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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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을 허물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우스갯소리처럼 세간에 도는 말 중에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일정 수량 이상의 ‘돌+아이’가 존재한다. 혹시라도 자기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자신이 바로 그 ‘돌+아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그 질량이 보존됨을 주창하는 것이 이 법칙의 주된 골자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지극히 정상이길 강요하는 미친 세상에 우린 미쳐야만 정상이 돼’(다이나믹 듀오 - Beyond The Wall) 이러한 종류의 문장들이 만연한 것만 보더라도 현대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고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남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인 듯하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재민(황제성 분) 곁에는 소위 ‘평범하다’고 할 만 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질량이 보존된 정도를 지나 만원(滿員)이며, 오히려 평범한 재민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다. 재민을 매니저로 두고 있는 혁권(박혁권 분)은 작품 미팅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실없는 소리만 늘어놓아 좌중을 당황시킨다. 독실한 신자인 친누나 재주(서영주 분)과 목사인 매형(조한철 분)의 결혼 생활 회고도 심상치 않다. 결혼을 꿈꾸는 막무가내 동생 재은(이채은 분)과 의대생 남자친구(백현철 분)도 뭔가 삐걱거리는데 그 케미가 절묘하다. 재민이 여전히 그리워하는 ‘엑스 와이프’ 하라(공효진 분)는 대뜸 전화를 걸어와서는 괴상한 이야기들로 재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재민을 단골 소님으로 두고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재영(박희본 분)은 카페에서 때 아닌 홍어로 비릿한 냄새를 전파하고, 모미(한예리 분)은 두 번째 자아 ‘베타’를 등장시킨다. 이 쯤 되니 그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일 뿐인 재민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닐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을지언정 저마다의 개성은 뚜렷하다. 깨알 같고 소소할지언정 그 목소리는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눈살이 찌푸려진다거나 밉지가 않다. 이는 비단 인물들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라는 한 편의 영화 자체도 마찬가지다. 오고가는 말도 안 되는 농담과 실없는 이야기들 가운데에서도 촌철살인의 미학을 담고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에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터뜨리는 웃음은 비소가 아닌 실소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자 이제껏 재민을 당혹케 했던 모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마치 각기 다른 만화의 주인공들이 정기 모임을 연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 갑작스러운 회동 역시 관객들의 유머코드를 건드리지만 동시에 이제껏 러닝 타임 내내 느끼지 못했던 뭉클한 감상이 하나 고개를 들고 선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만원 상태로 이끌었던 이들 모두 결국 재민을 응원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응원은 또 결국 영화를 보는 우리를 위한 것은 아닌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지금을 살아가는 정상들을 위해 일탈을 권장한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재민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권투를 추천하는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영화는 비정상들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해리 정체성 장애 때문에 매일 아침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기분인지 불확실하다는 모미에게 재영이 던진 말처럼 말이다. “근데 그건 나도 그래. 인생 다 그래!” 보존이 되었든 만원이 되었든, 이제는 과연 그 질량이 유의미한 것일까 싶다. 모두 미쳐야만 정상이 되는 세상에서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이분법은 이제 효력을 잃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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