했던 건, 보통은 그런 순간엔 가슴부터 시작해서 잘록한 허리와 길게 뻗은 몸을 잡으려고 할 텐데 이 영화에선 사람들이 잘 안 쓰는 근육을 잡더라고요. 자영이 현주한테 육체적으로 매료되는 지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장면을 어떻게 찍고자 하신 건지 듣고 싶습니다.

 

한가람제가 이렇게 찍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촬영감독님은 중요한 순간인데 강조를 너무 안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나타내고 싶었던 건, 자영은 화석처럼 굳어 있던 사람인데 그와 달리 현주는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생동감이 나타나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몸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 순간에 현주가 가진 생명력과 에너지, 숨소리를 잡아내려고 했습니다.

 




이화정: 그래서 오히려 빠져드는 순간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저는 영화에서 달리기가 심경의 변화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 선이 두 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영이 달려가는 길은 서서히 변화해가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데, 현주가 가는 길은 오히려 자영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멈칫하면서 후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출발이 달랐을 수는 있지만 현주도 자영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공허함을 안고 있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미스터리한 현주의 상태를 연기하셨을 지 궁금합니다.

 

안지혜: 현주를 처음 봤을 때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 불안한 청춘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고,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자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있었고, 자신의 목표도 점점 흐려진다는 상실감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을 거예요. 그래서 자영이 와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도 그 손을 잡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신의 힘든 마음을 털어 내기 위해서 달리기를 하지만, 달리기도 얇은 끈 정도의 느낌이고요. 무언가 해소해보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실의에 빠지면 운동을 하면 좋아진대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그 시점에서는 운동만이 해결책은 아니고, 그 이상의 고민이 있고 그걸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저 건전한 성장영화가 아니라 급격한 미스터리물로 빠지게 된 건지 궁금해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한가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처음에 다루고 싶었던 소재가 운동 중독이었는데요. 운동이 강박이 되는 순간에 관심이 갔어요. 운동을 적당히 하면 당연히 좋은데, 왜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지 궁금했고요. 너무 집착하게 되면 운동이 해방감을 주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구속이 되고, 또 다른 집착을 낳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도 있거든요. 내가 무언가를 이뤄내고 가시화된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심리가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현주가 처음에는 되게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잖아요?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사실 사람의 속마음은 복잡한 거고, 단순히 운동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 현주라고 생각을 했어요. 현주는 그 한계점을 자영이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자영이는 그걸 몰랐고 자기가 매료되었던 건강한 현주의 모습에만 집중했던 거고요. 관객들도 현주를 자영이의 입장에서 보기를 원했어요. 그러다보니 현주의 죽음이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다음 자영이가 겪는 일들을 통해서 현주의 삶도 관객분들이 짐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영이는 현주와 다른 사람이고, 결과적으론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이화정: 굉장히 리얼한 소재, 그리고 굉장히 리얼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보아온 또래의 여성, 혹은 이상하게 여겼던 주변사람들의 모습 등 여러 가지 지점들이 자영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현실적인 바탕이기는 하지만 자영의 안에 너무 많은 결들이 있잖아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러 가지 복잡한 순간을 거치면서 자영의 심경 변화를 표현하셨는데요. 그 부분의 톤을 어떻게 잡으셨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최희서: 저는 이 영화가 어느 평범한 여성이 단 한 번도 본인의 삶에 주체성과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비로소 주도권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게 되는,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주를 만나기 전 자영은 완전히 전자인 거죠. 저는 자영이 고시 공부를 시작했던 것도 분명히 본인 의견보다는 어머님과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현주가 자영에게 너는 해보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없어서라고 대답하잖아요? 자영이는 아직 깨닫지 못한 상태였는데, 주변에서 고시 공부, 공무원, 정규직, 입사 원서, 알바와 같이 수많은 세상의 잣대들로 윤자영이라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려 했던 거죠. 거기에 옥죄이다가 처음으로 마음을 먹고 선택한 것이 달리기였고요. 현주를 따라서 뛰다가 울음이 터져버리고 그 후 자영의 복잡한 선택들이 이어지는데요. 어떤 분들은 의문을 가지고, 어떤 분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연기하면서 느끼기에, 현주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큰 상태에서 현주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렸을 때, 이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더 알고 싶다고 느꼈는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예요. 왜 죽음을 택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현주의 궤적을 따라가는 과도기를 겪고요. 그런 과도기에 상사와의 잠자리나 동호회 남자와 하룻밤 등을 겪으면서 본인의 삶과 몸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도 있고요. 마지막에는 호텔에 가서 본인의 몸을 오롯이 탐구하는 자영의 모습이 있거든요.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서 충실하게 이행하게 된 다음부터는 자영이 꽤나 결단력 있는 사람이 되었고 강단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이화정여성의 욕망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영화에 다양한 성적인 행위들, 아니면 성적인 대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탐구가 등장해요. 그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이 의도하신 바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가람: 제목이 아워 바디고 몸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잖아요? 섹스도 몸으로 할 수 있는 행위 중에 하나이고 일상적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영의 욕망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고 생각했어요. 자영이는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평범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용감하고 솔직한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엄마한테 시험 안 보러 갔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웃음) 밥상머리 앞에서 면전에서 이야기하니까 엄마가 화가 나실 것 같기도 했어요. 저라면 시험을 보러 갔을 것 같은데,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자영이가 현주에게 솔직하게 다가가잖아요? 현주에게 꽂힌 다음에는 앞뒤 안 가리고 현주에게 가는 것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걸 발견했을 때 끈기 있게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자영이가 현주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베드신도 자영이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에서는 다른 멜로영화처럼 서로 사랑해서 감정을 교류하면서 섹스하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서는 자기를 확인하는 행위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기가 인정받고 싶었을 수도 있고,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느껴보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서 자영이의 감각이 깨어나는 게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베드신도 그런 맥락에서 달리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화정: 문제적 장면일 수도 있고 굉장히 매혹적인 장면일 수도 있는데요. 자영이 자신의 몸을 보면서 현주의 몸과 비교하는 판타지 같은 장면을 두 분이 촬영하실 때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현주가 꿈결 같이 찾아오는 장면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장면에서 두 분의 촬영 비하인드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배우들은 어떻게 해석해서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셨을 지요.

