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이 나고서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메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0월 4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옥섭 감독|배우 구교환
진행 김세윤 작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변명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때 영화는 끝이 나고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열네 번째 작품인 영화 〈메기〉는 누군가에겐 뛰어난 미장센과 재치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인 반면 누군가에겐 그 이면의 일상적인 불안에 대한 영화이다. 이옥섭 감독은 우리 너무 자주 피해자를 삭제하고 가해자의 변명을 들어왔으니 영화에서까지 그것을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옥섭): 안녕하세요. 〈메기〉를 만든 이옥섭입니다. 인디스페이스를 채워주셔서 감사하고, 영화 보시고 느끼신 것 저희와 함께 재밌게,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교환 배우(이하 구교환): 안녕하세요. 성원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세윤 작가(이하 김세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김세윤 방송작가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단 ‘성덕’이고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메기〉의 두 주역을 만나뵙게 돼서 오늘 정말 여한이 없습니다. 우선 관객분들께서 질문을 하시기 전에 대략적으로 먼저 제가 큰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이질감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국가인권위원회 로고가 뜨고 나서 영화가 시작되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와는 결이 조금 다른데요. 어떻게 인권위로부터 인권영화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고,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옥섭: 〈메기〉는 열네 번째 국가인권위원회 작품인데요, 4월쯤에 제안을 받았어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감독 선정을 위해 회의를 꾸리고 저희가 선정됐다고 해주셨어요, 조금 늦게 연락 받은 감이 있죠.(웃음)
구교환: 4월에 연락이 온다는 것은, 저희가 예비 32번 정도 된 것 같아요.(웃음)
이옥섭: 그런데 저희 단편영화를 다 보셨대요. 저희의 단편처럼 영화가 너무 무겁거나 딱딱하고 교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장르도 제한을 주지 않으셔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럼 호러를 찍어도 돼요?’ 했더니 그것도 괜찮다고 하시기에 용기를 얻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구교환: 제작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인 거잖아요. 자유를 많이 주셨어요. 애초에 그걸 떠나서 저희가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의 팬이었어요. 이 제안이 오기 전에도 우리 나중에 성공하면 꼭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찍자고 그랬거든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 〈여섯개의 시선〉(2003)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최근작이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정지우 감독님의 〈4등〉(2014)이었고요. 그런데 앞의 분들이 제안을 거절하셨는지 32번째로 저희에게(웃음), 그렇게 선물처럼 제안을 주신 거예요. 저는 배우로서 캐스팅을 받았을 때도 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했을지 스스로 질문을 하거든요. 그런 과정을 또 거쳤어요. '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우리에게 영화를 만들라고 했을까?' 그걸 고민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영화에 가장 가까운 톤으로 만들고자 했고, 그에 대한 자유를 많이 주셨죠.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김세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혹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구교환: 10만 가자고 하시면서(웃음)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촬영현장에도 계속 방문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왜 이렇게 저희를 믿으신 건지 지금도 묻고 싶어요. 저희에게 너무 소중한, 선물 같은 기회였어요.
김세윤: 이야기 속의 메기가 어떻게 감독님 마음 속에 헤엄쳐 들어왔는지부터 시작해서 엑스레이, 싱크홀, 메기라는 세 가지 발상이 어떻게 어우러지게 되었는지 질문하겠습니다.
