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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사랑하는 연인의 당연한 결혼 <마이 페어 웨딩> 인디토크(GV)

by indiespace_은 2015. 6. 17.

사랑하는 연인의 당연한 결혼 <마이 페어 웨딩>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6월 13일(토) 오후 5시 30분

참석: 장희선 감독 | 주인공 김조광수, 김승환

진행: 영화사 진진 정태원 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6월 13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에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이 페어 웨딩>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세기의 커플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 그리고 이들의 당연한 결혼식을 지켜본 장희선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눴다. 영화와 커플에 대한 질문이 그치지 않았던 인디토크였다.



장희선 감독: <마이 페어 웨딩> 연출한 장희선입니다. 많은 분께서 와주셔서 감사 드리고요, 두 분의 뒷이야기에 대해 궁금하시면 저에게 질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김승환: 저는 <마이 페어 웨딩> 출연하고 제작도 한 레인보우 팩토리의 김승환이라고 합니다. 


김조광수: 저는 오늘 감독도 아니고 제작자도 아닌 단순 출연자로 이 자리에 와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김조광수라고 합니다. 


진행: 감독님이 제일 힘드셨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조광수 감독님과 김승환 대표님께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영화를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내주신 것도 아닌 거 같고, 어떤 장면에서는 “오지 마라”, “찍지 마라” 라고도 하는데 고생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장희선 감독: 결혼 준비 때 두 분이 너무 바쁘셔서 부천부터 홍대까지 일정을 쫓아다니는 게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두 분이 제작자이기 때문에 편한 부분도 있었어요. 한 가지 어려웠던 것은 제가 이성애자이다 보니까 분위기를 잘 몰라서 실수하면 어쩌지 긴장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김조광수: 저희가 ‘친구사이’라는 성소수자 단체 소속이잖아요. 회원들이 아우팅 염려 때문에 친구사이 관련 활동을 할 때는 못 찍는 경우가 많았어요. 허락을 해도 촬영에 우호적이지는 않았어요. 결혼식 전날 깜짝 파티에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에 안 갔잖아요. 직후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탔고 김승환 대표와 대화가 필요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대화하면 잘 안 될 거 같았고요. 촬영팀이랑 같이 가다가 광화문쯤에서 갑자기 저와 김승환 대표 둘이 내려서 도망쳤어요. 둘만의 내밀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요.


장희선 감독: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 날 정말 힘들었습니다. (웃음) 김조광수 감독님께서 “결혼 전날까지 내 배우자를 힘들게 할 수 없어”라고 하시면서 두 분이 갑자기 사라지신 거죠. ‘결혼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데, 결혼 전야를 못 찍는 구나’ 했어요. 길거리에서 기다리다가 통화를 하고 짧게나마 인터뷰를 했죠.


김조광수: 촬영팀을 따돌릴지 말지도 굉장히 고민이었어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놓고, 제일 중요한 순간에 촬영팀을 따돌린 거잖아요. 그래도 우리 둘이 온전히 시간을 갖는 게 결혼식을 위해서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김승환 대표는 굉장히 마음씨가 착한 분이에요. 거절 같은 걸 잘 못 해요. 따돌리자고 했을 때도 그래도 될까 하더라고요. 제가 무조건 내리라고 해서 버스 문이 닫힐 때 확 내렸어요. 못 따라오신 거죠. 뛰어서 막 도망쳤어요. 광화문 근처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진행: 특히나 지친 모습이 많이 보였던 김승환 대표님은 결혼식 어떠셨나요? 많은 고민과 고초를 겪으셨을 거 같은데요. 


김승환: 사례가 없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제가 잘 모르는데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했어요. 그 와중에 김조광수 감독님은 계속 일을 벌였고요. 수습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저는 제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거의 넋이 나갔더라고요. 감정 제어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첫 편집본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진행: 세 분이 각자 서로 다른 고민과 아픔을 겪으면서 결국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결혼식 당일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죠. 결혼식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혹시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 있었나요?


김조광수: 일단 저는 결혼식 전날, 다음날 예뻐 보여야 하니까 팩도 하고 잘 자고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깜짝 파티 참가 여부부터 해서 집에 와서 인터뷰하고 새벽에 호모포비아들이 무대설치를 못 하게 하고 이름도 찬란한 구국기도회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어요. 결혼식 날, 잠을 잘 못 잔 상태라 피부는 이미 까칠하고 결혼식장은 잘 정리가 되었는지 신경도 쓰이고 아침부터 기분이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영화에서도 말했지만,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이라도 하겠다, 이 결혼식을 망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든 행복한 결혼식으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결혼식에 임했던 거 같아요.


김승환: 어느 순간 결혼식이 사업처럼 일이 돼서 성공을 하려면 체력은 어느 정도 상태가 되어야 하고 오늘은 몇 시 이후 아무것도 안 해야지 등을 계획하게 됐어요. 결혼식 전날만큼은 굉장히 이기적이었던 거 같아요. 제 컨디션을 위해서 모든 걸 다 거절했어요. 평소에 비해서 잘 못 잔 거지, 잠도 어느 정도 잤어요. 


관객: 제 남자친구는 군대에 있어요. 면회를 갈 때마다 남자친구 부모님도 함께 갔어요. 매번 갈 때마다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친구처럼 굴기에는 내가 마음이 안 좋고, 며느리처럼 할 수도 없고, 부모님에 대한 태도에 고민이 많아요. 상대의 부모님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궁금해요.


김조광수: 영화 <친구사이?>(2009)랑 비슷한 상황이네요. 


