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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4. 17.

 




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12시 40분 상영 후

참석 오서로, 채의석, 김현정 감독

진행 김경묵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고정되지 않았다. 공간과 시간은 변하고 이는 때로 우리에게 영감이 되기도 무의식적으로 내면에 머물러 어떠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이토록 쉽게 영향 받는다는 점이 때로 무기력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두 여전히 변화하는 외부와 함께 감각의 경험을 이어나간다. 공간과 시간의 풍경을 우리는 지켜보며 그대로를 감각하기도 또 그와 함께 면면히 움직이는 경험을 맞이하기도 한다. 47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이처럼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는 영화 4편이 상영되었다. 환절기만 되면 괴롭히곤 하는 코의 감각(<(OO)>의 경우), 빛과 소리에 의존함으로써 드러낸 밤이라는 시간성(<사냥의 밤>의 경우), 개발되는 공간에 기대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봄동>의 경우), 어린 시절 외로움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나만 없는 집>의 경우) 등 모두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OO)>의 오서로 감독, <봄동>의 채의석 감독, <나만 없는 집>의 김현정 감독이 이 자리에 나와 보다 세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김경묵 감독 (이하 진행): 이번 상영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를 짧게 말씀 부탁드린다.

 

오서로 감독 (이하 오서로): 애니메이션은 2015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OO)>의 경우 작년, 20176월 졸업 이후 처음으로 만들게 된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채의석 감독 (이하 채의석): <봄동>은 내가 김포로 이사 갔을 때 돌아다니며 본 풍경과 그 주변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만들게 된 영화다.

 

김현정 감독 (이하 김현정): 2016년에 <나만 없는 집>의 촬영을 시작했고 2017년에 작품을 완성했다. 촬영과 제작지원은 대구에서 이뤄졌다. 시나리오 작성은 촬영 이전부터 해왔다. 어릴 때 기억들을 담아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진행:봄동이라는 나물류 먹거리 혹은 계절 음식이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건 아니다. 어떻게 그 소재를 택하게 되었나?

 

채의석: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단 경작을 금지하는 표지가 실제로 있었다. 지나가면서 매번 보았다. 그러면서 새로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옛날 그 장소에 살았던 사람이 경작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라남도 순천이 고향이다. 순천으로 내려가다 봄동을 보게 되었고, 봄동이 갖고 있는 겨울과 봄이라는 두 가지의 계절, 그런 특성을 다뤄보고 싶었다. 지역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아직은 예전의 것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를.

 


진행: <나만 없는 집> 속에 개인적 경험에 가까운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 어릴 적 부산에 살아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투리에 친숙함을 느꼈다. 방에 걸린 젝스키스 사진을 보고 영화 속의 시간이 90년대임을 깨닫기도 했다. 시간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감독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정 안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김현정: 과거의 생각과 감정들이 먼저 떠올랐다. 촬영이나 편집이 이루어지는 시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썼던 시기에, 시나리오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보니 그만큼 생각이 늘었다. 어릴 때의 고민, 혼자 있던 기억, 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던 세대로서의 경험,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까 고민하다 걸스카우트와 연관 짓는 시도를 해보았다. 준비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그래도 기준점은 언제나 나였다. 촬영을 할 때에는 나의 경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정의 공유에 주안점을 두고 주변의 자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진행: 영화 속에 드러나는 사건이 모두 개인적인 경험인가

 

김현정: 엄마의 사인을 베껴 걸스카우트에 지원한 후 허락을 받지 못한 일까지만 나의 실제 기억이다. 언니와 싸우고 돈을 훔치고 그 후에 이뤄지는 설정들은 각색했다. 어머니가 실제 시나리오를 보시더니 네가 걸스카우트를 그리 하고 싶어 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웃음) 오히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많이 되기도 했고, 부모님의 이야기도 듣는 계기도 되었다.

 




진행: <(OO)> 혹은 '콧구멍'의 오서로 감독께 질문하고 싶다. 제목이 독특하다. 읽기 난감한 제목인데 어떻게 만들어졌나. 또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세지가 없다. 재채기만 하고 끝나는 이야기다. 이 내용과 제목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시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러한 제목과 소재를 취했는가?

