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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10분 : 극사실주의 영화

by indiespace_은 2015. 11. 22.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10분>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O9yV7P







<10분> : 극사실주의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호찬은 PD 지망생이다. 경력을 쌓고 돈을 벌기 위해 그는 콘텐츠 관련 공기업에서 인턴 일을 시작한다. 부장과 노조지부장, 한 선생과 정 선생 등 사무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살갑다. 어느 날, 정 선생이 퇴사를 하면서 회사 내에 정규직 자리가 생긴다. 부장을 비롯한 사무실 사람들은 호찬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거라며 인수인계 교육을 시작한다. PD 공채시험에 또 떨어진 호찬은 이만 꿈을 접고 정규직의 안락한 삶을 살기로 한다. 형식에 불과하다던 회사 면접날, 일종의 ‘내정자’였던 호찬은 부모님과 동생에게 줄 선물을 사며 다가올 정규직 취업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나 호찬은 면접에서 떨어진다. 대신 센터 원장과 연이 있다는 지원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호찬은 어이없고 분하지만 한편으론 앞날이 두렵다. 소송을 불사하고서라고 그를 돕겠다는 노조지부장과 인사 결정에 대해 분노하는 동료들만 믿을 뿐이다. 그러나 내뱉은 말들이 무색하게 동료들은 새 직원을 자연스럽게 사무실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인턴 호찬과 정규직 그들 사이에는 뚜렷한 벽이 생겨난다. 일전에 정 선생은 퇴사하면서 호찬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여기 사람들은 말은 많은데 아무도 책임을 안 져요”라고. 그 누구도 호찬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그에게 다시금 정규직의 기회가 찾아온다.



이 작품은 회사 생활을 지독히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목의 의미가 드러나는 마지막 6분 정도를 남겨 놓고는 실제로 대한민국 어딘가에 존재할법한 회사와 들어본 듯한 인물, 나 혹은 곁의 누군가는 겪어봤을 법한 사건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제 취미가 곧 부하직원들의 취미라고 여기는 부장, 말로만 정의롭지 실제로는 자신이 욕하는 부장을 똑같이 닮아가고 있는 노조지부장, 호찬에게 조언은 하지만 절대 나서서 도와주지는 않는 한 선생, 시종일관 명랑하고 당당한 낙하산 직원 송은혜, 호찬이 처음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다른 인턴까지. 도심 빌딩 숲의 어느 공간에 망원경을 들이대면 대부분 비슷한 풍경일 것 같다. 단편 영화를 길게 늘어 뜨려 놓은 느낌도 드는데 디테일을 살리기로 한 선택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회사원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호찬의 위치처럼 회사원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공감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호찬은 정직원이 될 줄 알고 PD 준비를 접었다가 잔인한 회사생활의 생리를 깨닫고선 꿈을 놓지 못한다. 그러나 퇴직한 아버지와 부양해야 할 동생은 회사라는 살벌한 정글을 떠날 수 없게 한다. 하나둘 곁에서 이상 대신 현실을 선택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오가는 호찬의 모습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화상과도 같다. 원치 않아도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중에 직장을 배경으로 하는 <오피스>란 작품이 있다. <오피스>는 일밖에 모르던 남자가 어떤 사건 이후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스릴러물이다. 서스펜스가 대단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적잖이 등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취업준비생 혹은 갓 회사원이 된 이들에게는 <10분>이 <오피스>보다 더 무서울지 모르겠다. <10분>에서는 <오피스>의 사무실보다 더 좁고 케케묵은 공간속에서 (적어도 호찬의 입장에서는) 더 능구렁이 같은 동료들이 함께 한다. 갚아야 할 대출금과 동생의 학원비가 쉴 새 없이 주인공을 짓누르기까지 한다. <오피스>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이라면, <10분>은 스릴러물 같은 회사생활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친구에게서 바라던 방송국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더니 현실이 영화가 되고 영화가 곧 현실이 되는 듯했다. 꿈을 이루는 건 이 땅에서 기적이 된지 오래다. 기적에 도전하는 일, 살풍경한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일. 10분 동안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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