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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도란도란인디토크후기] 가족의 나라│양영희 (with 양익준)

by 도란도란도란 2013. 3. 20.


영화: 가족의 나라_양영희

일시: 2013년 3월 12일 (화)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참석: 양익준 감독






진행: <가족의 나라> 인디토크 영화에 배우로 참여하신 양익준 감독님과 함께 합니다.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양영희 감독님과는 원래 친분이 있으셨나요?

 

양익준: <가족의 나라>를 제작한 회사가 <똥파리>를 일본에서 배급한 회사에요. 회사 사장님이 <똥파리>를 수입하실 때 제목에 반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재작년 영화촬영으로 일본에 체류할 때 사장님께서 어떤 분을 같이 만나자고 하셨어요. 그 때 양영희 감독님을 처음 뵙게 됐죠. 첫 만남에서 연기제의를 하셨는데 바로 답변을 드리지 못했어요. <똥파리> 이후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흔히 말하는 멘탈붕괴가 와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단한 상태였거든요. 그러다보니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영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인가 고민이 되었어요. 그렇게 서울에 돌아와서 회사 측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양영희 감독님이 거절을 당하더라도 일단 한국에 와서 저를 만나보고 싶다 하시더라고요. 그 때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양영희 감독님과 통화 한 지 20초 만에 참여하겠다는 대답을 하게 되었어요.

 

진행: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서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하신 부분이 있나요?

 

양익준: 남과 북이 나뉘어 있다 보니 북한이라는 사회 자체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잖아요. ‘저런 입장에 처해있다면 어떨까’하는 단순한 가정 하에 촬영에 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에 임박해서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급하게 탈북자 몇 분 인터뷰를 하고 그분들이 읽어준 시나리오 대사 음성녹음을 했는데, 아무래도 대사이다보니 그분들도 경직된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3일정도 그 분들 일상 대화를 녹음해서 그 녹음기 하나 들고 일본으로 넘어갔어요. 현장에서 제 대사를 잡아줄 수 있는 분도 없었고, 녹음기가 제 유일한 도우미였죠. 그래서 관객 분들이 제 대사의 어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진행: 사실 북한말도 걱정이지만 감시원이라는 역할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생소한 캐릭터를 잡아가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양영희 감독님께서 어떻게 디렉팅을 해주셨고,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셨는지 궁금해요.

 

양익준: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캐릭터에 캐스팅이 되든지 그 캐릭터를 표현하기보다 양익준 화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내가 저 입장이라면’ 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였고, 그 캐릭터를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무래도 언어적인 부분이었죠. 보통 한국에서 장편영화를 촬영할 때는 쉬어가는 시간이 있어요. 스텝들과 술도 마시고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도 이야기 나누면서 촬영을 이어가는데, <가족의 나라>같은 경우 2주 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그러다보니 양영희 감독님도 다큐멘터리를 찍으시던 분이라 배우, 스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부분에서 초반에는 조금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감독님이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자르지 않고 계속 받아주셨는데 자칫 루즈해질 수는 있었지만 배우들에게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쁨이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자신의 디렉션이었다고요.

 





