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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4. 4 당신은 영화와 운명인가요?

by indiespace_가람 2024. 5. 8.

 [인디즈 소소대담] 2024. 4 당신은 영화와 운명인가요?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 A, B, C, D, E

 

 

인디즈 21기의 시작, 아직 낯선 서로의 얼굴을 살그머니 들여다보던 중, 우리의 만남이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발현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신은 왜 이곳에 서 있게 되었나요?”라는 궁극적인 물음을 탐색하기 위해, 왜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당신이 하고 싶은 영화 이야기는 무엇인지, 한 단계씩 밟아 보려 한다. 

 



 * 당신은 어떤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A: 두 가지 정도 생각을 했었는데 하나는 영화와 공간입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영화와 공간의 관계 속에서 어떤 변주를 일으키고 어떤 공간에 어떤 인물을 두느냐가 되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화와 공간이 서로 필요한 상호 보안적인 관계 속에 있는데, 이걸 확장시키면 영화와 극장이라는 테마와 이어지기도 하고, 영화와 공간, 극장 이 셋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좀 추상적이기는 한데, 깊숙하게 탐구하고 싶어요. 극장에 앉아서 어쨌든 그 공간을 그려낸 영화를 보는 형태가 굉장히 흥미롭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제가 좀 털어내고 싶은 저 스스로의 기획인데…. 저는 〈절해고도〉라는 영화를 2021년도부터 영화제에서 보면서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좋아함을 넘어서 글로써 아직까지 못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많이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인디즈 기획기사로 〈절해고도〉 이 영화를 제대로 해보고 좀 떨쳐내고, 그러면서 왜 이 영화가 저한테 다가왔는지를 리뷰를 넘어서, 분석하고 좀 언어적으로 좀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저는 〈절해고도〉가 엄청 꼬아놓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대놓고 보여주는 것 같은데 보는 관객마다 다르게 해석할 점을 찾아내는 그 시각이 신기하더라고요.

 

 

영화 〈절해고도〉 스틸컷

 


C: 저는 한 두 가지 정도를 생각을 해봤어요. 첫 번째는 연기의 작용에 대한 건데, 저는 영화를 볼 때 감독이 이런 연기를 배우한테 시켰을까, 아니면 배우가 스스로 한 건가 아니면 즉흥연기인가를 많이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감독하고 배우를 엮어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콤비가 누가 있었는지를 다시 보고 싶어요. 같이 작업을 많이 한 감독하고 배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의 작품을 했더라도 그 작품 속에서 너무 조화로웠던 감독과 배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D: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콤비는 되게 다양하잖아요. 감독 배우 조합도 좋은데 뭔가 음악, 촬영 감독과의 케미도 존재하구요. 〈이어지는 땅〉 만드신 감독님이 촬영 감독님이랑 계속 일을 하시더라고요.

C: 맞아요. 거의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함께 일을 하시는데 신기하면서 궁금했어요. 뜻 깊게 작업을 하는 관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는, 인디돌잔치 관련해서 상영하게 되는 감독님들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감독님이 처음 영화를 만드셨을 때, 또 그 영화가 상을 받으셨을 때, 다시 개봉해서 관객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디돌잔치는 개봉을 한 지 1년 후에 다시금 극장에서 상영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 혹은 출연하신 배우님의 인터뷰를 하면서 소감이 어떠신지부터, 1년 사이에 다시 영화를 바라볼 때 변화한 지점이 있는지, 혹은 그 사이에 겪은 일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어요. 
엊그제 친구랑 얘기를 하던 중에, 그 친구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안 본다 하더라고요. 한 번 보면 끝이라고. 그런데, 저는 무조건 영화를 두 번 이상씩은 봐야 되는 사람이거든요.(일동 웃음) 그래서 N차 관람에 대한 기사를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었어요. N차를 하는 사람이 있고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면 왜 하고 어떤 영화를 주로 보게 되는지, 한번 생각을 발전시켜 보고 싶어요.


