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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하나로 맞물려 자라나는 우리의 역사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개의 역사> 대담 기록

by indiespace_은 2017. 6. 27.


하나로 맞물려 자라나는 우리의 역사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개의 역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4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

진행 손경화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개의 역사가 있다. 너무도 소소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런 역사다. 카메라는 그런 개의 역사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면 카메라 안으로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스며든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과 그곳에 오롯이 서있는 인물들은 서서히 맞물리며 하나의 역사가 된다. 카메라 안에 담긴 그런 역사는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5월 21일의 늦은 오후,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 <개의 역사>의 대담이 있었다. <개의 역사> 김보람 감독과 최근 2호가 발간된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 에디터가 함께했다. <의자가 되는 법>(2014)을 연출한 손경화 감독의 진행으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개의 역사> 발제문: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 http://indiespace.kr/3436








손경화 감독(이하 손): 대담의 진행을 맡게 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손경화다. 김보람 감독님과 세컨드 필름 매거진 정경희 에디터님이 자리해주셨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보람 감독(이하 김): <개의 역사>를 만든 김보람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 벌써 오년 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만든 긴 영화이자 세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을 다 끌어 모아서 만든 영화가 <개의 역사> 같다.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이하 정):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다. 세컨드는 작년 5월에 창간호가 나왔고 올해 5월에 2호가 나왔다. 이번 2호는 크라우드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나온 신간이다. 



손: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의 제목이 <독립의 조건>(2014)이다. 독립을 하기 전의 고민에 대한 영화였다. 그 작품을 만들고 난 후 독립을 해서 살게 된 곳이 <개의 역사>의 첫 배경이 된 후암동이다. 동네에서 만난 ‘백구’라는 늙은 개와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 이 영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느끼고 있었던,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의 근원지를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감정을 개의 이야기와 연결지어봤다. 영화를 만들면서 감정을 계속 표현하고 찾아가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딱 한 단어로 명명하기에는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살고 있는데 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 분명 행복해야 맞는 조건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붕 떠있는 것 같고 스스로의 존재감 같은 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개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 생각들과 연결된 지점이 많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원래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던 개였고 스마트폰으로 장난삼아 찍어놓은 몇 개의 사진과 영상들만 있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백구가 항상 지켜보고 있었던 대관령 슈퍼가 어느 겨울 갑자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쪽지만 남겨놓고 쫓겨난 걸 목격했을 때다. 그때 처음으로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개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하찮은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개 같은’이라 말하기도 하지 않나. 잘 이야기되지 않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런 개와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역사를 기록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는 눈여겨보지 않은 존재들, 거대하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있는 이야기들과 존재들에 시선을 둬보고 싶었다.



