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ion Note #01
감독 김병우의 제작 코멘터리
<WRITTEN>은 나의 세 번째 영화를 기대하게 한 영화다!
시작이 언제나 그렇듯 막연히 머릿속을 맴돌던 무언가를 구체화시켜 시나리오의 첫 줄을 쓰기까지는 매우 어렵다. 대학 2학년 때 연극연출론 수업시간을 통해 알게 된 이탈리아 출신 작가 루이지 필란델로가 쓴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은 소외된 계층을 등장인물로 비유한 부조리극이다. 희곡의 내용과는 별 상관없이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오른 일련의 생각들을 구체화시켜 영화화 해보고자 했던 것이 <WRITTEN>(리튼)의 시작이었다.
제작비 2000만원. 주요 스텝 8명. 대부분의 씬을 하나의 세트에서 촬영되는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은 제작비를 감안한 의도가 다분히 있었다. 물론 폐쇄된 공간의 반복적 사용은 영화 전반의 세계관을 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효율적으로 프로덕션을 꾸려나가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큰 난제 중 하나였던 캐스팅은 모두 극단에서 활동 중인 대학 선배들의 승낙으로 해결 되었다.
그리고 촬영을 시작했다. 총 20회 차 중 17회 차가 세트 촬영이었으며 4주 동안 세트 촬영을 마쳤다. 촬영장에 콘티는 없었다. <WRITTEN>(리튼)은 몽타주는 컷이 많고 빠른 템포이기 때문에 도식화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텝들과 장면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쳤으며 더욱 긴밀한 조율을 통해 카메라 구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쳤다.
후반 작업은 약 10개월 가량 진행 되었다. 외부로부터 지원금이나 어떤 시스템 하에 있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 독립영화였기 때문에 제작 마감 기한이라는 건 없었다. 40시간이 넘는 촬영분량에서 필요한 장면을 찾아내고 그것들로 조합하여 몽타주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몹시 흥분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돌아보면, <WRITTEN>(리튼)은 영화에 대한 나의 치기와 활력 그리고 나의 재능 없음에 자괴감을 동시에 안겨준 작업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결과물 보다는 영화를 만들었던 일련의 과정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다음 작업에 있어 초석으로 삼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roduction Note #02
촬영감독 김지훈의 촬영 리포트
절대로 앵글이 멈추어 있는 느낌을 주지 말 것!
그리고 카메라는 주인공의 감정을 쫓을 것!
처음 이 영화를 시작했었을 때 필름작업만 해왔었기 때문에 장편영화를 찍는다는 사실 못지 않게 HD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에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치면서 HD에 대한 이해도를 점차 높여갔다.
주인공의 감정과 카메라의 느낌을 일체화시키길 원했기 때문에 카메라는 혼란스럽게, 또한 끊임없이 움직임을 주기로 하였다. 절대로 앵글이 멈추어 있는 느낌을 주지 말 것. 이것이 영화를 아우르는 촬영적인 목표였다. 조명과 색채에는 ‘명확함’이 컨셉이라 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화면을 보고 즉각적인 느낌을 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술과 조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술작업이 크랭크인 직전까지 지지부진했고, 그에 따른 조명 설계의 지연으로 인해 테스트 결과도 불확실 했기 때문에 1회 차에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첫 날의 결과물에 대해 모두가 불만족스러웠고 화면의 블랙이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아 조명설계를 통째로 바꾸게 되었다. 결국 20회 차란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1회 차를 다시 찍기로 결정해 오류를 수정하고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주요 공간들이 모두 세트였고 카메라가 배우들의 연기를 자유롭게 담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라이트들을 위에 매달았다. 콘티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정해져 있는 앵글 외에도 연출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하였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나기 전까지 카메라를 굉장히 수동적이고 관조적인 느낌으로 촬영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처럼 많은 의견을 제시를 했던 적은 없었는데 상당부분을 채택해준 연출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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