A: 제가 〈신생대의 삶〉을 처음 봤을 때는 그 영화를 지금처럼 좋게 보지 않았어요. 사실 그때 바쁘기도 해서 제대로 못 봤을 수도 있긴 한데, 최근에 제대로 다시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저한테 깊게 다가오는 영화였더라고요. 문득 '두 번째 봐야지 좋은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반대로 '왜 두 번째 봐야 좋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왜 첫 번째 봤을 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지.. 

 

 

영화 〈신생대의 삶〉 스코어

 


C: 저는 한 번만 보면은 약간 찝찝해요. 제가 흘려보낸 게 너무 많다는 느낌이 좀 들어요. 집중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취향에 맞지 않거나 해도 한 번 더 극장에 뭔가 가보는 것 같아요. 제일 많이 본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이기는 해요. 최근에 많이 본 영화로는 〈비밀의 언덕〉도 좋았구요. 제가 세 번 이상 보는 영화는, 제 삶에 있어서 개인적인 부분하고 되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두 번씩은 볼 때 처음에 안 보였던 것들이 막 보이는 순간이 정말 좋아요.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요. 퍼즐이 맞춰질 때 오는 희열 같은 게 있어서 영화는 꼭 두 번씩은 보게 되는 거 같아요. 

E: 정말 재밌는 영화를 봤을 땐 N차로 봤던 경우도 있긴 한데 몇 번 없는 것 같아요. 제 인생에 많이 N차 관람을 해봤자, 집에서 보는 거 포함해서 두 세 번 이상이 전부였던 것 같고요. 내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어서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 동의해요. 제가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는 내 인생에서의 연상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감독이 너무 좋아, 이 감독이 어떤 작품이 너무 좋아, 이 감독 작품에 어떤 배우가 너무 좋고, 이 배우의 전작 중에 이 작품이 좋고, 이 배우와 또 다른 배우의 케미가 너무 좋고..” 이런 게 연달아 가는 게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D: 저는 ‘왓챠피디아’가 나오고 나서 N차 관람을 덜 하는 것 같아요. 이 시스템이 내가 본 영화와 내가 매긴 별점을 남들한테 공개하는 거잖아요. 저도 모르게 영화 편수를 더 많이 채우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뭔가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한 달에, 어느 날에 영화를 몇 편 봤는지 나오니까 이게 뭔가 비어 있으면 안될 거 같고요. 물론 이용 이후로 실제로 영화를 전보다는 많이 보고 있거든요. 근데 그게 좋은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영화 양을 늘리고 조금 더 다양한 영화들을 보는 건 좋지만, 약간 주객이 전도 된 느낌이에요. 뭔가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A: 알죠. 영화제 한 번 갔다 오면 빽빽해지죠…

 

E: 사실 저는 왓챠피디아를 하지는 않아요. 너무 회피형일수도 있는데, 크게 취향도 없고, 다 좋아하는 편이기도 한데, 뭔가 별점을 매기면, 제가 또 영화 현장을 뛰는 사람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들의 수고가 잘 보이는데 0.5점을 내려주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물론 마음속에는 순위가 다 있긴 합니다.


B: 사실 코멘트를 쓰는 방식도 점차 조심스러워 지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시스템이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기도 해서 좋을 때도 많아요. 과거에 봤던 영화의 감상이, 그때 내가 어땠는지도 좀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내 상황이랑 엮어서 영화를 풀게 되잖아요.

 

