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DIESPACE, since2007

[청춘불패 토크쇼 후기] 명랑하게 삽시다!!

by Banglee 2009. 9. 15.
88 만원 세대, 청년실업, 비정규직... 지금, 이대로는 안돼요~ 인디스페이스가 “대한민국 청춘들아, 아니 세계 청춘들아, 시퍼렇게 꽃물 들자”는 바람을 갖고 활발하게 기획한 <청춘불패> 특별상영 프로그램의 한 가지로 9월9일, 9월23일 두 번에 걸쳐 우석훈, 김어준과 함께하는 이야기 마당이 벌어졌다. 선생님들 얘기도 좋지만 앞으로 우리 얘기도 더 많이 하고 같이 나누자고!

기록,정리 늘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운영팀)
사진 장문정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배급팀)

청춘불패 첫 번째 토크쇼- 명랑하게 삽시다!

초청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 경제학자, retired.textcube.com
진행 김류미 전 희망청 활동가



 우석훈  <조난 프리타>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을 주인공만 빼고는 사실 한 번씩 다 만났던 적이 있다. 한국이 더 어려운지 일본이 더 어려운지, 내 생각에는 한국이 더 어려운 것 같은데 일본 사람들 만나면 그쪽에 훨씬 더 어렵다고도 한다.

 김류미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 봐도 역시 우울하고, 끝에 음악이 나올 때는 답답한 마음과 바다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조난 프리타>는 <성난 서울>의 작가 아마미아 카린과 <새로운 신>의 감독 츠지야 유타카가 20대 프리타인 이와부치 히로키를 만나 카메라를 주고 자기 얘기를 찍어보라는 권유로 만들어졌다. 이런 활동가, 프리타, 작가들이 모여 미디어 짬뽕이라는 곳을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부치 감독은 최근 80-82년생들을 인터뷰하며, 연간 천만 엔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실용서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석훈  나는 눈물이 많아서 두 번 울었다. 아무거나 다 우니까 특별한 정보는 아니고. 나는 이 영화를 20대의 눈으로 본 건 아니고...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주 걸어 다니는데, 나도 여기 올 때 걸어 왔거든. 건강도 안 좋고, 기분도 드럽게 안 좋아서 걸어 왔는데, 하루에 두 시간은 걸으려고. 공기는 안 좋지만 그래도 술 처먹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실제로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잘곳이 없어서 만화방, 피시방에서도 많이 자고. 유럽사람한테 들은 얘기인데 일본에 가면 타임캡슐이 있는데 거기서는 절대 자지 말아라, 그러더라, 자고나면 진짜 우울증 걸린다고 하더라고. 이 영화의 기획은 한 명 한 명 너의 삶을 찍으라는 건데, 솔직히 조금 재밌게 만들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은 좀 들었다.(웃음)

 김류미  지루하지... 얼마 전에 이 자리에서 <개청춘>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주인공이, 이렇게 처음에서 끝까지 변화가 없는 프리터로 사는 <조난 프리타>를 보고,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하더라. 결국 다큐를 찍는 것도 중간에 중단하게 되고. 영화 본 소감도 좋고, 이 늦은 밤 우박사님에게 궁금한 것도 좋고 관객에게 마이크를 돌리겠다... 역시 처음에는 말이 없다. 그럼 준비된 센 질문을 먼저 하겠다. 이벤트로 고민 상담을 받은 내용 중에도 있고 ‘88만원은 남의 것 같다. 나는 사실 88만원도 못 받고 사는데’라는 20대들이 있다. 이런 말이 투정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런 친구들에게 대답을 쉽게 해준다면?

