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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Review] <후쿠시마의 미래> : 체르노빌의 낯설지 않은 오늘과 후쿠시마의 석연찮은 미래

by indiespace_은 2015. 4. 16.

<후쿠시마의 미래>



SYNOPSYS

21세기 최대의 재앙이라 불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매스컴의 발표를 믿지 못해서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방사능 오염을 측정하는 치바의 깐깐한 주부 시바타 씨. 더 이상 일본엔 안전한 곳이 없다며 손주의 장래를 걱정 할 때마다 울먹이는 고리야마의 구로타 할머니... 

원전 사고의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그 끝을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일본인들의 불안과 공포는 하루하루 증폭되어 가고 있다.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 후쿠시마의 두려운 미래를 찾아 17인의 평범한 시민들이 죽음의 땅으로 위험한 여정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를 받고 어렵게 들어간 체르노빌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인구 5만이 살던 첨단 도시는 폐허로 변했고, 일부에선 놀랍게도 허용치의 300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검출된다는 사실에 모두들 경악했다.

강제 이주민들은 여전히 죽음의 공포와 실향의 서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나이 어린 피폭 2세들은 병명조차 알 수 없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28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체르노빌 사고의 심각한 후유증...


후쿠시마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과연 일본은 비상구를 찾을 수 있을까?

<후쿠시마의 미래>한 줄 관람평

양지모 | 원전의 재앙에 대한 단호한 경고

이교빈 | 체르노빌의 현재

김민범 | 체르노빌의 낯설지 않은 오늘과 후쿠시마의 석연찮은 미래

이도경 | 체르노빌의 미래가 후쿠시마가 되었고, 후쿠시마는 우리의 미래가 될 지도 모른다.

전지애 | 후쿠시마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후쿠시마의 미래>리뷰

<후쿠시마의 미래> : 체르노빌의 낯설지 않은 오늘과 후쿠시마의 석연찮은 미래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어떤 것들은 참 쉽게 흘러간다. 분명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에게 직접적인 흔적을 남긴 일이 아니어서 잘 감각하지 못한다. 9.11테러가 일어난 지는 14년이나 지났고,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한 지도 7년이 지났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사고 당시의 긴박함은 잦아들었다. ‘일본 여행을 가면 안 된다’, ‘일본 원산지 식품은 두말 할 것 없고, 물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풍문은 계속 들려오지만,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사고 이후에 값이 싸진 비행기 티켓으로 일본에 다녀오는 사람이 많았고, 수산물 괴담도 있었지만 잊혀진 지 오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둔감해진 상태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고가 난 지 4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영화가 끝나고 원전 사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두려워졌다.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후쿠시마를 흥미거리로 전락시키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후쿠시마의 평범한 주민들은 사고 이전과 같은 사람일 수 없다. 직접 휴대용 방사능 검사기를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사는 동네 곳곳을 측정하는 깐깐한 주부,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가 간다면 죄책감을 지울 수 없을 거라며 우는 노부인, 원전 사고를 기억하기 위해 노래하는 가수까지. 방사능이 무서운 것은 피폭뿐만 아니라 축적되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부의 미온적인 일관하는 태도와 정확한 진상규명 없이 현 사태만 넘어가려는 모습이다. 



답답함을 느낀 평범한 후쿠시마 주민 17명은 자신들과 닮은 도시, 어쩌면 후쿠시마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체르노빌로 향한다. 그들이 목도한 현실은 참혹하다. 최첨단 도시의 주민들은 온데간데없고 무성하게 자란 풀과 황량한 폐허만이 남았다. 사고가 났던 지역과 100여km 떨어진 마을의 아이들은 원인 모를 두통과 몸의 통증을 느낀다. 사고지역에서 살다 이주한 부부는 이주한 지역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같이 이주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에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17인의 후쿠시마 주민들은 모든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꺼림칙한 미래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의 미래>는 보여준다. 아직 원전 사고는 진행 중이라고, 우리가 실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도 잠재적 대상자들이라고.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률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상당히 높은 편이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바로 옆 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고 직후에만 문제제기 되고 현재는 식어있는 상황이다. 일본인들은 원자력 발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한다. 폐기물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게 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아직 인류에게는 핵폐기물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환경오염 없는 대체자원처럼 보이던 방사능은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물질이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게 되는 셈이다. 어느 정부든 방사능 물질이 원전 주변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발표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원전 인근 마을에서는 갑상선 암이나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린다.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꺼림칙한 기분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뿐만 아니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역시 진행 중이고 원전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잠재적 위기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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