정: 발제문의 제목을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라 지었다.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길게 풀어서 쓰면 그런 제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의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도 나오고 고양이도 나오고 비둘기와 오리도 나온다. 잘 보면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다. 동물뿐만 아니라 골목 모퉁이나 계단, 엘리베이터 등 많은 사물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이 말하는 ‘개’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과 사물이 포함된다. 또한 공간이 그 안에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 개개(個個)의 역사라 느꼈고 인간중심주의가 많이 해체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 카메라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개의 역사>에는 픽스샷이 많다. 카메라가 픽스된 상태에서 감독님이 의도치 않았던 사물들과 사람들이 개입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이사를 갈 때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차에 탄 지친 얼굴이 잠깐 카메라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얼굴 하나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영화 안에 굉장히 많다. 그렇게 픽스된 상태에서 얼굴이나 사물들이 개입될 때 관객들은 카메라 밖을 의식하게 된다. 카메라 안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관객도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들어왔을 때 카메라 밖에 어떤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안 카메라의 권력이 많이 해체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다루는 대상과 찍으려는 연출방식이 굉장히 잘 조합돼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초반보다 내레이션이 많이 나온다. 그것이 시 같다고 생각을 했다. 내레이션에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흩어져있는데, 어떤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언어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렇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님이 그 존재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과 사물들 곳곳에 스며있는 애정 어린 시선을 많이 느꼈다. 살갑게 부둥부둥 하는 애정은 아닌데 멀리서 지켜보고 바라보는, 존재가 계속해서 여기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길 바라는 어떤 식의 바람들이 담겨있다. 결국 기억을 통해서 소중한 이의 마지막을 지키는 힘이 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기억의 방식으로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전의 이름이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지 않나. 영화를 보고 ‘이게 왜 페미니즘 다큐멘터리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독님 스스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페미니즘 영화를 찍고 있어. 여성의 권리를 위한 영화를 찍고 있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굉장히 페미니즘적이라고 느꼈다.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구도를 옮겨오는 게 아니냐는 식의 오해들을 받아 많은 마찰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요즘 SNS 상에서 남성들, 때로는 여성들조차도 그런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오인하고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악용되거나 혹은 페미니즘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경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의 권리를 처음에 가장 표면적으로 외치는 게 맞지만 결국에는 역사에서 주류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이 아닌, 여성처럼 중간으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의 가치를 조명하고 그것을 새롭게 중심으로 편입시켜 다양한 중심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행하려는 모든 태도들과 삶의 방식, 작품이 이야기하는 ‘개의 역사’를 쓰는 것과 조명 받지 못한 것들을 발굴해서 조명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정상과 비정상, 핵심과 핵심이 아닌 것으로 정의 내렸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 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여성 영화에 여성 특유의 경험이나 시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아니면 마치 페미니즘 영화가 아닌 것처럼 생각을 하지 않나. 하지만 결국 여성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여성 영화’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다. 굳이 여성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는 것, 성별과 계급, 인종을 명명하는 특유의 명사를 붙이지 않고 감독 자신만의 고유한 성찰로 영화가 평가 받는 게 결국 페미니즘이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 발제문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상황들이나 그때의 고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회의감에 스스로가 젖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알기 위한 노력들이나 어떤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한 시도들, 내 노력과 관계없이 세상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경험들이 회의감 같은 걸로 남았었다. 어쩌면 그것이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썼던 ‘삶을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었다’는 내레이션이 나오기까지 힘든 시간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 문장을 영화 안에 넣어 놓고 나서도 이게 얼마나 전달이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써주신 글을 읽으며 스스로의 생각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전달이 된 것 같아 울컥하고 감사했다.





정: 장면 선택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뭘 넣을지 보다 뭘 덜어낼지를 생각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덜어낸 장면이 있었는지?



김: 정말 많았다. 마지막 편집 때 20분 정도를 덜어냈다. 후암동에서 만났던 주민 분들과의 인터뷰 중에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꽤 많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을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웃음) 초반엔 그 장면들을 넣어놨는데 마지막에 많이 덜어냈다. 개를 산책시키며 ‘왜 저 개를 찍냐, 똑똑하지도 않은 개인데.’라고 이야기하는 아주머니가 짧게 나오지 않나. 아주머니가 키우는 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자랑을 한참동안 한 장면이 있었다.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는데 빠지게 되었다. 홍은동으로 이사를 가서 만난 이웃집 할머니를 계속 팔로잉을 했다. 촬영분이 굉장히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촬영분에 비해서 조금 들어가 있다. 성형 프로그램에 지원에 대해 논쟁을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마지막 편집 때 다 들어냈다.



정: 부연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홍은동 할머니가 등장한다. 어떻게 처음 만나고,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김: 반장 할머니였다. 이사를 한 첫 날부터 앨범을 보여주며 촬영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포함되어있는 건물이었고 1인 가구들만 살고 있었다. 특히 노인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머니가 외롭구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그냥 이웃으로, 서로 친하지 않은 채로 살았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할머니를 찾아간 건 이사하는 장면에 공과금 정산 장면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날도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했다. 그때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이 복잡했다. 당시에 이미 백구 파트의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 된 후였고 백구가 죽고 나서 방향 자체가 약간 변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백구를 아무에게도 눈길 받지 못한 존재로 그려내려 했다가 백구가 죽고 후암동 촬영을 조금 하고 나서는 그것 또한 스스로가 지어내려고 했던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구는 어떤 대상도 아닌 그냥 ‘백구’였구나, 그 존재 자체가 확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도시화에서 소외되는 현대인들보다 그걸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걸까 궁금해졌다. 그게 내 이야기와 더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를 만나다 보니 갖고 있는 어떤 욕망과 과거를 잊지 못하는 마음,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를 계속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쫓아가보고 싶어서 그때부터 촬영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가고 난 후에 할머니를 더 많이 만났고 더 친해졌다.



