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피서를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여름특선 독립영화 

<이웃집 좀비>, <소중한 날의 꿈>, <인생은 새옹지마>, <족구왕>, <하늘의 황금마차>, <4등>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본격 여름이다. 다들 해외로 혹은 국내로 피서를 가고 있다. 딱히 여행을 생각하지 않는 분들은 시원한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향하기도 하고, 밖은 위험하다며 집에서 에어컨 틀고 ‘방콕’ 생활을 즐기는 분들도 있다. 필자와 같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분들을 위해 여름이 물씬 느껴지거나 여름에 보면 더욱 좋을 영화를 장르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1. 공포 <이웃집 좀비>(2009) : <부산행> 이전에도 한국영화에도 좀비가 있었으니


최근 연상호 감독의 재난블록버스터 <부산행>에서 좀비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좀비영화를 만날 수 있구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 오래전 한국독립영화로 좀비영화가 만들어진 바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좀비를 둘러싼 여섯 가지 다양한 이야기로 구석된 <이웃집 좀비>는 뭔가 가족영화 느낌의 포스터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편이다. 또 다른 한국산 좀비물을 만나고 싶거나 공포 장르를 찾는 싶은 분들이라면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보시길.








2.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 : 당신은 그 때 어떤 꿈을 꾸었나요?


달리기를 잘하는 시골소녀 ‘이랑’(박신혜 분)은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오연서 분)을 만나 친구가 된다. 예쁘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의 모습에 이랑은 남모를 열등감을 느끼며 고민이 많아진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철수’(송창의 분)라는 남학생을 알게 되고 엉뚱하면서도 비행과 우주탐사에 대한 꿈에 열정적인 그의 모습에 이랑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랑과 수민, 그리고 철수 등 풋풋하면서도 싱그러운 모습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한 영화다.






3. 멜로 <인생은 새옹지마>(2013) : 모기향처럼 잔향을 남기는 사랑이야기


청춘들의 사랑은 새옹지마라고. 한여름의 뙤약볕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뜨거운 열기에 쉽게 녹아버리는 것이 사랑이지 않던가. 대학생 ‘준기’(고경표 분)가 짝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주’ 부부(이초희, 안재민 분)를 떼어놓고자 MT길에 오른다. 과연 준기는 자신이 바라던 사랑을 쟁취해냈을까? 단편영화로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빠져 ‘나는 어떻게 사랑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며 청춘을 즐겨본 분들이라면 모기향같이 잔잔한 여운에 취해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한다.






4. 코미디 <족구왕>(2013) :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흘린 모든 것을 기억하며


복학생으로 돌아온 ‘만섭’(안재홍 분)은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가 중요하지 않다. 당장 ‘중한’ 건 캠퍼스에 족구장 만들기, 그리고 퀸카 ‘안나’(황승언 분)의 마음을 사로잡기. ‘족구하는 소리’ 같겠지만, 만섭이 전직 국대 선수인 ‘강민’(정우식 분)을 족구로 무릎 꿇리며 단번에 캠퍼스를 족구열풍으로 물들게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 뻘뻘 흘리며 펼쳐지는 족구 한 판은 우리가 청춘을 보내며 흘리는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순수한 땀방울을 <족구왕>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5. 로드 <하늘의 황금마차>(2014) : 제주에서 펼쳐지는 로드무비


삼형제의 이권다툼과 밴드 결성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제주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다. ‘황금마차’는 이 영화의 신생 밴드 이름이기도 하고 상여의 상징이기도 하다. 녹록치 않은 밴드 생활과 좀처럼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삼형제 등 인권과 피폐한 현실이라는 소재 때문에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음에도 ‘킹스턴 루디스카’의 흥겨운 노래와 제주의 밝고 청량한 풍경 덕에 밝고 가볍게 그려질 수 있었다.







6. 성장 <4등>(2015) : 수영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1등이니까


대회만 나가면 4등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 1등에 집착하는 엄마(이항나 분)의 손에 이끌려 코치 ‘광수’(박해준 분)를 만나게 된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연습 때마다 혼나고 맞으면서 준호는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수영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모두가 은연중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교육 현실을 전면에 화두로 내세우며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그리고 교육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되물어 볼 수 있는 영화다.





계절에 따라 더욱 생각나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여름에 보고나서 앞으로 찾아올 여름마다 생각나는 독립영화가 하나쯤은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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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293Vifu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리뷰: 탐욕의 도시에서 그녀가 살아간다는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수많은 고층빌딩,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는 간판의 네온사인. 지방에서 올라온 내가 본 서울의 첫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무채색 옷들을 비집고 탄 지하철에서 내리면 형형색색의 도시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저 좋아보였다. 도시가 감싸고 있는 탐욕을 알기 전까지는. 그리고 도시가 그녀를 어떻게 잠식시키는지를 알기 전까지는.



‘그녀’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녀가 사는 동네는 온통 가난하다. 가난한 아줌마, 가난한 강아지, 가난한 슈퍼, 그리고 그녀는 가난한 사랑을 했다. ‘그’와 함께 사랑을 지새우던 집은 재개발로 철거 예정이었지만, 철거회사의 파업으로 철거 도중에 중지됐다. 그 결과 그녀의 집은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다. 철거로 동네 사람들은 도시의 곳곳으로 흘러들어갔고 도시에서 고개만 배꼼 내미는 고양이가 되었다. 동네에 남은 사람은 그녀뿐이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찾아오는 사람은 그녀를 떠나 고양이가 돼버린 그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그녀의 집에서 파이(Pie)만 축내는 뚱보 고양이일 뿐이다. 그리고 뚱보 고양이는 그녀의 몸을 탐해서 자꾸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가 쉽지만은 않다. 집이 크레인에 걸려 있어 그가 그녀에게 가면 집의 균형이 기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간간이 찾아와 “요즘엔 생선 요리를 해주는 여자가 좋아. 그런데 생선 요리를 해주는 여자와 있으면 파이를 만들어주던 네가 생각나”라며 파이를 더 만들어 둘 것을 요구한다. 이별의 종간에서 3년을 그런 식으로 보내던 중에 더욱 살이 쪄서 돌아온 그는 결국엔 그녀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성욕 가득한 그의 뱃속에서 만난 여자들과 커피를 나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성별의 구분 없이 감내해야할 것도, 감수해야할 것도 많다. 그렇지만 화려함으로 감춰진 이면 속에선 ‘여자’이기에 더욱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녀는 부동산에 중개를 의뢰하지만 공인중개사 할아버지는 처음에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보여주는 시늉을 하자 할아버지는 못이기는 척 중개 의뢰를 받아준다. 돈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가차 없이 거절하는 도시가 여성에게 ‘성적 어필’로 난관을 극복하라고 넌지시 제시하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욕망이 넘쳐대는 도시가 해법이랍시고 건네준 방법이다. 또한 가난한 사랑을 함께 나누던 그는 도시의 고양이가 되어 그녀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성욕 해소의 대상일 뿐이다. 도시에서 피할 수 없는 수많은 탐욕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고층빌딩과 네온사인. 처음 상경한 내 눈을 사로잡던 것들의 내면엔 ‘욕망이 켜켜이 쌓여 올라간 빌딩 높이’와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화려함을 분출하는 빛’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면 깊숙한 곳엔 탐욕으로 더럽혀진 것들로 도사려져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도시의 삶. 이런 도시에서 그녀와 그녀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삶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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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특별전 지옥의 시네마

 

기간 2016년 5월 19일(목) - 20일(금) | 2일간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상영작  <지옥>, <지옥: 두 개의 삶>, <창>, <돼지의 왕>, <사이비>

관람료 7,000원 (후원회원 무료 / 멤버십 6,000원)


주최 사단법인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신작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제34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0회 앙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20회 몬트리얼판타지아국제영화제, 제49회 스페인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 등의 주요 경쟁부문에, 첫 번째 실사 영화 <부산행> 또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다시 만납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연상호 감독 특별전 : 지옥의 시네마'를 2016년 5월 19일(목)부터 20일(금)까지 2일간 개최합니다.