 

최희서: 자영이가 현주에게 갖고 있는 동경의 마음을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요. 사랑으로 볼 수도 있고, 선망이나 우상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고요. 혹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다음에는 내가 저렇게 되고 싶다는 질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있던 자영과 현주의 우정은 대단히 특별했어요. 이 영화가 퀴어 요소가 있는지 여쭤 보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희가 퀴어를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요. 하지만 분명히 자영이는 현주를 어떤 의미에서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그게 잘 나타나는 장면이 현주의 몸을 사랑하는 자영이의 마음이 꿈으로 나타났을 때예요. 현주가 죽는다는 건 실체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육체에 대한 동경이 더 짙어진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런 꿈을 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어떻게 찍힐지 굉장히 궁금했던 장면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름답게, 특히 지혜가 아름답게 찍힌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안지혜: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스태프 분들께서 배려를 많이 해 주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자영이 현주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기 때문에 현주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자영에게 다가가서 눈을 아름답게 떴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름다운 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주도 자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챙겨주는 그런 느낌도 있었고요. 혼자 달리면 힘들잖아요? 둘이 달리면 훨씬 수월하니까 잘 챙겨 주기도 했고. 세상에 나아가기 전에 한 템포 쉴 수 있게 여유를 주는 그런 느낌으로 현주가 자영에게 다가갔어요. 그런 마음에서 자영의 꿈에 나타난다고 생각을 했죠.

 

이화정: 정말 미스터리의 극점에 도달한 문제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여성의 욕망을 계속 이야기를 하셨는데 영화에 몸을 향한 클로즈업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요. 자영이 현주를 바라보는 시선도 있고 자영의 동생 화영도 흘긋흘긋 낯선 여자처럼 쳐다보잖아요? 그런 시선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고, 시선들이 가지는 중요함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한가람초반에는 자영이가 누군가를 보는 게 더 많거든요. 자영이가 화영이를 보고, 현주도 보고, 민지도 보고, 계속 다른 사람들을 봐요. 그 시선이 나중에는 자영이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변화한 자영이를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런 시선들이 있기에 우리가 무엇인가에 계속 매달리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엄마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고, 친구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고요. 운동을 하고 몸이 좋아져서 모임에 나갔을 때 친구들이 알아봐주면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고 내 삶이 좋아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생각났던 것 같아요. 타인의 시선이 세세하게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영화 정말 파격적이고 신선했어요.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신 점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영이의 존재가 눈에 많이 들어왔거든요. 자영이가 현주를 동경하는데 나중에는 화영이가 언니를 따라 뛰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면에서 자영이가 현주에게 가졌던 감정을 화영이가 언니에게 갖는 건지, 화영이의 심리를 어떤 마음으로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가람사실 화영이의 존재가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했어요. 아까 기자님의 첫 질문에도 저는 그렇게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을 했는데요. 제가 목격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화영이에게 저의 생각을 많이 넣었어요. 변화하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낯설다고 느꼈던 제 감정을요. 그런데 운동을 강박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달려보고 몸이 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단지 나의 몸이 따라주지 않고 의지가 없을 뿐이지 대단해보이고요. 자영이가 처음에 현주를 쫓아갔던 것처럼 화영이가 자영이를 보고 나도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요. 그런데 언니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하잖아요? 밤에 갑자기 나가서 자기를 놔두고 뛰어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나중에 자영이도 그 눈길을 느껴서 내가 이상해?’라고 질문을 하게 되는 게 중요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영이는 나도 오늘 밤에 뛰어보려고.’라고 대답을 해요. 이 영화에서 명쾌한 게 사실 하나도 없는데,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관객: 영화 재미있게 잘 봤고요. 영화 속 시선을 보면 자영이가 쫓아가는 것들은 모두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자신의 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섹스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되어요. 그리고 자영이 사회적으로 현주가 원했던 어떤 것을 따라가고 싶었던 건지 궁금합니다.

 

한가람: 우선은 앞선 욕망은 현주와 연결 지어서 설명 드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자영이가 현주를 보고 부러워 한 부분이 확실히 있지만 그것 때문에 욕망의 상대가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단순하게 설명을 드리면 자영이는 현주가 성적으로 끌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요. 생명력과 건강한 육체,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까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감정은 단순하게 우정이나 사랑으로 선 그을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면 더 이상해지는 게 많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살아가면서도 모든 것이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현주가 꿈속에 나왔던 것도, 만약에 자영이가 죽은 현주가 그저 안타깝거나 그리운 마음이었으면 그렇게 현주가 옷을 벗고 나타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자영이가 현주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현주의 무엇이 좋았는지 당연히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자신을 확인하는 길이 왜 남자와의 베드신이었냐고 하신다면, 자영이에게는 여태까지 자기와 같이 섹스를 했던 상대방이 남자였고 이 이야기가 자영이의 성정체성이 바뀌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잘 안 보다가 예고편을 보고 고시 공부를 하던 제 얘기 같아서 봤는데요. 영화 중반까지도 달리기를 통해서 주인공이 성장하고 극복하는 영화여서 힘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중간부터 갑자기 틀어지는 거예요. 주인공이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자꾸만 꼬여가는데, 달리기라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감독님께서 표현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또 자영이가 현주를 돌아보면서 달릴 때 무슨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현주도 자영이를 보며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닐까 궁금해요. 첫 번째 질문에서 달리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두 번째 질문으로 답한 것이 아닐지 추측하면서 질문을 드립니다.

