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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돌아온 4월, 돌아온 그들의 이야기 인디돌잔치 <셔틀콕>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5. 4. 27.

돌아온 4월, 돌아온 그들의 이야기 인디돌잔치 <셔틀콕> 인디토크

일시: 2015년 4월 21일

참석: 이유빈 감독

진행: 김도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






작년 4월 뛰어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셔틀콕>이 인디돌찬지 영화로 선택되어 1년 만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1년이 흐른 2015, <셔틀콕>을 제작한 이유빈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영화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진행: 매월 관객 분들 투표를 통해서 개봉 일주년 된 작품을 함께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자리인데, 이번에 셔틀콕이 선정되어 상영하게 되었어요. 감독님 소개와 소감에 대해 간단하게 들어볼게요.

 

감독 이유빈(이하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이 방금보신 <셔틀콕>을 연출한 이유빈이라고 합니다. 사실 <한공주>라는 경쟁작이 있어 별로 기대를 안했어요. 제 생각엔 이주승 군의 팬클럽 승승장구에서 많이 도와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드려요. 오늘 주승 씨는 굉장히 오고싶어 했지만, 촬영이 있어 참석은 못했는데요. 인사를 대신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행 :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셔틀콕>이 처음 개봉했을 때도 새로운 배우의 발견이라 하여 배우로써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캐스팅에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감독 : 사실 ()주승 씨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는데, 알려질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주승 씨는 스치는 이미지나 포스터, 예고편의 일부로 기억하고 있다가 캐스팅을 하게 됐어요. 그 나이 또래의 좀 신선하면서도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를 찾았는데, 주승씨를 발견하게 된거죠.

()예지씨는 제가 우연찮은 기회에 예지 씨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 됐어요. 그 때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서 수소문했죠. 때마침 영상원 연극과의 친한 동기를 통해 예지 씨가 출연한 단편을 보게 됐고, 그렇게 알음알음 캐스팅하게 됐어요.

아역의 태용이는 쌍둥이였어요. 쌍둥이 중에 동생이었는데, 사실 오디션에서 둘 다 연기를 봤어요. 쌍둥이 형은 잘 앉아있지도 않고 장난만 치는 완전 남자아이였는데, 형이 나가고 태용이가 들어오는 순간, 문 여는 몸짓부터 다르더라고요. 형한테 조금 주눅이 든 모습에 흥미가 생겨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봤죠. 형이 훨씬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다면서 연기에 있어서도 경쟁심이 있는데, 아홉 살 아이의 삶이 늘 형이라는 존재에 눌려 있다는 것이 연기에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진행 : 아역 배우와 이주승 배우의 호흡에 도움이 되었던 거죠?

 

감독 : , 그렇죠. 태용이가 주승 씨를 많이 따르던 것도 있었고요. 3주동안 짐을 싸서 여행하듯 촬영을 했는데, 태용이같은 경우 연기경험은 많이 없었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력이 밑받침 됐었죠. 그 와중에 둘의 관계가 점점 편해지면서 그 가운데 애증이 생겨서 싸우고,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또 태용이는 만날 서울에만 있다가 남해 바닷가에 오니 논밭의 강아지처럼 신나 하더라고요.(웃음) 서울의 모습은 잊고 역할에 푹 빠져서 연기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마지막에 우는 연기같은 경우엔 아마 주승 씨를 생각하면서 영화도 끝나가는 상황에 보다 몰입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관객 : 은주는 민재를 진짜 좋아했었나요?

 

감독 : 어떨까요. 좋아한다는 뉘앙스는 흘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쪽에서 덥석 무니까 발뺌을 하는 거죠. 은주는 자신이 민재한테 실질적으로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근데 민재는 순진하게 덥석 물었죠. 입 밖으로 말을 꺼내버렸고요. 좀 당한 거죠, 순진하게.

 

관객 : 영화 굉장히 잘 봤고요. 민재가 빨간 락카로 골목에 빨간 줄을 긋잖아요. 근데 그 시점이 은호의 얼굴에 낙서한 아이를 찾는 시기이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작은 낙서지만 그게 어린아이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얼굴은 씻으면 되고 옷도 빨면 다 없어지지만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민재가 그 골목에 선을 그음으로써 일종의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그 장면을 찍으셨는지 궁금해요.

 

감독 : 사실 해석해 주신 생각을 저는 전혀 하질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해서 틀린 답은 절대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론 훨씬 더 깊이 있는 해석 같아요.

락카는 어떻게 보면 포괄적인 건데요. 용기를 내어 찾아왔는데, 그 낯선 장소가 너무 나한테 해준 게 없잖아요. 그렇게 좌절된 민재가 할 수 있는 테러는 입 밖으로 꺼내는 거친 말과 그런 행동들인 기껏 그 정도 수준인거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게 저는 열일곱, 열여섯 소년들이라고 생각해요. 민재가 할 수 있는 게 그 수준 밖에 안 되는 점이 좀 더 처연해 보이진 않을까 생각했고요.