E: 저는 제 영화 관람의 습관에 대한 의문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대전 출신인데, 지방은 아무래도 영화보기가 서울보다 많이 까다롭거든요. 그런데 가끔 드는 생각이, 되려 대전에 있을 때 영화를 훨씬 많이 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대전을 제가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대전이 어디로 오고 가기가 정말 편하거든요. 부산도, 전주도, 서울도 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 GV를 한다고 하면 밤 늦게 하는 영화라도 서울 가서 보고 집에 막차 타고 들어오고 이랬는데, 오히려 근거리에 위치하게 되면서부터 그 행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물론 제가 나태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어쩌면 사람에게 조금 이질적인 공간이 무모한 행동력을 선사할 때가 있다고 믿게 돼요. 그것을 영화랑 연관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방에 살았을 때는 영화를 하루에 3편, 4편씩 보러 다니고 했는데, 요즘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안 보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두 번째로 생각했던 주제는 얼마 전에 PTA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를 다시 봤어요. 그런데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한 평론글 같은 것을 다 읽고 영화를 보는 버릇이 있어서 그전에 사료들을 좀 읽고 영화를 봤거든요. 그런데 엄청 인상 깊었던 문구가 있었어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영화 속 주인공이 엄청 괴팍한 성격이잖아요. 근데 그 인물은 괴팍하고, 덜 떨어지고, 엉성한 성격이라 남들과 속도를 똑같이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까 타격감을 줘서 속도감을 맞춰 간다, 이런 문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발로 유리창도 깨고, 대사로 망치로 사람 치겠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영화의 리듬에 대한 이야기를 좀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용 서술, 서사적인 내용보다 영화 속의 고유한 리듬을 맞춰갈 때 관객에게 전유되는 게 있다는 믿음이 들더라구요.  


C: 이질적인 공간에 가면 사람이 좀 무모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잖아요. 저는 여행 갔을 때 그걸 진짜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여행만 가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제가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평소라면 택시 타고 갔을 거리도 막 낭만이라고 하면서 걸어다니기도 하거든요. 


E: 저는 그게 영화제 때 가장 크게 발현되는 느낌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isfp라, 누워있는 걸 진짜 좋아하고 뭔가 얽매이는 것도 안 좋아하고, 바쁘게 뭘 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영화제를 가면 “밥도 안 먹어도 돼. 그냥 영화만 보면 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진짜 무모했던 게 2021년도에 시간이 너무 없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너무 갑자기 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새벽에 기차 끊고 급하게 갔어요. 그냥 재밌게 보고 돌아오면 되는데 영화제에 있으니까 행복해서 돌아오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마침 울산에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서 데리러 오라고.. 불효녀 같은 행위를 하기도 했었네요. 하루간 밥 한 끼도 안 먹고 다녔거든요. 그렇게 부모님께 혼나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굶고 영화를 3편이나 보고 올라갔었습니다. 이렇게 좀 현실과 거리감이 생기면, 약간의 무모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것에 부모님의 영향력도 크지만요. 불효녀의 수발을 들어주시는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저도 스스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무모함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발현하고, 또 그게 인생의 연으로도 많이 닿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대학을 두번 다녔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대학을 준비를 할 때 너무 시험을 못 본 거예요. 너무 속상해가지고 그때 돌아오는 길에 내리 울었었어요. 발길이 닿는대로 걸으면서 몇시간을 울었었는데, 그때 마침 부모님한테 전화가 와서, 경기도 수원까지 내려오면 같이 집으로 내려가자고 하셨었어요. 근데 제가 대전 사람이어서 수도권 지하철에 익숙하지가 않은 거예요. 그냥 한 1시간 걷다가 1호선이 보여서 타고 수원역을 갔는데 제가 실수로 인천행을 타고 만거죠. 계속 눈물이 쏟아지고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도 못하고 갔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부평까지 갔더라구요. 그때부터 눈물 쏙 들어가서 가족한테 사과하고 급하게 수원으로 돌아갔는데, 아마 4시간 정도 걸렸었죠. 근데 부모님 얼굴 보니 또 눈물이 나고. 그런데 제가 우는 사이에 즉흥적인 아버지께서 저를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데려다 주셨어요. 그게 어디였냐면, 바로 충주에 있는 수안보라는 온천이었어요. 다시 외지에 하루간 떨어져 있다보니, 마음이 좀 빠르게 정리되더라고요. 하루 동안 막 울고 영화 여러 편 돌려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죠. 혹시 충주 수안보가 영화 배경인 영화가 하나 있는데 아실까요? 바로 임순례 감독님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배경지였어요. 그 장소가 이후에 운명처럼 계속 저를 쫓아오더라구요. 일례로 제가 이전에 영화 잡지를 만들었는데,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님을 인터뷰로 담았었어요. 질문 중에 정주리 감독님께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었던 영화가 뭐였냐고 물어봤었는데, 최근 영화는 아니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제일 재밌게 봤다고 얘기하셨어요. 저는 그때 그 영화에 대한 글을 완성 시킨 상태였구요. 그래서 그 말씀을 전해드리니, 정주리 감독님께서 임순례 감독님께 글을 전해준다고 약속까지 해 주셨었습니다. 길게 이야기를 풀어드렸는데 이런 일처럼, 저는 영화 때문에 너무 많이 우연성을 발견하고, 뜬금없는 무모함이 발현해서 행복한 기억으로 완성된 적이 너무 많았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기억 중 하나입니다. 사실 모두 영화스러운 순간이 한 편씩 다 있을 것 같아요. 이걸 기획으로 풀어도 재밌고요. 저는 제 인생이 약간 영화가 이끄는 삶이라고 가끔 믿기도 합니다. 