 

한가람우선 이 영화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보시면 달리기 영화라고 생각을 하실 수 있지만, 사실은 달리기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는 달리기 영화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자영이의 고민과 욕망,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만약 이 영화를 자영이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제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자영이처럼 취준생 시절을 오래 겪었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 때는 그게 인생의 전부였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삶을 완전히 무너지게 하는 게 아닌데 안 되면 내가 크게 실패한 것 같고 좌절감이 엄청났어요. 그런 엄청난 좌절감은 당장 오늘밤에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순간만은 해방되는 느낌이 들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들이 깨어나요. 내가 노력해서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거지만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근본 없는, 나도 잘 알 수 없는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제가 했던 고민들과 질문들이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갑자기 우리가 운동에 매달리게 되는지, 우리에게 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말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고, 그게 타인의 시선과 관계되어 있다고 느껴져서 거기서 벗어나는 인물이 자영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자영이가 하는 선택들이 계속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들이 자영이의 노력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보는 노력이요. 그래서 이 영화가 달리기의 한계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달리기는 달리기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고, 다만 삶은 단순히 이걸 하면 좋고 저걸 하면 나쁜 게 아니라고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썼어요. 그래서 되게 애매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면 저는 민지 입장에서도 굉장히 공감하면서 썼거든요. 정규직이 되어서 적당한 직장에 다니는 게 괜찮은 건지 민지도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사는 것도 전혀 나쁜 게 아니니까요. 모든 인물들이 다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저는 그들의 고민이 각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뭐가 더 좋고 나쁜 지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화정자영이에게 현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시점에서 민지를 되게 부러워했을 것 같아요. 서른한 살에 대리 직함도 있고 자상한 남편이 있고 서로 사이도 좋아 보이니까요. 영화에 다양한 모습의 여성이 나오고,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자영이 고시를 포기한 게 아니고 하지 않는다고 선택한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릴 때 무슨 생각하는지 현주와 자영이 물어보는 장면은 영화에서 정말 중요했는데요. 서로의 눈빛에서 주고받는 무언의 대사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배우 분들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최희서: ‘달릴 때 무슨 생각해?’라는 질문 자체를 던지기까지의 과정이 이 영화의 70% 정도인 것 같은데요. 그런 질문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자영이가 달려갔다는 뜻이고, 감독님께서도 이야기하셨지만 달리기란 양가적인 측면이 있어서 어느 정도 뛰다보면 어마어마한 고비가 오고, 죽을 것만 같은 상태를 넘어서면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고 갑자기 골반 아래가 가벼워지면서 뛰고 있는 건지 날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기분 좋은 지점이 오더라고요. 고비 끝에 희열을 느끼게 된 자영이가 달리기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다다랐을 때, 그 질문이 사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자영은 현주한테 확답을 바랐던 건 아닌 것 같고요. 나와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사람이니까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주를 봤을 때 내가 보이고, 현주도 자영이를 봤을 때 자신이 보이니까요. 비슷한 궤도 안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일어나서 뛰었던 삼십 대 초반의 여성들이 서로에게 달릴 때 무슨 생각해? 살면서 무슨 생각해? 사는 게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어요.

 

안지혜: 현주는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달리기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하루라도 안 하면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집착에 가까운 정도로요. 힘든 상태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달리기를 하는데, 달리기를 통해서 그게 다 괜찮아진 것도 아니고요. 달리기를 하면서 오로지 그 순간의 나 자신, 내 호흡에 집중하는데 달리고 나면 공허함이 두 배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달리기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내 자신의 나약함이 더 느껴졌던 거죠. 현주는 자영을 보면서 분명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그래서 자영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았을 것 같아요.

 




이화정: 자영이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부터 8년간 고시공부를 하는데, 현주 또한 8년 정도 운동한 걸로 나오더라고요. 같은 시간동안 러너스 하이에 다다를 때까지 열심히 운동을 했고, 좌절도 겪어요. 결론적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고 생각을 하고요. 영화에서 비틀린 장면도 있지만 그 안의 이야기를 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소감과 인사 말씀 들으면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지혜: 늦은 시간까지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일교차가 심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만약에 달리기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꼭 겉옷을 잘 챙겨 입고 달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희서: 저희 영화가 명쾌한 해답을 주거나 위로를 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질문과 대답을 찾아갈 수 있는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영화관을 나서서 집으로 가실 때까지 저희 영화가 드릴 수 있는 질문이 있었다면 조금 더 곱씹어 보시면서, 날이 선선하니 살짝 뛰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가람: 우선은 이 영화를 보시고 위로를 얻으려고 오셨던 분들께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웃음) 저도 그런 배신감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떤 기분인지 잘 알 것 같고요. 그렇지만 자영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잠수교를 뛰어가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은 진심이거든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초보자 달리기법이 나와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쓰여있을 텐데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며칠 지나 한 번 달려 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이화정: 저도 자영이 달리면서 웃는 장면 너무 좋았어요. 얼굴 근육이 굳어 있으면 그런 표정이 안 나오거든요. 몸이 열리니까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하고,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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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삽질

