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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인천스텔라〉 인디토크 기록: 우리도 갬성에 갈 수 있다

by indiespace_한솔 2021. 4. 15.

 

우리도 갬성에 갈 수 있다
 〈인천스텔라〉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4 3(토) 오후 4

참석 백승기 감독 | 배우 손이용, 강소연, 정광우, 권수진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자동차의 모습을 한 우주선을 타면 행성 '갬성'에 갈 수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도 우주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백승기 감독의 영화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무대뽀적 할 수 있음정서는 굳어있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그의 C급 무비가 부리는 마법 같은 일이다.

봄비 내리는 주말, 인천스텔라팀이 갬성에 도착했다. 솔직한 제작 비하인드와 백승기 감독만의 영화 철학을 들으며 다시금 할 수 있음의 에너지를 받았던 시간. 그날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백승기 감독님이 〈인천스텔라〉를 포함해서 삼부작 영화를 만드셨어요. 처음 〈숫호구〉라는 작품이 있었고, 그 다음 〈시발, : 인류의 시작이 있었죠. 그리고 오늘 보신 〈인천스텔라〉까지. 이 세 작품이 우리 존재 삼부작이라고 불리는데. 이유를 설명 부탁드려요.

 

백승기 감독(이하 백승기):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탐구하는 영화들입니다. 이 세 편을 처음부터 기획했다기보다, 한 편 한 편 만들고 보니 내 영화의 특성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숫호구같은 경우는 우리 존재는 정신이냐, 물질이냐. 어떤 것이 진짜 우리의 존재이냐라는 질문을 하는 영화였고요. 시발, : 인류의 시작인간은 타고나는 존재인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인가.’ 〈인천스텔라〉는 ‘우리 존재는 얼마나 큰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가.’ 묻는 영화입니다. 세 작품 다 인간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 존재 삼부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은선: 역시 대작이네요.(웃음) 이 영화는 가장 거대 예산을 쓴 작품이기도 한데. 늘어난 곳간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게 중요하잖아요. 이전의 영화 작업과 비교하면 〈인천스텔라〉처럼 풍족한 곳간의 경험은 어땠나요?

 

백승기: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스태프들 밥을 잘 먹일 수 있고, 밥 말고도 좀 더 맛있는 걸 먹일 수 있게 되고, 약소하게나마 상징적인 출연료를 드릴 수 있고, 필요하면 전문 감독님들을 모실 수 있게 됐고, 필요한 걸 살 수 있게 됐고.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게 감독으로서 신나는 일이었어요. 예를 들어 우주 CG를 찍기 위해 그린 스크린이 필요한데, 자동차가 들어가야 하니까 큰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런 공간을 실제로 돈을 내고 쓸 수 있다는 것. 굉장히 신비로운 경험이었고요. 앞으로도 곳간을 가득 채울 수 있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또 한편으론 세상에 공짜 없다고, 제가 받은 지원금이 여러분들의 귀한 세금 아닙니까. 그러니까 내가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굉장히 공을 들이게 되고. 전엔 없으면 그냥 찍지 뭐했던 부분들도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놓고 찍으려다 보니 관객 분들도 백승기 감독의 영화가 이전과 다르게 진중하고, 진지하고 또 어떤 면에서 퀄리티도 좋아졌다고, 그래서 실망했다고.(웃음) 영화가 좋아졌는데 오히려 실망하시는 이상한 현상을 보면서 좀 혼란스러운 요즘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독립영화를 만들 때 많은 경우 영화진흥위원회라던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금을 받아 일부 제작금을 충당하곤 하는데요. 이 영화 역시 그런 케이스였으니 웬 내 세금?’ 하고 놀라지 마시길 바라요. 감독님과 모든 경험을 함께 한 배우님이 손이용 배우님이시잖아요. 제작환경이 풍족해지는 것을 손 배우님이 여실히 체감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어떠셨어요?

 

배우 손이용(이하 손이용): 풍족해졌다는 생각을 못 해봤던 것 같은데요. 감독님이 맛있는 거 잘 먹였다고 하는데...(웃음) 사실 확실히 전작보다 예산이 많이 늘어나긴 했어요. 전작 예산 같았으면 진짜 컵라면만 먹으면서 촬영을 했어야 해요. 물론 독립영화라고 해도 제작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역시 모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예산이 충당돼서 힘든 촬영을 한 날엔 석화랑 회도 먹게 되는 일이 있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그냥 감독님 집에 가서 감독님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 먹고 촬영했을 텐데. 그런 면에선 행복했습니다.

