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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고백〉: (되)돌아가기

by indiespace_한솔 2021. 3. 9.

 

 

 

 

 고백〉  리뷰: (되)돌아가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보라 님의 글입니다. 

 

 

고백은 작금의 한국 사회가 가장 분노하는 이슈를 다루는 영화다. 연달아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의 여파가 아직도 생생한 와중에 고백은 일찌감치 이 주제를 골똘히 숙고해온 이들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회초리를 들고 다니(며 가끔은 실제로 때리기도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듯, 이곳에서 매질은 도처에 널려 있다. 고백은 이 더러운 사랑의 매의 감옥에서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어린이를 도울 방법을 절실히 고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백> 스틸컷

 

지원(하윤경)은 매일 여경으로서의 유리천장에 한숨을 쉰다. 남성 동료들과 야간순찰에 함께 출동하지 못하고 가만 앉아 전화를 응대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주변의 문제를 섬세하게 감지해내는 믿을 만한 이웃이기도 해서 언제든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직업적 위치를 사용하는 데 열려 있다. 무조건적인 환대 대신, 서툴러도 연대를 모색할 줄 아는 사람인 듯 보인다.

 

한편 오순(박하선)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미 직장에서도 여러 번 주의를 받은 적이 있는 사회복지사다. 흔히 떠올릴 만한 선량하고 온순한 사회복지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화가 나면 도리어 폭언을 내뱉거나 멱살을 잡고 다툴 정도로 분노 앞에서 자신을 쉽사리 제어하지 못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 오순의 마음을 특히 아프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둘이 사는 보라(감소현)의 상황이다. 오순은 보라를 돕고자 자전거를 태워 등교를 시켜주거나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지만, 정작 일상적으로 무자비하게 닥치는 학대의 공포에서 보라를 지킬 수가 없다는 무력감이 오순을 괴롭힌다.

 

<고백> 스틸컷

세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고백은 어린이 유괴사건이라는 소재 또한 큰 줄기로 삼는다. 방송국 앵커가 뉴스 진행을 앞두고 급하게 전달받은 자료를 통해 국민 1인당 11천 원씩 모금해 11억 원을 마련하면 납치한 아이를 풀어주겠다는 유괴범의 메시지를 보도한다. 이 사건은 영화의 전반적인 골조를 이루며 도대체 누가, 그리고 왜 이러한 일을 벌였느냐를 추측하는 미스터리의 문지방이 된다. 허나 〈고백은 이를 긴박감이 넘치는 서스펜스의 기틀로서 활용할 생각은 없다. 영화는 이 사건을 정교하게 플롯화하는 대신, 차라리 자신의 형식을 의식적으로 시도하는 데 더 의미를 둔다.

 

<고백> 스틸컷

 

영화의 영제(‘Go Back’)가 의미하는 대로 고백은 소급의 방식을 통해 각자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구성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이 서사의 시간 순서가 어딘가 엉켜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는 이야기가 현재에서 과거로 자꾸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장면들이 틈입하며 하루하루를 메운다는 점에서 플래시백이 빈번히 사용되며 진부해 보일 수도 있으나 지금과 예전이 마주 보도록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유의미하게 여기는 것 같다. 무엇보다 과거를 거슬러가는 이 방법은 험난한 문제 앞에서 그야말로 각 구성원의 반추(反芻)가 필수적임을 진술하는 수행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고백> 스틸컷

 

고백은 폭력의 피해자인 어린 여성, 그를 대리-보호하는 성인 여성과 또 사회적으로 이들을 모두 살필 의무가 있는 여성 이 세 인물의 관점을 모두 오가며 우리 사회의 굳건한 폭력의 모습을 심문한다. 영화는 최근 우리에게 또 중요한 화두로서 자리 잡은 당사자성의 문제도 거듭 언급하며 본편의 인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살핀다. 고백의 여러 흠결을 지적하는 일은 쉬울 테지만, 지금 나는 영화가 조금은 미진하나마 후회 없이 내미는 화법에 약간 마음이 기운다. 언제든 뒤로 향하는 행위는 쉽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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