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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틀을 깨는 어떤 욕구에 관하여 '김경묵 감독 특별전 : 이것이 우리의 끝이 아니다' <줄탁동시>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6. 23.

틀을 깨는 어떤 욕구에 관하여

 김경묵 감독 특별전 : 이것이 우리의 끝이 아니다 <줄탁동시>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6월 19일(일) 오후 2 30분 상영 후

참석: 김경묵 감독

진행: 장건재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1년 2개월 간 수형생활을 한 김경묵 감독이 지난 19일 <줄탁동시>(2011) 인디토크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를 상영하고 얘기를 나눠보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는 감독은 약간은 상기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 참석했다. 이번 인디토크에서는 <줄탁동시>에 관한 질문들과 더불어, 지난 해 동안 감독이 보고 느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오고갔다.  



장건재 감독(이하 장):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를 만드는 장건재라고 합니다. 오늘 보신 <줄탁동시> 연출하신 김경묵 감독님 오셨는데요, 작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시고 옥중에 계셨어요. 


김경묵 감독(이하 김) : 반갑습니다. 출소한 지 3개월 쯤 됐어요. 지금은 사람도 만나고 사회를 다시 배우면서 지내고 있고요. 이런 자리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얘기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장: 감독님의 그 전 영화들 <유예기간>(2014)이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는 개인적인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영화였다고 한다면, <줄탁동시>는 김경묵 감독 자신을 깨는 듯한 영화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김경묵 감독의 데뷔작 같은 영화 같더라고요.


김: <줄탁동시>의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두 인물이 자신의 삶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처럼 저도 알을 깨고 나오고 싶었던 게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장: 근황 토크부터 먼저 해볼까요.(웃음) 출소하신 뒤에 영화는 많이 보셨어요?


김: 나오기 전에는 많이 보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깐 사회를 다시 배우고 사람을 다시 만나면서 생각만큼 혼자 지낼 시간이 없더라고요. 감옥에 관한 영화들은 봤었어요. 특히 <사형수 탈출하다>(1956)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독방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깐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지더라고요. 직원들의 발자국 리듬이라든지 특정한 소리들을 다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사형수 탈출하다>를 보면 사운드가 예민하게 디자인되었어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이 되니깐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또 <쇼생크 탈출>(1994)도 보고요. 다 탈출하는 영화들이네요.(웃음) 공감을 많이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장: 나오시면 뭐를 제일 하고 싶으셨어요?


김: 영화 보는 것 다음으로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통영에 있었는데, 통영이란 곳이 관광도시로 참 잘 되어있어요. 구치소 바로 옆에 바닷가가 있어서 봄날의 기운도 느껴졌고요. 바깥의 세계와 안의 세계가 너무 달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약간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출소 후 통영에서 여행을 3박 4일 정도 했습니다.


장: 감독님께선 출소하고서 다시 한 번 감옥에서 만나는 느낌 같다고 얘기 나눴었어요.(웃음) 세상이 진정한 감옥이니까요. 감독님 앞으로의 방향성 같은 것이 궁금합니다.


김: 감옥 안에서 저를 많이 비우고 온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채워가는 시기이지 않을까 해서 급하게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차근차근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관객: 작품 잘 봤습니다. 궁금했던 게 준이랑 순희랑 주유소에서 도망칠 때 여러 가지 장소들이 나오는데, 그런 장소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준이가 길을 계속 걸어요. 그 장소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 저는 인물을 설정할 때 공간이랑 같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등장하는 친구들은 정주지 없이 계속 야외를 돌아다니잖아요. 이 친구들이 탈출했을 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 공간이 어쩌면 관광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두 친구가 자국민과는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광지 안에서의 모습이 묘하게 다가오는 게 재밌겠더라고요. 


관객: 제가 김경묵 감독님을 처음 뵌 게 2013년도에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GV 할 때였어요. 그 때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들 상황이 자기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감독님이 감옥에 가신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감독님은 어떤 이유나 계기로 그 선택을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김: 그 고민은 사실 오래 된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군대에 갈 수 없는 사람이겠구나‘ 라고 인식을 했었어요. 그 이후에 스무 살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활동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그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여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이 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징병제에 관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를 했는데요,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체복무제 뿐만 아니라 모든 게 무효가 돼버렸어요. 그 때의 활동이 다 물거품이 되면서 제가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외적으로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관객: 저도 그런 취지로 감독님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감독님께서 독방을 쓰셨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감옥에 가게 되면 다 독방을 써야 되는 건지 아니면 본인이 선택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김: 독방을 쓰게 된 건, 어떤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수감 초기부터 나올 때까지 거의 독방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책 읽는 거나 글 쓰는 것 밖에 없어서 주로 책을 읽었어요. 과학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어릴 땐 과학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책들과 멀리 지내고 있더라고요. 한 8개월가량 과학책만 계속 읽었던 것 같아요. 고민을 안 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고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엄청난 시나리오가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일부러 영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기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보내고 싶었어요.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에 저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과학책이나 심리학책 같이 잡다한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그런데 막상 출소를 하고 보니 제가 너무 멀리 있다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다못해 영어 공부라도 하고 나왔어야 했나.(웃음) 


관객: <줄탁동시>를 포함해서 모든 작품에 임하실 때 효과음이나 배경음악 등 사운드 배치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김: 사운드는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진 않지만, 연출자가 가지고 있는 의도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일상적으로 우리는 보는 것에 대해선 인지하긴 쉽지만, 들리는 것에 대해선 잘 인식하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고 있죠. 저는 그 점을 영화라는 매체에 적용한 것 같습니다.


장: 마지막으로 오늘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인사드리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김: 처음엔 긴장이 많이 됐는데, 넓어 보였던 공간이 가깝게 느껴지고 재미있게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옛날엔 유머가 많았었는데요.(웃음) 한번 갔다 오니깐 사람이 확 삭아서 농담을 잘 못하게 됐어요. 오늘 편하게 자리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줄탁동시>의 인물들은 어디에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유한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지만, 동시에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한다. 영화를 만들 당시 김경묵 감독은 영화 속 ‘준’처럼 자신도 알을 깨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마주보는 것, 맞서서 발언하는 것.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멋있게 돌아온 김경묵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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