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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삽질〉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12. 4.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삽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1월 18일(월) 오후 7시 30분상영 후

참석 김병기 감독, 안정호 기자

진행 장혜영 감독(어른이 되면〉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원 님의 글입니다. 




장혜영 감독(이하 장혜영): 저부터 인사를 드릴게요. 저는 장혜영이라고 하고요. 어른이 되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개봉을 했고, 그 연으로 몇몇 영화 GV를 함께 하다가 오늘 이렇게 운이 좋게 삽질의 모더레이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김병기 감독(이하 김병기): 저는 아시죠?(웃음) 열심히 제 소개를 하고 다녔던, 그리고 거부당했던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라고 합니다.

 

안정호 기자(이하 안정호): 김병기 감독을 따라서 삽질영화를 만든 안정호 기자입니다.

 

장혜영: 많이 힘드셨죠, 하하. 첫 질문으로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렇지 않게 ‘13년간이라는 네 글자를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압축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잖아요.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얘기를 잡고 집중적으로, 깊은 다큐멘터리를 만든 소감이 어떠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병기: 제일 화나고 힘들었던 부분은, 분명히 사기 집단이거든요.(웃음그런데 국가 권력을 장악해서 언론까지 동원이 됐고, 영화에서 보시듯 다들 카메라를 내치며 도망갔지만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도적질하는 사람들이 떵떵거리면서 잘 살 수 있는지, 그걸 지켜보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또 영화에 출연하는 김종수 기자 같은 저항자들, 헌신적으로, 희생적으로 활동을 하는 저항자들의 외로운 모습들을 지켜보는 게 제일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혜영: 안정호 기자님께도 여쭤보고 싶어요. 5편의 미니 다큐를 만드실 때 이렇게 1편의 오롯한 영화를 만들게 될 거라는 기대가 있으셨는지 궁금하고, 또 영화를 상영하게 된 지금 마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안정호: 너무 광범위한 스토리고 하나의 영상작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5편의 다큐를 만드는 동안, 1편 환경, 2편 경제 등 각각의 키워드, 컨셉을 잡으면서 4대강으로 인해 환경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도 곪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를 만들면서 운이 좋게 영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배워가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장혜영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것을 보며 크레딧이 생각보다 짧다고 생각을 했는데요,(웃음) 많은 분들이 13년간의 취재를 도와주셨잖아요. 크라우드 펀딩을 해주신 분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만들어주셨는데 어떻게 그런 팀을 꾸릴 수 있으셨어요? 실제로 한 팀으로 작업한 분들도 계시고, 물심양면 조력해주신 분들도 계신데 그건 맘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구성해서 여기까지 끌고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기: 제가 오마이뉴스에서 미니 다큐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게 201712월이고, 오마이뉴스 내에서 영상 작업을 할 수 있는 자원자들을 받았어요. 그 때 안정호 기자도 참여하고 내부팀이 결성이 되었어요. 미니 다큐를 하다보니 이선필 PD(기자)가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또 팀이 꾸려졌고요. 10년 동안 취재하면서 조언을 받았던 분들도 상당히 많아요. 저희는 그런 분들이 다 공동제작자라고 얘기해요. 그렇게 함께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 실제로 이 문제에 있어서 누가 처벌을 받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목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김병기: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책임을 묻자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은 10년 전에 222천억원을 들여서 삽질을 한 1회성 사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계속 되고 있어요. 매년 5천억원에서 1조원 가량 되는 돈들이 강을 죽이는데 쓰이고 있어요. 그래서 삽질은 계속 되고 있다는 메시지와 삽질을 멈추기 위해서는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기 위해서 영화를 쏘아 올렸습니다.

 


관객: 며칠 전 수능 보고 온 고3입니다. 4대강 사업이 한창 붐이었을 때,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1-2학년이었어요. 커가면서 이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주변에는 이런 사건들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잘 없어요. 저처럼 어린 학생들이나 이 시기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정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저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저는 더 몰랐어요.(웃음) 강으로 뭘 하나? 그냥 이 정도만 알았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의 분들도 관련된 기사나 글들을 잘 읽어보고 끝까지 추적을 하시면 어떤 게 진실인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다는 것이 언제나 준비된, 시작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병기: 제 딸도 고등학교 2학년인데 지난 주말에 이 영화를 처음 봤어요. 아빠가 13년 동안 뭘 하는지 몰랐다가 이 영화를 보고 저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곧바로 홍보멘트를 날렸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SNS에 올리고 친구들한테 다 알려, 지금 당장 다음과 네이버에 가서 평점 매겨줘.’하고.(웃음사실 저희는 그동안 외롭게 싸워왔어요. 이 영화를 지금 쏘아올린 것은 함께 하자, 함께 이 이슈를 말하자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고요. 담벼락에 욕하지 마시고 게시판에 댓글 남겨주시고 SNS에 써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관객: 영화를 보고 나니 저는 현재 낙동강의 상태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예요. 저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이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병기: 낙동강의 경우 제일 큰 문제는 수문을 대부분 닫아놓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녹조가 창궐했는데 그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이 있어요. 간에 치명적인 독소입니다. 1300만 영남인에겐 낙동강이 식수원입니다. 물론 고도 정수 처리를 한다고 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국가적인 재앙으로 확산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람들은 강이 죽든 말든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냐고 생각하겠지만, 낙동강의 물로 농사를 짓습니다. 그 물을 거르지 않고 벼에다가, 채소에다가 뿌리면 그 농작물들은 누가 먹죠? 저희가 먹습니다. 그 농작물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농축될 수 있다고 세계적인 연구결과로 다 나와 있어요. 우리는 그 독극물을 희석해서 재배한 채소와 쌀을 먹고 있다는 거죠. 금강 같은 경우엔 수문을 열고 올해 녹조 관심 단계가 발령된 날이 없었어요. 수문만 열어도, 물만 흐르게 해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수문만 열면 다 되는 것이 아니고, 수문을 열면 50%만 열리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수문을 다 해체해야 된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대안입니다.

 


관객탐사보도 다큐멘터리스트를 꿈꾸고 있는 학생입니다. 다양한 탐사보도 다큐를 볼 때마다 다큐멘터리는 문제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언제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한계점을 느끼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정호: 탐사보도 다큐멘터리가 잘못을 한 사람을 처벌을 할 순 없지만,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나 그 속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조명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다큐멘터리들이 꽤나 있었고 저희도 전체를 다루지는 못했지만 일부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막아내려고 희생한 사람들을 다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큐멘터리는 무기라고 할까요? 이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고는 못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김병기: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죠.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취재에 한계가 있는 거니까. 그래도 적어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서 강제 수사를 촉구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장혜영오늘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정호: 다큐멘터리라는 게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제 곧 개봉할 겨울왕국 2에 맞서려면 택도 없겠지만,(웃음많이 입소문을 내주세요. 비록 상영관이 줄어들더라도 관객분들의 관심과 공유가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병기: 이제는 더 이상 4대강 사업을 취재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을 가졌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 2, 3의 삽질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4대강 삽질이 이러다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는데요. “1000년 뒤에 강이 제 길로 돌아간다고 해요. 대자연의 속리를 어길 수 없다는 그런 말입니다. 하지만 1000년을 100년으로, 100년을 10년으로, 10년을 5년으로 줄이는 것은 저희 몫,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몫이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늦게까지 이렇게 관람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장혜영: 절제된 영화를 보고 감정을 터뜨리는 건 저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감상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소셜미디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다음에 또 반갑게 뵙겠습니다.

 

김병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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