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 소소대담] 작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무엇보다 한국 독립영화를 아끼고 응원하는 [인디즈] 6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개봉작에 대한 솔직 발랄한 속마음부터 사회 병리적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그렇게 인디스페이스의 밤은 점점 깊어져 갔다. 오늘 하루, 나는 서투른 일일 진행자가 되어 영화 밖 진짜 청춘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위정연: 저희가 ‘인디즈’가 된지 어언 한 달이 되었어요.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요. 한 달여간 활동 하시면서 각자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요? 저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독립영화를 아주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얼마 전 ‘인디즈 choice’를 작성할 때 어떤 영화를 선택할 건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알고 있는 것 중에서도 좋은 영화를 골라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박정하: 저는 ‘글 쓰는 직업을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매번 좋은 글을 써야 된다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어려워요.
홍보팀장: 아무래도 공개되는 글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은혜: 저는 인디즈 1기로도 활동을 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글재주가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이번엔 인디토크 기록이랑 초이스, 리뷰 마감이 다 겹쳤어요. 오늘 제 글이 2개나 올라왔더라고요.(웃음)
김민형: 저는 반대로 아직까지 제 활동이 별로 없어서... <나쁜 나라> 인디토크 기록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딱히 활동한 느낌이 안 들어요.
김은혜: 제가 하나 드릴 걸 그랬어요.(웃음)
김수영: 저는 최근에 소라 씨랑 기획기사 “류준열-안재홍 덕후들을 위한 지침서 : 우리 오빠가 출연한 독립영화들”을 썼어요. 기획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풀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획기사를 작성할 때는 단순히 소개하는 걸 떠나서 좀 더 연구하고 공부해서 쓰자는 생각을 했어요.
위정연: 그래도 이번 기획기사 소재가 정말 참신했던 것 같아요.
박정하: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홍보팀장: 오늘 오전에 게시했는데, 조회수가 금세 엄청나게 올라가더라고요. 역시 류준열. 역시 안재홍.(웃음)
위정연: 최근에 <귀향>이 인기를 얻으면서 어떠한 논란들이 생기고 있어요. 예를 들면 <귀향>을 안 보면 매국노라고 지적을 받는다거나, 어느 커뮤니티에서는 <귀향>을 보고 인증샷을 남기지 않으면 강퇴 된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박정하: 일부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는 게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김은혜: <명량>(2014) 때 다들 ‘이순신, 이순신!’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김수영: 뭐든 맹목적인 추종은 안 좋은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면 되는데, 어떤 사건이 하나 터지면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배격하는 경우가 많아요.
위정연: <귀향>을 포함해서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와 닿았던 장면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은혜: 저는 <소꿉놀이> ‘음부송’이 너무 재밌었어요.
박정하: <소꿉놀이> 김수빈 감독이 ‘감독’보다는 ‘예술가’, ‘아티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수영: 왜 여자가 항상 육아와 일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왜 애착관계는 여자가 형성해야하는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애착관계는 엄마가 꼭 형성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할 수도 있고, 유치원선생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꼭 여자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했었는데요. 그게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김수빈 감독님처럼 자유분방한 사람도 결국에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갔을 때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았어요.
김민형: 저도 <소꿉놀이>를 보고 머리가 아팠어요.
위정연: 저는 최근에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에서 본 <잡식가족의 딜레마>요.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에요.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돼지들이 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에서 빛도 없이 갇힌 채 죽음만을 기다리는 장면이요. 그 곳에 갔다 온 다음날부터 바로 피부병에 걸리신 감독님도 그렇고 다 충격적이었어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주의로 바꿔야하나’라는 심각한 고민을 했었어요. 이 작품을 본 다음날 바로 일본 여행 일정이 있었고, 친구랑 이미 교토에서 돈가스를 먹자는 계획을 짜놓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먹으면서 죄책감이 굉장히 들었던...(웃음)
홍보팀장: 실제로 그런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채식 생활을 지속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죠.
김수영: 작년에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도살자>를 보고 3~4개월 채식을 했었는데, 지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 때문에 친구들도 채식식단으로 먹게 되고, 저로 인해서 가족들도 고기를 못 먹으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박정하: 저는 예전에 관련 책을 읽고 채식주의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책이 제안한 타협점은 인도적으로 길러진 동물들을 먹자는 거였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그치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고기를 구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동물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잘 없고요. 채식을 시작하면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옷도 못 입는 거잖아요. 하지 말아야 될게 너무 많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래서는 못하겠다.’ 이게 아니고, ‘아, 내가 이런 데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야근 대신 뜨개질>이 기억에 남아요. 영화 보기 전에 예고편 봤을 때부터 피가 끓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말씀하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았어요. 모든 시도는 나쁘지 않고 그 시도를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말씀도 하시고, 노조 얘기도 하셨어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중구난방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되게 자연스럽게 내용이 흘러가더라고요. 웬만한 노동자들은 다 공감할 거 같아요.
김수영: 저는 <불온한 당신>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에서 ‘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여성혐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혐오가 너무 만연하게 퍼져있어요. 계속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할아버지들이 세월호 사건 때에도 ‘이제 그만 할 때 됐지 않느냐?’ 하고, 퀴어 퍼레이드 앞에서 ‘너희 지금 정신은 있냐?’ 등등. ‘우리나라에 혐오 감정이 저렇게 만연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홍보팀장: 문제를 깨닫고 고민하는 게 중요한 거죠. 어쨌든 이번 기획전을 통해서 좋은 영화들을 만나셨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설행_눈길을 걷다>, <방 안의 코끼리>, <글로리데이>, <스틸 플라워> 개봉이 잡혀있는데요. 기대되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박정하: 박소담, 정하담 배우가 기대돼요.(웃음)
위정연: 저는 <스틸 플라워>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놓쳤거든요, 못 봐서 꼭 보고 싶어요.
올 한해에도 꾸준히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한국 독립영화도 우리도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디즈’ 또한 여러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둘 것이다. 더 밝은 내일,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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