이옥섭: 어느 날 메기의 이미지가 제게 들어왔어요. 그런데 메기를 보는 여윤영이라는 사람의 얼굴이 어두웠어요. 그래서 왜 그 사람의 표정이 어두웠을까,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렇게 그 사람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아요. 30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불법촬영 사건들을 너무 익숙하게 너무 봐왔고, 항상 내가 들어가는 화장실에는 카메라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속 어딘가에 크게 있었나봐요. 그래서 여운영도 자기도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얼굴이 어두웠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윤영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여자가 바라보는 어항 속의 존재가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메기인지 생각해보면, 우선 메기가 실제로 가만히 있대요. 저는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식물을 통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여윤영이라는 사람도 앞으로 사람으로 인한 상처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메기를 바라보면서 치유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커졌고, 메기는 예민해서 지진도 감지한다고 하니 사람 이상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마 어항에 열대어나 거북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면 익숙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글을 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항에 메기의 이미지를 넣어보니 너무 낯선 거예요. 열대어나 거북이는 관상용이고, 메기는 우리가 보통 먹잖아요. 그런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건 관상이고 어떤 건 식용인가. 이런 산만한 생각들이 뻗어나가면서 더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생명체가 어항까지 오게 된 이야기도 상상하고 싶어졌고요. 실제로 지인이 뱀장어를 어항에서 키우고 있어서 그걸 보고 느낀 것이 많았어요. 그 모습이 이상하니까 처음엔 웃다가 의문들이 생기면서 이야기를 쓰게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편의점 앞에 정말 커다란 싱크홀이 뚫린 사진을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래도 저 안에 있던 사람은 참 다행이다.’, ‘어떻게 저기서 나갔을까?’ 이런 댓글들이 달린 실제 사건이었어요. 그것을 보니 그 안의 사람이 또 떠올랐어요. 그 사람의 아침부터 오후까지 상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편의점에 출근을 하고, 집에 가려고 문을 여니까 낭떠러지인 거예요. 그 문을 열고 아래를 보는 심정이 우리 같았어요. 우리 세대들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에 그 인물이 등장하진 않지만 싱크홀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어요. 어이가 없지만 누군가가 그것으로 인해 직업을 얻는 것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이미지로 이야기를 얻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리고 그 낯선 이미지가 충돌할 때 이야기를 쓰게 돼요.
김세윤: 두 분은 공동으로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분업과 협업의 메커니즘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참 궁금하거든요. 이 영화는 어떻게 분업과 협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과, 그리고 싱크홀에 구교환 배우를 빠트리겠다는 결말은 처음부터 정하신 것인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옥섭: 엔딩은 제일 마지막에 썼어요. 시나리오 작업 방식 상 끝을 계획해놓고 쓰지는 못했어요. 자연스럽게 성원과 윤영이와 지연씨를 추적해나가면서 그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아요. 이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이고, 윤영이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장면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시나리오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구교환 선배는 장면이 다 떠오를 수 있게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쓰시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먼저 시놉시스 쓰고 트리트먼트 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편해요. 초고를 쓸 때 같이 논의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찍을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신 분이라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구교환: 이 작업은 이옥섭 감독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어요. 그렇다면 저의 역할은 이옥섭 감독의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완전히 발라드 곡인 시나리오에서 제가 랩을 할 순 없잖아요. 아 진짜 엉망인 비유였어요.(웃음)
김세윤: 인터뷰를 보니까 각서를 썼다던데 이건 무슨 얘긴가요? 프로듀싱을 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치고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각서를 쓰신 건가요?
이옥섭: 변덕이 서로 너무 심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힘들게 다 완성해갈 때 쯤 “나도 할래”하는 것도 무서웠고, 선배 입장에서도 제가 손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같이 하자고 한다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너무 타협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의 선택을 믿고 따라가는 편이 이 작품에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구교환: 계속 안전한 선택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전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옥섭 감독의 도전적인 서사가 필요했어요. 저는 이옥섭 감독보다 겁이 많은 연출가예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관객: 크게 세 가지 의심이 나오는데, 언제나 의심이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로 끝나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의심이 사실로 판명되면서 싱크홀에 빠지게 되는데 어떤 의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세상을 살다보니 의심에는 규칙성이 없더라고요. 이번에 이 사람을 믿었으니까 다음에도 믿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계속 어그러지는 거예요. 너무 불규칙하니까 저는 더 불안해졌어요. 누군가를 믿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가지려고 했는데 데이터가 소용이 없는 거죠. 그런 제 감정이 영화에 들어간 것이고, 제가 이 영화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윤영이가 마지막에는 꼭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게 윤영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메기가 그러잖아요. 사실은 관련된 사람에 의해서 말해지고 편집된다고. 그 말이 제가 그런 불안정한 삶을 살면서 붙잡고 있었던 말인데, 윤영이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불규칙한 불신과 믿음의 과정은 진실을 향해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떤 때는 맞았고 어떤 때는 또 그게 틀리기도 하고요. 결국엔 그게 진실에 가닿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관객: 감독님꼐서 영화 주제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사람들은 왜 서로를 의심할까’가 이 영화의 메인 주제잖아요. 이 영화를 구상하시게 된 이미지 이전에 애초에 의심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질문하겠습니다.