 우석훈  보통 어른들·꼰대들 하는 말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나는 경제학자라 나라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선진 국가가 재정의 3분의 1정도를 가지고 심한 꼴 안 나게 관리를 하거든. 국가가 그렇게 하게 멱살을 잡아서라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80만원이거나 100만원이거나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교육권 등 사회권이 일정하게 보장돼야한다. 사실 선진국은 전체 생활의 절반 정도를 사회적 자본(소셜 셀러리)으로 쓴다. <조난 프리타>에서 보듯이 잘 곳도 없잖아. 어른들이 거지같은 나라인거다. 아베는 좌파 쪽인데 꼴통이고 사람은 좋은데, 아소다로는 그냥 우판데 말도 참 싸가지 있게 하세요. 낮에 시장에 가서 너희 이렇게 살면 안 된다, 그러고 그날 밤에 바에 가서 기자들한테 걸렸지. 그러면서 바가 살롱보다 싸다, 저렴하게 논거다, 라고 했던 일도 있었다. 한국도 사실은 어른들이 정치를 더럽게 못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 민주당이 이번에 선거에 이기고 시간당 생계비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일본 파견직 제도가 비정규직보다 더 나쁘다. 한국은 법적이나마 불법화 되어 있는 상태인데, 일본도 재검토를 한단다. 우리는 앞으로 이명박이 3년 반 동안 더 하니까 나아질 게 없겠다 싶은데. 일본에서는 3년 전 신주쿠·시부야에서 20대들이 메이데이 행사를 했는데, 내가 보기에 한국은 아직 데모 안했다. 하지만 이명박 선생님이 특히 사람 열 받게 하는 거 상당히 잘 하거든. 이명박이 20대를 가장 건드리는 것은 돈도 아니고 뭐도 아니고 미감인 것 같다. 명박 선생님하고는 미감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그게 분노를 만들지 않을까 한다.

 김류미  20대들의 데모 장면 보면서 기획자적 욕심이 나기도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애도 꿈도 생활도 묻혀가는 우리의 무엇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우석훈  무기는 총이지. 그건, 영원히 무기는 총인데 그 형태가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고. 저 사람들이(일본 활동가들) 한국에서 메이데이 행사를 한 번 했다. 홍대에서 했는데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청원을 넣어서 제대로 못했다. 내년에는 영등포에서 강남역까지 가자고 했다. 강남역이 잘 사는 사람들 사는 곳 같지만 사실 착취당하는 20대 비정규직이 제일 많은 곳이다. 가난한 자들의 대표적 음식이 김밥인데, 강남역 사거리에 김밥집이 40개 이상된다. 우리고 보통 정치적 이슈는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가는데, 비정규직 이슈는 영등포에서 강남역 테헤란로 까지 가는 것이 맞다. 권력이 사실 인터넷은 별로 안 무서워한다. 2, 3년 내에 인터넷 관리를 할 거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비정규직’이런 단어 검색 안 되고... 프리타는 다른 말로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절대로 방 밖에 안 나오는 사람들이다. 권력이 보기에 이런 개또라이들이 낮에 깨서 나오니까 놀란 거다. 일본에서 ‘하류 지향’이라는 말을 붙여줬었는데 그게 한국말로 개또라이들이거든. 그들이 강남역 사거리에 나타나면, 그게 이십대의 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안창규(관객)_88만원 세대 관련해서 다큐를 기획중이다. 강남역 데모 얘기, 책에서도 바리게이트 얘기도 하고, 최근 프랑스에선 10대들이 들고 일어나서 대학 서열화도 깨부쉈다. 일본에서 2년간 신문배달을 했는데 보면 수동적인 생활들을 하고, 그게 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해방구를 만들고 하는 거 보면서 놀랐다. 생각해보니까 광화문의 한계가 있더라. 강남역 얘기도 했는데, 데모 이상으로 생활에서 지속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우석훈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은 건, 영화에도 잘 안 나오는데 일본도 두 사람만 있으면 노조를 만들 수 있거든. 아마미아 카린 등 걔네들이 20대들을 움직였던 건 데모를 잘 해서가 아니라 사실 지역 노조·프리타 유니온을 만들어서, 임금을 올리지는 못했고, 부당 해고를 막는 걸 많이 했다. 알아보니까 한국에서도 지역 일반 노조 통하면 노조를 만들 수 있더라. 이를 테면 신촌에 연대도 있고 홍대도 있는데, 패밀리마트 비정규직 노조 연세지부 이런 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노조가 아니래도 조직이 생기면 뭔가 할 수 있는 건데. 지역 20대가 다 묶이긴 어렵지만 대학이 있는 곳에서는 그 지역 대학생 알바 노조 만들기가 좋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결국 노조가 일본 20대를 바꾼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사보타주 등의 내용을 담은 50만권 정도 읽었다는 책도 있었는데 가슴에 불을 댕기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하 노래는 좋긴 한데 가슴에 불은 안 댕겨지거든... 그런 당기는 문화는 누가 없을까 싶었다. 윤도현 노래도 내 감성이 이상해서 그런지 댕기지는 않더라고. 또 편의점 노조 같은 것들은 좋은 게, 잘리면 옆에 가면 되잖아. <조난 프리타>의 캐논은 잘리면 갈 데가 없는데, 패밀리마트 잘리면 세븐일레븐 가면 되는 거고, 그게 전혀 무섭지 않는 거다. 오일뱅크 노조 이런 건 조금만 논의를 해보면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처음에 누가 그 불을 댕길 거냐다.

