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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카니발>: 그럴듯한 이름의 광기

by indiespace_은 2017. 6. 30.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카니발>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73







<카니발> 리뷰: 그럴듯한 이름의 광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앉아있다. 사람들 사이로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 지나간다. 그녀는 사람들의 동정을 구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장애인을 조롱하며 그 뒤를 따라가지만 아무도 저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때 남자의 눈빛이 여자와 마주친다. 남자는 황급히 눈을 피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끔하게 주의를 준다. <카니발>에는 서로 다른 두 명의 장애인과 남자의 관계가 그려진다. 남자는 그가 두 번째로 만난 노숙자로 보이는 장애인에게 돈 대신 아침에 이웃에게서 받은 선물을 건넨다. 남자는 자신이 호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가 준 물건을 버리고 열차에 탑승하려고 한다. 남자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장애인에게 화가 난다. 그는 자신의 건강한 몸을 이용해서 장애인을 폭행한 뒤 도주한다.





남자는 호의에 대해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사고방식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처음 열차에서 만난, 장애인을 조롱하는 아이를 저지한 이유도 그게 마땅히 도덕적인 일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맞은편에 앉은 여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총대를 짊어지는 심정으로 행동했다. 그는 무엇이 바람직한지 알고 있지만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그는 장애인에게 자신의 애물단지를 건네면서도 ‘노숙인이므로 당연히 나의 호의에 고마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숙인이 자신의 호의를 거절했을 때 화가 났던 것이다. 그가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노숙인을 폭행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는 자신의 쓰레기를 ‘호의’라는 이름으로 노숙인에게 버린 것이다. 쓰레기를 받고 감사함을 느낄 이유는 없다. 게다가 상대방은 구걸하는 노숙인인데, 잘 포장된 물건을 들고 다닌다면 그의 사업에도 큰 지장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남자는 자신의 삶에서 품어 온 분노를 스스로가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분출했다. ‘나는 호의를 베풀었지만 상대방은 이를 무시했으며, 이유를 물었지만 나를 먼저 건드렸기 때문에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그럴 듯한 방식으로 말이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인간 깊은 곳에 내재한 합리적인 척하는 광기이다. 연민과 동정, 자비는 나와 동등한 인간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는 무의식적인 전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광기에 휩쓸리며 그것을 얼마나 단순한 방법으로 합리화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도덕이라는 것이 어수룩한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행동의 동기에 따라 기괴한 방식으로 변모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남자는 달라진 것 없는 하루를 산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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