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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당신이 몰랐던 부정(否定)에 대한 긍정 <니가 필요해>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9. 5.

당신이 몰랐던 부정(否定)에 대한 긍정 <니가 필요해> 디토크(GV) 기록


일시: 2015년 8월 26일(수

참석: 김수목 감독

진행: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SIDOF 발견과 주목’이라는 이름으로 인디다큐페스티발과 함께 독립다큐멘터리 정기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그 첫 번째 순서로 이름을 올린 상영작은 인디다큐페스티발2015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수목 감독의 <니가 필요해>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쟁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관객들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김수목 감독이 직접 인디토크(GV)를 찾아 영화 속 뒷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이하 오): 작품을 촬영하시면서 꽤 오랜 시간 지회 분들과 함께 하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함께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수목 감독(이하 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친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만 이곳에서 함께하지 않는다는 게 좀 미안했어요. 그러다보니 자꾸 더 가게 되고, 또 같이 있는 것 자체도 좋았어요. 그래서 계속 지회 분들과 함께 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 같이 있으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으셨나요?


김: 모닥불 피워놓고 그 앞에서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게 참 좋았어요. 그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저도 참 외로웠나 봐요. (웃음) 혼자 서울에서 계속 살다보니까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는 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나도 이곳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오: 노동운동이나 조합,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원래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셨나요?


김: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제가 GM 분들 만나기 전에 ‘노동넷’이라고 하는 단체에서 영상 기자 활동을 했었어요. 그 때 주로 갔던 현장이 노동 현장이나 노동 집회 이런 곳이었어요. 그런 곳에 자주 가다보니까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편해진 것 같아요.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친근하게 다가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중반 즈음부터 씁쓸하기도 하면서 암담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감독님도 영화를 편집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되나’ 같은 고민들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제작 과정에서 이런 상황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감독님이 생각하는 걸 작품 속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내려 하셨는지도 궁금했어요.


김: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보자 생각이 들게 된 계기는 마지막 후반부에 있었던 회의 장면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걸 너무 당연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직이 해고되었을 때에는 언론부터 시작해서 사회의 큰 문제로 집중 조명을 받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를 받는데,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을 현장에서 많이 느꼈어요. 그런 것과 더불어 이들의 투쟁이 제대로 된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사람들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와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이 분들이 그저 투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사람 그 자체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3~4년 동안 싸움이 진행되었고, 35명으로 시작했다가 15명으로 인원이 줄어들면서 구성원들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것이 바로 이간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본가들은 어떻게든 그들 사이를 이간질 시킬 것이고, 구성원들은 그에 대한 배신감에 휩싸이게 될 거잖아요. 감독님은 어쩌면 그 상황들을 옆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보셨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보신 그런 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상황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셨는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국 15명 외에는 복직이 다 안됐지 않습니까. 듣기로는 그 숱한 싸움들이 끝내 선별 복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결국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선별 복직이 이 싸움을 이겼다고 봐야하는 결과인지, 아니면 울분을 삼키면서 그걸 수긍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 투쟁을 열심히 할 때 자본의 이간질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원래 회사는 지회의 일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첫 번째 고공 농성을 시작한 이후부터 그 몇 달 안 되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투쟁하는 이가 35명 정도 있으면 그 중에서 2명을 복직시키겠다는 제안이 들어와요. 처음에는 그 2명이라도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을 해서 지회 안에서 누굴 복직시킬지 결정을 하면, 회사는 아예 지회를 무시하고 정규직 노동조합 등의 다른 라인을 통해서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당신을 복직시키려 한다‘고 말하죠. 그리고 지회에서 그걸 뒤늦게 알게 되고, 이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여차저차 이런 과정들을 겪어왔는데, 이번에는 투쟁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복직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한 당사자는 알겠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 복직을 하고요. 그런 과정들이 좀 있었습니다. 또 7명이 선별 복직이 되었을 때도, 투쟁을 계속 하셨던 분들이 면접까지 다 본 상태였어요. 그런데 또 다른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이 돌린 뒤 그 사람이 복직을 하는 경우가 있었죠.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상처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관계가 끊긴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2007년에서 2008년에 사람들이 많은 상처를 주고받고, 떠나기까지 했던 시기라는 겁니다. 그 후 천막 농성을 했지만,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정말 신경을 쓰지 않아요. 천막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건 물론이거니와 천막이 늘 거기 있으니까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아요. 그러던 중 정문으로 올라가 고공 농성을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회사 측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오지만, 또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런 제안이 나올 때 마다 비정규직 분들은 회의를 하죠. 영화에서는 정말 짧은 시간 동안만 보여주고 끝이 나지만, 그 속에서 상급 단체와 조합원 사이, 지회장과 조합원 사이, 심지어 조합원과 조합원 사이에서도 참으로 독한 말들이 많이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 때문에 ‘나는 복직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던 분들도 있었고요.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결국 서로를 다독이면서 복직을 했지만, 그런 과정들이 너무나 마음 아팠습니다. 분노라기보다 이런 현실 자체가 너무나도 서글펐어요. 