 김류미  나도 7년차 알바로 나를 소개하곤 했는데 그러면서 조직을 생각해 본 적은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88만원 세대> 출판일이 2007년 8월 1일이다.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20대는 20대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 구심점이 어디서 나올 수 있을지 나는 개인적으로 물음표다.

 하늘구름(관객)_20대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겼나?

 우석훈  녹색당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20대 청춘들 조직을 만들었는데, 관여를 안했다. 40대인데 마음은 청춘이다, 이런 사람은 다 짤라버렸다. 그런데 조직이 실패했다. 잘 안 돌아가고 아예 개판 났지. 대체 뭐가 문제일까 하면서 좀 보기 시작한 거다. 지들끼리 싸우고 쌩 지랄을 하더라고. 이러면 20년 내에 다 죽겠다는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떼포(관객)_직장을 쉬면서 시험 준비하고 있는 30대다. 20대는 아니지만 그 시절을 지나왔고. 촛불 집회 현장에서 중고등학생들은 준비도 하고 386도 많은데 대학생들은 술집, 피씨방에 있었다. 현장에서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다. 20대가 오히려 현실에 더 둔감하고 정치적 각성이 안 된 건가? 그 차이나 시점을 어떻게 보나?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어차피 착취는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 아니면 공무원 쪽 ·안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노조를 만들어도 그런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인지. 과거에 실패하지 않았나.

 우석훈  내가 보기엔 대학생 많이 나왔다, 겁나게.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다. 연대 깃발 아래 10명, 성공회대 깃발 아래 4명 나온 걸 봤다. 이것도 미감인데, 예전처럼 총학생회 깃발에 모이지를 않는 거다. 그리고 얼굴도 좀 삭았다.(웃음) 20대가 움직인 건 맞다. 그런데 광우병에는 움직이는데 너희 얘기를 해봐라 할 때 나오는 게 없다. 참가는 하는데 너희가 판을 내봐라 하면 거기에는 불신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는 리더가 있었다. 하지메, 카린 등. 한국은 아직 리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일본은 유니온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을 짠 거다. 우리는 어떤 진이 필요한지, 장기하가 될지, 장기표가 될 순 없을 거 아냐. 카리스마가 좋을지, 만만한 사람이 너는 잃을 게 없으니까 앞에 서라 할지... 나는 국가주의는 아닌데 정치는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외면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 선거 꾼한테 들은 얘기가 있다. 그동안 민주당 선거가 진짜 잘 된 날은 원인이 비란다. 아침에 비가 와서 오후 1, 2시에 비가 좀 그치면 어디 놀라가지도 못하고 20대 투표율이 올라가고 좋았다는 거다. 상황이 그 정도다, 정치 상황이. 일본은 보면 20대 투표의 결정적인 계기가 아베 총리인가의 관저에 항의하러 갔다가 문 두드리니까 잡아갔다는 거다. 한국이면 이명박이나 정운찬 관저에 간 건데, 말도 못하게 잡아가니까 그게 계기가 됐던 거거든. 우리도 지금 항의하러 가라 그러면 무서워서 못 가는데, 개또라이들도 나오면 별로 안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생기거든. 1, 2년 내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기초의원 선거도 있고 도의원 선거도 있는데. 20대 비례대표가 필요하다. 지역에 기초의원으로 많이 출마하고 동네에서 뭐 좀 하면 좋겠다. 자기 친구가 있어야 좀 찍고 그럴 거 아니야? 그런 전략들도 필요할 것 같다.

