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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녹화중이야>: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윤리

by indiespace_은 2017. 3. 13.



 <녹화중이야한줄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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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홈 무비 사이에서 나는 파열음

박영농 |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윤리

이지윤 | 삶이 정지되었음에도 재생되는 수많은 순간들

최지원 |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머무름'을 이야기하다

김은정 | 끝을 향해가는 보편적인 사랑이야기



 <녹화중이야> 리뷰: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윤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영화 <녹화중이야>는 말기 암 환자 ‘연희’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담았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등장인물들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아마 첫 장면에서 실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고인(故人)의 영상을 취합하여 만든 것이며 그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내용의 추모사를 던지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극영화와는 다르게 초점이나 구도가 맞지 않도록 연출된 장면은 흡사 홈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너무 짜임새 있는 플롯 탓에 진짜라고 착각하던 관객들은 이내 페이크 다큐멘터리임을 알아채고 말았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가 흔히 봐온 신파-멜로드라마의 장르적 문법을 차례로 밟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 관객의 자세는 흐트러졌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지점에서 <녹화중이야>가 품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영화는 고등학생 시절 암 선고를 받고 몇 년 째 투병 중인 인물을 중심으로 하며, 도중에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접근한 것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이야기의 사실감을 극대화했으며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데에 성공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이미 성취한 것들에 만족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갔다는 사실에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첫 장면의 추모사에 대한 윤리적 문제이다. 다큐멘터리적 연출을 완성하기 위해 고인에 대한 추모사를 영화의 첫 머리에 꼭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에서 탄생시킨 캐릭터를 영화 안에서 떠나 보내며 그 정도의 애도는 충분히 수사적으로 가능한 표현이지 않겠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지적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어쨌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하 <뚜르>)을 떠올려보자. 이 영화도 <녹화중이야>와 마찬가지로 젊은 나이에 말기 암 환자가 되어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인물을 다룬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뚜르>는 실제 인물 故 이윤혁 씨의 삶을 좇았다는 것이다. 이 두 영화의 첫 장면을 같이 놓고 비교한다면 <녹화중이야>의 그것은 결코 ‘수사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게 된다. 연희에 대한 추모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특수성 안에서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녹화중이야>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 것은 결국 관객들이 허구의 이야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다. 초점이나 구도가 맞지 않는 장면들처럼 첫 장면의 허구적 추모사 역시 그런 목적을 기저에 둔 장치에 해당한다. 즉 실제 이야기처럼 보이기 위한 영화적 장치인 셈이다. 그로 인해 관객은 영화 속 캐릭터와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추모행위를 소비시킴으로써 본질 그 자체의 의미는 사라지게 만든다. 실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이미 고인이 된 출연자를 추모하기 위해 첫 머리에 띄우는 자막은 영화 내부에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차용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속 그것의 고유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며 윤리성을 따져보아야 하는 지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기까지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고민지점에 대해 얘기하고 (상호)보완해간다면 낯선 영화, 새로운 영화들이 보다 풍성하게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격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 이 글의 목적이 있다. ‘좋다/나쁘다’, ‘재미있다/재미없다’의 구분을 떠나 모든 영화는 우리에게 이미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대답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큰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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