김승환: 저도 사실 김조광수 감독님 어머니 만날 때 굉장히 망설였어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 머리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어머니가 아니라 보통 아주머니에게 대하는 태도를 했어요. 저자세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하려고 했어요. 감독님에 대한 질문보다 어머니 본인에 대해 질문을 했던 거 같아요. 나는 어머니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있지, 남자친구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다가갔어요. 친구 같은 느낌으로, 어떤 면에서는 막내아들 같은 느낌을 줬던 거 같아요. 이성애자 간에는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고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다르니까 처음에 어떻게 첫인상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거 같아요.


김조광수: 처음 관계 형성이 중요해요. 며느리와 다르게 약간의 긴장관계도 있어서 새로운 재미도 생기는 거 같았어요. 저희 어머니에게 김승환 대표가 꿈을 물어봤는데 엄마에게 꿈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걸 물어보는 이 관계가 되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김승환 대표 부모님 만날 때 제가 제일 걱정한 건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거였어요. 나이 차이는 알지만, 막상 만났는데 너무 티가 나면 안 좋으니까요. 이성애자의 경우에도 19살 차이면 늙은이를 만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웃음) 최대한 젊어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마을 운동이랑 박정희를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고. (웃음) 그런 이야기에 동조하면 옆에서 김승환 대표가 발로 눈치를 줬어요. 조심하라고. (웃음) 



진행: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의 마음이 제일 많이 움직인 건 가족의 존재 인 거 같아요. 두 분은 합법적인 가족의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 어려운 투쟁을 시작한 거잖아요. 이 영화 속에서 김조광수 감독님의 어머니나 김승환 대표의 누님 말씀이 저희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은 이전에 작품을 통해 본인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 작품에서도 가족의 의미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전달하려고 하셨던 거 같아요.


장희선 감독: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고추말리기>(1999)는 할머니와 엄마,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요. 어머니는 시집을 20대 초반에 왔고, 친정 식구들보다 할머니와 더 오랜 시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음에도 고부 갈등이 심했어요. 그런 갈등이 딸인 저에게도 많은 영향을 줘서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찍은 영화였어요. <마이 페어 웨딩>은 반대에 부딪힌 두 사람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여서 가족에 중점을 뒀어요. 그리고 시작할 때부터 동성애, 동성결혼, 동성결혼식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성애에 대한 찬반부터 시작하면 머리가 아프고, 동성결혼은 법으로 안 되고, 그래서 동성결혼식에 초점을 뒀어요. 주변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연애는 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혼은 사회적 차원으로 가는 거니까요.


진행: 실제 가족 분들이 결혼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궁금해요.


김조광수: 2011년에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마치고 김승환 대표의 안부를 묻기에 결혼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그냥 가벼운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인터뷰는 다 없어지고, “김조광수, 19살 연하의 공대생과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가 된 적이 있어요. 그전까지 가족들이 김승환이라는 사람을 알고는 있었지만 둘이 공개적으로 결혼한다는 건 처음 알게 된 거죠. 부모님께 동의를 구하거나 절차를 밟기 전이었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아무리 네가 이렇게 저렇게 막살아도 어떻게 결혼을 부모에게 말을 안 할 수가 있냐고 하셔서 상황을 설명했죠. 저희 어머니께서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다 축복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야외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셨어요. 비난 하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데 실내면 제한할 수도 있으니까요.


관객: 연애하면서 몰랐던 것을 결혼 후에 알게 된 게 있는지, 혹시 영화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꿈에서 바람은 피우셨는지 등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김승환: 오래 연애를 해보시면 언젠가 꿈에서 그 상황을 마주치실 텐데 그때 본인의 선택을 확인하시면 될 거 같아요. (웃음) 일상의 변화는 이웃의 변화에요. 동네를 같이 다니면 ‘쟤들 뭐지? 가족은 아닌 거 같고, 형제도 아닌 거 같고.’ 수군수군했었는데 정확하게 알려지고 나니까 이제는 다 자연스럽게 인사해요. 경비아저씨한테 밤에 물건 찾으러 가면 남편이 가지고 갔다고 쉽게 이야기하세요. 사소하지만 이웃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진행: 감독님 입장에서 두 분에 대해 새로 발견 한 게 있나요?


장희선 감독: 두 분을 찍으면서 제 생각을 했어요. 연애를 할 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만큼 싸워봤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두 분이 정말 달라요. 김승환 대표님은 목소리가 작은 대신 귀가 예민하고, 김조광수 감독님이 목청이 좋은 이유는 귀가 어두워서 그렇거든요. (웃음)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계속 노력을 해요. 대화를 한다는 거 자체가 용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 혹시 리마인드 웨딩을 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김승환: 리마인드 웨딩을 할 마음이 없어요. 정말 힘들어요. 이성애자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을 통과한 거잖아요. 김조광수 감독님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날 다시 하자고 했어요.


김조광수: 한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면 시청 앞에서 이번보다 떠들썩하게 꼭 하려고 해요. 샤이니를 부르고 사회는 김혜수, 하정우로 계획 하고 있어요. 김승환 대표님이 안 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랑 해야 하는지는 고민을 해봐야겠죠. (웃음) 


진행: 동성결혼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김승환: 저는 결혼이 관계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혼이 아닌 다른 파트너십 제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연애나 동거를 했을 때랑 또 다른 단계가 생긴다는 거에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을 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이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요. 


진행: 마지막으로 장희선 감독님에게 앞으로의 계획 여쭤볼게요.


장희선 감독: 로맨스 영화를 준비하다가 엎어졌는데, 두 분의 로맨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두 분의 이야기에서 많이 감동 받았어요. 이 영화가 많이, 오래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못 다한 질문들이 공식적인 자리가 끝난 후에도 이어질 정도로 이야기가 많은 <마이 페어 웨딩> 인디토크였다. 저들이 끊임없이 다투고 싸우면서 맞춰가려는 노력을 보며, 과연 세기의 커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의 당연한 결혼이 좀 더 보편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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