 

이은선: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만, 한 번 좋은 환경을 경험하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이 이후로 더 좋은 환경, 많은 예산으로 영화 만드시면 좋겠고, 그렇게 되시겠지만, 혹시 처음 영화를 찍을 때처럼 완전히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백승기: 물론 당연히 그런 상황이 되어도 영화를 찍을 겁니다. 저희의 철학은 천만 원 있으면 천만 원으로 영화를 열심히 찍고, 백만 원 있으면 백만 원으로 열심히 찍고, 천 원 있으면 천 원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와도 영화는 계속될 거고요. 근데 이제 백억이 있으면... 좋겠죠?(웃음) 근데 방금 석화 얘기를 했는데 그건 제가 돈 생겨서 먹게 된 게 아니고 제가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고생한다고 뭘 자꾸 싸가지고 와요. 그날은 제 고등학교 후배가 회랑 석화를 잔뜩 사 온 거예요. 그래서 요즘 어려운데 뭘 이런 걸 사 왔냐고 하니까 ‘괜찮아요. 형 영화 찍는데 가만있을 수 없죠.’ 하는 거예요. 요새 너무 힘드니까 그 친구도 소상공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도 석화를 사온 거예요. 그 친구도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선: 여러 도움과 애정이 모여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것도 궁금해요. 예산이 풍족하든 적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현장에서 반드시 지키고 싶은 철칙 같은 게 있기 마련이잖아요. 내가 아무리 예산이 적어도 이것만은 포기 못한다, 라고 생각하시는 게 무엇일까요?

 

백승기: 연기랑 음악. 두 가지죠. 전 사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악입니다. 저희에겐 시발, : 인류의 시작부터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주고 계시는 김인영 감독님이 계십니다. 저희끼리는 인스 짐머라고 부르는데.(웃음) 지금 영화 보셔서 알겠지만, 저희 영화 음악 퀄리티가 굉장히 좋습니다. 그분을 믿고 맡기고 있고. 연기는 제 영화의 특징인 것 같아요. 아무리 미장센이 키치적이고 장난스러워도 연기는 진지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홈매트를 들고 있어도 그게 진짜 지질 조사하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그게 제 영화의 철학이죠.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이건 배우들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부분이겠죠. 왜냐하면 백승기 감독님 영화는 B급도 아닌 C급을 표방한다는 아주 당당한 기세가 있잖아요. 배우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C급 정서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정서가 나와 잘 맞았는가, 솔직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손이용: 이런 생각을 처음 해봐서요. 권수진 배우부터 얘기를 하면 어떨까요. 갑자기 그간 찍었던 영화들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웃음)

 

이은선: 가장 많은 데이터가 쌓인 분이라 그러신 것 같아요. 그럼 권수진 배우님부터 들어볼까요?

 

배우 권수진(이하 권수진): 해변에서 갑자기 개다리춤을 추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적당히 포장하지 않는 것이 C급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걸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는 느낌. ‘굳이 이렇게 망가진다고?’ 싶을 정도로 두세 배 망가짐으로써 안 망가진 사람이 더 튀게 보이는 게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C, 그리고 그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은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왈츠 장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란 말이에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에요. 제 감성을 돌려내세요. 개다리춤이 웬 말입니까?

 

백승기: 저도 한국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번지점프를 하다인데, 마침 재개봉을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그 명장면과 궤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김재승 감독님에게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이은선: 정말 큰일 났네요.(웃음) 정광우 배우님은 어떠세요?

 

배우 정광우(이하 정광우): C급 감성은 진지한 웃음과 재치일 수도 있고 슬픔 속 웃음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뻔하지 않게 키치적으로 풀기도 하고 변주를 주는 게 감독님만의 특징, 감성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B급 무비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이 너무 좋았고 매우 잘 맞았어요. 오히려 제가 감독님이 원하는 과제를 백 퍼센트 해냈는지 모르겠어요.

 

이은선: 정광우 배우님은 본인이 먼저 출연 의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강소연 배우님은 어떠세요?