감독            김병기

주연            이명박, 이재오, 김무성, 정종환, 이만의, 권도엽

조연            심명필, 박석순, 신현석, 김철문 

장르            대국민 뒤통수 프로젝트 추적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94분

상영등급        12세이상관람가

제작            오마이뉴스

제공/배급       ㈜엣나인필름

개봉            2019년 11월 14일




 SYNOPSIS 


잘 살게 해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4대강 죽이는데 22조 2000억원밖에 안 들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유례없는 ‘삽질’ 사업.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로 둔갑시켜 대한민국을 속인 희대의 사기극. 정부가 기획하고 언론이 참여하고 건설 업체가 판 벌린 총 판돈 22조 2000억원의 도박판. 금강, 영산강, 한강, 낙동강에 나타난 녹조라떼, 60만 물고기 떼죽음, 괴생물체... 4대강 사업으로 돈 잔치가 펼쳐지는 동안 강은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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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이명박, 이재오, 김무성, 정종환, 이만의, 권도엽

조연            심명필, 박석순, 신현석, 김철문 

장르            대국민 뒤통수 프로젝트 추적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94분

상영등급        12세이상관람가

제작            오마이뉴스

제공/배급       ㈜엣나인필름

개봉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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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게 해주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4대강 죽이는데 22조 2000억원밖에 안 들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유례없는 ‘삽질’ 사업.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로 둔갑시켜 대한민국을 속인 희대의 사기극. 정부가 기획하고 언론이 참여하고 건설 업체가 판 벌린 총 판돈 22조 2000억원의 도박판. 금강, 영산강, 한강, 낙동강에 나타난 녹조라떼, 60만 물고기 떼죽음, 괴생물체... 4대강 사업으로 돈 잔치가 펼쳐지는 동안 강은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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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10월 <밤빛>: 비가시성의 옹호

일시 2019년 10월 30일(수) 오후 7시 30분

대담 참석 김무영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람료 8,000원 (인디스페이스, 인디포럼 후원회원 무료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천 원 할인)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밤빛 Night Light> 김무영 2018 | 108분 | Color


시놉시스

어느 추운 겨울, 시한부 선고를 받은 희태. 10년 전 헤어진 아내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아내는 아들 민상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아들의 이름이 희태의 호적에 들어가길 원한다. 태어나기 전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아들을 죽기 전에 보고 싶은 희태. 희태는 민상과 2박 3일 산속 희태의 집에서 보내는 조건으로 아내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태어나서 처음 아버지를 만난 민상은 희태뿐만 아니라 산 속 희태의 집도 어색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민상은 희태의 집에서 생활하며 산이라는 공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고 어색했던 희태에게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낀다.


연출의도

헤어진 이들과 헤어질 이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영화입니다. 


스탭 및 출연진

감독/각본 | 김무영

프로듀서 | 김무영

촬영 | 김보람 

주연배우 | 송재룡, 지대한

배급 |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상영 및 수상경력

2018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분 상영

2018 서울독립영화제 열혈스탭상 수상

2019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국제경쟁 상영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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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이 나고서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메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0월 4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옥섭 감독|배우 구교환

진행 김세윤 작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변명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때 영화는 끝이 나고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열네 번째 작품인 영화 메기는 누군가에겐 뛰어난 미장센과 재치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인 반면 누군가에겐 그 이면의 일상적인 불안에 대한 영화이다. 이옥섭 감독은 우리 너무 자주 피해자를 삭제하고 가해자의 변명을 들어왔으니 영화에서까지 그것을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옥섭): 안녕하세요. 메기를 만든 이옥섭입니다. 인디스페이스를 채워주셔서 감사하고, 영화 보시고 느끼신 것 저희와 함께 재밌게,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교환 배우(이하 구교환): 안녕하세요. 성원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세윤 작가(이하 김세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김세윤 방송작가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단 성덕이고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메기의 두 주역을 만나뵙게 돼서 오늘 정말 여한이 없습니다. 우선 관객분들께서 질문을 하시기 전에 대략적으로 먼저 제가 큰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이질감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국가인권위원회 로고가 뜨고 나서 영화가 시작되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와는 결이 조금 다른데요. 어떻게 인권위로부터 인권영화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고,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옥섭: 메기는 열네 번째 국가인권위원회 작품인데요, 4월쯤에 제안을 받았어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감독 선정을 위해 회의를 꾸리고 저희가 선정됐다고 해주셨어요, 조금 늦게 연락 받은 감이 있죠.(웃음)

 

구교환: 4월에 연락이 온다는 것은, 저희가 예비 32번 정도 된 것 같아요.(웃음)

 

이옥섭: 그런데 저희 단편영화를 다 보셨대요. 저희의 단편처럼 영화가 너무 무겁거나 딱딱하고 교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장르도 제한을 주지 않으셔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럼 호러를 찍어도 돼요?’ 했더니 그것도 괜찮다고 하시기에 용기를 얻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구교환: 제작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인 거잖아요. 자유를 많이 주셨어요. 애초에 그걸 떠나서 저희가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의 팬이었어요. 이 제안이 오기 전에도 우리 나중에 성공하면 꼭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찍자고 그랬거든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 여섯개의 시선(2003)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최근작이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정지우 감독님의 4(2014)이었고요. 그런데 앞의 분들이 제안을 거절하셨는지 32번째로 저희에게(웃음), 그렇게 선물처럼 제안을 주신 거예요. 저는 배우로서 캐스팅을 받았을 때도 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했을지 스스로 질문을 하거든요. 그런 과정을 또 거쳤어요. '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우리에게 영화를 만들라고 했을까?' 그걸 고민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영화에 가장 가까운 톤으로 만들고자 했고, 그에 대한 자유를 많이 주셨죠.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김세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혹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구교환: 10만 가자고 하시면서(웃음)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촬영현장에도 계속 방문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왜 이렇게 저희를 믿으신 건지 지금도 묻고 싶어요. 저희에게 너무 소중한, 선물 같은 기회였어요.