 

오서로: 제목은 의아할 수 있다. 근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재앙, 노재스터(nose+disaster), '코앙' 같은 글자 조합으로 갈까,(웃음) 혹은 하나의 투박한 단어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말한 것처럼 내러티브나 플롯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재채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글자를 그림처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의 <(OO)>를 제목으로 선정했다. <(OO)>는 나의 세 번째 작품인데 확실히 실험적인 마음으로 작업했다.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은 기승전결이 있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두 번째는 졸업작품인데 교실에서 조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배경도 있고 결말도 존재했다. 이번 것은 공간은 부재한 채 은유만 존재한다. 실제로 내가 만성 비염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고생했다. 지금 여기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염이 아니라 해도 환절기에 코감기가 걸린다든지, 코와 관련된 안 좋은 일에 대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같이 고통을 느껴보자 하는 의도로 관객에게 간접경험을 시키는 용도로 영화를 제작했다.

 


진행<나만 없는 집>에 등장하는 아역과 성인 배우 다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배우들을 캐스팅 했나. 그들은 전문 배우인가. 그리고 사투리 연기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주의한 점은 무엇이 있나.

 

김현정: 다 전문 연기자이다. 특히 이제 연기를 시작한 아역 배우들인데, 연기학원이나 소속사에서 섭외하게 됐다. 대구, 서울, 그리고 부산까지 오디션을 많이 봤다. ‘세영으로 등장하는 아역만 서울이고 나머지 아역 배우들은 대구와 부산 출신이다. ‘세영선영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배우는 극단까지 직접 운영하는 전문 배우다. 서울 출신인 세영역은 사투리가 안 돼서 숙제하듯 녹음을 시키기도 했다. 동시에 사투리 연습과 같이 연기 공부도 된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입하길 원해서 유사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언니가 있냐, 친구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겪는 이가 있느냐, 이런 것들 말이다.

 


진행: <봄동>에서 등장하는 아버지, 수리공 아저씨, 그리고 낚시꾼으로 등장하는 아저씨. 이 세 명의 아저씨는 전문 배우들인가.

 

채의석: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는 전문배우다. 은행 간판에도 나와 계신다.(웃음) 나머지 두 중년은 실제로 그 동네에 거주하는 분들이다. 보일러 수리공 아저씨는 실제로도 그 직업을 업으로 한다. 시의원에 출마하신다고도 들었다. (웃음)

 

진행: 남녀 주인공의 경우는 어떻게 섭외했는가.

 

채의석: <봄동>의 시나리오는 12월에 작성했고, 그 전 11월부터 연극을 올렸다. 연기 시작은 9월이었는데 거기서 상우역의 도현 배우를 보았다. 시나리오의 틀을 잡아놓고 배우에게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줬다. 대사를 쓰면서도 실제 들었던 말투와 속도를 고려했다. 그리고 다영역의 이슬이 배우는 지인을 통한 오디션에서 섭외했다. ‘다영이라는 인물을 쓸 때까지 이 배우를 몰랐지만 실제 다영처럼, 그 장소에 사는 것처럼 연기해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두 분의 화합이 좋았다.

 




관객: <봄동>을 보면서 주인공이 제삿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하는 장면, 그리고 술을 마시는 인물 뒤로 드러나는 아주머니의 모습들이 장면의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관성 없는 장면들을 나열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또 엔딩 크레딧에 소리를 삽입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의석: 마트의 아주머니가 뒤에 보이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부터 의도했다. 그 장면은 편집도 거의 없었다. 그런 장면들을 넣은 이유는 공간에 의해 자기 삶이 바뀌는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변화하는 공간의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기를 바랐다. 호프집에서 옛날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세 아저씨들이 실제로 보아도 매력적이지는 않다. 흘러가는 분위기처럼 묘사되기를 원해서 실제 사는 분들의 얼굴을 비춘 것이다. 그리고 엔딩 타이틀에는 종종 음악이 없기도 하다. (웃음)

 

 