 

배우 강소연(이하 강소연): 저는 처음에 제안 주셨을 때 제가 같이 하는 것이 폐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독님 전작을 봤을 때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용 배우님 같은 연기는 못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근데 감독님이 이번엔 다르다. 진지한 영화다, 그런 연기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이은선: 진지한 거 시켜준다고 하고 초신성 되어서 날아가고...

 

강소연: 전혀 몰랐어요.(웃음)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가장 많은 작품에 참여하신 손이용 배우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손이용: 쭉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리가 되네요. 제가 어떻게 연기를 했길래 강소연 배우님이 그런 말씀 하셨는지 모르겠지만.(웃음) 감독님이 GV나 인터뷰를 하실 때 항상 C급 정서에 대해 정의를 묻는 질문이 들어오는데, 감독님이 추구하는 C급이라는 게 등급의 개념으로 A, B, C가 아니란 건 알고 있습니다. 소수만 할 수 있는 A, 그보다 확장된 개념의 B, 또 그보다 더 확장된 C. 이렇게 수평구조의 C급을 추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고. 처음 감독님과 작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차근차근 상황이나 예산이 나아지고 있긴 한데, 제가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좋아하고 한편으론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게 저는 C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연기를 할 때 어떻게 웃겨볼까, 이런 이야기나 고민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이 상황에선 이런 식으로 풀려야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만 해요. 감독님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는 것이에요. 물론 그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처음에 거부반응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확실한 스타일에서 매력을 느껴요. 코미디와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셔서, 그런 지점을 좋아하고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백승기: 아주 좋습니다.(웃음)

 

이은선: 가장 마지막에 대답하신 보람이 있네요. 손이용 배우님께는 이것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두 분이 하신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시발, : 인류의 시작을 찍으실 때 손이용 배우 아버님이 소천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래서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꼭 찍게 해주고 싶어서 기획한 영화가 바로 〈인천스텔라〉라고... 이 영화가 가진 톤앤매너에 비해 비하인드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에게도 실제로 위로가 됐는지 궁금했어요. 아주 좋고 상냥한 마음으로 접근한 영화잖아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손이용 배우가 아들 역할이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셨어요.

 

손이용: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GV 되게 많이 했는데, 처음 언급해주신 것 같아요. 시발, : 인류의 시작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었어요. 첫 촬영하러 바로 네팔 히말라야로 갔었고... 며칠간 계속 산을 올라가야 했었어요. 제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아버지와 진탕 술을 마신 날이 있어요. 원체 사이가 좋아서 그날 한 7차까지 마셨을 거예요. 노래방까지 갔다가 집에 가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꿈이 뭐였어?” 하고 물어봤어요.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나 세계일주 하는 거.” 하시더라고요. “세계일주? 그냥 배낭여행 같은 거야?” 하니까 아빠는 산을 제일 좋아하니까 세계에 있는 높은 산들을 올라가 보고 싶어.”라고 말씀하셨어요. 히말라야라는 곳이 상징적인 곳이잖아요. 산을 오르는데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버지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인데. 저희 아버지는 비행기 타고 제주도도 한 번 못 가보셨거든요. 우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제일 앞서 올라가면서 몇 날 며칠을 계속 울었어요. 시발, : 인류의 시작을 보시면 제가 엄청 많은 슬랩스틱을 하고 있지만, 저는 그 영화 보면서 계속 울었거든요. 시발, : 인류의 시작에서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아버지가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 장면에선 연기를 했다기보다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랑 둘이 술 한 잔 하고 누워 있는데 나는 우주가 배경이 되는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다. 널 아버지와 만나게 해주고 싶다. 영화에서라도.”라고 말하셨어요. 그걸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주실 줄은 저도 몰랐죠.

 

 

이은선: 어쩌면 시발, : 인류의 시작을 찍을 때부터 영화로서의 치유의 과정이 배우에게 있었던 셈이네요. 사실 그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봤던 장면인데 다시 보게 된다면 남다른 기분으로 그 장면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인천스텔라〉가 손 배우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길 바랍니다. 아까 배우들 연기를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냐면, 규진이와 승연이 서로에게 반하는 씬 있잖아요. 다른 영화라면 그렇게 길게 보여줄 리가 없거든요. 배우들의 연기를 할 때까지 아주 충분히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배려가 보이는 거예요. 하고 싶은 대로 쭉 해보고, 연기한 거 너무 아까우니까 그냥 다 쓰자는 식의 마음이 영화 안에서 보였다고 할까요. 근데 실제로 찍는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 수 있잖아요. 두 배우에게 여쭤보고 싶었어요. 그 장면 촬영할 때 어떠셨어요?