계속해서 해외 유수 영화제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연상호 감독 특별전 : 지옥의 시네마'에서는 단편 3편 <지옥>, <지옥: 두 개의 삶>, <창>과 장편 2편 <돼지의 왕>, <사이비>를 상영합니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구석을 집요하게 파헤쳐 대면하게 하는 연상호 감독표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우리가 자조적으로 ‘헬조선’이라 부르는 2016년 이 땅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평범한 두 젊은이가 천사로부터 죽음의 선고를 받고 시작된 죽음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그린 <지옥>, <지옥: 두 개의 삶>과 조직 안에서 이익이 충돌하게 될 때 폭력을 당하는 개인을 보여주는 <창>이 한 섹션으로 묶여 상영되며, 연상호 감독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이 응집되어 있는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종교와 인간관계 속에 그려지는 선과 악의 경계를 도발적으로 그린 <사이비>까지, 실사 영화를 뛰어넘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이비> 상영 후엔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는 인디토크(GV)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는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2일간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연상호 감독 특별전 : 지옥의 시네마’를 통해 뚝심 있는 연출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다시 보며 그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세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색다른 만남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 





○ 상영시간표




○ 상영작 정보


1. 단편 묶음 - <지옥> <지옥: 두 개의 삶> <창>

<지옥> The Hell 
연상호 | 애니메이션 | 2002 | 10분 | 청소년관람불가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나’.. 어느 날 천사는 "나"에게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으며 고통이 따르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란 예언을 전해주는데... 죽음의 천사와 맞닥뜨린 순간, 천사는 "나" 에게 두 가지 선택의 기회를 이야기하고.. ‘나’는 이 위험한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옥: 두 개의 삶> The Hell (Two Kinds of Life) 
연상호 | 애니메이션 | 2006 | 25분 | 청소년관람불가

평범하게 살아온 20대 중반의 재영에게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재영은 5일후에 죽을 것이며 그동안의 평가로 천국에 간다고 예언을 한다. 고통이 없는 곳인 천국은 인간의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무의 세계... 재영은 5일이란 시간동안 주변의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완벽한 무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욕망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창> The Window
연상호 | 애니메이션 | 2012 | 29분 | 15세이상관람가

병장 정철민의 내무반에는 오랫동안 신참이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이 병장이고 막내가 상병이다. 정철민에 따르면 그들은 한 배에 탄 동료, 친구, 가족이다. 서로 생일도 챙겨주고 이 때문에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어느 날 정철민의 내무반에 신참 홍영수가 배정된다. 외박 허가를 둘러싸고 부당함에 화나 있던 철민은, 군생활에 적응 못하는 홍영수를 훌륭한 병사로 키워내려고 작정한다. 그의 계획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시범훈련 중 영수의 ‘잔머리’가 발각되어 중대 전체가 얼차려를 받게 된다. 그의 인생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2.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연상호 | 애니메이션 | 2011 | 96분 | 청소년관람불가

세상이 버렸던 15년 전 그날, 그 끔찍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3. <사이비> The Fake
연상호 | 애니메이션 | 2013 | 100분 | 청소년관람불가

마을을 구원할 유일한 ‘믿음’ vs ‘믿음’을 의심하는 한 남자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에 교회가 새로 생긴다.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를 돕는 목사와 그들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결국 충돌하는데…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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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는 현재 진행형: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미래 

<창>(2012), <나무의 시간>(2012), <화장실 콩쿨>(2015)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곧바로 눈에 띄지 않지만 꾸준하다. 그것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개척해오고 있는 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길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는 것일 테다. 이번 기획기사는 최근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화장실 콩쿨>의 개봉과 더불어,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보고 지나가길 권하는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편의 단편작을 통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가리키는 미래를 함께 응시해보자.



1. <창 The Window>(2012) 감독: 연상호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큰 흐름을 주도해 온 연상호 감독의 대표작이다. 그 어떤 장르의 영상물보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군 생활을 짧은 시간에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회자되어온 바 있다. 모 포털 사이트 네티즌 평점이 9점대라는 지표가 <창>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의 정도를 여실히 반영한다.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가해자로 지목된 정철민 병장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도록, 그리고 분명한 피해자처럼 보이는 홍영수 이병 역시 마냥 동정할 수 없도록 만든다. 모두를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불합리한 구조에 일침을 가하는 꽉 찬 30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2. <나무의 시간 The Hours of Tree>(2012) 감독: 정다희



한국의 유일한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지난해 11회 행사를 개최했던 인디애니페스트, 그 가운데 2013년 9월에 열린 9회 행사에서 ‘인디의 별’이라는 이름의 대상을 거머쥔 작품이 바로 정다희 감독의 <나무의 시간>이다. 영화제 당시 해당 작품의 대상 수상에 심사위원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을 정도로, 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압축된 ‘나무와 사람의 시간’은 강렬하지만 온화한 인상을 남긴다. 순간의 독특하고 난해한 작화조차 따스한 시선이 흐르는 그 지점에서 지금까지 모든 사건들이 담고 있었던 의미를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3. <화장실 콩쿨 Toilet Concours>(2015) 감독: 이용선 



기러기 아빠의 고군분투기를 코믹하게 담아낸 이용선 감독의 <화장실 콩쿨>은 그 기획의도에서 ‘헬조선 직장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조소를 띄워 넣었다면, <화장실 콩쿨>은 현실에 대한 비난보다, 그 현실을 살아내는 직장인들에 대한 위로를 담아 넣었다. 딸을 ‘윈터 스쿨’에 기어이 보내고야 마는 아내의 씀씀이에 멋쩍은 미소를 짓다가도, 수화기 너머 울려 퍼지는 딸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왈칵 눈물을 쏟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저력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제65회 칸영화제에서, 정다희 감독은 <의자 위의 남자>(2014)로 동명 영화제의 67회 행사에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화장실 콩쿨> 역시 최근 상영관 개수가 확대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위 세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한국 독립애니메이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행보에 기울이는 귀와 꾸준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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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29분 59초의 비밀에서부터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까지!