 김산(관객)_일본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했고 우리나라도 2, 3년 안에 변한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기를 바라는, 20대 비정규직 문제를 맞았고, 또 해결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먹고 사려면 고시 준비를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그런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해야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것 같은데, 그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되잖나. 이들은 반동분자가 되는 건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우석훈  고시를 보든 삼성에 가든 그렇게 해야하는 인생이면 상관없는데, 대신 너 일년 중에 딱 일주일만 같이 뭔가를 하자, 그런 느낌이다. 일주일도 못 뺄 정도로 바쁘냐? 고3들도 하는데 고3보다 바쁘지는 않을 거 같아. 고시 공부하는 걸 뭐라 그럴 생각은 없거든. 대신 너 돈 20만원만 내라. 널널한 사람들은 전업으로 하고, 아니면 돈만 내라, 공감이 필요하다. 몇몇이 전위적으로 뛰어 나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 일주일만 빌려주고, 안 할 거면 한 달에 만 원씩만, 그게 시민단체들 모델이었거든. 마음은 죽이고 싶지, 그런데 죽인다고 해서 답 안 나오고.

 김류미  작년에 희망청 일 할 때도 굉장히 많은 기성세대가 ‘20대 개새끼론’, 데모 안 하냐, 시험 준비만 하냐, 그러는 걸 봤다. 데모나와도 안 바뀔 걸 알면서도 나오라고... ‘명랑하게 삽시다’가 오늘 제목이긴 하지만 참 답답하다. 이 영화를 기획해서 보여주는 진정성이 일본이 모델이라기보다는 공명을 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