관객: 엔딩에 하얀 개가 나오지 않나. 어떻게 만나고 촬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그 개는 홍제역에서 만났다. 촬영을 하는 날 특이한 경험을 했다. 원래 다른 촬영을 하러 가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역인데 그날따라 마을버스를 두 번이나 잘못 탔다. 촬영 시간도 늦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하얀 개가 있었다.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정신없이 개를 찍었다. 하얀 개가 사라져버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마음이 쓰여 계속 트위터에 ‘홍제역 백구’라고 검색도 해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궁금하다. 후암동에서 만난 백구와 종류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른데 그 촬영을 하면서는 ‘영화가 끝이 나긴 나려나보다’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웃음)



관객: 영화에서 노인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노인들의 문화나 삶을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나.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비춰졌던 것 같다. 왜 노인들에게 주목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 노인이어서 찍게 된 건 아니었다. 백구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공간을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후암동은 거리에 서 있으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분들을 만났다. 홍은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홍제천 옆 정자에 항상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그림 같았다.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 건지 궁금했다. 사실 정자 할머니들은 <개의 역사>가 아닌 정자라는 공간만을 다룬 다른 단편을 만들고 싶어서 촬영했다. 찍고 나서 <개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정자가 갖고 있는 정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넣게 되었다. 그 할머니들의 시간이 백구의 시간처럼 느리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궁금해서 접근했는데 실제로 그 안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은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삶이 갖고 있는 어떤 무게나 소멸해가는 생에 대한 생각들을 찍으며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관객: 엔딩 크레딧에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더라. 의도적 배제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촬영을 했던 분들 중 이름과 연락처를 아는 분도 있고 한 번만 만나서 찍고 사라진 분도 있다. 물리적으로 모든 분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백구도 우리가 백구라고는 부르지만 백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이름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이름들은 스크립트를 만들 때 그 분들을 구분하려고 별명처럼 붙여서 부른 이름들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들이 어쩌면 그 분들에 대한 가장 솔직한 소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손: 영화가 주변 공간을 많이 담고 있지만 중간 중간 감독님의 사적인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점점 감독님의 내면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적인 장면들을 넣기로 한 이유와 그것들을 넣으면서 있었던 어떤 염려나 기대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전의 작업들이 다 가족, 친구가 나오는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의 역사>엔 개인의 이야기를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넣지 말자고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웃음) 하지만 출발점이 스스로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었고 그것을 설명하려면 백구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했다. 가편집본을 만들면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타협일 수도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고 스스로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편집 단계에서부터 사적인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고 지금의 완성된 형태가 되었다. 


<개의 역사>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하는 이야기로 읽힐까 걱정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하는 고민도 조금 있었다. 어쨌든 가족의 이야기지만 스스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업을 하면서 계속 되돌아가게 되었던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성립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사적인 부분들을 넣게 되었다.



관객: 첫 장면에서 감독님이 개를 찍는다고 했을 때, 왜 그 개를 찍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굉장히 울컥했다. 그런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 어떻게 스스로를 붙잡고 이 작품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 나 또한 그 방법을 알고 싶다.(웃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 이중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 누군가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개를 찍고 있어요’라고 말하려니 스스로 민망했고 뭐라 설명이 잘 안 됐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더 작품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상에 있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느낌을 분명히 받고 있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사소한 곳곳에 놓여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쑥스럽고 알아주지 않을까봐 걱정되고 위축되었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가지고 계속 갔던 것 같다. 어쨌든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같이 위축되지 않는 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관객: 여성들이 찍는 영화가 소소하게 취급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작품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다른 감독님과 함께 촬영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 음악인들에 대한 영화다.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 작업으로는 계속 스스로가 고민하고 있는 어떤 세상 안에서의 존재감이나 소통하는 법, 관계 맺는 법에 대한 것을 다루지 않을까. 고민을 만나는 지점에서 항상 작품을 시작할 것 같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개의 역사>는 객체로 치부되는 존재들을 되뇐다. 단조로운 삶 속에 놓인, 쉽게 잊히고 밀려나며 사라지는, 다시는 찾지 못할 그리운 존재들. 그런 ‘사라져 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기억하려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페미니즘과 손을 맞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품 속 존재로 자리하는 모든 역사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커다랗고 따뜻한 하나의 역사로 맞물린다. 그리고 하나로 맞물린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그렇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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