 




김세윤: 이야기 속의 메기가 어떻게 감독님 마음 속에 헤엄쳐 들어왔는지부터 시작해서 엑스레이, 싱크홀, 메기라는 세 가지 발상이 어떻게 어우러지게 되었는지 질문하겠습니다.

 

이옥섭: 어느 날 메기의 이미지가 제게 들어왔어요. 그런데 메기를 보는 여윤영이라는 사람의 얼굴이 어두웠어요. 그래서 왜 그 사람의 표정이 어두웠을까,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렇게 그 사람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아요. 30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불법촬영 사건들을 너무 익숙하게 너무 봐왔고, 항상 내가 들어가는 화장실에는 카메라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속 어딘가에 크게 있었나봐요. 그래서 여운영도 자기도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얼굴이 어두웠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윤영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여자가 바라보는 어항 속의 존재가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메기인지 생각해보면, 우선 메기가 실제로 가만히 있대요. 저는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식물을 통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여윤영이라는 사람도 앞으로 사람으로 인한 상처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메기를 바라보면서 치유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커졌고, 메기는 예민해서 지진도 감지한다고 하니 사람 이상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마 어항에 열대어나 거북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면 익숙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글을 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항에 메기의 이미지를 넣어보니 너무 낯선 거예요. 열대어나 거북이는 관상용이고, 메기는 우리가 보통 먹잖아요. 그런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건 관상이고 어떤 건 식용인가. 이런 산만한 생각들이 뻗어나가면서 더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생명체가 어항까지 오게 된 이야기도 상상하고 싶어졌고요. 실제로 지인이 뱀장어를 어항에서 키우고 있어서 그걸 보고 느낀 것이 많았어요. 그 모습이 이상하니까 처음엔 웃다가 의문들이 생기면서 이야기를 쓰게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편의점 앞에 정말 커다란 싱크홀이 뚫린 사진을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래도 저 안에 있던 사람은 참 다행이다.’, ‘어떻게 저기서 나갔을까?’ 이런 댓글들이 달린 실제 사건이었어요. 그것을 보니 그 안의 사람이 또 떠올랐어요. 그 사람의 아침부터 오후까지 상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편의점에 출근을 하고, 집에 가려고 문을 여니까 낭떠러지인 거예요. 그 문을 열고 아래를 보는 심정이 우리 같았어요. 우리 세대들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에 그 인물이 등장하진 않지만 싱크홀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어요. 어이가 없지만 누군가가 그것으로 인해 직업을 얻는 것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이미지로 이야기를 얻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리고 그 낯선 이미지가 충돌할 때 이야기를 쓰게 돼요.

 

김세윤: 두 분은 공동으로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분업과 협업의 메커니즘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참 궁금하거든요. 이 영화는 어떻게 분업과 협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과, 그리고 싱크홀에 구교환 배우를 빠트리겠다는 결말은 처음부터 정하신 것인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옥섭: 엔딩은 제일 마지막에 썼어요. 시나리오 작업 방식 상 끝을 계획해놓고 쓰지는 못했어요. 자연스럽게 성원과 윤영이와 지연씨를 추적해나가면서 그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아요. 이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이고, 윤영이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장면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시나리오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구교환 선배는 장면이 다 떠오를 수 있게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쓰시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먼저 시놉시스 쓰고 트리트먼트 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편해요. 초고를 쓸 때 같이 논의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찍을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신 분이라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구교환이 작업은 이옥섭 감독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어요. 그렇다면 저의 역할은 이옥섭 감독의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완전히 발라드 곡인 시나리오에서 제가 랩을 할 순 없잖아요. 아 진짜 엉망인 비유였어요.(웃음)

 

김세윤: 인터뷰를 보니까 각서를 썼다던데 이건 무슨 얘긴가요? 프로듀싱을 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치고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각서를 쓰신 건가요?

 

이옥섭: 변덕이 서로 너무 심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힘들게 다 완성해갈 때 쯤 나도 할래하는 것도 무서웠고, 선배 입장에서도 제가 손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같이 하자고 한다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너무 타협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의 선택을 믿고 따라가는 편이 이 작품에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구교환: 계속 안전한 선택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전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옥섭 감독의 도전적인 서사가 필요했어요. 저는 이옥섭 감독보다 겁이 많은 연출가예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관객: 크게 세 가지 의심이 나오는데, 언제나 의심이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로 끝나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의심이 사실로 판명되면서 싱크홀에 빠지게 되는데 어떤 의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세상을 살다보니 의심에는 규칙성이 없더라고요. 이번에 이 사람을 믿었으니까 다음에도 믿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계속 어그러지는 거예요. 너무 불규칙하니까 저는 더 불안해졌어요. 누군가를 믿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가지려고 했는데 데이터가 소용이 없는 거죠. 그런 제 감정이 영화에 들어간 것이고, 제가 이 영화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윤영이가 마지막에는 꼭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게 윤영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메기가 그러잖아요. 사실은 관련된 사람에 의해서 말해지고 편집된다고. 그 말이 제가 그런 불안정한 삶을 살면서 붙잡고 있었던 말인데, 윤영이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불규칙한 불신과 믿음의 과정은 진실을 향해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떤 때는 맞았고 어떤 때는 또 그게 틀리기도 하고요. 결국엔 그게 진실에 가닿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관객: 감독님꼐서 영화 주제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사람들은 왜 서로를 의심할까가 이 영화의 메인 주제잖아요. 이 영화를 구상하시게 된 이미지 이전에 애초에 의심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질문하겠습니다.