 

정광우: 그 장면에서 슬로우가 걸릴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감을 못 잡아서 헤맸어요. 몇 번 엔지가 나고. 근데 감독님께서 최대한 찍었던 장면을 다 살리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장면도 다 살려주셔서 다 받아들이고 했습니다.

 

강소연: 저는 그런 걸 잘 살리는 게 어려워서... 그 장면이 보기 힘들더라고요, 스스로. 더 잘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아요.

 

이은선: 권수진 배우도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책임지는 파트가 있었죠. 바로 감동 파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전체적인 영화의 톤앤매너와 동떨어지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있는데. 권수진 배우님 어떠셨어요?

 

권수진: 너무 신파적인, 전형적인 희생의 인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동안 행복하게 살았던 여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로 그려져 감동이 와 닿을 수 있도록 했고요. 동떨어졌다고 생각되는 지점도 있지만... 제가 감독님의 평소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뭐야. 이 영화 보고 안 울려고 했는데.’ 하는 벽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대사가 있는 분량보다 기동과 어우러지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래서 영화 찍는다는 생각보다 그냥 남편 만나고 데이트하고, 재미지게 오빠랑 옛날 추억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찍었어요.

 

정광우: 그런데 그래도 수진 배우님이 중간에 살짝 불안하셨는지 나 없을 때 재밌는 장면, 코미디 찍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셨어요.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채팅방에 브레이크 댄스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손이용 배우님 춤 너무 잘 추시는데”, 다음 대목이 진짜 웃겨요. “부업으로 아이돌 백댄서를 하시는 건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실 때 스트레칭 대신 춤을 추시는 건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주셨습니다.

 

손이용: 그 장면 말씀하시는 거죠? 권수진 배우가 아이 가졌다고 하니까 갑자기 춤을 추는... 그 장면 찍을 때 감독님이 다 됐구나.’하는 표정으로 지켜보셨던 기억이 나요. 그런 장면은 따로 디렉션이 없거든요. 그냥 넌 지금 너무 기쁜 상황이야. 자 여기 거실이 있지? 돌아!’ 하는 정도의 디렉션이 있던 상황이고 촬영감독님께서 아주 신나는 음악을 현장에 틀어놓고... 대충 아시겠죠? 모든 스태프들과 모든 배우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춤사위를 벌이는.

 

백승기:  촬영감독이 틀어준 음악이랑 춤이 템포가 안 맞거든요? 안 맞는데 열심히 추더라고요. 원본 영상 보면 되게 재밌어요.

 

이은선: 이게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고, 아주 대놓고 PPL이 등장하는 영화잖아요. ‘저게 설마 광고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보다가 언급된 것들을 찾아보니까 실제 있는 상호명이더라고요. 근데 인천스텔라의 인천은 지역 인천과 한자가 달라요. 인천을 배경으로 하고 지역 상권 PPL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자는 다른가, 사람 인자는 왜 썼는가? 이런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건 인천에 대한 배신 아닙니까?(웃음)

 

백승기: 아닙니다. 동음이의어로 살렸고요. 인천영상위원회가 가장 큰 제작지원의 축을 담당해 주셨지만 인천을 너무 노골적으로 쓰면 돈 받으려는 노림수가 너무 일차원적이다라는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영화의 스타일과 철학, 내용에 맞게. 저희 영화가 사람이 곧 우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사람 인자를 넣은 거죠.

 

이은선: 혹시 인천 말고 국내 다른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욕심나는 공간이 있으십니까?