구교환: 저도 궁금해요.
이옥섭: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썼던 시나리오는 어떤 거였냐면, 여자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계속 느끼는 거예요. 2017년에 썼던 건데 그 시절 제 안에 어떤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속에 제가 있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계속 과거를 거슬러 올라갔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이전에 쓴 시나리오에도 행복한데 계속 불안을 느끼는 여자가 나오더라고요. 아마 제 이삼십대 시절의 키워드가 ‘불안’이었나 봐요. 내가 몰래 찍힐 지도 몰라, 또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위협할 지도 몰라. 뉴스에는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누군가가 죽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이러한 것이 저에게 아마 영향을 줬을 거예요. 내가 생존하기 위해 방어적인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 이 영화에 드러났던 것 같아요.
구교환: 그때 쓰신 시나리오를 다시 만드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이옥섭: 지금 다른 것을 쓰고 있긴 한데 모르죠, 또 사람 마음이...
구교환: 저 좀 주셨으면 좋겠어서. 그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었거든요. 왜 그 작품을 안 하시냐고 계속 얘기를 했어요.
이옥섭: 근데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제 고민이 담겨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또 다른 고민이 더 커진 거예요.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풀리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그게 〈메기〉로 옮겨오면서 풀리게 된 것 같아요.
관객: 영화에서 배우만큼 중요한 게 메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는지, 또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의도하신 이유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세윤: 촬영 후 메기의 행방도 궁금합니다.
이옥섭: 메기의 목소리를 맡아주신 천우희 배우님은 바로 이전 작업인 〈걸스온탑〉(2017)에 나와주셨어요. 그때 천우희 배우님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꼈어요. 그 느낌이 고스란히 시나리오에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걸스온탑〉과 〈메기〉 사이 기간이 두 달 밖에 안됐거든요. 그래서 〈걸스온탑〉 작업하면서 함께 이야기할 때 내가 기댈 수 있게 해준 마음이 메기라는 캐릭터에 들어갔어요. 지연씨도 윤영에게 힘들었던 기억을 공유해주면서 연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윤영에게 힘을 주는 존재도 사람은 아니지만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쓰면서도 불편했던 지점인데, 이 메기는 아프리카에서 온 메기예요. 메기도 관상용과 식용이 나뉘어 있더라고요. 이 메기는 관상용 아프리카 메기였는데, 이것도 참 아이러니했어요. 뭐가 관상이고 뭐가 식용인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이야기까지 담진 않았고요. 그래도 제일 좋은 리뷰는 ‘영화를 본 날 만큼은 메기를 먹을 수 없다’는 얘기였어요. 영화 속 메기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주셨다는 응답 같아서요. 이 메기는 저희 제작실장님이 촬영 내내 케어해주셨고 이후에도 키우고 싶어 하셨는데 촬영이 많아서 데려가질 못하셨어요. 구교환 선배 어머님이 키우고 싶다고 하셔서 데려가 키워주셨어요. 그런데 눈병이 나서 이제 하늘나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구교환 배우 어머니께서 산에다가 묻어줬어요.
구교환: 우려하셨던 메기의 점프 장면은 전부 CG였고 메기는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마지막에 몰아서 촬영했어요. 대기실도 따로 있었어요. 분장실의 메선생님. 저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제작실장님도 그러니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던 거죠.
김세윤: 그래서 이 영화의 영어 제목도 ‘메기’가 아니죠.
구교환: 그렇죠, 영어로 Catfish가 아니라 사람 이름 Maggie죠.
이옥섭: 네. 뭔가 생선, 물고기 그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어요.
관객: 이전 단편영화에서도 독특한 연출과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이번 장편도 이전 단편과 비슷한 스타일로 챕터별로 나뉘고 소제목도 등장하던데요. 장편을 이런 스타일로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상업영화 시나리오랍시고 저희가 써둔 것들이 있는데요. 저희는 항상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쓰는데, 상업영화는 지켜야할 것이 좀 많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수정을 할 때 갑갑함이 있었어요. 인권위에서 제안을 주셨을 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겠다는 해방감을 가지고 했어요. 그래서 형식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목을 붙이는 건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힌트를 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챕터를 분절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연결성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했어요.