 관객_20대가 자기 목소리 잘 안낸다. 내부적인 목소리 정말 안 낸다. 예를 들면 인터넷 문화에서도 연예인, 가십에는 의견을 열심히 토로하지, 그런데 정작 자기들의 문제 왜 그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우석훈  일본말 써서 좀 미안하지만 ‘간지’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 부작용인 것 같다. 내가 만난 20대들은 전부 느낌 있게, 폼 나게 살고 싶어 하는데. 너 가난한 거 왜 말 안 하냐 그러면, 쪽팔리잖아 그러는 거다. 자기가 돈 없고, 힘들다는 걸 드러내는 걸 간지 안 난다고 생각한다. 흐름을 만들면 그때는 쪽팔리지 않은 거거든. <조난 프리타>에서 캐논 공장에서 잘릴까봐 NHK에 나갈 때 얼굴을 가리는데, 작년 도요타에서 비정규직들을 잘랐을 때, 거기선 30대 초중반이었는데, 회사도 잃고 아파트도 잃으니까 하루 만에 jobless, 다음 날에 homeless가 된 거다. 처절한 거지. 금융위기가 커지면서 연말에 쫓겨난 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여서 시부야 시장바닥에 있는 광장에서 오뎅 먹으면서 1월1일을 맞았던 거다. 똑 같은 시간에 KBS는 보신각 타종 장면을 보여주며 그 옆의 촛불집회는 지워버렸다. 바로 그 시간 NHK가 파견직들을 보여주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 얼굴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비슷한 사람들인데 1, 2년 사이에 바뀐 거다. 한국에선 아직 ‘나 편의점 알바하는데...’ 이런 얘기는 사실 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니야? 나 대학 때 데모하고 길을 잘못 들어서 힐튼호텔 쪽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오르막길로 남산 도서관까지 갔는데 그때 내 모습이 보이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너나 나나 다 하는 거니까. 그걸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지...에서 바뀌어서 인터뷰 다 하고 얼굴 다 보이는 거다. 한국의 20대가 특별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소나(관객)_나도 20대인데 내년에 졸업한다. 공감도 되다가 좀 지루했기 때문에 자기도 하다가 했다. 저번 등록금 투쟁 때를 봐도 단대 회장들은 있는데 총회장들도 없고 그랬다. 우리 학교에도 등록금 정말 비싼데도 공감을 못한다. 그게 큰돈이 아닌 학생들도 많다. 차 끌고 다니는 20대도 정말 많고. 서울과 지방이 다르고, 20대 여자 대학생과 남자 대학생이 다 다른 것 같은데 왜 20대만 그렇게 묶는가. 나도 알바 5년차 그렇게 되는데 나도 쪽팔린다. 서울이라서 유독 그런 건지 차 끌고 다는 학생 정말 많다. 선생님이 보기에 혹시 지방 대학은 어떤지, 서울 내에서도 간극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우석훈  피차마차 은마차라고 보면 된다. 차있는 부자 대학생들이 예전보다 싸가지가 없어진 건 사실 인 것 같다. 내가 만난 인문사회 영역 학생들은 몇 년 째 차 가진 애가 하나도 없다. 80년대 나 대학 때는 소설가 김영하랑 나랑 집이 좀 살아서 밥은 먹고 살 수 있었는데. 한 번은 우리 집에 친구들 데려와서 아버지 양주 다 처먹고 하루는 김영하네 집에 가고 그랬다. 그런데 요즘 보니까 사회운동이든 문화운동이든 차가진 놈이 없다. 개중에서 차가진 놈이 한 둘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차도 돈도 있는데 너희들 없으니까 오늘 밥은 내가 사줄게 그게 안 되는 거다. 더 잘 됐지. 예전에는 내 친구도 있는데... 망설이는데 지금은 ‘다 죽여’ 이게 되니까.

 김류미  <88만원 세대>는 결국 <계급론>이었던 건가요?(웃음)

 우석훈  계급론도 뭐도 아니고, 그냥 싸가지 있는 새끼들이 모여서 싸가지 없는 새끼들 죽이자는 거지. 동경대는 학생들 중 80%가 생협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생태운동의 여력이 나온다. 서울대는 10%가 안 된다. 두 대학을 대표 대학으로 보면 수준이 여덟 배나 못하다. 동경대도 사실 잘 사는 애들이 가고, 졸업하고 NHK 같은 데 들어가서 봉사하는 거다, 사실 일본은 그렇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명박스타일?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여러분들 대학 친구 중에 차가진 애들 보며 너도 살아야지 그런 생각 안하잖나, 죽여, 그러지. 프랑스 혁명 때 그랬거든.

 관객_일본, 유럽 얘기 많이 하는데 한국은 가족 제도 강하고 등록금도 대주고 그래서 등록금 투쟁을 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2, 3년에 바뀐다는 게 어려워 보인다. 어머님이 7시까지 들어와라 그러는데 어떻게 데모를 나갈 것이며...

 우석훈  약간 차이는 있는데, 일본 부모들은 비교적 애들한테 관심이 별로 없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한국에서는 도저히 취직이 안 되면 엄마들이 거리로 나올 수도 있고 같이 손잡고 투쟁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위에 돈 많은 새끼들이 또라이가 되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것은 틀리지 않다는 거다.