 <화장실콩쿨>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월 9일(토) 오후 3시 10분 상영 후

참석: 이용선 감독

진행: 나호원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이용선 감독의 전작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화장실콩쿨>을 보고 이게 과연 같은 감독의 작품이 맞는지 의아해했을 것이다. 전작들이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은 매우 ‘귀엽다’. 1월 9일 이용선 감독이 참여하고 나호원 감독이 진행한 이번 인디토크에서는 영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신 성우 분들도 함께 객석을 채워주었으며,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 상영시간의 비밀에서부터 다양한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호원 감독(이하 진행): 지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세 부문 수상을 석권하셨어요. 이러한 성과 이후에 크게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이용선 감독(이하 감독): 3관왕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일단 영화가 길어서였던 것 같아요.(웃음) 보통 긴 영화는 제일 마지막에 상영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앞에 봤던 다른 영화들을 다 잊어버리셔서 제 영화가 기억된 것 같아요. 수상 이후에 엄청 바뀌었죠. 일단은 제가 작업할 때 주변에서 알아보는 것, 또 극장 개봉했다는 것 자체가 그렇죠. 애니메이션은 일반관객들이 잘 안 보는데, 일반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모든 게 다 변한 것 같습니다.


진행: 3개의 상 중 두 개가 관객상이었어요. 이처럼 나름대로 관객들하고 가장 소통이 되었고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었고, 그 덕분에 이렇게 영화관에서 상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영시간이 길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29분 59초’에요. 여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감독: 29분 59초로 만든 이유는 일단 한국 애니메이션 기준이 30분 이내의 영상만 단편으로 치고, 장편으로 가려면 최소60분 이상 90분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갭이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맞추게 됐어요. 저는 사실 성우 분들께서 고생 많이 해주셔서 엔딩크레딧에 성우 분들 한 분 한 분 등장하게 하고 싶었는데, 보셨듯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죠. 초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 양해를 구합니다.


진행: 그 직전에 만드셨던 <거대한 태양이 다가온다>(2014)는 30분이더라고요. 


감독: 그 작품의 경우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고,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초청을 못 받았어요. 일반 영화제에는 그러한 기준이 없거든요. 근데 배급사에서 이렇게 하면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출품이 안 된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엔딩크레딧을 빠르게 해서 줄여가지고 딱30분에 맞춰서 다시 제출하게 된 거죠.


진행: 방금 엔딩크레딧 말씀하신 것처럼 이전 작품들에는 나름대로 엔딩크레딧이 길고 여유 있게 흘러가는데, 특별히 여기에 신경을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감독: 일단 첫째로는 제가 길게 만들고 싶어한다기 보다는, 저랑 같이 작업하는 음악 하시는 분들이 엔딩크레딧에 음악을 길게 넣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으셔요. 음악을 만들 때, 보통은 다른 음악들은 작품의 의도에 맞추잖아요. 근데 엔딩크레딧은 조금은 작가적인 기질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작화를 하다 보면 대부분 지치고 회의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기억하려하다>(2011)의 엔딩크레딧의 경우에는 재미있는 시도를 해서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찾아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진행: 엔딩크레딧에 있어서는 작가님들마다 다르게 막판에 분량을 채우기 위한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일관성을 위해서 먼저 작업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용선 감독님의 경우에는 후반에 모두가 지쳤을 때 작업을 하신 건가요?


감독: 네, 이건 일종의 거짓말을 한 건데, 엔딩크레딧까지 치면 31분인 작품을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에는 ‘31분짜리 작품을 할거야’ 보다는 ‘30분짜리 작품을 할거야’라고 얘기하는 게 더 낫잖아요. 그리고는 다 만들고 나서 ‘사실 뒤에 엔딩크레딧을 조금 더 만들어야 해’ 라고 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웃음)


진행: 최대구 스타일로 작업을 하신 거네요?


감독: 굉장히 위험한 거죠.


진행: 이번 작품은 카툰 스타일의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면 이전 작품들은 조금 차갑거나 스타일리시합니다. 이야기적인 면에서도 전작들은 상당히 자기독백적이고 내면의 성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러한 변화에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일단은 제가 이전작품들로 노미네이트 된 적은 있지만 상은 못 탔었어요. 한국애니메이션 판에서 세 작품 이내에 상을 타지 못하면 사실 끝났다고 봐야 해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만두지 않고 상을 타기 위해 꾸준히 준비했죠. 그래도 어떻게든 운 좋게 노미네이트가 되다 보니까 관객 분들과 함께 앉아서 제 영화를 보게 되는데, 거기 앉아서 보고 있으면 관객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게 보여요. 그래서 저는 보다 쉽게 애니메이션을 전하고, 그리고 감성적인 표현 보다는 좀 재미있게 해서 애니메이션자체가 다른 것도 표현할 수 있지만 재미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전체적으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바꿨죠. 그리고 사실 이 그림 체가 제 그림 체에요. 전 작품들이 감성이라는 측면에는 맞을지는 몰라도 그림 체들은 조금 무거웠던 거죠 그래서 저는 그림 체의 면에서는 제 정체성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졸업은 하셨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감독님을 위해 따로 마련해놓은 제작환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일단 저는 1년에 한 작품씩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하에 있어요. 왜냐하면 다들 졸업 작품을 만들 때 같이 만드는 거거든요. 졸업 작품을 할 때 학생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1년에 한 작품씩 만들어야 해서 사실 그렇게 퀄리티가 높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특별히 마련해주는 다른 시스템 같은 것은 없어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독립적인 제작지원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 인건비가 얼마 안 들잖아요. 그리고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같이 하는 것에 대해 뜻 깊어해서 서로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따로 마련된 시스템은 없지만, 학교라는 곳이 이정도 길이의 작품을 만들 때, 특히 금전적으로 부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스텝 구성 할 때는 몇 명 정도로 하시나요?


감독: 저는 5명이 제일 이상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작업할 때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 각자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원이 더 많아지면 복잡해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저까지 포함해서 딱 5명이면 관리하기 괜찮은 것 같아요. 


진행: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이 작품처럼 밀도 있고 찰진 관계를 맺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등장인물들이 원래 의도하고 맞아 떨어져서 갔는지, 혹은 추가되거나 빠진 인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결정 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고, 의도한 것도 없었어요. 의도한 것이 있다면 주인공으로 40대 아버지를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또 그 주인공 캐릭터의 기본적인 환경에 있어서 제가 전 작품들에서도 외로운 주인공들을 기반으로 했었던 것처럼 일단 코믹한 내용을 다룰 것이지만 외로운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러기아빠’라는 설정으로 갔던 거에요. 그 다음에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상황들만 생각해냈죠. 인물들간의 최초의 관계들, 이 캐릭터가 아내랑 어떠한 관계에 있을까, 얘가 딸이라면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것들을 계속 열어놓고 끊임없이 짰던 거에요. 처음 계획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게 있다면, 처음에 시나리오를 짤 때 최대구를 잡으러 상민이 혼자 가는 것을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나머지 세 명이 같이 잡으러 간다면 한 앵글에 네 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근데 네 명이 무조건 뛰어가야 한다는 걸 한 친구가 주장했고 제가 그걸 꺾지 못해서 네 명이 뛰게 했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네 명이 제각기 뛰어가서.(웃음)


진행: 처음에 <화장실콩쿨>을 만든 이용선 감독이 제가 아는 이용선 감독과 다른 감독 일거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전 작품들은 20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만든 것이었다면 <화장실콩쿨>의 경우는 주인공처럼 40대의 감수성을 갖고 있어서예요. 그리고 오늘 이렇게 제가 인디토크를 진행하게 된 것도 독립애니메이션협회 인력 중 40대 아저씨 대표로 오게 된 것이거든요.(웃음) 작품 보면서 이 작품을 만든 동명이인의 감독은 30대 후반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제에서 제가 알던 이용선 감독님이 나오셔서 놀랐었어요. 혹시 평소에 아저씨들과 친한가요?