오: 영화를 통해서도 감독님이 아파했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되는 상황 안에서 사람들 관계가 깨어지는 게 가장 큰 슬픔일 텐데요, 가까운 사이였던 회사 동료들이 같은 컨베이어 벨트 안에서도 대화도 하지 않고, 결국 현장에 다시 돌아왔다고 해도 나만 복직됐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등의 일들이 결국 이런 관계 자체를 파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께서 강력하게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도 그 부분이 정서적으로 와 닿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질문에도 답변해주시죠.


김: 저 역시 회의 장면을 촬영하면서 속으로 그 질문을 참 많이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게 승리지? 선별 복직을 했다고 하지만, 결국 이 사람들은 다들 상처를 주고받으며 갈기갈기 찢어지다시피 한 마음을 안고 있는데, 9명이라도 복직했으니 이걸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저는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결과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별 복직의 과정이 모두가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를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만일 결과로 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합의를 보고 소통을 하면서 상황이 진전됐다면 그건 승리라고 할 수도 있었겠죠. 당사자들이 그렇게 느꼈다면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그런 마음이 아님에도, 그저 몇 명이 복직했다는 사실만으로 승리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그건 아니다’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회의 장면이 보여주는 것 같네요. 그런데 영화의 끝이 굉장히 따뜻하게 끝나잖아요. 서로 간의 관계들이 어그러졌지만, 같이 지내 온 투쟁의 시간이 서로의 관계를 복원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긍이 가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너무 따뜻하게 영화를 정리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선배들도 영화를 보시더니, ‘더 질렀어야 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갑자기 포장된 듯 한 느낌이 든다고들 하시면서요. 제가 보기에도 다시 복직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니가 필요해>는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두 번 상영됐는데, 첫 번째는 단편으로 상영했어요. 단편은 끝이 암울하게 끝납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로 마무리가 됩니다. 장편에서 따뜻한 결말로 바뀐 건 2014년 4월 초에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난 뒤 갑자기 이 분들이 뒷부분에 나오는 노동조합 활동을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항상 ‘이제 활동 좀 그만하고 돈 벌어서 빚 먼저 갚고 3년은 일만 해라’라고 맨날 말하거든요. 그러면 이 분들도 ‘난 일만 할 거다’라고 말은 하지만 또 실태 조사를 시작하시더니, 선전전, 피케팅까지 하면서 경고를 계속 받으시더라고요. 인상적인 건 이분들이 거기에 겁먹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 같으면 경고장이 날아올 때마다 ‘또 나가도 되나’라는 고민을 할 것도 같은데 그 분들은 ‘오늘도 상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못 받았던 상을 여기서 주네’와 같은 농담들을 던지면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저는 멋져 보이더라고요. 현재 <빨간 벽돌>이라는 작품을 하고 계신 주현숙 감독님이 제 프로듀서이자 멘토였어요. 그 분께서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셨었어요. ‘계속 불안한 상황으로 끝내고 싶은지, 따뜻하게 끝내고 싶은지는 네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따뜻하게 마무리 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관객: 노조원들이 다시 뭉치는 계기가 CCTV 통제탑 올라갔을 때와 정문에 올라갔을 때 등 누군가 고공 농성을 할 때였던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 고공 농성은 이곳 말고도 현재 다른 곳에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방식이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에 대한 다른 대안은 없었던 건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정문 위에 계시던 분이 서로 소통이 안 됐다고 이야기하셨지만, 밑에 있던 사람들도 미안한 마음이 분명 많았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고공 농성을 시작하기 전에도 조그마한 하청 업체 사무실 안에 들어가서 있기도 하고, 노동지청에 항의하기도 하고 정문은 물론 서문, 남문 앞에서 큰 집회를 열기도 하는 등 정말 여러 방면으로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나서 사람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천막을 칠 때도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천막을 치고 한 두 달이 지나도 또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고공 농성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번의 회의로 끝난 일이 아니었고 반대에도 부딪혔지만 결국 올라가기로 의견 합치를 봤습니다. 올라가고 나서도 한 달 정도는 반응이 또 없었어요. 하청업체에서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는 식으로 나오고, GM에서는 전혀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희생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다른 표현이 적합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을 계속 견뎌야 하죠. 그동안 위에 있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이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들로 인해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전혀 편하지 않았고요. 그리고 나중에 정문에 올라가게 된 것은, 2년 정도의 침체 기간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지치고 떠나가니 천막을 지키는 사람은 대여섯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인원이 많다면 공장이라도 한 번 뚫고 들어 가본다던가 뭐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적은 인원으로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예전에 했던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죠. 그래서 정말 이번에 안 되면 정리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 분들은 정문 농성을 택하셨던 겁니다. 저 또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죠. 



