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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침묵의 시선> :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by indiespace_은 2015. 9. 9.





<침묵의 시선>줄 관람평

차아름 | 침묵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시선

김수빈 | '관객'으로 완성되는 영화. 감독에게 경외의 시선을.

심지원 | 어디까지 방관이며, 어디서부터 동조인가

추병진 |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김가영 | 역사는 이처럼 결코 잊어서는 안되며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침묵의 시선>리뷰

<침묵의 시선> :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침묵의 시선>을 보기 전에 필요한 배경 지식. 1945년 8월,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수카르노(Sukarno)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1963년, 수카르노는 국민 협의회(입법권을 행사하며 당시에는 대통령 선출권도 가짐)와 군부의 지지 하에 종신 대통령으로 지명된다. 하지만 수카르노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1965년 9월 30일 인도네시아 공산당이 군부 장성 6명을 살해하며 쿠데타를 일으킨다. 부상을 당한 국방부 장관을 대신하여, 수하르토(Soeharto) 소장은 군부를 지휘하며 쿠데타를 진압하고 이른바 ‘공산당 세력’을 몰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다. 이후 수하르토 군부는 인도네시아의 행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수카르노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후 불과 6개월 만에 수하르토 장군에게 실권을 이양한다. 2년 후, 제 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수하르토는 약 30년 동안의 장기 집권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침묵의 시선>은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어진 대학살로 인하여 형을 잃은 ‘아디’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위치한 학살의 가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는 의외로 많은 분량을 아디의 가족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장난기 넘치는 아디의 딸과 순진한 아들, 백 살이 넘어 몸이 야위고 눈과 귀가 멀어버린 아버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날마다 돌보고 죽은 아들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못하는 어머니. 아디는 형을 죽인 가해자들이 천연덕스럽게 살인을 재연하는 영상을 본다. 그리고 학살 당시에 살아남은 생존자와 함께 그 현장에 가본다. 그리고 그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과 함께 사건의 가해자들을 한명 한명씩 찾아간다.



학살의 주동자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아디가 용기를 내어 가해자들을 찾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가족들에게 있다. 실제로 아디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터놓지 못하고 홀로 간직해야 했던 부모를 보며, 또 여전히 권력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결국 고민 끝에 아디는 가해자들과 대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따라서 이 다큐멘터리는 아디가 문제의식을 가진 후, 가해자들을 만나기로 결심한 다음, 직접 그들과 대면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준다.



전작 <액트 오브 킬링>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약 50년 전에 벌어진 이 참혹한 사건에 대한 가해자와 그 가족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아디에게 사과를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이미 지난 일은 들추어내지 말자’ 고 말한다. 피해자의 동생인 아디가 눈앞에 나타나 사과를 요구할 때, 카메라 앞에서 자랑스럽게 살인을 재연하던 가해자도, 이 사건을 바탕으로 부와 권력을 얻은 사람도 이 참혹한 살육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가해자들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영웅으로 칭송 받고 있으며, 그들이 벌인 학살은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보면 (서문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재체제 또는 무력에 기초한 인도네시아의 정치 형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이념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내부적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시선>은 전작 <액트 오브 킬링>과 함께 인도네시아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 대상은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하면서 윤리 의식을 저버린 개인들과, 왜곡된 이념을 퍼뜨리고 폭력을 행사한 정치권력에게 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권력의 공포 속에서 입을 다물고 몸을 움츠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을 이데올로기의 대립 때문에 방관한 국제 사회의 책임 역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다큐멘터리 한 편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슬픔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도네시아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이 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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