감독: 아니요, 별로 안 친합니다. 친하다면 환상이 깨지겠죠. 저는 아저씨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망일수도 있고요. 되게 안타까운 로망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30대는 본인을 위한 꿈을 갖고 있는데 40대만 되면 본인을 위한 꿈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꿈이 희생으로 바뀌어요. 그게 아저씨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노력을 하긴 하는데, 그게 본인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자기가 지켜야 하는 다른 것들을 위한 노력이에요. 거기서 나오는 매력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매력 있고 색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단편치고는 캐릭터들이 참 많이 나오고, 다양하고, 성격도 분명한데,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탄생비화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감독: 제가 재미있게 봤던 ‘음악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유명한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아시는 분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에 범죄자들이 많이 나와요. 그 주인공이 룰라의 이상민이었고요. 룰라의 이상민은 원래 독불장군 같은 스타일,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스타일인데, 거기서는 다 놓고 스스로를 포기하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이 좋아서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상민으로 차용을 했고요. 최대구 같은 경우는 백윤식 배우에요. 백윤식 선생님을 제가 매우 존경합니다. 일단 색도 분명하고 연기도 잘하잖아요. 근데 백윤식 선생님이 특히 욕을 맛깔스럽게 잘합니다. 그래서 성우 분들께도 백윤식 선생님 동영상 편집한 부분 보여드리면서 ‘이렇게 욕해주세요’하고 부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비서 같은 경우는 ‘똑바로 살아라’의 서민정 배우에요. 계속 웃으면서 사람 되게 열 받게 하거든요. 그 모습이 딱 이라고 생각해서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이런 게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그 배우 분들을 어떻게 감히 모시겠습니까. 그림을 그리니까 가능 한 거고, 나중에 성우 분들이 같이 표현해주면 그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감독님의 전 작품들을 다 봐왔는데요. 이번에 그림 체가 달라져서 캐릭터가 확 바뀐 것은 있지만, 보면서 주인공과 감독님이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예전의 감수성을 보여주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감독: 일단 <화장실콩쿨>의 전작인 <거대한 태양이 다가온다>의 주인공은 여자에요. 소녀입니다. <거대한 태양이 다가온다>를 만들고서 가끔 여자가 만든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살짝 기분이 좋아요. 내가 여성의 감수성을 잘 표현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적으로는 사실 잘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여자 주인공의 감성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게 아직은 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뉘우침을 준 작품이기도 해요. 감성적인 측면이 들어간, 거기다 색이 조금 더 분명한 작품들을 하고 싶어요. 지금 차기작을 준비 중이긴 한데, 저는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쓰고 나면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그 작품에다가 색을 좀 더 넣어서 작품을 유니크 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이번에도 계속해서 만들면서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 차차 넣어갈 생각이에요.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 작품보다 조금은 더 보일 것 같아요. 일단은 제일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의 탄탄함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유지하면서 작품의 색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화장실콩쿨>은 후속작도 가능하고 이야기 내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풀어나갈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일종의 시트콤처럼 풀어가실 생각은 없나요?


감독: 있습니다. 저는 기회만 주시면 정말 잘 만들 수 있습니다.(웃음) 일단 저는 장편을 한 편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화장실콩쿨>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 시점에 잽싸게 장편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트콤 관심 있어요. 미국드라마 중에 ‘오피스’라는 시트콤 드라마가 있는데, 그게 되게 재미있거든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아서, 충분히 잘 만들 수 있습니다. 관계자 분들 혹시 계시다면 연락주세요.(웃음)


관객: 왜 굳이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설정하셨는지,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강아지가 처음에는 귀가 있다가 나중에는 귀가 사라지는데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감독: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사실 큰 이유는 없는데, 말하자면 화장실이라는 유머러스 한 공간에서 심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주인공의 내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죠. 그 집은 방도 두 개나 있는데, 주인공은 일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가죠. 그리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그러니까 방이 넓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이 친구한테는. 그런 의미에서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주인공의 내면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욕심 같은 것은 있었는데, 잘 표현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강아지 같은 경우는, 처음 등장했던 강아지가 지혜죠. 지혜는 뒤에 나오는 강아지랑은 다른 종입니다. 지혜는 제가 계속 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지혜는 제가 이전에 짧게 그린 만화에도 출연을 하고요, 차기작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웃음) 뒤에 나온 강아지는 완전히 실패했어요. 그 강아지는 다른 종인데, 귀가 없는 게 아닙니다. 귀가 있어요. 단지 털에 가려진 것이지. 근데 털을 하나씩 표현하다 보면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걸 그냥 동그랗게 그렸어요. 이를테면 최대구 수염 같은 경우도 굉장히 길게 그리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점으로 찍었습니다.(웃음)


진행: 관객에 대한 얘기를 더 하고 싶어요. 관객들 모두를 충족시키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감독님이 특히나 공을 들이는 관객층이 따로 있나요?


감독: 저는 일단 성인 애니메이션이 인정받아야 전체적인 애니메이션 시장자체가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요. 스무 살이 넘은 성인들이 애니메이션을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어른들이 애니메이션을 봤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좀 더 명확한 표현과 깔끔한 연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하고 만날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감독님 작품이 어떻게 관객들을 찾아가야 할까요?


감독: 제가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죠. 인터넷에 뿌리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것은 사실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연령층이나 타깃층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보고 실망할만한 작품은 하지 않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엔딩크레딧을 볼 때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에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과 그들의 노력이 투입된다는 것에 감탄한다. 그들의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관객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용선 감독과 같이 한국 성인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감독들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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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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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콩쿨>



1월 14일(목) 12:30

1월 15일(금) 15:00

1월 16일(토) 14:50

1월 17일(일) 17:30

1월 18일(월) 17:00

1월 19일(화) 19:00

1월 23일(토) 14:30

1월 24일(일) 18:50

1월 26일(화) 17:20

1월 29일(금) 17:00

1월 31일(일) 19:00

2월 2일(화) 17:20

2월 3일(수) 18:50

2월 5일(금) 17:10

2월 7일(일) 13:20 종영








 예매 안내  (실시간 예매 가능)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인디토크 (GV) 







● 일시: 2016년 1월 9일(토) 오후 3시 10분 상영 후

● 참석: 이용선 감독

● 진행: 나호원 감독





 이벤트 




1. 예매 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화장실 콩쿨>을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화장실 콩쿨 USB_총 2 를 드립니다.

  

● 기간: ~ 1/20(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1/21(목) 개별 연락



2. 선착순 이벤트


<화장실 콩쿨>을 관람하시는 관객 분들께 화장실 콩쿨 메모지를 드립니다.