 

 

 

 * 당신은 어쩌다 영화, 영화 글과 운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E: 여러분은 혹시 언제부터 영화 좋아하셨어요? 혹은 좋아하게되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A: 저는 제가 본 영화를 저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작년부터는 좀 더 새로운 걸 영화 속에서 찾고 싶고, 좀 더 세밀하게 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천천히 공부하는 것 같아요.

 

E: 과거에 아버지가 제가 태어나기 전에 신문사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칼럼과 논평을 쓰시던 분이셨는데, 어릴 때부터 제 글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우연히 제 글이 좀 크게 전시된 적이 있어서, 그거를 보여드렸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너 진짜 글 잘 쓴다” 이 말 한마디를 전하시는데, 진짜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그게 부모님한테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걸로 막 칭찬을 받는 게, 아 이 맛에 사람들이 성공을 하려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 저도 예전에는 부모님께 글을 안 보여드렸거든요. 일부러 감추고, 이건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했는데 오히려 요즘에는 자꾸 제가 보여드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왜 갑자기 보여드리고 싶어졌을지 고민해봤는데, 부모님이 모르는 나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계속 얘기하고 싶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 갖고 있던 생각과 지금 갖고 있던 생각이 굉장히 동일선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성장한 내 생각은 이렇게 변화했고,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 나만의 독립된 세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 계속 알리고 싶어서 계속 보여드리게 되는 것 같아요.


A : 저는 요즘 글을 쓰는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렸어요. 이번 달에 개봉한 영화들이 대부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영화였잖아요. 저는 관련한 영화에 관해 짧은 한 문단을 쓰는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구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아는데, 이 말이 유가족들의 말 위에 시간을 함축하는 문단으로 붙는다는 게 저에겐 너무 어려운 작업이어서 고민이 많이 되었던 시간이었어요.   

 

 


 * 당신이 기다리는 5월의 기대작은? 

 

〈정순〉

[리뷰]: 정순은 정순으로 살기로 했다.(이지원)

[단평]: 시선을 따르며 건네는 믿음(김지윤)

[뉴스레터]:  Q. 🧑🏻 여사님, 이름이 뭐에요? (2024.5.1)

 

A : 〈정순〉 감독님의 이전 단편을 인상 깊게 봤어요. 저는 정지혜 감독님만의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주제가 디지털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고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해 큰 숙고가 필요한데, 감독님만의 시각과 극 속의 배우 분들이 가진 에너지랑 결합되면서, 이전의 영화들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영화 속의 신뢰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D: 사실 처음엔 조금 걱정이 컸었어요. 이전에 비슷한 주제를 담았던 영화들을 생각해 봤을 때, 자극적인 장면이나 비극적인 모습에 주목하고 가해자들은 아무것도 처벌받지 않았다 하고 끝나버리는 경우를 종종 발견했었거든요. 이 영화를 보는 데 조심스러워 지더라구요. 근데 〈정순〉은 그렇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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