 

구교환: 저도 궁금해요.

 

이옥섭: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썼던 시나리오는 어떤 거였냐면, 여자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계속 느끼는 거예요. 2017년에 썼던 건데 그 시절 제 안에 어떤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속에 제가 있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계속 과거를 거슬러 올라갔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이전에 쓴 시나리오에도 행복한데 계속 불안을 느끼는 여자가 나오더라고요. 아마 제 이삼십대 시절의 키워드가 불안이었나 봐요. 내가 몰래 찍힐 지도 몰라, 또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위협할 지도 몰라. 뉴스에는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누군가가 죽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이러한 것이 저에게 아마 영향을 줬을 거예요. 내가 생존하기 위해 방어적인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 이 영화에 드러났던 것 같아요.

 

구교환: 그때 쓰신 시나리오를 다시 만드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이옥섭: 지금 다른 것을 쓰고 있긴 한데 모르죠, 또 사람 마음이...

 

구교환저 좀 주셨으면 좋겠어서. 그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었거든요. 왜 그 작품을 안 하시냐고 계속 얘기를 했어요.

 

이옥섭: 근데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제 고민이 담겨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또 다른 고민이 더 커진 거예요.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풀리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그게 메기로 옮겨오면서 풀리게 된 것 같아요.

 



 

관객: 영화에서 배우만큼 중요한 게 메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는지, 또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의도하신 이유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세윤촬영 후 메기의 행방도 궁금합니다.

 

이옥섭: 메기의 목소리를 맡아주신 천우희 배우님은 바로 이전 작업인 걸스온탑〉(2017)에 나와주셨어요. 그때 천우희 배우님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꼈어요. 그 느낌이 고스란히 시나리오에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걸스온탑메기사이 기간이 두 달 밖에 안됐거든요. 그래서 걸스온탑작업하면서 함께 이야기할 때 내가 기댈 수 있게 해준 마음이 메기라는 캐릭터에 들어갔어요. 지연씨도 윤영에게 힘들었던 기억을 공유해주면서 연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윤영에게 힘을 주는 존재도 사람은 아니지만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쓰면서도 불편했던 지점인데, 이 메기는 아프리카에서 온 메기예요. 메기도 관상용과 식용이 나뉘어 있더라고요. 이 메기는 관상용 아프리카 메기였는데, 이것도 참 아이러니했어요. 뭐가 관상이고 뭐가 식용인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이야기까지 담진 않았고요. 그래도 제일 좋은 리뷰는 영화를 본 날 만큼은 메기를 먹을 수 없다는 얘기였어요. 영화 속 메기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주셨다는 응답 같아서요. 이 메기는 저희 제작실장님이 촬영 내내 케어해주셨고 이후에도 키우고 싶어 하셨는데 촬영이 많아서 데려가질 못하셨어요. 구교환 선배 어머님이 키우고 싶다고 하셔서 데려가 키워주셨어요. 그런데 눈병이 나서 이제 하늘나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구교환 배우 어머니께서 산에다가 묻어줬어요.

 

구교환: 우려하셨던 메기의 점프 장면은 전부 CG였고 메기는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마지막에 몰아서 촬영했어요. 대기실도 따로 있었어요. 분장실의 메선생님. 저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제작실장님도 그러니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던 거죠.

 

김세윤: 그래서 이 영화의 영어 제목도 메기가 아니죠.

 

구교환: 그렇죠, 영어로 Catfish가 아니라 사람 이름 Maggie.

 

이옥섭: . 뭔가 생선, 물고기 그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어요.

 

 

관객: 이전 단편영화에서도 독특한 연출과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이번 장편도 이전 단편과 비슷한 스타일로 챕터별로 나뉘고 소제목도 등장하던데요. 장편을 이런 스타일로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상업영화 시나리오랍시고 저희가 써둔 것들이 있는데요. 저희는 항상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쓰는데, 상업영화는 지켜야할 것이 좀 많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수정을 할 때 갑갑함이 있었어요. 인권위에서 제안을 주셨을 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겠다는 해방감을 가지고 했어요. 그래서 형식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목을 붙이는 건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힌트를 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챕터를 분절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연결성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했어요.

 

구교환: 용감한 영화죠. 타이틀보다 챕터 제목이 먼저 나오고. 관객들이 이 영화의 제목을 이 영화의 첫 번째 챕터인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좋아해라고 알면 어떡하냐고 저만 걱정했고 다들 그게 뭐가 중요하냐 하더라고요.

 

이옥섭메기인 거 알고 들어오잖아요. 메기봐야지, 하시면서. 엔딩에 제목을 띄울까도 생각했어요.

 

 



관객: 영화 속에서도 그렇고 주황색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주황색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세윤저는 이 질문에 더해서, 이 영화의 컬러가 참 좋아요. 컬러 사용을 어떻게 계획하셨는지 질문을 같이 드릴게요.