● 기간: 1/7(목) ~ 소진 시까지 





 INFORMATION 


제목 화장실 콩쿨

감독 이용선

제작 CCRC

배급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_씨앗

장르 헬조선 직장 코미디

러닝타임 30분

개봉 2016년 1월 7일



 SYNOPSIS 


갑자기 날아온 '권고사직',

본부장의 출국을 막아야한다!


딸과 아내를 미국에 유학 보내고 혼자 집을 지키며 돈을 벌고 있는 3년차 기러기 아빠 상민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서를 받는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딸과 아내는 유학을 연장하고 싶어하고 아내는 딸을 위해 바이올린 연주까지 시키자고 한다. 상민은 어떻게 해서든 권고사직서를 철회하기 위해 잠적중인 본부장을 찾아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권고사직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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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화장실 콩쿨

감독 이용선

제작 CCRC

배급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_씨앗

장르 헬조선 직장 코미디

러닝타임 30분

개봉 2016년 1월 7일


 SYNOPSIS 


갑자기 날아온 '권고사직',

본부장의 출국을 막아야한다!


딸과 아내를 미국에 유학 보내고 혼자 집을 지키며 돈을 벌고 있는 3년차 기러기 아빠 상민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서를 받는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딸과 아내는 유학을 연장하고 싶어하고 아내는 딸을 위해 바이올린 연주까지 시키자고 한다. 상민은 어떻게 해서든 권고사직서를 철회하기 위해 잠적중인 본부장을 찾아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권고사직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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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파닥파닥>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TXD2o0







<파닥파닥>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남으려 하는 걸까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이번 인디즈 초이스에서는 애니메이션 강대국인 일본과 미국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보석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미니언즈>(2015)나 <인사이드 아웃>(2015) 못지 않은 영상미를 지니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자, 다분히 철학적이고도 뭉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이다.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 한 마리가 횟집 수조에 들어왔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답답한 수조 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고등어는 매일매일 수조 유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탈출하려 애를 쓰고, 그 모습을 보며 같은 수조 안에 있던 물고기들은 그에게 ‘파닥파닥’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자연산 횟집’이라는 횟집 간판과는 다르게 횟집 수조에는 파닥파닥을 제외하고는 모두 양식장에서 잡혀온 물고기들로 구성되어있다. 유일한 바다 물고기인 파닥파닥이 탈출하기 위해 수조 유리에 머리를 쿵쿵 박는 것과는 달리 다른 물고기들은 저마다의 생존법칙을 터득한 듯 하다. 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등장하면 ‘비상이다, 비상이다!’를 외치며 배를 뒤집은 채 죽은 척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파닥파닥은 사람들의 상에 올라가기 위해 물고기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리운 바다를 생각하며 더욱 필사적으로 탈출을 꿈꾸게 된다.



오직 죽음만이 그들을 기다리는 이 곳의 특이한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처럼 엄격한 서열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올드 넙치’는 정화 뚜껑 밑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맛을 보고 나머지 물고기들에게 엉터리 수수께끼를 내주며 서로의 서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권력자가 된 것은 바로 그가 ‘바다’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인데, 파닥파닥의 등장 이후 얼마 못 가 그 또한 양식장에서 잡혀오게 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파닥파닥이 해주는 바다 속 이야기는 양식장에서만 생활하던 물고기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들에게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도 높다. 그들에게 바다 생활이라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벽을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 권력자의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 남아있으려 한다. 그곳을 벗어나느니 유리감옥에 갇혀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는 쪽을 택하는 그들은 파닥파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파닥파닥에게 호의적인 물고기인 ‘돌래미’는 어느 날, 살아남는 데에나 신경 쓰라 말하는 올드 넙치에게 이러한 물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살아남으면요? 그 다음에는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사실은 횟집 수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같은 수조에 있던 물고기가 인간의 손에 넘어가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도태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유감과 안도를 동시에 느끼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수조 속 물고기들처럼 우리들은 권력을 가질 만 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자에게 권력을 내주고, 또 그 권력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살아남는 것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고 싶어하고 있다. 진실을 말해도 욕을 먹는 세상, 씁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파닥파닥>은 이제는 먹고 살기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서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는 듯 하다. 



영화 <파닥파닥>은 이처럼 우리 사회와 결코 멀지 않은 이야기들을 횟집 수조 속 물고기들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데에 있어서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상황, 꿈을 표현하기 위해 설치된 뮤지컬 씬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암울한 현실은 3D로, 환상 속의 모습을 담은 뮤지컬 씬은 2D로 표현해냄으로써 독특한 작화 방식들을 나타내고 있다. 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노래들은 단연 <파닥파닥>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파닥파닥>을 통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탄탄한 스토리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감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로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시에 마음속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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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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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사려 깊게 마음을 쓰다듬는

 [필름 투게더]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14일(토) 오후 3

참석: 안재훈 감독

진행: 김상훈 장학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대표작 두 편이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기획전 [필름 투게더: 우리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의 일환이다. 담백한 위로의 힘을 지닌 ‘연필로 명상하기’의 대표작 <소중한 날의 꿈>이 먼저 상영되고, 한국 근대문학의 결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것으로 평가받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이어서 상영됐다. 두 편의 상영이 끝난 후 안재훈 감독이 직접 참석해 영화에 얽힌 후일담을 풀어내는 인디토크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인디토크는 안재훈 감독이 직접 가져온 그림과 사진을 보며 제작과정에서 얽힌 추억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돼 더욱 특별했다. 오가는 이야기의 온기로 인디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상영관 안은 유달리 따뜻했다.



김상훈 장학사(이하 김): 영화와 관련된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교육청 행사 때문에 관내에서 500명을 모시고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행사가 끝나면 관객 분들이 다 가시는데 다른 영화들과 달리 감독님 영화를 상영했던 행사만 수백 명이 남아서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일일이 손 그림을 그려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안고 슬라이드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작업실의 모습이 나와 있네요. 직접 가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창작자의 모습이 묻어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네요. 참고로 제가 국어를 전공했는데 영화의 시작부분이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첫 장면이 행인들이 시장을 지나가며 왁자지껄하게 시작하는데요. 그걸 보고 왜 그렇게 구성했나 싶었습니다.


안재훈 감독(이하 안): 원작에 보면 ‘콩 볶듯이’라는 표현으로 봉평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을 보면 앞 속의 왁자지껄한 목소리 때문에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여기 성우 분들은 연기를 못하지 않아요. 베테랑들이신데도 약간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가, 보통 행인의 대사는 주인공을 받쳐주면서 흘려가는 정도로만 나오는데 저는 영화의 처음인 만큼 행인들 느낌조차도 이효석 선생의 작품의 느낌을 그대로 따오고 싶더라고요. 이효석 선생님을 나중에 봬도 ‘이렇게 까지 깊이 있게 연구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객 분들은 이북사투리가 약간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운수좋은 날>에서는 행인의 대사를 상황에 맞게 넣었습니다.