구교환: 용감한 영화죠. 타이틀보다 챕터 제목이 먼저 나오고. 관객들이 이 영화의 제목을 이 영화의 첫 번째 챕터인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좋아해’라고 알면 어떡하냐고 저만 걱정했고 다들 그게 뭐가 중요하냐 하더라고요.
이옥섭: 〈메기〉인 거 알고 들어오잖아요. 〈메기〉 봐야지, 하시면서. 엔딩에 제목을 띄울까도 생각했어요.
관객: 영화 속에서도 그렇고 주황색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주황색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세윤: 저는 이 질문에 더해서, 이 영화의 컬러가 참 좋아요. 컬러 사용을 어떻게 계획하셨는지 질문을 같이 드릴게요.
이옥섭: 〈메기〉에 현재를 담고 싶었어요. 지금 현재의 이야기. 만약 과거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채도를 뺐을텐데, 저는 지금 제가 사는 세상이 정말 컬러풀하다고 느끼거든요. 지금 이 자리의 여러분도 컬러풀하게 보여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색을 써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의상을 정할 때도 고려했어요. 윤영, 성원, 지연씨는 동시에 만난 적도 없고 한 화면에 담기지도 않아요. 그래도 연결성과 만남을 의상의 색으로 많이 보여줬어요. 촬영감독님과는 우리 실생활의 배경색들과 의상의 색을 비슷한 계열로 하자고 상의했어요. 그리고 주황색은 포스터 디자인 해주신 박시영 실장님 픽입니다. 영화 속 주황색이었던 건 성원의 맨투맨과 팬티로 기억해요. 어떤 의미를 줬다기 보단 디자이너의 영화에 대한 느낌이겠죠. 그리고 속옷 색깔을 선택할 때도 왠지 성원은 그런 색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검은색, 회색은 안 입을 것 같고. 어쨌든 이 영화에서 구교환 배우는 얼굴이 많잖아요. 이면에도 다른 모습들이 있으니 무채색은 아닐 것 같았어요. 그리고 성원과 윤영의 친밀했던 지난 시간들이 영화에는 다 보이지 않으니까 “내 옷 벗어” 이런 식으로 의상을 통해서 보여줬던 것도 있어요. 의상일기를 써서 연출팀과 돌려보면서 하루의 의상을 정하기도 했어요.
김세윤: 추가로 음악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 사용된 음악이 굉장히 많아요. 일단 프로듀서인 구교환 배우님께 저작권료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묻고 싶고, 두 번째는 전체적으로 모든 곡이 좋지만 그 중에서도 ‘맥신(Maxine)’이라는 곡의 사용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구교환: 프리뮤직으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음악들을 검색해서 썼어요. 이옥섭 감독이 그런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누군가의 곡을 영화에 녹여내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하는데, 어떤 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장면엔 시나리오부터 음악을 정해두기도 하고, 편집을 하면서 곡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맥신’ 같은 경우는 편집을 하면서 만나게 된 곡이죠. 그러면서 반지 이름에 대한 설정도 추가했습니다.
관객: 윤영이 성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성원이 캔을 밟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거든요. 성원의 폭력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의도하고 넣으신 건지 궁금했습니다.
이옥섭: 그 장면은 아마 윤영이 지연씨를 만나기 전 영화의 초반부에 있었다면 그냥 ‘쟤 되게 웃긴 사람이네’ 정도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런데 윤영이가 혼란한 때에 그 모습을 보면 다르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딱 지금 느끼신 대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장면입니다.