오: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도 영화의 전달방식이랑 많이 닮아 있네요.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 하시고 함께 공유해주시는 게 참 좋습니다. 저는 또 궁금했던 게, 인물들이 한강 다리에 매달려 있었잖아요. 물에 풍덩 빠지고 난 다음에 설명 없이 그 장면이 휙 넘어가더라고요. 그 분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넘어가는 화면이 또 굉장히 푸스름한 화면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하는 생각도 언뜻 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김: 저는 그가 무사하다 걸 알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그 컷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그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하셨던 분이 음악감독님이셨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며 자막이라도 하나 넣어서 사실을 알려달라고 이야기하시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면서 실은 그 사이에 컷들을 조금 넣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더라고요. 제 스스로가 거기에 맞는 적절한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찌 됐건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사람들이 좀 궁금하더라도 그건 그대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관객: 예전부터 비정규직 투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접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뉴스나 언론 보도 등뿐이고, 거기에선 간접적으로 며칠 정도 진행이 됐고, 또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정도의 결과만 나오니까 그 사이클을 확실하게 알기가 어렵더라고요. 영화에서도 몇 가지 사례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투쟁의 특징들이 몇 가지 있잖아요. 극단적 성격을 갖는 고공 농성도 많이 이야기 되고 있고요. 특히 장기화 될 때 그 동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는데, 긴 작업의 결과물을 잘 내주셔서 저 역시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감독님이 반영하셨던 씁쓸함, 서글픔과 같은 감정들은 물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나’라는 분노 역시 느꼈습니다. 원래 ‘노동자’라는 단어 자체는 일반적인 거잖아요.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노동자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구분 짓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 운동이 분리되는 것은 물론, 어떤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직종, 직군 등의 차이 때문에 노동 운동이 결속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불만을 품다 보면 보다 포괄적인 사항에 대해 또 불만을 가져가게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민주 노동 운동이 이젠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영화에서 한 분이 ‘우리가 하는 짓이 자본가가 하는 짓과 똑같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말이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를 분리시키는 힘이 어딘가로 부터 오고 있다는 걸 분명히 짚어주는 것 같았어요. 더불어 좀 더 공세적인 태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본이 유도하는 대로 노동 운동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건 그냥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들이고요. 궁금했던 것은, 감독님께서 영화를 통해 투쟁 현장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요소들을 많이 짚어주셨잖아요. 저는 평소에 개인적으로 비정규직 노동 투쟁이 장기화 되다보면 외적인 불안 요소들이 굉장히 많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점차 연대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묘사되어 있지는 않았는데, 실제로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 생존 문제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한 달 정도 열심히 목소리를 내면 정리가 될 거라 생각해서 시작했던 투쟁인데 한 달이 지나도 꿈쩍을 않으니 많이들 동요했죠. ‘나는 힘이 든다, 나는 가정이 있다, 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조합원 분들 중에서 점차 투쟁에 결합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계셨습니다. 영화 속 두 세 분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투쟁만 하셨던 분들이고요. 하지만 그 대신에 카드빚은 계속 지고 있었던 상태이긴 했습니다. 


오: 그런 부분이 왜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던 걸까요? 개인적인 집안 사정도 있을 거고, 회사로부터 개인적으로 탄압받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그런 것들을 보여주진 않잖아요. 


김: 보통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묘사한 것들을 보면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가정에서도 어려운 그런 모습들이에요. 저는 그런 것들을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잖아요. 제가 봤던 이 분들은 그런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기 보다 비정규직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분들이었어요. 저 역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오: 지금 계속 이분들과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시면서 정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지금은 촬영을 하고 있진 않고요. 조합원 모임 있을 때 같이 가서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등의 만남은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부평공장은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에요. 신규 조합원분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지금은 서른 몇 분 정도의 분들이 재미나게 지내고 계세요.





비(非)정규직. ‘정규직이 아니다’라며 그 의미에서부터 부정을 담고 있는 이 호칭은, 불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다고 느끼게 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니가 필요해’라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 우리는 모두 그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영화 <니가 필요해>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부정당하고 있는 것들을 긍정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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