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들께

독립예술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들께

 

2002년부터 13년간 대기업 위주의 영화 시장을 개선하고 독립예술영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추진되어 온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1월 영진위가 해당 정책을 폐지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는 ‘영화 시장의 다양성’과 ‘독립예술영화 지원’이라는 영화진흥정책 본래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일입니다.

영진위가 통보한 개편 정책은 ‘영진위가 지정한 위탁단체가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개편이 강행된다면, 전국의 모든 독립예술영화관은 위탁단체가 선정한 영화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상영해야 합니다. 이는 독립예술영화관의 작품 선정의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며, 전국 독립예술영화관 마다의 고유한 개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영화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요구와 영화제의 상영작품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추천제도 개정 등 자유로운 영화 활동을 저해하는 ‘외압’과 ‘검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의 개편 역시 일련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문화예술의 자장 안으로 밀어넣는, 실소를 금치못할 일입니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 여러분과 소통하며 영화 시장의 한 축을 꿋꿋하게 짊어지고 왔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독립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의 소양과 확신, 그리고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하고 독립예술영화관을 지지하는 관객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영진위의 일방적인 정책 개편은 이러한 영화 환경을 강압적인 방식으로 심각하게 훼손할 것입니다. 이미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한 거제아트시네마는 폐관하였고, 현재 몇몇 예술영화관들은 폐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늘 그렇듯, 어느새 현실이 되어 한숨을 쉬기 전에 독립예술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들께 연대를 청합니다.

 

우리는 보다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다양한 영화를 향유하고 사유하는 것은 관객의 당연한 권리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보고 싶은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면 이 권리는 보장될 수 없을 것입니다.

 

공공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필요한 순서가 있습니다. 민간의 사업자들과 적절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해야하며, 관객의 요구와 필요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도 없이 무작정 정책을 개편하고, 위탁단체에 전국 수십여 개의 독립예술영화관의 작품 선정을 통째로 맡기는 일을 '문화 독재'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런 참극을 막을 수 있도록이 나라 문화의 주인이자 주체인 관객 여러분들께 동료가 되어 주기를 청합니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 몸 담고 있는 우리 모두는 한 마음으로 이 말도 안되게 조악한 시나리오가 결코 우리의 스크린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관객 여러분의 영화 문화 향유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른 시간 내에 여러분의 작은 행동을 요청하는 계획으로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 손을 꽉 잡아주시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독립예술영화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