 

백승기: 너무 많습니다. 저희가 이번 영화는 인천에서 찍었는데 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부천, 춘천, 과천을 갔거든요. 그다음부턴 괜히 ‘천’자 들어가는 지역 영화제 없나, 하고 찾아보고. 개인적으론 춘천에서 한 번 찍어보고 싶어요. 춘천영화제는 SF영화를 상영하니까 저희 〈인천스텔라〉가 상영도 되고 상도 받았거든요. 춘천 관계자 분들께서 춘천에서도 하나 찍어주면 좋겠다고 하시고. 저도 관심 있게 둘러봤는데 댐도 있고 수자력 발전소도 있고. 뭔가 재밌는 게 나올 수 있는 동네다 싶어요. 그리고 우리 영화의 단골 영화제인 부천도. 돈만 주면 뭐 어디든지.(웃음)

 

이은선: 장난스럽게 얘기하고 계시긴 하지만 저는 백승기 감독님의 영화들을 보면 영화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 다 같이 이야기가 있으면 해 볼까요?’라고 유머러스하게 제안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감동받는 제가 싫지만, 감동받는 모습을 발견해요.(웃음) 이 영화에도 그런 대목이 있죠. 떨어진 책, 아마도 감독님의 저서일 거라고 추정되는 책에 아주 노골적인 메시지가 있어요. ‘우리 모두는 영화를 사랑하니 영화 만드는 일을 사랑해보자는 메시지. 거기서 꼭 그 책을 떨어뜨려야 했습니까?

 

백승기: 우연입니다.

 

이은선: 어떻게 우연일 수 있죠?

 

백승기: 믿지 못하시겠지만 우연입니다. 그 책이 숫호구에도 등장하고 오늘도 평화로운에도 등장하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책장을 쳤는데 하필 그 책이 떨어졌어요. 이것은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영화 만들기정말 좋은 책입니다.(웃음) 그 안에 영화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있습니다.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영화 책 중에서 가장 솔직합니다. 되는 건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책과 관련해서 질문 중에 “‘규진아 제발 책 좀 읽어!’ 엄청난 신스틸 대사이기도 한데, 이건 시나리오 상에 나온 연출인지 애드리브인지 너무 궁금합니다.”하고 보내주셨어요.

 

백승기: 대본에 있었죠. 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넣은 거고. 주변에 많은 분들이 감독님,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근원이 무엇인가요?’하면 제 비결은 책을 읽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서문까지만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걸 읽으면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추론할 수 있죠. 굳이 그 사람의 생각을 다 듣는 게 아니라 이런 얘길 하고 싶은 거 아닐까 생각하다 보면 창의력이라는 게 늘어납니다.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 서문까지만 읽는다.

 

이은선: . 감독님 개인 의견이라는 걸 밝혀둡니다. 이 영화는 여러 카테고리로 이야기할 수 있죠. 가족애가 뛰어난 가족 영화로 묶일 수도 있고, 감독님이 주장하는 C무비의 자장 안에 묶일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나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우주 영화라는 점이죠. 저는 우주 장면을 시간에 쫓기듯이 찍으셨구나, 하는 인상을 받은 장면이 딱 하나 있어요. 인천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가잖아요. 그때 인천스텔라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합의가 안 된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일단 감독이 , 우주 가는 거야!’하고 배우들이 각자의 우주 진입 연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미세하게 받았는데 이건 인천스텔라 타셨던 분들이 대답해주실 수 있겠죠? 배우 분들 얘길 들어볼까요? 우주로 갈 테니 우주로 가는 연기를 해달라, 너무 많은 짐을 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봅니다.

 

정광우: 예리하시네요. 허가 찔린 느낌인데. 감독님이 디렉팅을 주시긴 했는데 우주로 간다하고 슛 들어가기 직전에 ! 으으 으어억!’ 이런 식의 의성어로 가자고 해서.(웃음) . 그래서 저 혼자 기절하고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손이용: 감독님도 우주를 안 나가보셔서 디렉션 주시기 힘들었을 거예요.

 

백승기: 저는 정광우 배우가 기절하는 걸 보면서 정말 이래서 배우구나 싶었어요. 내가 기절을 시킨 적이 없는데 기절을 하는 거예요.(웃음) 근데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 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본인이 스스로 연구까지 해줘서 고마웠어요. 보면 기절했다가 빨리 깨어나요.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영화가 뒤로 갈수록 설정 자체가 어리둥절한 느낌이 있긴 있잖아요. 구원하는 엔딩 같기도 하고, 다 폭파시켜버리는 엔딩 같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엔딩인데. 초신성이 되어 날아가신 강소연 배우는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고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에 있는 선호 역할의 권수진 배우님 의견도 궁금해요.