관객: 김현정 감독님의 <은하 비디오>도 굉장히 잘 봤다. 필모그래피를 통해 남겨진 사람 혹은 소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 같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가. 주인공을 포함한 초등학생 인물들이 연기를 훌륭히 해냈는데 디렉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김현정: 보통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편이다. 근데 완성한 걸 내 눈으로 보니 깨닫게 됐다. 관계나 소외된 것들을 꾸준히 생각하다보니 그게 본의 아니게 담긴 듯하다. <은하 비디오>는 비디오 가게가 나오는 이야기를 찍고 싶었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비슷한 맥락의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연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래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내 어릴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이 가능했다. 내가 설명할 수 없었다면 디렉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관객: <나만 없는 집>의 이야기는 주인공 '세영'의 걸스카우트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다. 엄마의 지갑을 훔치게 되는 것들도 그렇고. 이런 상황들이 아이의 순수함 때문인지 아니면 가족의 결핍으로 인해 관심 받고자 하는 행동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결말에서 아이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

 

김현정: 남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이유로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가 가족, 친구, 언니 등 다양한 사람들과 투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했던 건 걸스카우트를 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주변에 인정받는 일임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걸스카우트를 포기하는 엔딩으로 설정했다. 사실 엔딩은 성장보다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세영'과 '선영'이 같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촬영 중에 편집했다. 상황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가족들은 여전히 바쁘겠지만 아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관객: <나만 없는 집>에서 보면 옆집 아줌마가 엔딩 크레딧에 명시되어 있다. 근데 옆집 아줌마를 영화에서는 못 찾았다.

 

김현정생략되고 편집된 장면이 몇 있다. ‘세영이가 언니와 엄마가 치킨을 먹는 걸 엿보는 장면 바로 전에 옆집 아줌마가 등장한다. 옆집 아줌마가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엄마는 안 계시니?”와 같은 대사도 있었고. ‘세영을 더 외롭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장면이 세영이 과감한 행동을 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싶었다. 편집해보니 지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장면이 꽤 많아 그 부분은 생략했다.

 

 

관객: <봄동>에서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모호하다.

 

채의석: 그건 나의 성격 탓인 듯하다. 우유부단하고 질질끄는 성정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웃음) 보다 공간에 집중하고 싶어서 둘의 관계를 뉘앙스만 풍기는 선에서 제시했다. ‘다영상우에게 머리를 기대는 장면은 주변에 계속 물어봤다. 그 둘 사이의 연애 감정을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는 건물의 딱딱함과 직선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오히려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진행: <(OO)>에 따로 쓰인 애니메이션 기법이 있는가?

 

오서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둘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시놉시스를 글로 작성하면 콘티 작업을 한다. 비디오 콘티라고도 하는데,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대강 소리와 이미지를 넣고 움직임을 편집해 놓은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보통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에 내용을 즉흥적으로 첨가할 수 있느냐의 차이를 갖는다.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내용을 빼기는 쉬워도 덧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웬만하면 스토리보드에 맞춰 애니메이팅을 한다. 디지털이 발달하기 전엔 손그림을 많이 사용했다. 물론 디지털이지만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리는 방식을 지금도 차용한다.


 


 


진행: 관객분들께 차기작 계획과 함께 짧은 인사 부탁드린다.

 

오서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OO)>를 작년에 완성해서 아직 다음 작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차차 준비해 나가겠다.

  

채의석:  다다음주 주말이면 새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듯하다.

 

김현정: 주말 오후라는 황금사간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5월 초에 단편 촬영 들어갈 듯 하다. 내년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보여드릴 수도 있겠다.

 

 

 

영화는 우리가 여상스럽다 여기는 찰나를 포착해낸다. 예사스러운 일도 스크린을 거치면 관객에겐 특별한 것으로 체감된다. 관객들은 <(OO)>의 재기발랄한 이미지에 웃음을 터트리고 <사냥의 밤>이 상영되는 가운데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침묵을 지키며 <봄동>의 차갑지만 따뜻한 계절감을 차분히 관망하고, <나만 없는 집> 속 세영의 고군분투에 눈물 짓기도 한다. 많은 관객과 일상의 순간을 주고 받는 체험은 꽤나 각별하게 느껴진다. 일상 속 시·공간의 포착, 극장과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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