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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감독과의 대화

by Banglee 2008. 10. 1.
9월 26일 <미운오리새끼>의 오노 사야카 감독님과의 "관객과의 대화"입니다.
오노 사야카 감독은 한국에 첫 방문이시고, 한국의 음식, 사람들,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스고이! 스고이!!"를 연발하며, 무한 애정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삶과, 그리고 자신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변화해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감정의 울림"이 있는 영화를 계속적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짧지만 감독의 생각을 조금은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영화를 보셨던 분들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미운오리새끼>를 떠올려 보실 수 있겠네요.



<미운오리새끼> 오노사야카 감독 GV

저는 지방에 살다가 도쿄 중심지의 도쿄영화학교에서 3년간 공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찍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작 당시에는 이 영화를 찍거나 아니면 죽거나 하는 심정으로 찍었습니다.

관객 / 이 영화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

가족을 다루는데, 촬영과 오디오 스텝도 같이 있고 해서 더 이상 찍지 말라고 중단시키는 어려움이 컸습니다.
자신을 찍는 다는 것, 타자를 찍고, 타자를 내 안에 들여보낸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타자가 보는 나에 대한 관점을 하나씩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여기서 상영을 하고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도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관객 / 잘 봤습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등장하는 학교를 보니 현재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들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자연친화적인 것을 생각해서 보내는 성격의 학교인지, 경제적 사정이 안 좋아서 보내는 학교인지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궁금합니다. 또 하나, 저도 다큐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참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찍고 나면 그 시간들이 자기 것이 되는 것 같거든요. 에너지가 되길 바랍니다.

야마기시 학원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릴게요. 제가 이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모여 살며 재산을 공유하고, 교육도 하는 사회주의적인 공동체입니다. 시초는 1970년대 학생운동이 패배하고 그 사람들이 시골로 가서 만든 공동체였는데요. 이후 버블경제가 살아나면서 아이들에게 친환경적인, 도시와 다른 경험을 넓혀 주고 싶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많이 보내는 쪽으로 성격이 변화합니다. 저는 후자 쪽이고 제가 다닐 때는 다달이 5만엔(50만원)을 냈습니다.
저의 부모님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우익에 가까우세요. 천황제에도 동의하시는 면이 많고요. 하지만 한편으로 자녀들에게 성장 위주의 경쟁 사회 속에서 경험하기 힘든, 정이 넘치고 풍요로웠던 경험을 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까 김소혜 프로그래머가 일본의 사적다큐멘터리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그렇습니다. 일본에는 자기 얘기, 자기와 가까운 얘기를 하는 특히, 여성 감독들이 많습니다. 촬영 대상이 자신이 된다는 것이 주목이 되고, 많이 물어오는데요. 일본에서도 물론 다큐멘터리가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부터 맞닥뜨리고 나서 다시 사회와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를 다 보여주고 나타내고 난 후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  상처들을 씻어내는 과정이 보이는데, 어떤 부분의 영향이 가장 컸는지요.

큰 오빠에 관한 부분이 제가 가장 제어했던 얘기였어요. 남성기피증도 있었고,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저에게 매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겪어 냈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에 와서 이렇게 대화한 것도 저의 경험입니다.

관객 / 다큐멘터리의 결론 부분에서 ‘괜찮다’고 하는데, 정말로 이제는 괜찮으세요? 최근의 가족 관계는 어떤가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상영을 하기 위해 가족들의 허가를 얻어가는 중이고요. 가족들과의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 이 영화를 하면서 저의 성과였고, 야마가시 학교 유치부 친구들과의 영화를 통한 재회와 인연이 또 하나의 성과입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현재 다음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게 큰 어려움입니다. 다음 작품을 만들어서 다시 이곳에서 상영하고 여러분들이 만날 수 있을 때 그 어려움이 없어지겠지요. 그때는 많은 포옹을 해주세요.
제가 일본에서 비디오가게를 하고 있는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빌려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입니다(웃음). 여러분과 영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고 일본에 가서 저도 이것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008.09.26 @ INDI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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