 

강소연: 일단 그 장면은 완전히 이 인물이 어떤 상징, 별이 되어서 새로운 탄생을 하는 의미라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제 지인들도 엔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요. 인물의 서사로 이해하면 어려운 것 같고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권수진: 저는 영화 안에서 네 명이 다 얽혀있고, 한 명이라도 빠지면 고리가 안 맞는 상황에서 잊을만하면 나타나 임팩트를 주는 선호를 연기했는데요. 이걸 어떻게 마무리 지으실지 처음엔 궁금했거든요. 오히려 처음엔 되게 느리게 시작했다가 마지막엔 샤샤샥 지나가는 게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했고. 선호가 출산하는 장면은 촬영은 처음에 찍었지만, 산부인과에서 대화 나누는 장면은 엔딩에 나오는 걸 보면서 영화는 역시 편집이구나 싶었어요.

 

이은선: 감독님께서 엔딩에 대해 첨언해주고 싶으신 얘기가 있다면요?

 

백승기: 이 영화가 아무래도 ‘우리 존재 삼부작에 방점을 찍는 영화다 보니까 우리, 인류가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존재인가를 다루고 싶었어요. 인간의 탄생, 성장, 사랑, 희생 이 네 가지 키워드를 네 인물에 부여해서 종합적으로 보면 인류애라는 커다란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사랑, 인류애까지도 모두 제 역할을 해줬을 때 인류 탄생의 형상이 나오잖아요. IC1848 이라는 성운이에요. 실제로 아기성운, 태아성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공교롭게도 IC 잖아요. 인천. 나사에서 그런 이름을 붙일 리가 없죠. 저희가 붙인 건데. 엔딩 장면은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극 중의 규진일 수도 있고, 승연일 수도 있고, 선호일 수도, 기동일 수도, 아니면 우리 자기 자신일 수도 있어요. 모든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게 연결해놨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여한이 없죠.

 

이은선: 재밌는 질문이 들어왔어요. “옛날부터 구상하셨던 우주영화를 드디어 완성하셨는데 인천스텔라의 마지막 촬영 오케이 컷을 외쳤을 때 감독님의 감정, 생각이 궁금합니다.”

 

백승기: 너무 아쉬웠어요. 공식적인 마지막 촬영이 마카롱 가게 씬이었거든요. 하지만 며칠 뒤에 추가 촬영이 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컷에도 시원하게 함성은 안 나오는 거죠. 배우들도 다들 지쳐서... 근데 편집해보니까 굳이 추가 촬영을 안 해도 되겠더라고요. 그게 실제로 마지막 컷이었던 거예요. 근데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신나게 환호성을 못 지른 것 같아서 아쉬웠죠. 어쨌든 고생하면서 찍은 그림이 하나하나 만들어가지는 걸 보면서 됐다, 난 이제 여한이 없다, 뭐 그런 생각 하면서... 됐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웃음)

 

<인천스텔라> 스틸컷

 

이은선: 마침 우주선 관련한 질문을 주셨어요. “우주선에서 내려서 무중력 상태를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그리고 촬영 장소가 어딘지 궁금합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없었나요?”라는 질문을 주셨어요. 극 중에서 우주에 가신 분들만 답하실 수 있겠네요.

 

손이용: 제가 할까요? 제가 떠내려갔으니까... 대부분이 인천 로케이션인데 유일하게 인천이 아닌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해변 장면은 전부 태안에서 촬영했어요. 인천은 공항 때문에 드론을 띄우는 게 녹록지가 않더라고요. 실제로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온 장면이 갈음이 해수욕장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린 스크린 장면들은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찍었습니다. 가보니까 엄청 넓더라고요. 삼천 평정도... 저희는 삼십 평 정도만 필요했었는데.

 

백승기: 대관비 조금만 내고 삼십 평만 쓰면 안 되냐니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손이용: 다행히도 저희만 대관을 해서 좋았어요. 저희 같은 작은 규모의 영화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회차가 늘어나는 대로 다 돈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24시간 동안 다 촬영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만 빼곤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일단 무중력이 아니었다는 건 여러분들도 다 느끼셨을 테고. 영화는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컷을 이어 붙이면 무중력의 느낌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우린 그렇게 안 찍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희들이 최대한 집중해서 연기를 해줘. 나는 우주 장면을 꼭 넣고 싶어.’ 그러셔서 그냥 있는 그대로 연기를 했던 거고. 다들 너무 힘들고 정신없어서 웃지도 못하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포털 사이트에 영화 제목을 검색하시면 메이킹 영상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보시면 재밌을 것 같고요.감독님의 전작 오늘도 평화로운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영화는 우주를 소재로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인천스텔라〉가 나왔습니다.” 누군가를 캐스팅하면서 끝나는 영화죠. “계획 중인 다음 작품도 있나요? 어떤 영화가 될 것 같은지 얘기해주세요.”하고 질문해주셨습니다.