관객: 병원 광고가 생각보다 커서 신기했어요. 강 위로 광고를 그렇게 크게 낸 이유와 출근 도장 찍을 때 점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옥섭: 우선 점프하는 것부터 말하면, 병원에 대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사실 여윤영이 병원 엑스레이 사건의 피해자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윤영에게 부원장이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나가실 때 뒷문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병원은 저희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부조리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같기도 했어요. 또 병원 입장에선 점프하면서 체력 증진하고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 강요잖아요. 간호사복도 지금은 없는 방식이고 출퇴근카드도 종이고 부원장님이 들고 다니는 왕진가방도 과거의 것이에요. 윤영이 당하는 처사도 이처럼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런 대우를 해주는 병원이 지금의 병원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점프까지 갔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광고는 사실을 왜곡하는 말에 대한 시각화라고 생각했어요. 광고 촬영 현장에 이경진 부원장은 두 발로 걷지 못하는 친구를 데려와서 척추를 바로 세워준다는 식의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써오는데 나중엔 동물을 해방시키는 내용으로 완전 바뀌었잖아요. 사실이 왜곡되는 것이 이렇게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광고가 나오는 곳이 조정경기장인데요. 이경진 부원장의 성격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올곧음이 있어요. 윤영을 만나서 많이 변하긴 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지만 자기가 선택한 곳이니 “난 좋은데?”라고 말하잖아요. 거기서 윤영도 내가 좋은 것이 좋은 거라는 사실을 알아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교환: 그 공간 자체가 이경진 부원장이 광고를 틀 법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옥섭: 그리고 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윤영이 성원에게 가게 되는 다리여서 좀 조용하길 바랐고요. 물도 있고 이런 뉘앙스를 주기에 적절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객: 성원에게 폭력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윤영이 주눅이 든다든지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극중에서 윤영은 전혀 그러지 않고 자전거를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오히려 성원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요. 왜 그런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했어요.
이옥섭: 윤영이 최종적으로 지연씨를 믿기로 결정하는 순간은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예요. 성원이 나를 죽이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피부로 닿았을 때 선택을 하게 되는데, 여윤영이라는 사람을 여기까지 쌓아오면서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자전거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입장에서는 윤영에 대해 이입하여 쓴 것인데요, 위축되기보단 배반의 감정이 너무 커서 그런 식으로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거에요. 윤영의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지금 들어요. 자전거는 윤영이가 폭력을 몰랐을 때 같이 탔던 것이잖아요. 함께 이동하던 자전거가 살인 무기로 바뀌는 순간이죠. 성원이는 분명 윤영이에게는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알고부터는 아니죠. 자전거가 살인무기가 되는 것도 이 신에서 중요한 점이었고, 윤영이가 앞에서 보여줬던 선택과 행동들이 쌓여 그 선택에 자연스럽게 도달했던 것 같아요.
관객: 시나리오 쓰실 때 감독님께서 ‘나라면 이 인물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네. 그 생각은 항상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아가는 것 같아요. 엔딩을 만들면서 가장 크게 이 생각이 들었는데, 윤영은 성원과 만나지 않을 것이고 이곳을 벗어날 것이고 앞으로 행복할 것인데 그게 마음으론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관객분들께 정말 묻고 싶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요?’라고. 그 대답을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영화를 찍고 나서 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 장면을 봐도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는 마음은 읽히지 않아요. 여기서 나아갈 것이고,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다보니까 실행에 옮기기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들기 전후로 가장 느낌이 달라진 장면이 그 장면이에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이고 보시는 분들도 제가 지금 느끼는 것처럼 느낀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되게 간절해요. 지연과 윤영이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삶. 이것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 시간이 더 짧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지연과 윤영 모두 좋은 사람이 곁에 있잖아요. 좀 더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관객: 성원이 싱크홀에 빠지면서 영화가 끝나잖아요. 영화 속 성원은 여자친구한테도 잘해주고 이별할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남자기 때문에 정말 폭력을 쓴 것이 맞을까 싶어서 그 뒤에 해명이 나오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싱크홀에 빠지면서 영화가 끝난 이유가 궁금해요.
이옥섭: 제가 생각하기에 폭력은 전조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해명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맞았다는 증언이 있고, 때렸다고 말했으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고, 성원의 면죄부가 있다면 지연씨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이유를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저의 가장 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이 영화가 아니어도 너무 많이 가해자의 사정을 들어왔어요. 조금 갑갑할 정도로. 항상 피해자가 삭제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영화에서까지 그걸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컸어요.