 


관객 : 촬영하신 장소가 굉장히 광범위한데요. 촬영하면서 장소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 장소에 대한 에피소드라면 처음 자동차 정비소와 관련된 게 있어요. 첫 촬영을 시작하면서 중고로 산 120만원짜리 차를 계속 끌고 다녔어요. 서울에서 산 국내지도를 들고 일단 출발을 했죠. 전주를 들렸다가 이동하는 중에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으니 고속도로만 달리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산길 같은 데를 막 갔어요. 가다보니 어떤 동네가 딱 나타났는데, 허풍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있는 마을과 딱 비슷한 동네인거에요. 그래서 바로 카센터를 찾아봤는데, 맞은편에 파출소도 있고 농협도 있어서 딱 동선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 장소에서 촬영을 했어요. 그렇게 촬영 장소를 다니면서 찍은 것 중에 가장 큰 수확이라면 마지막에 불나는 장면이었어요. 홈마트에서 촬영을 하다 철수를 하려는데 어디서 불길이 막 치솟고 있더라고요. 급하게 차를 돌려서 촬영을 하게 됐는데, 좋은 장면이 나왔어요.




 



관객 : 우연히 찍게 되셨다던 불나는 장면을 보면 하얀 하늘을 검은 연기가 뒤덮잖아요. 저는 그게 하얀 하늘이 은호처럼 보였고 검은 연기가 괴롭힌 아이들처럼 보여서 미리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 장면을 우연히 보시고 , 이 장면을 어디에 써야겠다.’ 이런 생각을 바로 하신건지, 그리고 나중에 편집하실 때 어떤 의미를 안고 그 위치에 넣으신건지 궁금해요.

 

감독 : 원래는 은주에게 제대로 까이고 엉망인 상태로 가는 길에 길고양이 같은 것을 치는 거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인형이 나뒹굴더라. 하지만 그 순간 덜컹하는 마음을 좀 표현하고 싶었어요. 근데 불나는 걸 보는 순간 괴롭힌 것보다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민재의 마음, ‘마음속에서 열불이 난다이런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장면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번 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던 것 때문이었어요. 그 장면이 지나가 버리면 다시 만들 수 없는 것 때문에 어느 순간에든 카메라를 드는 훈련이 좀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이 장면은 시나리오의 어느 부분에서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관객 : 영화가 사실은 심각한 얘기인 것처럼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민재라는 인물의 감정이 거의 전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한 10년 뒤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없이 서로 재회할 것 같은 느낌도 받았고요. 그렇게 민재든 은호든 은주든 앞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게 당연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독님은 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하고요. 또 십년 후 세 사람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셨는지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감독 : 은주를 다시 만나면 어떨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떤 분들은 영화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질문하신 것처럼 민재는 내일 아니면 당장 오늘 밤부터 걱정이겠죠. 내일이 오늘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5년이나 6년이 지났을 때, 이 영화의 여정을 겪은 민재는 그것을 겪지 않았을 민재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기간이 하루나 이틀은 아니겠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이 여행이 민재에게 주는 영향이 참 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쯤에는 동생 은호 역시 감싸 안을 수 있는 건강한 어른으로 민재가 자라지 않을까, 물론 그 때쯤이면 은주의 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관객 : 민재가 은호를 버리고 다시 데리러 가는 행동이 반복되잖아요. 그러한 장면들을 넣은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은호가 은주를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느꼈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같은 맥락으로 ,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은호라는 존재가 민재에게는 짐과 같은 존재인거죠. 자기와 피한방울 안 섞였고 버리려고 하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그런 혹 같은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기대고 싶을 때는 기대고 아닐 때는 아니고요. 민재에게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은 긍정하지 않겠지만 내면에서는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진행 :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독 : 사실 <셔틀콕>이 상영된다고 한 이후에 며칠 동안 생각이 많았어요. 공교롭게도 제가 지금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작년 4월에 <셔틀콕>이 개봉을 하고 2달 정도 상영을 마친 이후부터 10개월 가까이 오랜 시간동안 새 시나리오의 새 이름들과 부대끼면서 새로운 세계에 푹 빠져 지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재, 은주, 은호의 이름을 오랜만에 들으니 굉장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제는 정말 떠나보내야 하는 때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5천명이 안 되는 분들이 <셔틀콕>을 관람하셨을 거예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쳐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몇 백만 명이 보는 영화일 때 그 영화를 보신 분은 몇 백만 명 중에 한 분이잖아요. 근데 여러분은 제게 오천 명 중에 한명이거든요. 그래서 천배로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찾아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음 작품으로 멀지 않은 시점에 좋은 만남이 있길 바라요. 지금 이 순간을 잊기 어려울 것 같네요. 감사드립니다.

 

이제 <셔틀콕>과 진짜 이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유빈 감독의 말을 통해 감독이 <셔틀콕>에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유빈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영화가 매번 새롭게 읽히는 것이 즐겁다며 이번 인디돌잔치가 보다 의미 있는 만남으로 남았다는 고마움을 전했다. 어느덧 새로운 영화를 구성하고 있다는 이유빈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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