김: 이효석 선생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네요. 국어 교사들은 특히나 앞부분을 인상적으로 보던 것 같습니다. 다음 장면을 보겠습니다. <봄봄>의 한 장면입니다. 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판소리가 등장하죠. 판소리를 접목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판소리를 도입하자고 생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판소리를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 김유정 선생의 글에서는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이걸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판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우리 것이 내가 하는 길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걸 억지로 넣으면 어색해지죠. 판소리라는 소재를 아껴두고 있었는데 <봄봄>을 만나니 딱 어울렸습니다. 김유정 선생이 젊을 때 국악 하는 사람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결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작품에 판소리를 넣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김: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저도 김유정 선생의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슬라이드인 것 같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운수 좋은 날>의 한 장면이네요. <운수 좋은 날>을 보면 ‘치통집’이 나옵니다. 거기는 주인공이 술을 한잔하는 곳이고 그 옆에는 ‘깃자집’이라는 설렁탕집이 있습니다. 이름에 어떤 사연이 있나요?


안: 현진건 선생은 술을 엄청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자주 드나든 술집이 ‘깃자집’, ‘치통집’이었다고 해요. 옛날에 동아일보를 다니셨으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겠네요. 현진건 선생이 밤낮으로 술을 마시며 뭘 참아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손기정 선생 일장기 말소사건(현진건 선생은 동아일보 재직시절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1년 동안 실형을 살다가 출옥한 바 있다)을 겪었듯이 조선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술을 많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깃자집’, ‘치통집’ 이런 게 없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요즘에는 극장의 이름이 없습니다. 대전에 갔을 때 얘기인데요. 어떤 택시기사가 말하기를 요즘은 극장이 다 같은 멀티플렉스라 이름이 없어서 극장의 위치를 찾기 헷갈린다고 합니다. 저는 극장이 극장 고유의 이름을 가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현진건 선생이 다녔던 술집 이름들을 보면서 여기 함께 하시는 분들이 이름에 대한 기억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김: 가게 이름에도 다 의미가 있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독님 말씀이었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도 <운수 좋은 날>이네요. 보시면 중앙에 행인이 있는데, 저는 저 분이 굉장히 낯익습니다. 누구시죠.


안: 이효석 선생입니다. 작품을 할 때 동시대에 사신 분들을 등장시켜 재밌게 하려고 합니다. <메밀꽃 필 무렵>과 <봄봄>은 다른 행인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서 <운수 좋은 날>에 다 넣었습니다. 전철이 등장하는 장면을 잘 보시면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분들이 전철에 다 앉아계십니다. 이런 게 애니메이션 하는 묘미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스튜디오 작품에서 우연히 그려지는 행인은 없을 겁니다.


김: 쉽게 말하면 현진건 선생 작품에 이효석 선생이 카메오 출연하신 거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이 세 편의 애니메이션은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꼭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면서 문학적 감각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부터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애니메이션 동호회 회장을 하기도 했죠. 일본에서 VHS 테이프를 받아서 직접 자막을 뜨기도 하고, 기다리던 작품이 상영하면 달려가서 보곤 했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늘 많은 얘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첫 번째 슬라이드를 보면 비행기처럼 생긴 ‘비차’라는 게 나옵니다. 설명을 직접 들어볼까요.


안: <소중한 날의 꿈>에서는 비행기가 중요한 의미로 쓰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성장의 길목에 선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장치가 ‘존재’에 대한 걸 생각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 ‘비행기’가 그런 느낌을 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있으면 ‘나는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렇게 큰 게 하늘에 뜨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인류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한 사람들을 통해 주제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번째 비행기를 띄우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비행의 역사로 기록되는 거죠. 공교롭게도 비행의 역사에 한국에서의 일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찾다보니 임진왜란 때 비행선이 있었더라고요. 임진왜란 때 그 물체가 어느 정도 거리를 날았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왕실에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유산인데 과학 관련 자료 같은 건 그렇지 못합니다. 심지어 거북선도 기록으로 안 남아 있죠. 비차도 그랬습니다. 직접 항공학과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했습니다. 아무리해도 해답이 안 나왔지만 연의 형태가 가장 근접했던 것 같아 연 모양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나온 비차도 모양이 비슷해서 이게 실제에 근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비차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뿌듯하고 이것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등의 작품에서 감독이 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끌어내곤 합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안재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작 단계에서 스태프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장면입니다. 잘 보시면 등장인물의 가방 뚜껑이 열려 있죠. 왜 열려있나요.



안: 이 장면을 우리 피디님이 꼽아주셔서 좋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단 한 장면도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제가 다 관여를 했습니다. 손가락 움직임 하나까지도요. 소품을 그릴 때 한두 개는 제가 그리고 나머지는 스태프에게 넘겼는데 제가 주문한 건 ‘가방만은 빼놓지 말고 그리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그린 걸 보니까 가방이 열려있더라고요. 보고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그냥 가방만 그리라고 했는데, 똑같이만 그려도 칭찬받을 텐데 다 똑같이 그리면서 하나만 디테일하게 열린 것으로 설정해 놓은 거죠. 실제로 70, 80년대 쓰던 가방들은 딱 저렇게 열려요. 사소한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너무너무 기억에 남는 일화입니다.


김: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한 설정들 때문에 ‘봉테일’이라고 불리죠. ‘연필로 명상하기’의 스태프들도 디테일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2002), <초속 5센티미터>(2007)를 좋아하는데 안재훈 감독님께 감독 한 명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작품도 혼자 할 수 없음을 강조하시더라고요. 스태프 전체를 소중히 여기는 감독의 면모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슬라이드에는 시 한편이 나옵니다. 출처가 어떻게 되나요?



안: 제가 고등학생 때 쓴 시입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은 너무 생소했고,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시집을 내려고 시를 많이 썼죠. <소중한 날의 꿈>의 수민이가 그런 독특한 아이입니다. 33살이면 죽고 싶어 하죠. 그 내용은 실제로 제 고등학교 일기장에 쓰여 있던 것입니다. 33살쯤 되면 하고 싶은 거 충분히 다 해서 죽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수민이의 독특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시를 써야 하는데 어른이 되니 쉽지 않더라고요. 시를 써도 영화에 나온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비슷한 느낌으로 갈까봐 걱정이었습니다. 해답이 없어서 어릴 때 쓰던 시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수민이가 쓴 시로 작품에 넣게 되었죠.


김: 국어교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문단의 인재를 애니메이션에 뺏겼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다음 슬라이드에는 ‘송혜진 작가의 그림’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안: 송혜진 작가는 <소중한 날의 꿈> 시나리오를 쓰신 분입니다. 제가 오랜 기간 글을 쓰고 작가에게 맡길 정도가 됐다 싶어서 섭외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에 가서 많은 영화들을 보는데 <안다고 말하지 말라>(2002)라는 작품을 보고 너무 좋더라고요. 그 분을 찾아가서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작품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죠. 제 글을 다 읽고 나서 작가님이 쓰시는 글과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달라서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일기를 보여드리니 진짜 이야기는 일기에 있고, 이전에 보여드린 글은 마치 정치인이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 같더라고요. 보시는 사진은 그 분이 어릴 때 고등학교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 그림에서 “지금을 기억하자”라는 <소중한 날의 꿈>의 대사가 떠올라서 작품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제가 스캔본을 가지고 있어서 이랑이가 교실 풍경을 스케치 하는 장면에서 넣게 되었습니다.


