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한줄 관람평
임종우 | 공적 기록을 넘어서는 대항기억의 힘
이수연 | 이어나감의 의지, 잊지 않음을 약속하는 언어
승문보 |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22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
<22> 리뷰 : 이어나감의 의지, 잊지 않음을 약속하는 언어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영화 <22>는 제목 그대로 중국 현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22명을 의미한다. 영화는 할머니들이 살아가는 지금을 빼곡히 적어 내리며 할머니들의 과거를 추적해 나가는 대신 마주한 일상을 파고든다. 이 지점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한 타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들과 차별화된다. 잔잔한 계절의 풍경,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 그 속의 할머니.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고요한 광경이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평온한 일상을 쟁취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가 있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어쩌다 과거의 이야기가 나올 즈음이면 할머니들의 얼굴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린다. 꺼내다가도 “더는 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젓는 할머니들도 있다. 가족들에게도 쉬이 입밖에 내지 못했을 영겁의 시간들이다. 웃음기가 만연한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과 ‘도라지’의 곡조가 이토록 안타깝고 슬프다. 그 때문일지 주변인들의 증언 또한 '치욕스러운 일', '괴롭히다'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로 에둘러 표현된다.
수많은, ‘위안부’를 다루는 영화와 문학들이 피해자들을 ‘소녀’와 ‘할머니’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시간으로 그려낸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할머니들의 시간은 그 때, 그 날을 향해 있다. 사회 속에서 단절된 채로 살아가는 독신의 노인 여성을 피해자들에 결부시키는 미디어의 이미지도 간과할 수는 없다. 왜 할머니들의 삶이 파편화된 것으로 형상되는 것일까? 왜 그 사이 할머니가 살아왔을 시간을 생략하고 마는 것일까? 그렇기에 영화 <22>에 등장하는 풍경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손녀·손자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이와 나란히 누워 텔레비전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는 할머니의 일상이 말이다.
그러나 세월은 따뜻한 계절을 지나쳐 겨울을 향해 간다. 그만큼 할머니들의 시간은 제한적이다. 영화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천린타오 할머니의 장례식이 영화의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다. 천린타오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차가운 계절이 지나면 또 다시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 다가온다. 자꾸만 변화하는 할머니들의 계절이 아쉽다. 못내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해야 할, 할 수 있을 이야기는 아직, 너무나도 많다.
영화 <22>는 1시간 38분이라는 한정된 러닝타임 속에서 짧고 얕을지언정 22명에 달하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끊임없이 카메라 속에 담아 낸다. 2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낸다. 이는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언어이기도 하다. 잊지 말 것. 잊지 않음으로써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부각시키는 것. 영화가 이루어 낸 시도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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