 강희령(관객, 서울시립대)_영화는 결국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서 암울했다. 번 돈의 반이 학자금 대출로 나가잖나. 대학 졸업하며 빚을 안고 시작하는 입장이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현실의 문제라면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촛불 때 멍청한 20대라는 말을 들었다. 이전 세대들에 대해서는 어떤 담론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석훈  글쎄... 하여간 40, 50, 60대들은 모노톤이다. 투표율의 약간의 차이 이외에는 대체로 약간 모자라다. 반면 20대는 문화적인 특징들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그 다양성이 떨어지는 건 맞다. 정치의식이 없는 것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민주노총가 중에 이런 게 있다.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웃음), 좋아하는 노래다. 조금씩 갉아 먹힐 때는 죽을 것 같거든. 하지만 올해 이 영화를 이렇게 보는 거는 봐라. 결국 이겼다는 거다. 중남미 국가들이 당할 때, 필리핀이 일본한테 당할 때 조금씩 갉아 먹고 튀어버린 거다. 우리는 얘들이 미국으로 튀지만 않으면 된다.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 386이 대단한 게 아니다. 80년 광주부터 87년까지 7년간 생각을 해서 전두껑이 나쁜 놈이네 하게 된 거다. 가톨릭계에서 광주 비디오를 많이 뿌리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 문제를 보고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지 정치의식이 없다, 지금 그건 의미가 없는 말이다.

 이슬아(관객, 18세, 산돌학교)_질문이 어려보일 까봐 걱정이 되지만. 건강한 10대를 위한 알바진 필진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알바 하는 10대를 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주로 ‘알바 할 시간 있으면 대학 준비나 해라’는 거다.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 인턴십 활동도 하면서 대학생들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들었는데, SKY임에도 토익·토플공부는 물론이고 취업 준비소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그 준비소 역할도 잘 못하는 얘기가 많았다. 대학, 대학 얘기를 많이 하는데 준비할 힘이 잘 안 난다. 메리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대학을 추천 하는지?

 우석훈  대학의 메리트는 없다가 정답인데, 이 사회가 더러워가지고 당장 대학을 안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 버리니까 가는 건데. 프랑스가 국민소득 4만 불인데 대학 진학률이 20-30%고 독일이 40%다.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인데 그런데 축구도 질 필요가 있냐 이거지, 그런데 축구도 지잖나. 근데 대학 많이 나왔다고 사회가 좋아지나. 메리트는 없지만 당장 개인적으로 길이 없지 않는가.

 이준호(관객)_작품 보면서 공감됐던 건데 히로키 감독이 하는 말 중에 ‘도쿄로 가고 싶다, 가야 된다, 아무래도 도쿄가 아니고서는 정신적 자극이 없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갔다. 서울 중심주의가 심하잖나. 서울이라는 한정 지역에서만 피었다가 지고 피었다가 지고. 문화·공연 그런 것들도 지역에서는 접하기 힘들다. 서울의 특별한 문화다.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이것도 일종의 식민지 같은데.

 우석훈  지역문제 크다. 프랑스 문화운동의 경우 지역으로 많이 갔고, 한국 60년대 경제개혁하면서도 그런 걸 했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60%가 됐다. 이유와 방법을 막론하고 지역에서 뭔가를 만드는 것에 동의를 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답은 잘 모르겠다.

 송문석(관객, 20대 백수)_일본에서 좋은 대학 나와서 NHK같은 곳에 들어가는 것이 희생과 봉사라는 말도 했고, 영화에서는 NHK 직원이 자기를 위선자라는 말을 한다. 우석훈 박사님을 보면 대단한 학력과 거창한 일들 하다가 지금은 20대들을 위한 일도 한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나?

