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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사돈의 팔촌> : 모든 걸 잠시 잊고 다시 설레고 싶다

by indiespace_은 2016. 5. 23.



 <사돈의 팔촌줄 관람평

김은혜 | 모든 걸 잠시 잊고 다시 설레고 싶다

박정하 | 어떤 판타지는 판타지로 남겨두는 게 더 좋기도 한 법

김민형 | 가장 따뜻하고 애틋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정연 |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세심한 시선

김수영 | 감각적 묘사가 남기는 아슬아슬한 잔상




 <사돈의 팔촌리뷰: 모든 걸 잠시 잊고 다시 설레고 싶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흔히들 사랑엔 국경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한계를 초월한 멜로 영화가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금기의 영역, 사촌지간은 어떠할까? 말년 휴가를 나온 ‘태익(장인섭 분)’은 유학을 앞두고 있는 사촌 여동생 ‘아리(배소은 분)’의 가족모임 초대 편지를 받는다. 12년 만에 가족 모임에서 만나게 된 둘은 수줍음 많았던 소년과 짓궂은 장난을 많이 쳤던 소녀가 느꼈던 미묘하면서도 강렬했던 옛날의 감정을 다시 되살리게 된다.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은 어른이 느끼는 감정보다 더 강렬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고 각자의 길을 걷고 다른 사람과 사랑 중임에도 남아있는 어떠한 감정, 어린 시절 순수하게 느꼈던 감정.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느끼는 그 순수함은 당시엔 느끼지 못한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며 알게 모르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런데 태익이 오롯이 어렸을 적의 감정으로만 아리에게 다가간 것은 아니다. 군대에 있다 보니 현실 감각이 다소 없는 태익은 월세를 내라는 엄마와 카페에서 일 배우라고 보채는 여자친구, 삼촌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려는 친구 등 그 잔소리에서 방황한다. 그렇기에 하나의 도피처이기도 하면서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고 의지가 되는 사람인 아리를 찾게 된다. 사촌임을 알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나에게 귀기울여주고 내가 나 자신임을 느끼게 해주는 한 사람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날 알아주는 상대가 사촌이든 누구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극중 태익은 “복잡하지만 간단하잖아. 사랑하고, 사랑받고. 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현실도 사랑도 매우 복잡하다. 그렇게 미묘한 상황 속에서 애틋한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생각보다 순수하게 느껴지던 이유는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점점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이 현실 속에서 비를 맞으며 모든 걸 씻어내고, 내 마음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 이 음성을 들어주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아마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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