김: 송혜진 작가는 <인어공주>(2004),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의 작품을 쓰시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입니다. 보면 ‘남의 탓’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안: 오늘은 관객 분들과 만나는 방식을 바꿨는데 예전 기억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네요. 대사는 제가 먼저 쓰고 스태프한테 여기에 맞춰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스태프 분이 그러는 겁니다. “여기 애들은 왜 다 남의 탓만 해요?”라고요. 제가 쓴 게 다 남의 탓하는 내용이었던 겁니다. 그 말들을 보면서 왜 아이들이 그러나 싶었던 거죠. 그 말 듣고 대사를 다시 봤어요. 제가 남의 탓을 많이 하는 편이 아는데 무의식에 남의 탓을 하는 것들이 쌓여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 스태프의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 감독님은 스태프와 소통을 많이 하고 그 분들에게서 창작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연필로 명상하기’는 한국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제작 집단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독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를 가보시면 아늑하고 참 좋아요. ‘자유학기제’라고 해서 학생들과 직업체험을 가고 있는데, 학생들도 스튜디오를 참 좋아하더라고요. 분위기가 따뜻합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박신혜 배우입니다. 이 분이 왜 등장했나요.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안: <소중한 날의 꿈> 극장용을 만들 때 많은 분들이 성우 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만드는 절차에서 전문 성우들, 혹은 지망생 분 등과 함께 극장에서 보면서 배역에 어울릴만한 사람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 분들이 등장인물이 캐릭터 적이라기보다 연기를 많이 요하기 때문에 배우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유명한 아이돌도 많이 지원해줬습니다. 참여하려는 분이 많았죠. 박신혜 배우와도 극장을 빌려 작품을 둘이 봤습니다. 저는 늘 작품을 할 때 함께 하는 성우나 배우가 꼭 스튜디오에 오길 원합니다. 애니메이터들은 자기가 하는 작품의 목소리 담당을 볼 일이 잘 없지 않습니까. 신혜씨도 스튜디오에 와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죠. 본인이 직접 그려보고 싶다고 해서 그림도 그렸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을 할 때는 박신혜 배우가 지금보다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는데 그 때부터 잘되길 바랐습니다. 오연서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행운처럼 그런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스태프들을 존중해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주변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부러움을 많이 삽니다. 어쨌든 더빙을 성우가 하든 배우가 하든 그림들을 그려낸 사람들과 최대한 눈도 맞추고 이야기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이 갖지 못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이죠. 영화에 나오는 표현을 따르자면 ‘공룡의 발자국’과도 같은 일입니다.


김: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우들의 인기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목소리 연기에 대한 지적이 필연적으로 따라붙죠. <소중한 날의 꿈>은 목소리 연기가 안정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데 손으로 그리는 애니메이션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따뜻한 손의 느낌이 담긴 그림입니다. 감독님이 흥행을 의도했다면 당시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박신혜 배우가 아니라 좀 더 유명한 분들을 캐스팅했을 것입니다. 유명세 있는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지 않았나요?


안: 작품을 만드는 분들은 아마 아무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을 못 할 겁니다. 배급과정에서야 어떤 것들이 도움 되겠다는 생각은 할지 몰라도요. 목소리가 어울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김: 다음 슬라이드는 라디오 애청자들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 고(故) 정은임 아나운서입니다. 왜 등장하는지요.



안: 오늘이 의미 있는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 행사라서 공개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미 돌아가신 지가 오래된 분을 제가 하는 행사에서 보여드리는 것은 제 마음의 방향이 아닙니다. 고(故) 정은임 아나운서는 생존해계실 때 사회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셨습니다. 저 분을 그런 분인지도 모르고 우연히 처음 뵀던 게 인디포럼 뒤풀이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때 구석에 앉아있었죠. 정은임 아나운서도 제 테이블에 앉으셨습니다. 그 때 제가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는 게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근사하게 하고 싶다며 그림을 보여드렸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완성이 되면 시사회 때 꼭 사회를 봐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이 주소(방송국 주소)를 써주시더라고요. 이걸 보고서야 그 분이 아나운서라는 걸 알게 되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죠. <소중한 날의 꿈>은 다들 완성될지 의심하던 작품인데 그 이후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저희 집에 저 글씨가 액자에 담겨 있는데 <소중한 날의 꿈>을 보고 또 저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한 분 한 분 다르게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김: 여러 가지 인연이 작품에 묻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오랜 노력과 시간이 투자된 작품입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장면이죠. 저는 극장에서 이 장면을 놓쳤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느라 엔딩크레딧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보시면 삼촌이 수화를 하는데 자막처리가 안 돼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실수인줄 알았어요.



안: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가장 처음 가르친 분이 청각장애인입니다. 수화는 수화대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대로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후 어느 순간부터는 웬만하면 종이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에 소재를 쓰는 게 이해가 없이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삼촌 캐릭터를 청각장애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쨌건 제 인생에서 그 스태프분과 지내면서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조금이라도 제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밖에서 일들을 하고 스튜디오에 돌아오면 저 스태프에게 사람들 욕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차마 글로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 분이 수화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 사람의 행동과 모습만으로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캐릭터의 모델은 손석희 아나운서인데 얼굴만 봐도 위로가 되죠. 용기 있게 넣었습니다. 수화의 실제 내용은 <소중한 날의 꿈>에 나오는 노래 가사입니다. 어른이 돼서 많은 해답을 요하는 순간에 놓일 텐데 답은 어린 시절에 있다는 내용입니다.


김: 한 장면 속에도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구나 싶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여러 번 봤었습니다.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죠. 명품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땐 작품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보면서는 감독님이 얘기하려는 감성을 생각해봅니다. 곧 <소나기>와 <무녀도>가 나옵니다. 많은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요. 인디스페이스를 찾는 관객들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께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안: 오늘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 기념으로 한 번 더 상영하게 됐는데요. 단편 문학은 극장에 대한 저의 ‘운동’이 아니라 ‘참여’에 가깝습니다.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지만 이건 상업 애니메이션의 범주에서 싸워가야 할 것이고,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은 다른 의미입니다. 저는 제 방식, 제가 좋아하는 문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제 작품을 보러 왔다가 이 공간도 알게 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런 것들이 다 연결돼서 10년이 지나면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과 이를 통해 알게 된 공간까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학교 선생님들, 부모님들도 멀티플렉스에 학생들과 자녀들을 우르르 넣고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해도 이런 공간에 와서 우리 문학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고리들이 건강함을 전하면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여기 좌석 앞이 아니라 선생님, 부모님들이 앉으신 관객석 쪽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김: 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도 감독님 덕분에 인디스페이스에 처음 와봤고 ‘인디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기 있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오늘의 기억을 가슴에 묻고 감성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소중한 날의 꿈>에 등장하는 달리는 코치님이 차범근 감독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엔딩크레딧 ‘도움을 주신 분’에 이름이 올라가더라고요. 차범근 감독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안: 차범근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 욕심 중 하나였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자료를 찾기 위해 옛날 신문을 남산도서관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 때 차범근 감독 기사를 읽으면서 혼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지금은 외국에 나가 있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차 감독은 혈혈단신으로 독일에 가서 소시지와 햄을 입에 욱여넣으며 생활하셨습니다. 우연히 독일에 간 기자들이 한국에 오면 차범근 감독과 관련된 기사를 냈는데 그 기사들이 마음을 뭉클하게 하더라고요. 그런 걸 너무 미화하는데, 저는 순수하게 그걸 봤을 때를 말하는 겁니다. 그 시대에 그렇게 사신 분의 이야기가 뭉클했습니다. 한 번 더 기억됐으면 좋겠다 싶었고 제 요청에 대해 감독님이 허락하셨습니다. 조건은 감독님과 아드님 차두리 선수의 캐리커처 그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관객 분 한 분이라도 더 궁금해해주고 한 청년이 그렇게 했었다는 걸 기억해주는 데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문학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경우 수업시간에 문학을 가르치는 전형적인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으신지요. 두 번째 질문은,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중국 프로덕션에 관한 내용이 나오던데 함께 협력하여 작품을 만드셨는지요.