 이한솔(관객, 20살)_20대가 생각이 없다고 말을 많이 하고, 영화에서도 ‘너네들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어요.’ 그런다. 쓰레기, 멍청이라고도 하고.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같은 20대끼리도 우린 생각이 없지, 그러는 걸 보면 너무 슬프단 말이지.

 우석훈  50대 아저씨들 얘기를 해봐라. 복덕방에서 하루 종일 장기 두는 50대보다 20대들이 훨씬 진보적이고 더 사람 같다. 20대가 생각 없고 그런 얘기는 개뻥이다. 제일 똑똑한 40대 몇 명, 20대 몇 명 이렇게 샘플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투표율이 조금 떨어지는 건 문제가 된다. 그건 욕한다고 풀리지 않고 해소하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20대가 20대를 믿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망할 때 만민공동회가 있었다. 만 명 못 모으는 게 어렵다. 얘기를 많이 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제일 크고 대표적인 시민단체 참여연대 회원이 만 명이 안 된다. 만 명 모아서 제일 큰 거 만드는 거다. 20대들 보면 웃기는 사람이 잘 없다. 우울하고 센티멘탈, 블루스... 드라마 많이 봐서 그렇다. 웃음이 필요하다.

 나래샤(관객)_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계속해서 20대가 왜 도대체 정치적 생각이 없고 나서지 않을까 얘기가 오가는데, 내 생각에는 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기운이·힘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피 끓는 청춘’이라는데 정작 피가 끓지 않는 거다. 바로 앞에 자기 학점 문제가 있고, 매달 나오는 월급부터 문제가 있고, 그러니 각자가 서로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혁명에 대한 얘기를 하면 놀이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단다, 그리고 개그도. 심심하지 않게 열심히 놀고, 각자 하는 일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자. 우석훈 선생님은 책으로도 너무 많이 봤다.(웃음)

 신동준(관객, 25살, 홍익대 수학교육과)_졸업하고 백수가 되거나 군대를 가야된다.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반복이 많다. 고려 말에 훈구 세력이 개혁적인 정치를 시도하는데 나중에는 대농장을 소유하더라. 그렇게 저항하고 사회체제가 변하고 다시 보수화가 반복된다. 못 가진 자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성공해서 소유를 늘리고, 새로운 개혁을 일으키고 또 변질하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변화·혁명의 바람을 말하는데 한계점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약한 자들이 결집해서 저항해야 하지만 구조는 바뀔 지라도 결국 사람 내면의 문제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한다.

 김류미  제일 많이 상담해 온 질문이 이런 거다. ‘곧 졸업하고, 취업해야 되고, 애인은 군대 간대요, 어떻게 하면 명랑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석훈  명랑은 복수다. 돌아보면 사실은 안 죽으려고 살아왔던 것 같다. 공개적으로 진보가 아닌 좌파라고 말한 건 내가 첫 번째였던 것 같다. 진보라고 하면 4, 50대 엘리트, 유시민, 노회찬 이미지 아닌가.(웃음) 나를 죽이려는 놈들이 많았다. 안 죽으려면 뭐라고 해도 웃어야지. 그런 전략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고. 자기가 쪼다인데 모르고 잘난 척 하거면, 웃지. 어려울 때인데도 웃는다. 인상써봐야 별 거 없거든. 스무 살 되고 나는 알았거든, 나는 장동건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 아니면 웃기는 수밖에 없어. <선덕여왕> 봐라, 인상쓰는 것보다 웃기는 게 길게 나온다. 자기가 장동건이나 조국 아닌 거 같으면... 내가 웃으면 그건 복수다. 이기는 거거든. 복수의 궁극의 완성은 자기가 행복해지는 거다. 그건 하루에 몇 시간 웃고 웃길 수 있는가인 거라고 생각한다. 장동건이면 안 웃기고도 연애도 하고 다 할 수 있는데... 뭐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니고 웃는 게 전략이다. 인상 써봐야 도움 될 일 하나도 없으니까 웃고 지내라.

FIN.


댓글