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한줄 관람평
차아름 | 간첩의 눈을 빌려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현실
김수빈 | '월북'보다 '탈남(脫南)'에 방점을. 다만 소녀들에겐 왜 복수의 기회마저 주지 않았나.
심지원 | 배제된 아이들, 시작된 의심
추병진 | 일그러진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 스스로의 찡그림
김가영 | '혁명적으로' 신선한 간첩의 시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리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 배제된 아이들, 시작된 의심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강렬한 붉은색의 글씨로 쓴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자료 화면으로 봐왔을 법한 화면이 이어지고, 울려 퍼지는 음악도 자극적이다. 그간 파격적인 작품들로 주목받아 온 이상우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이미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지금까지의 간첩 영화와는 또 다른 행보’라는 평가를 받아온 바 있다.
어느 달동네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풍경은 막막하기만 하다. 소년들 그리고 소녀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로부터 정신 지체의 형을 지키며 살아가는 북성(김영건 분), 군대에 간 형을 그리워하는 우석(서현석 분), 엄마를 누구보다 아끼지만 표현에 서툰 영림(신원호 분), 종교에 심취한 엄마로부터 벗어나고픈 희수(이주민 분) 등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채 서로 연대하고, 때로는 다툰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동네에 찾아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영화 속 시선의 주체는 바로 영상을 찍는 이 남자(조하석 분)다. 그의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드러나지 않지만, 촬영되는 영상 속에서 중간 중간 들려오는 북한 말씨와 동네 아이들로 하여금 살포하게 하는 붉은 종이가 그의 신분이 간첩임을 암시한다. 그가 아이들을 찍는 이유는 단 하나, 남한의 실태를 조명한다는 명목에서다. 남자는 이 동네의 모든 것을 목격한 시선이다. 때때로 사건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간혹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으나, 결국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촉매로 작용할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남자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불행하다’고 지속적으로 일러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습을 자신의 편파적인 관점으로 영상에 담아낸다.
시선이 가리키는 곳은 아이들이다. 남자는 대한민국의 가장 불행한 모습을 담기로 한다. 결국 목적은 다르지만, 영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가 대한민국의 가장 추운 곳을 조명하고자 한 의도와 맥을 같이 한다. 참상을 고발하고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의 불행한 단면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다. 이를 지나친 일반화 혹은 정보의 선택적 제시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이러한 현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지배담론에서 배제된 주변부의 사람들은 침묵을 강요받아 왔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단 한 순간도 침묵한 적이 없다. 그저 중심부가 그들의 이야기를 유의미하게 수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결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소년들은 각자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더불어 본격적인 저항의 시발점을 맞이한다.
오프닝 시퀀스가 가져다주는 첫인상과 달리, 영화가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북한이 아닌 남한, 대한민국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참혹한 현실이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버젓이 생존하고 있음에도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성, 우석 그리고 영림과 같은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나이엔 버겁기만 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존재만으로 현대 사회의 체제를 의심하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인정받지 못한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있을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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