관객: 재개발 지역의 평화시위도 모티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옥섭: 모티브라기보다는, 땅을 파면 흙이 날리잖아요. 실제로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는 바람이 불면 흙바람이 부니까 천막을 덮어두고 중간 중간 모래주머니를 놓았어요. 제가 아현동으로 시위를 나갔을 때의 인상이 그 장면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러 모였고 어떤 것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을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과 친구가 돼서 이야기를 나누고 점점 원이 커짐을 느꼈어요. 누구는 기타를 치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같이 나눠 먹고. 아름다운 기억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시위가 실패해도 다시 나갈 힘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있어서요. 그래서 재개발 반대시위가 실패했다 해도 함께 나와서 시위했던 친구들이 다시 나올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길 바랐어요. 모티브는 따로 없었어요.
관객: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젊은 여성들의 공포, 청년들의 문제점을 영화에 전체적으로 많이 풀어내셨어요. 뒷부분에 성원과 윤영이 헤어지기 직전에 성원이 라이터를 켜는데, 윤영이와 성원의 관계에서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가스 라이팅’을 의도하신 건 아닐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같이 밤을 먹을 때 윤영이 떠보는 질문을 하잖아요. 저는 성원이 눈치를 채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성원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구교환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옥섭: 풍부한 해석이네요. 사실 멋있게 의도했다고 하고 싶은데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일상적이지만 위협적인 것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많이 있지만 마음에 멀어진 사람이 쓰면 위협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했고 그게 라이터였어요. 심지어 윤영도 하지 말라고 하고요. 가스 라이팅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구교환: 알고 있는 냄새여서 물어봤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성원을 연기를 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태도를 취했던 것 같아요. 해석의 여지보다는 이 신의 목적에 맞게 연기했어요. 시나리오 대사에서 뉘앙스가 읽혔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성원의 표정이 서늘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해요.
관객: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엑스레이 사건으로 시작해서 다른 사건이 새로 등장하는 식인데 이렇게 구성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옥섭: 이 영화는 윤영의 세계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어떤 식의 접근이었냐면, 윤영이를 그리면서 윤영이 일하는 곳을 그리고 윤영이 만나는 사람들을 펼쳐나갔어요. 잉크를 떨어트리면 주위로 슥 번지듯이 윤영이가 번지면서 이야기가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느끼시지 않았을까 해요. 엑스레이 사진이 나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믿음 교육을 하고, 지연씨고 만나고, 성원이도 만나는 것이 순차적으로 진행이 됐거든요. 그렇게 피해자만 쫓아가고 가해자는 누구인지 찾지도 않는 인상으로 윤영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첫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구교환: 그래서 제가 이 시나리오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멋있게 탈퇴선언을 했죠.
이옥섭: 그리고 윤영이가 지연씨를 수많은 일들을 거치고 지연에게 도착하는 그 기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저는 누군가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데 제가 그걸 못 알아듣는 것이 가장 두렵거든요. 다른 요소 때문에 이 사람이 진실을 이야기하는데도 믿지 못할 구석을 찾아가면서 진실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불안해요. 그 속에서 윤영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 되어 지연 앞에 도착해야할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지연 앞에 도착하게 됐어요.
김세윤: 오늘 같은 자리는 진행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많은 여성분들은 몸으로 느끼는 삶에서의 불안을 직감적으로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영화라는 구덩이에 빠지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거든요. 관객이 해야 하는 일은 영화라는 구덩이에 빠지면 파고 들어가서 밑바닥까지 가 보는 것이니까요. 오늘 저는 더 깊은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 것 같아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구교환: 오는 길에 보니 앞에서 군밤을 팔고 있더라고요. 저는 항상 이런 것에 의미를 두는 타입인 것 같아요. 제가 사드릴 것도 아니면서, 오늘 영화 보신 분들이 나가시면서 군밤 드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연씨의 따뜻한 마음이 군밤에서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군밤 몇 시까지 파시냐고 물으니 마지막 군밤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을 왜 하고 있는지.(웃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생각이 나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뵙고 또 다음 영화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옥섭: 오늘 이야기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 영화에는 윤영이를 비롯해서 제가 만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이 그냥 이 영화 속에 갇힌 인물들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관객분들이 저에게 질문하시지만 저는 그들과 조금 더 같이 오래 있었던 사람일 뿐이라서 어떤 확신을 가지고 말씀을 드리기 보단 그 심정을 떠올리며 대답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니 관객분들이 느끼신 것들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 얘기 나눠서 너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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