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힌츠페터 스토리> 한줄 관람평
오채영 | 위대하고 감사한 기록
박마리솔 | 한 사람의 용기가 기록으로, 그 기록이 또다시 용기로 전환되는 순간
임종우 | 죽음은 타인의 고통이 아니다
최대한 | 한국 현대사와 카메라 존재의 이유
김민기 | 영화가 된 일기
<5.18 힌츠페터 스토리> 리뷰: 한국 현대사와 카메라 존재의 이유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영화 속 ‘5.18 광주 민주항쟁'
한국 현대사에서 5.18 광주 민주항쟁은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사회 다방면에서 정치적 상황과 외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끊임없이 이뤄졌다. 영화계도 이에 동참했다. 지난 10년간 ,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택시 운전사>(2017), <임을 위한 행진곡>(2018) 같은 영화들이 끊임없이 제작되었고 시대의 아픔이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위대한 한 걸음인 5.18 광주 민주항쟁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함께했다. 이 영화들이 쌓아둔 포석이 있었기에 더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5.18 힌츠페터 스토리>도 탄생할 수 있었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감독의 시선을 따라 광주 민주항쟁에 카메라를 통해 동참하는 ‘위르겐 힌츠페터’의 삶과 사후를 교차로 추적한다. 이 교차의 과정에는 1980년 광주에서 함께했던 그의 헌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한다. 스크린을 통해 민주항쟁 이후 경찰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그의 모습을 마주한 순간 이 감정은 최고조에 이른다. 또한 지금까지 공개된 바 없는 영상들은 이전의 기록물들보다 더 구체적으로 광주 민주항쟁의 투쟁을 보여준다.
한국 현대사와 카메라 존재의 이유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상영되었다. 열차가 도착하는 단순한 모습을 찍은 이 영화가 의미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넘어 우리의 현실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텍스트, 그림, 구전 등의 방식으로 사회는 기록되어왔다. 하지만 인간이 직접 기록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개인의 주관성이 투영되었다. 반면 카메라는 비록 인간이 기록할 대상을 정할 수는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했다. 과거의 재현방식과 비교할 때 보다 객관적으로 사회를 기록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카메라의 힘은 엄청났다.
한국 현대사에서 결정적 순간이었던 5.18 광주 민주항쟁은 카메라의 힘이 있었기에 대중에게 전이될 수 있었다. 이는 <5.18 힌츠페터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힌츠페터의 카메라를 통해 증명된다. 신군부에 반발한 대학생들을 계엄군은 폭력으로 진압했다. 이 폭력에 광주 시민들은 분노했고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이자 신군부는 광주를 외부로부터 차단한다. 이 차단의 과정에서 힌츠페터는 숨겨진 길을 찾아 카메라와 함께 광주에 진입한다. 그리고 힌츠페터는 카메라를 통해 광주에서 일어난 진실들을 기록하고 이를 세상에 내보였다. 그의 카메라가 기록한 진실들이 없었다면 5.18 광주 민주항쟁은 ‘광주 사태’라는 황당한 명칭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광주 시민들의 고통은 잊혀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립은 한참 늦어졌을 것이다.
현재의 카메라
영화 속 과거의 카메라는 힌츠페터가 기록한 5.18 광주 민주항쟁의 기록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카메라는 은퇴 후 그의 모습과 그의 사후를 담고 있다. 은퇴를 한 후 독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후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그의 삶에 광주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2016년 1월 25일 힌츠페터는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살아생전 한국 경찰들에게 당했던 폭행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의 아내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그가 통과증후군을 앓았고 광주에서 봤던 계엄군이 눈에 아른거리는 증상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힌츠페터 역시 민주항쟁의 일원인 동시에 희생자인 것이다.
현재의 카메라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카메라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카메라와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의 카메라는 과거의 카메라와 많이 달라졌다. 현재의 카메라가 찍어낸 영상들은 끊임없이 재가공되어 기존에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왜곡은 현실의 재현이라는 카메라의 주된 역할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 왜곡은 분명히 이 시대의 이 시대의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것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카메라는 현실의 재현이라는 역할 또한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거대하고 대단하지 않을 지라도, 그래도 좋아해 <오목소녀> 인디토크 기록 (0) | 2018.06.06 |
---|---|
[인디즈 기획] 가족의 정의를 묻는다 <홈> 김종우 감독 인터뷰 (0) | 2018.05.31 |
[인디즈 Review] <해원>: 아직 과거가 되지 못한 과거들 (0) | 2018.05.28 |
[인디즈 기획] 보고 또 볼 수 있는 이야기 <오목소녀> 백승화 감독 인터뷰 (0) | 2018.05.24 |
[인디즈 기획] 독립영화가 보여주는 ‘여성’에 관하여, 한국 독립영화 벡델 테스트 (0) | 2018.05.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