 

이옥섭: 메기에 현재를 담고 싶었어요. 지금 현재의 이야기. 만약 과거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채도를 뺐을텐데, 저는 지금 제가 사는 세상이 정말 컬러풀하다고 느끼거든요. 지금 이 자리의 여러분도 컬러풀하게 보여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색을 써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의상을 정할 때도 고려했어요. 윤영, 성원, 지연씨는 동시에 만난 적도 없고 한 화면에 담기지도 않아요. 그래도 연결성과 만남을 의상의 색으로 많이 보여줬어요. 촬영감독님과는 우리 실생활의 배경색들과 의상의 색을 비슷한 계열로 하자고 상의했어요. 그리고 주황색은 포스터 디자인 해주신 박시영 실장님 픽입니다. 영화 속 주황색이었던 건 성원의 맨투맨과 팬티로 기억해요. 어떤 의미를 줬다기 보단 디자이너의 영화에 대한 느낌이겠죠. 그리고 속옷 색깔을 선택할 때도 왠지 성원은 그런 색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검은색, 회색은 안 입을 것 같고. 어쨌든 이 영화에서 구교환 배우는 얼굴이 많잖아요. 이면에도 다른 모습들이 있으니 무채색은 아닐 것 같았어요. 그리고 성원과 윤영의 친밀했던 지난 시간들이 영화에는 다 보이지 않으니까 내 옷 벗어이런 식으로 의상을 통해서 보여줬던 것도 있어요. 의상일기를 써서 연출팀과 돌려보면서 하루의 의상을 정하기도 했어요.

 

김세윤: 추가로 음악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 사용된 음악이 굉장히 많아요. 일단 프로듀서인 구교환 배우님께 저작권료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묻고 싶고, 두 번째는 전체적으로 모든 곡이 좋지만 그 중에서도 맥신(Maxine)이라는 곡의 사용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구교환: 프리뮤직으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음악들을 검색해서 썼어요. 이옥섭 감독이 그런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누군가의 곡을 영화에 녹여내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하는데, 어떤 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장면엔 시나리오부터 음악을 정해두기도 하고, 편집을 하면서 곡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맥신같은 경우는 편집을 하면서 만나게 된 곡이죠. 그러면서 반지 이름에 대한 설정도 추가했습니다.

 

 

관객: 윤영이 성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성원이 캔을 밟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거든요. 성원의 폭력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의도하고 넣으신 건지 궁금했습니다.

 

이옥섭: 그 장면은 아마 윤영이 지연씨를 만나기 전 영화의 초반부에 있었다면 그냥 쟤 되게 웃긴 사람이네정도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런데 윤영이가 혼란한 때에 그 모습을 보면 다르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딱 지금 느끼신 대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장면입니다.

 




관객: 병원 광고가 생각보다 커서 신기했어요. 강 위로 광고를 그렇게 크게 낸 이유와 출근 도장 찍을 때 점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옥섭: 우선 점프하는 것부터 말하면, 병원에 대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사실 여윤영이 병원 엑스레이 사건의 피해자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윤영에게 부원장이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나가실 때 뒷문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병원은 저희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부조리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같기도 했어요. 또 병원 입장에선 점프하면서 체력 증진하고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 강요잖아요. 간호사복도 지금은 없는 방식이고 출퇴근카드도 종이고 부원장님이 들고 다니는 왕진가방도 과거의 것이에요. 윤영이 당하는 처사도 이처럼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런 대우를 해주는 병원이 지금의 병원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점프까지 갔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광고는 사실을 왜곡하는 말에 대한 시각화라고 생각했어요. 광고 촬영 현장에 이경진 부원장은 두 발로 걷지 못하는 친구를 데려와서 척추를 바로 세워준다는 식의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써오는데 나중엔 동물을 해방시키는 내용으로 완전 바뀌었잖아요. 사실이 왜곡되는 것이 이렇게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광고가 나오는 곳이 조정경기장인데요. 이경진 부원장의 성격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올곧음이 있어요. 윤영을 만나서 많이 변하긴 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지만 자기가 선택한 곳이니 난 좋은데?”라고 말하잖아요. 거기서 윤영도 내가 좋은 것이 좋은 거라는 사실을 알아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교환: 그 공간 자체가 이경진 부원장이 광고를 틀 법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옥섭: 그리고 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윤영이 성원에게 가게 되는 다리여서 좀 조용하길 바랐고요. 물도 있고 이런 뉘앙스를 주기에 적절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객: 성원에게 폭력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윤영이 주눅이 든다든지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극중에서 윤영은 전혀 그러지 않고 자전거를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오히려 성원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요. 왜 그런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했어요.

 

이옥섭윤영이 최종적으로 지연씨를 믿기로 결정하는 순간은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예요. 성원이 나를 죽이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피부로 닿았을 때 선택을 하게 되는데, 여윤영이라는 사람을 여기까지 쌓아오면서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자전거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입장에서는 윤영에 대해 이입하여 쓴 것인데요, 위축되기보단 배반의 감정이 너무 커서 그런 식으로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거에요. 윤영의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지금 들어요. 자전거는 윤영이가 폭력을 몰랐을 때 같이 탔던 것이잖아요. 함께 이동하던 자전거가 살인 무기로 바뀌는 순간이죠. 성원이는 분명 윤영이에게는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알고부터는 아니죠. 자전거가 살인무기가 되는 것도 이 신에서 중요한 점이었고, 윤영이가 앞에서 보여줬던 선택과 행동들이 쌓여 그 선택에 자연스럽게 도달했던 것 같아요.