안: 교과서에 있는 교과목의 변화까지는 감히 생각을 못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연상’을 통해 문학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수업시간에 문학을 밑줄 치면서 배웠는데, 가장 좋은 건 머릿속에 그리면서 보는 것입니다. 연상을 할 수 없는 부분을 그림이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이란 건 그 나라의 정서가 녹아있는 것입니다. 우리 문학이 세대 간 연결을 할 수 있음에도 단절돼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대로 공감이 되면 언어를 비롯해 많은 것들이 교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서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릴 때 ‘뽀로로’ 같은 걸 보면서 정작 지성과 감성이 클 때쯤에는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을 보게 됩니다. 물론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도 봐야하지만요. 아이들이 <돼지의 왕>(2011)같은 작품들을 바로 볼 수는 없으니까 중간 단계에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 스태프들과 작업을 많이 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의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긍정적이었나 부정적이었나 하는 건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미국, 일본과 작업하며 얻었던 상처들이 있는데, 중국 분들과 작업하면서는 OEM 방식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가 하는 건 ‘문화’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창작자’로서 다가가야 교류가 되고 기회가 되는 거죠. 단순히 일을 주는 게 아니라요. 지금은 그 분들이 우리 문학을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그들의 문학을 하면서 교류할 수도 있습니다. 장춘에 가서 중국 애니메이터 분들을 두 세 달 만에 보면 붙들고 울기도 합니다. 교류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미국, 일본과의 OEM에서 중국과의 OEM으로도 많이 넘어가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훌륭한 시장이 아니라 위험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본보기와 길이 되고자 차분히 조금씩 가고 있습니다. 영혼까지도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김: 긴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문학 애니메이션은 국어과 교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추후 학교현장에 많이 보급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감독님을 존경합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에 마음에 허전함이 찾아올 때마다 감독님 작품을 찾게 됩니다. 관객 분들이 집에 돌아가시는 길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추후 감독님의 작품이 나올 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이 풍경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자니 ‘황홀경’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았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연필의 힘만으로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문학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체험’토록 했다. 인디토크를 통해 그들의 작업과정에 담긴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연필로 명상하기’표 그림이 지닌 힘의 원천을 알 수 있었다. 소품 하나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장인의 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 등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감동과 치유가 있는, 우연히 건네받은 선물 같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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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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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LwIYSK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망각의 순간 시작되는 재발견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2차 창작은 더 이상 드문 경우의 수를 담지하는 창작 활동이 아니다. 상당수 흥행 영화들이 1차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때 원작은 시대 변화 추이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소설은 오랜 기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좀 더 새로운 이야기, 신선한 발상을 좇는다. 그리고 제작자들은 기존의 이야기 가운데 재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의 2차 창작에 매진하는 것이 현시대의 추세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역시 2차 창작을 거쳐 탄생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여타 2차 창작물들과는 다소 다른 부분에 여럿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마냥 신선하다고만 할 수 없을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 작품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는 곧 영화의 목적이 ‘참신함을 통한 흥행’이 아닌, ‘한국 문학의 재발견’이리라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으나, ‘재발견’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 뛰는 한국 현대 명작 세 편이 지난 해 스크린에 옮겨졌다.



<메밀꽃 필 무렵>은 특히나 시청각적 요소에 주력했음을 시사하는 장면들이 여럿 눈에 띤다. 그 중에서도 새하얗게 흐드러진 메밀꽃밭과 그 곁을 자분자분 걸어가는 인물들을 잡은 롱숏은 이 영화 최대의 묘미다. 단어 하나, 문장 한 구만으로도 주인공 생원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낸 소설 속 ‘암시’가 영화에서 온전히 재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영화로서 <메밀꽃 필 무렵>이 갖는 서정성은 상당하다. 성서방네 처녀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그 짧은 순간에도 치밀하게 생원에 따라 붙으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OST는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창조적 은유로 대변되는 작가 이효석의 감각이 담긴 소설 속 문장들을 고스란히 영화의 대사로 재현한 점 역시 그러하다. 거꾸러질 때까지 메밀꽃 밭길을 걸으며 달을 보겠다던 생원은 성서방네 처녀와 재회했을까. 그 뒷이야기는 생원이 눈에 담은 달만이 알 일이다. 



<봄·봄>은 제목만큼이나 화사한 색감과 더불어, 바보스럽지만 순수한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매번 장인에게 당하면서도, 결국엔 다시 소처럼 우직하게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나’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벌이는 소소한 해프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웃음 짓게 한다. 그 내용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에, 다소 진부할 것이라는 예측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봄·봄>을 포함하여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구성하는 모든 작품들이 가진 약점이다. 그러나 소설에는 ‘나’라는 인물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제시되는 내레이션이 영화에서는 친근한 박자와 선율이 가미된 판소리의 형태로 재현되면서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러닝 타임 내내 물씬 느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토속적 흥취,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유쾌하고 흐뭇한 감정이 영화 <봄·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쉴 새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그 어느 때보다 벌이가 쏠쏠한 하루다. 더할 나위 없이 ‘운수가 좋은 날’을 보내고 있는 김 첨지의 하루가 실은 이토록 고됐는지, 그리고 그 뒷모습이 그토록 애처로웠는지. 이전에는 미처 지각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영화 <운수 좋은 날>은 좋은 재발견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앞서 위치한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과 더불어, 상세한 거리 풍경 묘사가 눈에 띠는 <운수 좋은 날>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처연(凄然)’이다.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애써 이를 부정하고, 한시라도 더 바삐 움직이려는 김 첨지의 처연함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우리의 학창 시절 ‘역설법’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문학 작품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역설의 쓰디쓴 감각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문학 속 역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 문학의 적극적 애니메이션화의 불씨를 당긴 이 작품이 여러 방면에서 모든 관람층을 만족시킨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어른들로 하여금 추억에 잠기게 하는 동시에 자라나는 어린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한국 근현대 문학 작품의 2차 창작을 이어 갈 이들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노선에서 유의미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쫙 그은 밑줄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어가며 작품을 정독했던 학창 시절은 추억으로 남겨두자. 교과서라는 강력한 스포일러는 이제 그만 뒤로 하고, 한국 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감상을 시작해도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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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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