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공범자들>: 언론 장악의 시작, 끝나지 않은 투쟁

by indiespace_은 2017. 8. 31.




 <공범자들한줄 관람평


이지윤 | 언론, 눈물 나는 블랙 코미디

박범수 | 공고한 언론탄압의 역사 10년, 그에 맞선 투쟁은 현재 진행형

조휴연 | 기록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잘못을 찾아가는 끈질긴 추적의 기록이라면 더더욱 소중하다.

최대한 | 작은 균열이 '표현의 자유'로 이어질 수 있기를

이가영 | 언론 장악의 시작,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김신 | 날 것의 카메라, 집요한 직업정신으로 얽어낸 역사의 포승줄

남선우 | 부을 눈, 막힐 기, 차려야 할 정신을 위한 찬물 준비 필수





 <공범자들> 리뷰: 언론 장악의 시작, 끝나지 않은 투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 점령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보도 후 여론이 확산되자 MB정부는 큰 타격을 받는다. 언론이 문제를 부풀렸다고 판단한 정권은 배후에서 언론 장악을 주도한다. KBS의 구성원들은 정권 인사를 막기 위해 투쟁하지만 KBS이사회는 해임 결정 당일 경찰을 투입한다. 무력을 행사하는 권력 하에 기자, PD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2년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취재 보도한 MBC에도 권력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언론장악의 주범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공범자들이 공영방송의 수뇌부로 자리잡았다. 정치와 공공정책을 분석하고 팩트만을 전달하는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대신 정권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새로 편성되었다. 방송사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고 방송 검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 반격

파업에는 타협이 없다고 한다. 파업이란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목소리를 내는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MBC는 파업에 참여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내쫓기 시작한다. 당신들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 많다는 충고를 하며 그들의 노력을 조롱한다. 수년간 일해온 구성원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윗선들의 가치관은 곧 MBC의 경영철학의 바탕이 되었다.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언론인들은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 받았다. 타협 할 수 없는 조건을 들이밀며 선택해보라는 제안에 그들은 공범자들에게 되묻는다. “제게 선택권이 있긴 합니까?” 





- 기레기

<공범자들>은 언론의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생명을 기만하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오보를 은폐하려 했다. 현장 취재기자의 보고를 묵인하고 정권의 가이드라인만을 따라 보도했다. 방송사 내부에서 탐사보도팀의 존재와 역할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언론을 회복시킬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취재하러 간 기자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는다. 공영방송사 취재 차량과 카메라를 보자마자 시민들은 격양된 목소리로 철수하라 소리친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아무리 진실을 숨기려 해도 국민들은 정확히 알고있습니다. 언론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을 모두가 느끼고있어요”





<공범자들>의 한 장면인 과거 MBC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투쟁중인 언론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1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간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부당한 현실에 징계와 해고 통보를 받은 언론인들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으로 올라간다.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보려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엔딩크레딧이 아주 천천히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다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도 침묵을 깨고 사실을 전하려다 제작현장에서 쫓겨난 기자와 PD들이 많다. 무너진 언론을 회복시키는 건 시간도 돈도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다. 부패한 언론의 제일 큰 타격을 받게 될 대상은 바로 평범한 우리들이다.


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나는 언론 탄압 10년 동안 수 많은 언론인들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겠다. <공범자들>은 역사 속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금도 투쟁하고 있을 그들에게 드라마 '미생' 속 대사를 인용해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