관객: 시나리오 쓰실 때 감독님께서 나라면 이 인물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 그 생각은 항상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아가는 것 같아요. 엔딩을 만들면서 가장 크게 이 생각이 들었는데, 윤영은 성원과 만나지 않을 것이고 이곳을 벗어날 것이고 앞으로 행복할 것인데 그게 마음으론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관객분들께 정말 묻고 싶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요?’라고. 그 대답을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영화를 찍고 나서 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 장면을 봐도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는 마음은 읽히지 않아요. 여기서 나아갈 것이고,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다보니까 실행에 옮기기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들기 전후로 가장 느낌이 달라진 장면이 그 장면이에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이고 보시는 분들도 제가 지금 느끼는 것처럼 느낀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되게 간절해요. 지연과 윤영이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삶. 이것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 시간이 더 짧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지연과 윤영 모두 좋은 사람이 곁에 있잖아요. 좀 더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관객: 성원이 싱크홀에 빠지면서 영화가 끝나잖아요. 영화 속 성원은 여자친구한테도 잘해주고 이별할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남자기 때문에 정말 폭력을 쓴 것이 맞을까 싶어서 그 뒤에 해명이 나오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싱크홀에 빠지면서 영화가 끝난 이유가 궁금해요.

 

이옥섭: 제가 생각하기에 폭력은 전조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해명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맞았다는 증언이 있고, 때렸다고 말했으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고, 성원의 면죄부가 있다면 지연씨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이유를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저의 가장 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이 영화가 아니어도 너무 많이 가해자의 사정을 들어왔어요. 조금 갑갑할 정도로. 항상 피해자가 삭제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영화에서까지 그걸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컸어요.

 

 

관객: 재개발 지역의  평화시위도 모티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모티브라기보다는, 땅을 파면 흙이 날리잖아요. 실제로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는 바람이 불면 흙바람이 부니까 천막을 덮어두고 중간 중간 모래주머니를 놓았어요. 제가 아현동으로 시위를 나갔을 때의 인상이 그 장면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러 모였고 어떤 것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을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과 친구가 돼서 이야기를 나누고 점점 원이 커짐을 느꼈어요. 누구는 기타를 치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같이 나눠 먹고. 아름다운 기억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시위가 실패해도 다시 나갈 힘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있어서요. 그래서 재개발 반대시위가 실패했다 해도 함께 나와서 시위했던 친구들이 다시 나올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길 바랐어요. 모티브는 따로 없었어요.

 




관객: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젊은 여성들의 공포, 청년들의 문제점을 영화에 전체적으로 많이 풀어내셨어요. 뒷부분에 성원과 윤영이 헤어지기 직전에 성원이 라이터를 켜는데, 윤영이와 성원의 관계에서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가스 라이팅을 의도하신 건 아닐지 궁금했어요그리고 같이 밤을 먹을 때 윤영이 떠보는 질문을 하잖아요. 저는 성원이 눈치를 채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성원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구교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옥섭풍부한 해석이네요. 사실 멋있게 의도했다고 하고 싶은데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일상적이지만 위협적인 것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많이 있지만 마음에 멀어진 사람이 쓰면 위협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했고 그게 라이터였어요. 심지어 윤영도 하지 말라고 하고요. 가스 라이팅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구교환알고 있는 냄새여서 물어봤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성원을 연기를 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태도를 취했던 것 같아요. 해석의 여지보다는 이 신의 목적에 맞게 연기했어요. 시나리오 대사에서 뉘앙스가 읽혔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성원의 표정이 서늘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해요.

 

 

관객: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엑스레이 사건으로 시작해서 다른 사건이 새로 등장하는 식인데 이렇게 구성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옥섭: 이 영화는 윤영의 세계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어떤 식의 접근이었냐면, 윤영이를 그리면서 윤영이 일하는 곳을 그리고 윤영이 만나는 사람들을 펼쳐나갔어요. 잉크를 떨어트리면 주위로 슥 번지듯이 윤영이가 번지면서 이야기가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느끼시지 않았을까 해요. 엑스레이 사진이 나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믿음 교육을 하고, 지연씨고 만나고, 성원이도 만나는 것이 순차적으로 진행이 됐거든요. 그렇게 피해자만 쫓아가고 가해자는 누구인지 찾지도 않는 인상으로 윤영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첫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구교환: 그래서 제가 이 시나리오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멋있게 탈퇴선언을 했죠.

 

이옥섭: 그리고 윤영이가 지연씨를 수많은 일들을 거치고 지연에게 도착하는 그 기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저는 누군가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데 제가 그걸 못 알아듣는 것이 가장 두렵거든요. 다른 요소 때문에 이 사람이 진실을 이야기하는데도 믿지 못할 구석을 찾아가면서 진실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불안해요. 그 속에서 윤영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 되어 지연 앞에 도착해야할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지연 앞에 도착하게 됐어요.

 




김세윤오늘 같은 자리는 진행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많은 여성분들은 몸으로 느끼는 삶에서의 불안을 직감적으로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영화라는 구덩이에 빠지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거든요. 관객이 해야 하는 일은 영화라는 구덩이에 빠지면 파고 들어가서 밑바닥까지 가 보는 것이니까요. 오늘 저는 더 깊은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 것 같아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구교환: 오는 길에 보니 앞에서 군밤을 팔고 있더라고요. 저는 항상 이런 것에 의미를 두는 타입인 것 같아요. 제가 사드릴 것도 아니면서, 오늘 영화 보신 분들이 나가시면서 군밤 드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연씨의 따뜻한 마음이 군밤에서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군밤 몇 시까지 파시냐고 물으니 마지막 군밤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을 왜 하고 있는지.(웃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생각이 나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뵙고 또 다음 영화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옥섭: 오늘 이야기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 영화에는 윤영이를 비롯해서 제가 만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이 그냥 이 영화 속에 갇힌 인물들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관객분들이 저에게 질문하시지만 저는 그들과 조금 더 같이 오래 있었던 사람일 뿐이라서 어떤 확신을 가지고 말씀을 드리기 보단 그 심정을 떠올리며 대답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니 관객분들이 느끼신 것들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 얘기 나눠서 너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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