 

백승기: 다음 작품 후보가 너무 많습니다. 최초의 인류 이야기랑 우주영화, 이 두 개는 무조건 찍고 그다음부턴 자유롭게 창작의 나래를 펼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개인적인 숙제는 끝났어요. 지금부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현재 후보가 다섯 가지 정도가 있는데 어떤 걸 해야 관객 분들과 즐겁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벤져스〉와 관련된 영화도 마블과 같이... 하고 싶고요.(웃음) 안 되면 그냥 찍죠 뭐. 또 서부극에도 관심이 생겨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장고같은 영화? 갖지 못한 자의 울분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시원한 영화. 제목은 잔고라고 지어봤고.

 

이은선: 타란티노가 들으면 넘어갈 얘기네요.

 

백승기: 근데 너무 패러디를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리지널 영화도 준비하고 있고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은선: 번외 편으로 갬성에서 혼자 낙오된 승연이 감자로 살아가는 생존 영화가 나올까, 하는 기대를 해봤습니다.

 

백승기: 그걸 만들려고 했는데 마션이라는 영화가 있더라고요.(웃음) 그것보다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정광우 배우가 이번에 같이 해보니까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얼굴도 잘생겼고 예의도 바르고. 너무 좋은 친구예요. 최수종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주원 닮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이 친구를 데리고 태조 왕건이라던가 대조영, 각시탈 같은 걸 찍어보면 재밌겠다 싶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은선: 이 팀의 GV는 늘 좋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저도 오늘 굉장히 즐거웠고요. 관객 분들께 끝인사 한 번씩 부탁드리고 자리 마무리할게요.

 

권수진: 황금 같은 주말, 벚꽃이 피고 지는 아름다운 시간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결혼식 인사 같네요. 매번 하는 말 중 하난데, 코로나 시국에도 자리를 지키는 한 분 한 분이 계시기에 저희도 영화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고 이런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오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정광우: 오늘 주말이고 비도 내리고 이런 날 밖에 나오기 쉽지 않잖아요. 나른하기도 하고 쉬고 싶으실 텐데 이 자리까지 와주시고 직접 만나 뵐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하루입니다.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소연: 저희 영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이용: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인디스페이스라는 곳에 네 번이나 찾아오게 됐는데요. 너무 감사합니다. 네 편째긴 하지만 저희 영화 처음 보신 분들도 계실 거고 못 보신 분들도 많으실 거 같아요. 처음 보신 분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떻게 보면 감독님과 저희가 원하는 바인 것 같습니다. 저희 영화 말 그대로 다양성 영화고요. 관객 분들께서도 다양한 시선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영화를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지만 찍는 게 천만 배는 더 재미있다고 하셨어요. 때론 영화를 존경과 동경의 대상으로 두는 것보단 직접 고백도 하고 만나서 교감할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방향에 있어서 감독님이 찍는 영화가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다양성 영화도 많이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백승기: 말씀해주신 대로 인디스페이스 너무 감사드려요. 영화 개봉할 때마다 굳건하게, 좋은 상영 컨디션으로 있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영화를 만들어도 틀어줄 수 있는 극장이 존재한다는 게. 또 한편으론 이 시국에, 요즘에 극장 가면 누가 사람 있냐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정말 다른 곳들 가보면 거기가 우주예요. 진공상태로...(웃음) 다양성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신 분들이 이 상황에도 극장을 찾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영화라는 게 정말 다양하잖아요. 우리가 영화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고. 영화가 너무 관객의 위에 있으려고 하면 아쉬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만든 영화가 또 다른 측면의 즐거움을 드렸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볼거리와 심오한 주제는 담고 있지 않지만... 저만 담고 있습니다. 평상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던 다양한 것들.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C급 마인드, 키치, 편안함, 없음의 미학, 이런 것들이 여러분들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영화 같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작품으로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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