관객: 양익준 배우님도 일본에서 감독 혹은 배우로 종종 작업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작업환경에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양익준: 많은 작업을 하진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독립영화 제작 방식의 기본은 크게 다를 것은 없어요. 금전적으로 여렵다는 부분은 똑같죠. 제가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은 감독들이 촬영현장에서 둘 수 있는 여지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스텝과 배우들이 지쳐있을 때 촬영을 미루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여지를 둘 수 있어요. 그런데 일본의 제작환경은 칼 같아요. 그 날의 분량은 반드시 그 날 마쳐야하다보니 <가족의 나라> 역시 장편임에도 2주 만에 촬영을 마쳤었고, 촬영하는 동안 감독님도 숨을 쉴 수가 없었겠죠. 촬영기간 자체가 한국에 비해 반 토막 내지는 3분의 1이에요. 우리가 세 달 찍는다고 하면 일본에선 한 달이고, 그러다보니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 영화가 최근 몇 년 동안 훨씬 우수해 진거죠. 일본은 계속 시스템 안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구조니까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 대해 종종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같은 민족이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데 일본이라는 제 3의 나라에서 바라보니까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느낌으로 북한이라는 나라가 다가왔어요. 또 가족과의 이별을 다루고 있지만 신파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진 부분도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은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양익준: 오늘 영화 10자평을 봤는데 ‘일본인의 눈으로 본 영화같다’는 글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양영희 감독님은 한 영토 안에 있던 같은 나라 사람이에요. 국적 역시 한국이고, 단지 일본 안에 사는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겪은 일 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양 전혀 관심도 가지지 못했던 거예요. 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사람들인데, 이렇게 되어버린 현실을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북한이라는 나라가 거리상으로는 참 가깝지만 너무나도 뒤틀려버린 역사로 인해 심리적 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진행: <가족의 나라>가 일본에선 작년에 개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키네마준보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영화상도 수상하셨잖아요. 일본 내에서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두 일본 배우가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촬영 할 때 현장 분위기도 살짝 말해주세요.

 

양익준: 제가 일본에 가서 만나는 분들은 거의 문화계 쪽에 종사하는 영화인들이 대부분인지라 정말 훌륭하다는 말씀들 많이 하세요.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가족의 나라>가 우리가 흔히 보는 산업구조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처럼 개봉되지 못하고 아트시네마 위주로 개봉되면서 많지 않은 상영관에서 정기상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작은 영화로서 흥행을 한 편이죠. 그리고 키네마준보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일본의 문학계에서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 안에서 한국의 가치를 지닌 영화가 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일이죠. 사쿠라라는 배우는 어린 나이에 키네마준보 상을 받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배우에요. 그리고 아라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에도 나왔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죠. 즉흥적으로 감정에 몰입하는 그 순간 몰입도가 굉장히 좋은 친구였어요. 병원에서 제가 ‘호텔같다 야’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아라타가 저를 보며 설명할 수 없는 웃음을 짓는데, 그 순간만큼은 반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라타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모든 배우 분들이 짧은 시간 임에도 작품에 완벽한 몰입을 해주셨어요. 아버지로 출연하신 배우님 역시 연극계에서 정말 유명하신 분인데, 두 배우들에게 연기로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하더라고요.

 






관객: 몇 년 전에 양영희 감독님의 <디어평양>도 인상깊게 봐서 <가족의 나라>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감독님께서 배우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이야기하셨다고 했는데, 영화 속에서 비춰지지 않은 다른 인상적인 일들이 있다면 조금 더 들어보고 싶네요.

 

양익준: <가족의 나라> 책을 보면 오빠 세 명이 북으로 갔는데, 첫째 오빠가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정신병을 얻게 돼요.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해서 어머니께서 북으로 약과 여러 가지 물품들을 주기적으로 보내시는데, 그 덕분에 이 세 형제가 북의 다른 친구들보다 한 뼘씩은 더 컸대요. 그리고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가 없다보니 신고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북으로 한 번 갈 때마다 약 천 만원이 든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생계 꾸리기도 어렵고, 양영희 감독님은 북한 입국금지까지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겪고 계시는 거죠. 재일교포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러모로 아직 많이 부족해요. 지금까지는 개개인의 노력으로 질의 향상이 이뤄져 왔지만 앞으로는 국가적인 부분에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행: 오늘 양익준 감독님 통해서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의 재일교포 현실 혹은 직접 느끼신 감정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관객 분들께 하고 싶은 말과 마지막 인사 듣고 이 자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양익준: 일본의 교포들에 대해 제작된 영화가 몇 편 없는데, 그마저도 일본에서 제작이 되고 있어요. 오히려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는 거죠.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여러모로 관심을 기울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이제는 우리 안에서만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만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그럼에 있어서 <가족의 나라>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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